2021. 11. 11. 23:11

짧글/주청/1 4개 우겨넣기식 제목

-------



○○년 11월 11일.

인간들의 시간으로는 이렇다고 하더군. 인간들의 자세한 시간을 알아두는 것도 괴담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청행등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건만, 오늘도 그런 '시간'과 '이야기'를 어디 사는 누군가가 절묘하게 엮어내어 속고 있다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인간들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는 게 꽤나 재밌다. 물론 저 인간의 마음은 어떨지, 어떤 심정으로 막대 과자를 주고 받는지, 지나치게 인간의 마음에 몰입하기도 한다. 현대의 괴담이란 옛날과는 또 다른 형태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게 그저 공포만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날의 훈훈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풍경을 청행등은 그 눈에 담고 있었다. 

청행등은 잠시 풍경을 내려다보다 들고 있던 등에서 푸른 도깨비불을 내보내 제 몸을 감쌌다. 인간의 모습으로 사뿐히 땅 위에 내려서고선 익숙하게 사람들 속에 섞여든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옛날처럼 등을 걸어두고 모여앉아 괴담을 나누는 '햐쿠모노가타리'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괴담이든 괴이쩍은 일이든 청행등의 먹잇감이 되는 이야기는 이 시대에도 얼마든지 넘쳐난다. 이렇게 인간 속에서 이야기를 얻어가지만, 그렇지만 예전과는 다른 단절된 섞임 속에서 조금 서글퍼지긴 했다. 뭐어, 오늘의 볼일은 막대과자 아닌가. 하나쯤 슬쩍해도 별로 큰 혼란은 안 생기겠지만, 대충 그 의미를 아는 입장에선 그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디 신사라도 들어가 세전이라도 슬쩍할까 하며 공원 벤치에 앉았더니, 웬 꼬마가 청행등 앞에 와서 멀뚱멀뚱 청행등을 쳐다보았다.

"나비- 빛나는 나비가 있어"

"으응?"

"이런 나비는 처음 봐- 형아 뿔도 나있네- 신기하다-"

"아아. 어린아이라 그런건가. 내 원래 모습이 보이는 건가."

"나비 만져봐도 돼?"

"그럼. 네 손에 옮겨주지."

도깨비불로 만들어진 나비가 꼬마의 손에 옮겨갔다. 꼬마는 따뜻해, 간지러, 같은 소리를 반복하며 웃었다. 

"고마워, 형. 나비 만져보게 해줬으니까 이거 줄게."

꼬마가 메고 있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막대과자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건넨 꼬마는 씨익 웃었다. 웃는 꼬마의 이앞니는 하나가 빠져 있었다.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가 줬는데 우리 엄마는 이런 과자 못 먹게 하거든. 친구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버릴 수는 없으니까 형아 줄게! 안녕!"

그리고서는 재빨리 가버리는 조심성없는 꼬마다. 나같이 착한 요괴를 만나서 다행이군, 하고 청행등은 생각했다. 어쨌건 이렇게도 귀여운 사건이 생겨, 인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청행등은 즐거워졌다. 

본모습으로 돌아와서도 막대과자를 쉽게 맛보지는 못하는 청행등이었다. 인간의 과자도 몇 번이고 먹어봤고, 사실 이 과자의 맛도 알고 있는 바니까. 하나가 이루어지면 또 하나 욕심이 생기는 건 왜일까. 역시 이런 건, 사랑하는 이와 나누어먹는 그런 이벤트를 꿈꾸고 마는 건... 청행등은 자신이 인간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움츠러들어있었다.

"모처럼 떠들썩한 날인데 왜 우울해 보이지? 내가 너무 오래 놀러갔다왔나? 하하핫!"

맞아. 꿈꾸고 말았던 건. 그런 이가 있으니까. 생각나는 상대가 있으니까. 청행등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보이고 말았다.

"아니, 잠깐잠깐!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야? 미안해... 그래도 청행등이랑 마시려고 맛있는 술도 구해왔... 우왓!"

당황하는 주탄동자에게 달겨들어 폭 안기는 청행등의 행동에 주탄동자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술도 안 마셨는데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청행등은 오랜만인걸.

"괜히 인간들의 축제... 같은거에 심취해버린 거 아닌가 싶어서... 조금 우울해졌다만. 주탄동자가 돌아와줬으니, 주탄동자가 거기 어울려줄거라고 믿고... 있다제."

"에에... 우리는 뭐, 인간들의 축제니 놀이니 그런거 좋아하고 잘 끼어 놀고 그렇잖아. 뭘 새삼스레. 오늘은... 막대과자를 코에 끼우는 날이었나?"

퍼억! 하고 주탄동자의 배에 청행등의 주먹이 꽂힌다. 

"농담이라고, 농담. 청행등 쪽에서 먼저 그런 걸 하자고 할 줄이야. 매번 내쪽에서 할 때마다 투정부리면서 받아줬잖아. 엉큼해졌네, 아니 때리지는 말아줘..."

주탄동자는 능글맞게 막대과자상자를 열어 봉지를 연 뒤 막대과자를 하나 꺼낸다. 누가 먼저 입에 물까 재기도 전에 둘 다 격정적으로 달라들어 막대과자가 부서져버렸다. 다음 과자는 주탄동자가 청행등에게 건네주고 청행등은 과자를 살짝 이에 물었다. 주탄동자도 이에 물고 사각, 사각,사각, 사각, 거리를 좁혀갔다. 평소에도 하는 입맞춤이 이렇게 긴장할 일인가... 싶은 순간 청행등이 살짝 힘을 줘 막대과자가 부서졌다. 손톱만큼 남은 막대과자에 주탄동자는 이거면 원래 인간들이 하는 막대과자게임에선 거의 우승급이라며 추켜세워준다. 얼굴을 붉히는 청행등에게 주탄동자는 다시 막대과자를 건네는 척 하더니 제 입에 가져간다. 이번에는, 게임 말고 원하는 걸로 할까. 말없이 전해지는 눈빛으로. 서로의 이에 막대과자를 물고서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긴장감 끝에 맞닿은 감촉과 새로운 재미에 둘은 까르르 웃어버렸다. 이후 남은 과자도 똑같은 방법으로 사라졌다.


-------------------------
급 땡겨서 쓰는데 쓰려는데도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짬내서 쓰려니까 눈앞이 뱅글뱅글 돌아서 뭔 헛소리를 쓴건지 모르겠단
진짜 글이 오랜만이에요오오

Posted by 하리H( )Ri
2021. 4. 10. 22:35


낮에 잠깬다고 몬스터 두 캔 때리고 잘 시간에 잠이 안 오는 김에(다른 할일은 안 하고;;) 펜을 쓰고 싶어서 새벽에 미리 전력한 그것
두 장이라 더블로 240분 걸린듯
그런데 이런 퀄리티라니 실화입니까ㅋㅋㅋㅋㅠ
1812(헤소워 마법학교) -> 교연(헤소워 마법)으로 두장째는 사족... ㅋㅣ스신이 그리고 싶었을 뿐...입니다(퀄망)

뜨이따 링크
https://twitter.com/2afterglow2km/status/1380869333643976710?s=19

언제나 힘껏 사랑하리💙₂ on Twitter

“오소카라/장미꽃 한 송이🌹 1812(마법학교AU)입니다 허접한 펜따기로 보내드립니다 #카라른_전력_120분”

twitter.com

Posted by 하리H( )Ri
2021. 1. 8. 23:54

[카라른]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10-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주의>

※카라마츠 중심,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면 카라총수지만 각 편은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커플링이 등장하지 않은 편에도 일관성을 위해 카라른이 붙어 있습니다.
※본 작품은 2016년부터 써온 2차 창작 작품입니다. 현재 원작(애니 기준)의 캐릭터 설정과 차이가 있습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의 오소마츠상(극장판 오소마츠 6쌍둥이)의 학생 시절 설정은 차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캐붕이 심하니 주의해주세요.
※자살, 자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기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으로 1기 당시의 동인 설정인 학생 시절 소재, 연극부 소재 등 이것저것 섞다못해 어디로 나아가는 지 모르는 BL향만 풍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낯선 진동에 잠을 깬다. 눈을 뜨면 낯선 풍경이 그를 맞이한다. 이런, 깜빡 졸았네. 기지개를 펴도 어쩐지 찌뿌둥했다. 주변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손잡이와 한적한 마을이 스쳐가는 창문, 텅텅 빈 의자에 자신처럼 졸고 있던 한두명의 사람들뿐. 전철에 실려 생애 첫 가출을 하는 17세 소년은 전철 노선표와 다음역 안내 표시를 번갈아보았다. 대충 이름이 마음에 드는 역에 내리려고 탔던 것인데, 다행히도 지나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거리를 걸으면 한적한 주택가. 작은 규모의 상점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 가출이라고는 하지만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것도 아니고, 기껏 마음먹고 혼자서 멀리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에 살짝 실망하기도 하면서 역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다 곧 공원 한쪽의 벤치에 자리잡는다. 주머니 속에 있던 대충 구겨둔 종이를 펼쳐서 읽으면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였다. 원래대로라면 어제는 냈어야 할 숙제지만 제출하지 못한 채 구겨서 가방에 던져놓았던 걸 오늘 집에서 나오기 전 가지고 온 것이다. <자기소개서>. 진로 희망 조사와는 별개로 진학을 하든 취직을 하든 이런 걸 써야 할 일이 곧 많아질 거라며 우선은 내키는 대로 써 보라고 하는, 자유도가 높지만 그만큼 막연하기도 한 주제였다. 물론 술술 써 내려가는 사람도 있겠지. 이치마츠는 뭐라고 썼을까. 다같이 하는 숙제가 아니라 그의 반만 하는 숙제였으니. 이치마츠라면, 하고 싶은 건 없다고 했지만 의외로 성실하게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까. 백지로 내지는 않았을 거다. 다른 형제들이 이 숙제를 받아들었다면 어땠을까. 한숨을 쉬며 다시 내려다 본 자신의 글에는 소개라기보다는 편지나 고민상담에 어울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는 지나치게 자신의 인생사를 나열한 것도 같다. 잘 쓰고 못 쓰고보다는 미주알고주알 자신을 드러내는 것 때문에 낼 수가 없었던 걸까. 자신도 알지 못했다. 요새는 알 수 없는 게 늘어났다. 특히나 알 수 없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막이 내리고, 커튼콜마저 끝나고 암전된 무대에 그는 서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관객도 없는 오롯이 그만의 모노드라마. 독백도 몸짓조차도 없는 그저 가만히 서있는 그의 마음 속은 이 곳의 무대장치를 총동원해도 표현해낼 수 없는 격동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5년간 맡아온 역할에서 내려오는 순간이다. 이제는 '연극부원 카라마츠 역'이 아니게 된다. 생각없이 붙들었던 연극부라는 명함은 그의 인생을 빠르게도 바꾸어놓았다. 신입부원에게 파격적으로 주연을 맡게 하고 다른 신입도 연극 무대에 세운다는 당황스러운 첫 연극에서, 누구 선배와 친하다며 자기가 주연이 될 게 당연하다고 으스대는 녀석을 토도마츠의 도움을 받아 골려줬었지. 대본에 새똥이 뭍었다곤 하지만, 남한테 실려서 연습하면 될 걸 연습이라곤 않던 녀석이 오디션날 펼쳐보고 당황하는 모습은 웃음거리라기보다는 영 보기 좋지 않았다. 어설프고 오버스러운 연기에도 생동감있다며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됐을땐 그런 건 금세 잊어버렸지만. 그 뒤에는 조명 담당도 맡았고 엑스트라도 맡으며 첫 연극부터 주연을 맡아 느꼈던 자신감은 좀 꺾였지만 순수하게 연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다만, 열정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어렴풋이 연극이 내 인생의 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던 선배가 고등학생이 되고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는 연극 그 자체에 흥미가 크게 있던 건 아니었다. 다른 학교나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을 찾아 볼 만큼의 열정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나름대로 연극부 생활에 깊이 빠져 있었다. 어쩌면 그건 '연극부원'이라는 역할이 마음에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그 사소한 차이는 연극부 생활이 끝날 때 즈음 그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목표만이 자리잡고 있다. 그 목표마저도, 자신을 높인다든가 사람들에게 꿈을 준다든가 세계평화라든가 하는 유치하고 그래서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일 뿐. 오소마츠가 그를 불러내 진로같은 거 정했냐고 물었을 때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연극이라는 선택지는 자신도 없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뭐가 있지? 내게는 뭐가 있지? 갑작스레 떠밀어진 차남이라는 역할을 잘 하고 싶었다. 여섯 쌍둥이에서 '나'라는 존재를 구분해주고 발견해주길 바랐다. 연극부는 거기에 딱 맞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였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내려오는 역자는 청중이나 함께 해준 사람들의 박수를 받지만, 역자가 다음 역할을 찾을 때까지는 홀로 고독할 뿐이다. 어둠 속에서 그는 이제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무대를 내려왔다.

차남 역할은 어중간했다. 연극부원 역할은 끝나버렸다.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했다. 그는 구깃구깃한 자기소개서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방황하고 고민하던 나약한 자신도 거기에 함께 던져버린 채, 차남 역할을 강하고 단단한 허세로 감싸고서 그는 벤치를 떠났다. 하루도 채 되지 않은 가출이었건만, 그날 가출한 소년은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나약한 자기 모습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이 지금까지와 지독하게도 달라서 형제들을 포함한 주변인들은 변해버린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껍데기는 쉽게 갈라지고 뚫려서 겨우겨우 봉합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마주치지 않았던 고교 시절의 동창을 길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는, 이미 봉합하기 어려운 커다란 틈새가 자리하고 있었다. 고교 시절 부활동을 같이 하던 친구였다. '연극부원'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그를 기억하고 있는 그는, 그가 모르는 그의 연극에의 열정이나 연기력이라는 재능을 가졌다며 그를 추켜세웠다. 
어째서 연극의 길로 가지 않은 거야? 지금은 뭐하고 있어? 아, 난 또 일인극 연습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그런 차림으로 프리 허그같은 걸 하고 있으니까. 역시 안타깝네. 그 길로 가지 그랬어. 
그는 뜬금없이 자신에게 내려진 고평가가 당황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이건 인사치레겠거니 싶었다. 백수로 지낸다는 말에 자신의 아르바이트를 일주일만 대신 해 주기를 부탁하며 웃는 동창의 모습에 어쩐지 자신이 그동안 뒤집어 쓴 껍데기가 쩍쩍 갈라져 부서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난 지금, 뭘 하고 있지?
그 뒤로도 그는 자신이 해오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기보단 붙들고 있었다 해야 하나. 나약함이 고개를 든다. 결국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역할 같은 건, 역할이라 하긴 그랬다. 그냥 이런 사람일 뿐. 어떤 역할도 하고 있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수로 사는 삶이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가 원했던 건 어엿한 '카라마츠'라는 인물이 되는 것이었다. 그걸 새삼 확인받은 뒤였다. 고민이 늘었다. 억지로 막아왔던 자기에 대한 생각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그렇게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잠시 바깥을 서성이던 그 날, 외상값을 갚지 않아 화가 잔뜩 난 치비타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그 날은, 그나마 해오고 있던 차남 역할조차, 차남 역할은커녕 6쌍둥이라는 설정조차 부정당하는 듯한 날이기도 했다. 

내가 눈을 뜬 건, 고통이 머리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낀 밤이었다. 머리맡에는 오소마츠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말했다.
"어서 와, 카라마츠."
집...은 아닐텐데. 오소마츠가 손을 내밀어 볼을 쓰다듬으려는 걸 머리를 살짝 흔들며 거절하자, 살짝 어지러워졌다.
"뭐, 그러려나. 카라마츠, 내가 누군지 기억해?"
오소마츠. 라고 입모양만 말할 뿐 신음소리만 새어나왔다. 별 수 없이 어지럽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행이다. 내 당번일 때 깨서. 그냥 눈 뜬 것만으로 좋아. 다른 녀석들은 자고 있으니까 일단 깨우고 너스 콜 할게. 이거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눈과 어떻게든 웃으려는 입과 목소리톤. 그걸 바라보고 있다 갑작스럽게 퍼지는 몸 여기저기의 통증에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신음만이 새어나왔다. 곧 모두에게 둘러쌓인 채 어딘가로 옮겨졌다. 의식은 잃지 않고 마취제와 진통제를 맞으면서 의사의 말을 듣기로는, 일주일을 의식을 못 차리고 있었다고 한다. 빠르게 회복되는 편이지만, 한 달은 입원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선은 외상이 나아져야 다른 치료도 할 수 있다며, 불편한 점이나 힘든 점이 있으면 자신한테만 조용히 얘기해도 좋다고, 보호자들에게는 원치 않으면 일단은 알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픔이 좀 가시니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보려 했지만 머리가 아파올 뿐이었다. 우선은 절대 안정. 진통제로도 다 가시지 않는 아픔에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쵸로마츠나 이치마츠나 쥬시마츠나 토도마츠나 날 보면 모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소마츠는 아닌 척 했지만 역시 괴로워보였다. 엄마는 날 보며 울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달래며 나와 엄마를 번갈아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단, 트럭에 치였다는 듯하다. 왼쪽 손목에는 아마 그것과는 상관없을 흉터가 있다. 목이나 뇌쪽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어쩐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들었다. 정말 목소리가 돌아올 지는 모른다. 어렴풋이 내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됐지만, 쉽사리 트럭에 치이기 전의 기억이나 목소리는 돌아오질 않았다. 머리에 어지럼증이 많이 가시고 외상은 많이 나아졌을 무렵, 휠체어를 타고 보호자 동반으로 바깥을 산책하는 게 허용됐다. 그 역할은 주로 쥬시마츠가 맡았다. 쥬시마츠는 휠체어를 밀고 병원 부지에 조성된 산책로를 돌면서 나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물으며 챙겨주곤 했다. 그러나, 본론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 누구도 본론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차라리 병실에서 억지로 웃는 형제들을 볼 때보단 얼굴이 보이지 않는 채 바깥을 만끽하며 있는 이 시간이 차라리 나았다. 그러나, 여전히 돌아와야 할 것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길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좋지 않을 기억이나 그걸 전달할 목소리를 깊숙이 집어넣고서 그저 형제들에게 기대고 싶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지, 난 차남인데. 차남, 이지.




----------------------------------------
오늘로 9화를 쓴지 정확히 1424일 째, 1화 기준으로는 2148일, 쉽게 말하면 1화 쓴지 거의 5년, 9화 쓴지 거의 4년이 됐습니다. 외전이 있었지만 그것도 2년 전이네요.
그동안 2기도 나오고 극장판도 나오고 3기도 방송중이고 휴덕도 탈덕도 안하고(?)
그저 죄송하고 앞으로도 죄송할 예정입니다.
티스토리 에디터가 바뀌고 컴작업이 어려워지면서 고치고 싶은 걸 못 고친 채 일단 10화입니다. 9화의 요시다는 나카무라(5화)로 치환해서 읽어주세요. 이번 화에도 나온 동창입니다. 곧 고치겠습니다. 4년간 고민은 꽤 했는데 내용은 그대로 가되 드라마틱함이 좀 없이 건조하네요. 마치 내 방 공기와도 같은 건조함...
기다려주셨던 분, 잊어버렸다가 다시 보시게 된 분, 처음 보신 분,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하리H( )Ri
2021. 1. 4. 19:51

 

아직 국내방영을 하지 않은 11화, 12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스페셜 인터뷰>
후지타 요이치 감독 × 시리즈 구성 마츠바라 슈 대담 인터뷰
원문: https://osomatsusan.com/special/interview/01/

TVアニメ「おそ松さん」公式サイト

赤塚不二夫生誕80周年記念作品、TVアニメ「おそ松さん」公式サイト。いよいよ第3期がテレビ東京ほかにて2020年10月放送開始!監督:藤田陽一、シリーズ構成:松原 秀、キャラクターデザイ

osomatsusan.com

구글문서 ver.
https://docs.google.com/document/d/1PFmdSZaEQA5bO1vrDlbvyqByMpC0wqdp2XPXo9YAOcI/edit?usp=drivesdk

제목없는 문서

<스페셜 인터뷰> 후지타 요이치 감독 × 시리즈 구성 마츠바라 슈 대담 인터뷰 ○주먹밥들 탄생의 뒷이야기!? -1쿨째가 끝나고 2쿨째가 시작되고 있지만 1쿨째 반응은 어떤가요? 후지타 ……. 마츠

docs.google.com


○주먹밥들 탄생의 뒷이야기!?


-1쿨째가 끝나고 2쿨째가 시작되고 있지만 1쿨째 반응은 어떤가요?

후지타

…….

마츠바라

…….

-어째서 침묵?(웃음) 2쿨째 제작이 너무 정신이 없고 반응을 느낄여유가 없다는 상황인가요.

후지타

글쎄요. 지금 힘껏 몰입하고 있어서. 되돌아보라 해도… 그렇죠.

마츠바라

돌아보면...뭐 하지만 잘도 이만큼 여러 종류의 이야기를 했다고는 생각합니다.

후지타

그렇죠, 이것저것 했습니다.

-"제3기는 여러가지 것을 해 보자"라는 의식이?

후지타

아니, 그렇지도 않지만요. 하지만 "한 적이 없는 패턴은 뭘까?" 라는 의식은 항상 있다 할까요. "이건 전에 한 적 있으니까 이제 좀 다른 걸 해 볼까?"라든지, 그러한 느낌으로 찾는 느낌입니다.

마츠바라

그런 패턴이 많네요."왜 이런 에피소드를 했어요?"라고 물어보면 "지금까지 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꽤 많습니다.

-1쿨에서  "지금까지 하지 않아서 한 것"이라고 한 것의 예를 들면?

후지타

"돌아가는 길"(제5화)이겠죠.

마츠바라

아, 안 했네요, 확실히.

후지타

저것은 매우 의식적으로 한 적 없는 패턴을 노렸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보통은 제대로 된 회화극*은 하지 않으니까요. 회화극으로는 "피자"( (제11화)도 상당한 도전이었습니다.

*회화극: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연극(우리나라에서는 대화극이라는 표현으로 쓰고 일본에서 회화극이라는 표현을 씀)

마츠바라

그래서 말하면, 가장 "하지 않았던 요소"는 주먹밥들이네요.

-주먹밥들은 토미나가 프로듀서의 "제3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켰으면 한다"라는 주문이 계기로 태어났다고 하지만 어떤 곳에서 발상이 나온 건가요?

후지타

어디서였던가……?

마츠바라

음, 그러나, 그것도 "하지 않은 것= 나온 적 없는 녀석"을 찾았었네요, 처음에는. "이런 캐릭터가 좋아"보다는  "어떤 캐릭터가 나온 적 없었지?".

후지타

그랬죠. 그래서 지금까지 나지 않은 캐릭터의 패턴을 3개 정도 놓고 그 중에서 선택했습니다.

마츠바라

그 3가지 중에서 가장 『 오소마츠상 』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것이 주먹밥들의 베이스가 된 패턴. 그래서 감독부터 시작해 모두들 꽤 "뭐, 이 녀석이야"라는 느낌으로 쉽게 뽑힌 것 같아요.

후지타

어쩐지 가장 어찌 될지 모르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녀석을 내는 게 재미있겠는데,라고.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됐습니까? "AI"가 시작? 아니면 캐릭터의 측면에서 생각하셨나요?

후지타

AI는 최초의 메모에서부터 있었던가. 제 입장으로선 지금까지 당연하게 해오던 일에 대한 "위화감"을 표명하는 녀석이죠. 정론이나 객관적인 의견을 말하고는 하는.

마츠바라

"이물감"라고 잘 하더군요.좋은 뜻에서 주위에서 붕 뜹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어느새 "『 오소마츠상 』 월드에서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다시 태클을 걸게 됐죠. 본편에서도 그런 등장 방법이었죠.

후지타

그런 녀석이 있어 6쌍둥이들이나 다른 캐릭터도 지금과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각각이 돋보이면 좋겠지 생각했죠. 실제로 그런 편을 많이 만들어 왔다는 느낌입니다.

마츠바라

토토코를 대하면서 라서 그런 말을 하는 녀석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우리도 "그만해, 그만해"라며 떨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만들면서 후지타 씨와 "쉽게 좋아할 수 있게 만들지 말자" 같은 것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바로 여러분이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데, 그럭저럭 거기는 열심히 해서 위화감이나 이물감을 소중히. 다소 " 싫은 녀석들이군" 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빠듯한 라인에 세우려 하려고 했어요.

-팬이 주먹밥들에 약간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니까. 그런 역할을 맡아 주는 캐릭터였던 셈이네요.

후지타

그렇네요

마츠바라

단지 거기에 아주 깊은 뜻이 있냐고 따지면 좀...(웃음). 요점은 "그동안 나온 적 없는 캐릭터"로 태어났기 때문에.

○주먹밥들이 맡은 역할?


-그런 주먹밥들에 대한 6쌍둥이들의 반응이나 주먹밥들 측의 6쌍둥이들에 대한 대응이나.각각의 형태는 각본을 쓰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 태어나고 있나요?

마츠바라

주먹밥들을 중심으로 하거나, AI을 어떻게 그린다거나가 아니라. 이물질이 툭 나서는 걸로 주위가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처음 주먹밥들은 의외로 움직이지 않았군요. 담담하게 일하고 있다고 할까 할 일 하고 있는데 주위가 움직인다. 그 때, 예를 들어 6쌍둥이의 반응도 제각각이라 재밌는 느낌일지? 같은 시작이었습니다. 6쌍둥이들 각각의 주먹밥들에 대한 반응은 큰 위화감 없이 순조롭게 그렸어요."이 녀석이라면 이런 반응을 했겠지"라는 느낌으로.

-오소마츠만 주먹밥들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납득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후지타

하하하(웃음). 그런 게 주먹밥들이 들어감으로써 두드러지는 곳입니다.

마츠바라

다만 반대 측이 어렵더라구요. 주먹밥들 측이 6쌍둥이들 각각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통 버릇대로 그린다면, 역시 사람 티가 나게 되어 버리니까. 주먹밥들로서는 오소마츠라든가에 어떤 평가치를 내릴지? "믿을 수 없어, 데이터가 없어" 같은? 결과,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후지타

무시할 수밖에 없겠지요. 빅데이터나 평가치와는 동떨어진 곳에 있으니까요, 오소마츠는.실제의 빅데이터에서도 그런 두드러지는 극단적인 수치는 오류로 취급하고 생략하는 것 같고.

마츠바라

특례로서 없었던 것으로 하자.

후지타

그런 것은 평균치에 넣으면 안되겠지 하고요.

-즉, AI이라 너무 인간미가 너무 진해서는 안 된다.

마츠바라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소재나 콩트니까요. 어느 정도는 봐 달라는 느낌인거죠.

후지타

거기의 균형은 그때 그때 취사 선택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AI처럼 기계 같음을 중시한 때도 있고 소재로서 재미있는 반응을 시켰을 때도 있고. 논리적인 건 최우선이 아니네요.

-실제로 주먹밥들을 『 오소마츠상』에 등장시킴으로써 그려낸 것이 있습니까?

후지타

주로 1쿨째의 후반일까요. 초반에 주먹밥들의 소개가 끝난 이후"하라고!"( 제11화)라든가. 토토 코나 이야미처럼 동요하지 않는 타입의 캐릭터가 엄청나게 동요하는 에피소드가 생긴 것은 다행일까요.

마츠바라

주먹밥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요, 그런 에피소드는. 그리고 "주먹밥들만이 할 수 있는 "이라는 것은 아마 2쿨째에 많이 있습니다.

후지타

확실히, 그걸 위한 준비가 겨우 1쿨째를 통해서 된 거죠. 오히려 2쿨 이후 주먹밥들의 묘사 방법 구상이 비교적 재빠르게 완성되고 있어서.겨우 거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네요.

-2쿨로 이어지는 주먹밥들의 포인트가 되는 게 12화"AI"네요. 그런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인가…… 하는 전개가(웃음).

후지타

하하하(웃음)

마츠바라

예예.

-초기의 불온한 연출로 주먹밥들이 뭔가 저질러 6쌍둥이들의 즐거운 일상이...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만.결국 주먹밥들이 6쌍둥이 쪽을 선택해 니트 AI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츠바라

그렇게 됐어요.

후지타

하지만 그림 면이 불온했을 뿐 주먹밥들 자체는 처음부터 거짓말은 하지 않아서요. 매우 정직하게, 제2화 첫머리부터 "3세크(제3섹터, NPO법인)에서 왔다"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정말 그대로였습니다.

-제12화의 결말부도 애초부터 정해진 건가요? 언젠가는 6쌍둥이들 쪽에 물들어버린다,라고.

후지타

음, 2쿨 이후의 에피소드에 이을 수 있으면 좋겠네, 정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물들어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츠바라

매번 꽤 그렇죠. 쌓아 가고, 쌓아 가고, 그 결과. 그래서 나도 1쿨째 중반 정도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불온한 공기는 느끼고 있었죠. 쓰면서" 어떻게 될까, 이 녀석들……?"이라는. 그래서 12화를 다 쓰고 "뭐, 그렇네"라고.(웃음).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것과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가 태어나고, 『 오소마츠상 』 월드에 왔다고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후지타

겨우 입문하게 된 거 겠죠

마츠바라

그렇네요. 드디어 출발선에.

후지타

주먹밥들을 이쪽의 세계에 넣으면서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더 달려나가지 않을까요. 니트 AI라는 존재로서 매우 하찮은 움직임을 보일. 연초 1번째 에피소드(제14화)에서 당장 주먹밥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명시되는데 그걸 주목해주시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태어난다!?


-주먹밥들 이외의 새 요소로서 제3기에서는 왠지"시간의 흐름"을 느낍니다만. 제5화의 "그런거지 뭐"나 " 돌아가는 길"나, 토토코와 냐의 에피소드 등에서도 캐릭터들의 갈등이나 변화나 성장이나. 그곳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있나요?

후지타

……그것도 하지 않아서 하고 있습니다(웃음).

마츠바라

(웃음)

후지타

지금까지 하지 않는 유형의 에피소드를 하는 것이죠. 아쉽지만 녀석들이 성장할 때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입니다(웃음).

마츠바라

내가 각본을 쓰면서 생각한 것은 성장이나 변화보다 "하지 않았던 측면"을 쓰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후지타

그렇죠, 그거네요." 다른 측면을 그린다"이라는 의식의 결과라고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할까.

마츠바라

맞아요맞아요(웃음).

후지타

"녀석들의 다른 측면을 발굴하겠다."라고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주먹밥들도 투입한 거고.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이전의 에피소드나 『 영화 의 오소마츠상 』의 내용을 그냥 끌고 있거나 하는 것도 많아진 것 같아요. 그 결과 "성장"이라는 것이 적합할지는 몰라도 6쌍둥이들의 요소가 늘어나거나 변화하거나. 하지만 여전한 6쌍둥이들이기도 하죠. 제3기는 그곳이 독특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마츠바라

뭘까요……거기 정말 이야기한 건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후지타 씨와 감각은 공유하고 있어요 "전의 에피소드를 끌어오는 건 이 정도까지요" 같은.

후지타

그렇네요

마츠바라

"이 요소는 없죠?"라던가, 어쩐지.

후지타

확실히 내 측에서는 별로 이의를 걸지 않습니다. "재미있다면, 음, 이 정도는 괜찮을까" 라고. 그래도 "더 이상 잡아당기면 그만 하라고 말할까"라는 라인 앞에서 마츠바라 씨 쪽에서 그만 하는 느낌.

-즉, 지금까지 하지 않은 소재와 6쌍둥이들의 다른 측면을 보이며 소재로서 재미 있으면 이전의 사건을 잡을 수도 있다. 그 결과, 독특한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 것인가요.

후지타

퇴적물에서 무엇이 생겨나는 것인가라는 느낌입니다-진흙의 호수에서.

마츠바라

딱 좋잖아요? 이 정도가. 의도 없이 바로 자연과 독특한 분위기가 생기는 정도가

후지타

좀 멋있는네요. 나아간 곳이 길이 되는, 같은(웃음).

마츠바라

글쎄요, 그러니 갑시다(웃음).


Posted by 하리H( )Ri
2020. 12. 7. 01:39
짱구 극장판 중에서 트레(꽤 유명 장면이죠ㅋㅋ)
2020 생축!
원색만 하고 혼색은... 언젠가...
요것도 탈출하는 짤 트레
3기 카운트 그림들... 일부
드라마... 내 딸 서영이였나 그거 트레... 변해영이었나 그 인물 장면
색보정법 배우고나서 팍팍 써먹느라 맨날 톤이 비슷해지는중 뭉개져서 흰자가 안 보임
흐흑 공주님...
오프닝을 1화의 똥으로...
풍선껌 일러 토토코ver
스타쟌 이예이 키홀더 홀로그램으로 괜히 만들어봄
미니배너 무료쿠폰 받고 그린 빈잔 컨셉 일러는 손이 망
풍선껌 일러 sd풍 제 그립톡임요 헿
박력넘치는 똥
빼빼로데이(포키의 날)
최애 에유는 항공입니다 문제는 글 하나 쓴 적 없
뜨이따 헤다 잠은 제게 중요한 문제라...
고기의 날
장형의 아침(사실은 낮)
3기 2권 표지 그림 마피카라로 트레(가우시안블러맥임)
마츠이누와 낙엽낙엽
복스럽게 먹는게 세상에서 젤 귀여운 카라츙

여러 작업이 겹쳐서 올릴 글은 없고
요새 글 안 써지면 대신 폰낙서해서 자꾸 쌓이는 김에 올려요
-0-

Posted by 하리H( )Ri
2020. 12. 1. 06:22

픽*브(pi/xi/v)에 올렸던 거
만화 등 일본어로 된 것도 있고 슬쩍 효과를 다르게 한 것도 있어서 픽*브 먼저 올리고 티스토리에도~
https://www.pixiv.net/artworks/86021002

#おそカラ osokara log - H( )Riのイラスト - pixiv

昨年のおそカラ月間に参加したのと今まで描いたのまとめました。12月はまたおそカラ月間がありますね。楽しみだな... とにかくですね、閲覧有難うございます!3期もガンガン見ましょう!

www.pixiv.net

뭐어... 잘 그리진 않았습니다

2019년 오소카라월간 기념 만화 1812

주제가 뭐더라...

이것도 제우포세로

 금환일식 소재로 반지로 표현

 

페북의 뭔툰인가... 원출처를 못 찾겠는데 그거 트레입니다
번역본이 없었나;;; 19년 9월 21일 일본판 오카 전력 60분

좋아요 12개
@okalove_12
인스타그램 패러디에요~
오늘 점심은 카레라이스! 카라쨩💙이 만들어줬어!
#점심 #카레라이스 #좋아해

트레틀로 도전한 저스니쿠

 

마찬가지로 트레틀로 레스니트
날 뽀뽀마로 만든 슈텐아오(주청)
디*님 그림체로 왕공(왕희)
오늘 그린 따끈따끈한 항공마츠 기장부기장 카라가 두 버젼
일판 오카전력 올해판 아래 gif로 참가
춤춘다! 마살라~ 카라의 아오자이 차림이 매우... 바람직한
캔 테잌 유어 아이즈 옾 미~ 교사(국영) 오카데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 올리고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오카 지분이 굉장히 높네요 이젠 거의 오카 메인이라고 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ㅋㅋㅋ
연성하는 건 오카요 많이 보는 건 잋카요 쌓아놓은 건 쵸카요 생각하는 건 토카요 써야하는 건 쥬카인 상황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23:34

1812합작 참가작(http://18osokara.tistory.com/21)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에게 고백한다.

그런 로망을 항상 품고 있다.

품고만 있을 뿐.

한 걸음 더 나가기에는 용기가 없다.

오소마츠는, 나의 쌍둥이 형은, 어쩌면 나한테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존재니까.

오소마츠와의 거리감은 고3이 되고 나서 느끼게 되었다.

반이 달라져서일까. 우리 6쌍둥이들이 점점 멀어져서일까.

오소마츠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자들에게 장난치러 다니고,

그러다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설마, 했는데.

벚꽃이 져가는 어느 봄날 오소마츠가 웃으며 낯선 여자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와서 견딜 수 없었다.

혼자 싸매고 있는 게 그나마 나아서, 서로 서먹해진 우리 형제 사이를 좁혀볼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싸늘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겨울이 왔다.

 

*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에게 고백한다.

그런 로망을 항상 품고 있다.

품고만 있을 뿐.

한 걸음 더 나가기에는 용기가 없다.

카라마츠는 소중한 동생이다. 소중한 동생을 나는 사랑하고 있다.

결코 우애 같은 것이 아니라 연애, 연심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런 사랑.

다들 똑같은 얼굴의 6쌍둥이일 텐데, 왜 나는 녀석만을 그렇게 사랑하는지.

그 사실을 부정해보려 발버둥을 쳤다.

6쌍둥이가 아니었다면. 형제가 아니었다면.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너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나봐.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 내리기 시작한 첫눈에 너는 그런 말을 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은커녕 사랑이 뭔지조차 모르던 철없는 아이였다. 그저 눈이 길가에 쌓일 만큼 내리지 않고 흩날리는 것에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한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첫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연애 이야기로 떠들썩한 중고등학교 시절, 1년도 넘게 여자 친구와 사귀는 반 친구에게 슬쩍 물어봤었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뭐든 좋지만 둘이 있으면 행복해라는 짧고도 풋풋한 한 마디는 어째선지 마음을 울렸다. 먼저 떠오른 너의 얼굴을 고개를 흔들며 지웠다. 아니야. 그도 그럴게, 우리는 쌍둥이 형제인걸. 그야 네가 나고 내가 너인 듯 자란 우리 6쌍둥이는 함께 하면 즐겁고 서로를 잘 알아주는 사이기는 하지만... 둘이 있다고 항상 마음이 맞는 건 아니었으니까. 뭐든 좋은 건 아니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다고 해도 서로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었다. 특히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니까. 그래서 그럴지도 모른다. 다들 이유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고3이 된 우리 6쌍둥이는 서로 멀어져갔다. 나도 반이 달라졌다는 핑계로 카라마츠를 피해 다니며 더욱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녔고, 그런 나에게 한 아이가 고백한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벚꽃이 내리는 봄의 마력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카라마츠의 시선을 피한 채 그 아이와 사귀었지만, 친구 이상의 마음은 여전히 생기지 않았다.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시간은 흘러흘러 싸늘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계절이 왔다.

오소마츠 군. 고마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거 알아?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어릴 적 카라마츠가 했던 말.

들어본 것 같기도... , 곧 겨울이라 그런가? 하하핫!”

나 말야, 첫사랑은 중학교 막 들어갔을 때 부활동 선배가 정말 많이 도와줬었거든. 그 선배가 첫사랑이야. 고백하기도 전에 그 선배는 다른 선배랑 사귄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없더라고.”

....”

그 상태로 겨울이 되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첫눈이 오는 날을 기다렸어. 자기만족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첫눈이 오는 날 같은 장소에 있으면 같이 눈을 맞으면 상관없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정말 첫눈이 오는 날,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기적처럼 첫눈을 같이 맞은 셈이 됐는데. 그 때 선배는 그저 농구를 하고 있었을 뿐이지 날 알아챈 것도 아니었고, 뭔가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진 거야. 너무 바보 같았어.”

사귀고 있는 애한테서 첫사랑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 꽤 오래 사귀었네.”

그러네. 오소마츠 군이 내 고백을 받아줄 지는 생각도 못했어. 어영부영 반년이 지났네. 많은 추억은 없지만. 내가 고백해놓고 막상 진학 준비 때문에 바빴던 탓도 있지만. 오소마츠 군은, 여전히 생각중?”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서 말야~ 잘 모르겠...”

그렇구나.”

그녀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반년동안 사귀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들로 가득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솔직히, 나의 행동도 별반 바뀌질 않아 여전히 여자들한테 장난치는 걸 관두지도 못했고, 그녀는 그런 걸 그다지 나무라지 않았다. 하긴, 3학년 때였으니 이런 사람인 걸 대충 알고도 사귀자고 한 걸지도 모르지만. 왜 나를 좋아하게 됐는지 물었을 때 웃는 모습을 좋아해서라고 답했던 그녀다.

오소마츠 군, 사실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지?”

좋아한다고 듣고 싶은 거...”

나 말고 다른 사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보고 있으면 알게 되는 걸? 날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런 거 아니...”

괜찮아. 고마웠어. 내 고백을 받아준 것도. 조금 짓궂다고 생각하지만...그래도 반년동안 즐거웠어.”

“......”

어렴풋이 알고 있어. 누굴 보고 있는지. 분명 그 사람도 너를 보고 있을 거야. 내일에서 모레, 첫눈 예보가 있더라고? 누구나 첫사랑과 이루어지는 건 아닐 테고 첫사랑과 첫눈을 맞는다고 해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건 단순한 미신이겠만, 믿으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 아마 네가 보고 있는 사람은 너의 첫사랑이겠지? 그래서, 며칠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 보내주기로 했어. 고마워.”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고도 마음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 그래서 눈치 챈 걸까. 아무리 한심한 녀석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나쁜 녀석 같잖아. 그녀는 손을 꼭 잡아주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할게.”

소매로 눈물을 슥 훔치고 돌아서는 그녀를 보다, 새삼 자신이 차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에 전해진 온기를 꽉 쥐자, 별로 흔들리지 않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시 그녀를 붙잡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용기를 내서 첫사랑에게, 카라마츠에게 고백을 할 것인가. 다시 그녀가 돌아보며 웃는 표정으로 힘내라는 듯이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힘내라는 포즈를 하고선 돌아섰다. 그녀 나름의 배려 덕에, 일단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

 

편지를 썼다. 첫눈이 오면 첫사랑한테 고백한다는 마음을 벌써 몇 년이나 품어왔던가. 아침에 주워들은 날씨예보에서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첫눈이 온다는 말을 듣자, 닫아두려 애썼던 사랑이 열려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소마츠는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겠다, 그리고 애초에 형제끼리 사귄다는 게, 연애감정을 품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제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른이 될 거니까. 오소마츠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 마음을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들고 방을 나왔다. 달이 비추는 거실의 탁자 위에서 펜은 허공을 맴돌았다. 차분하게 쓰고 싶었다. 어른스럽게, 담담하게. 하지만, 잘 되지 않아서 눈물이 났다. 결국 몇 마디 쓰지 못하고 편지를 봉투에 넣고선, 마지막 미련으로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 라고 봉투에 써 놓고 들어왔다. 아침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모두가 먼저 나간 틈을 타 봉투를 쓰레기통에 넣고 집을 벗어났다. 여러 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너무도 답답했으니까. 괴로웠으니까. 첫눈이라도 올 듯 잔뜩 흐리고 살이 에이는 듯 추운 날이었다.

 

*

 

날이 잔뜩 흐려 낮에도 온통 회색빛에, 날이 제법 추워져서 이런 날이라면 눈이 올 것만 같았다. 정말, 첫눈이 오려나. 그녀가 남기고 간 말과 카라마츠에게 해야 할 고백의 말은 뒤엉켜서 오늘 하루 내내 기분이 저기압이었다. 늘상 그랬지만 형제 누구하고도 마주쳐도 제 갈 길을 갈 뿐. 오늘은 카라마츠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피해 다니기만 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그다지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던 걸까. 만약에 지금 마주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그 고민은 헛것이 된 채 학교는 끝이 나고, 카라마츠를 옥상에 불러낼까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면 관뒀다. 카라마츠는 누구보다도 먼저 하교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것은 늦은 편에 속했다. 아마 집안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겠지. 어디를 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피해 다니다, 마음을 속이고 도피하기까지 했으니까. 언제 첫눈이 내릴지 몰라 애타는 마음 반, 여전히 고백할 준비 같은 건 되지 않아 피하고 싶은 마음 반. 그렇게 일단 집에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또 나갈 거지만.”

평소 하지 않는 인사를 하며 집에 들어서도 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외출하셨나. 일단 가방이라도 두고 카라마츠를 찾으러 가볼까 하며 방에 들어갔다 쓰레기통에 편지 같은 것을 발견했다. 누구 편지지? ...

카라마츠?”

봉투 뒤편에 카라마츠라고 쓰인 편지. 수줍게 붙은 하트 스티커. 뒤집어보면 오소마츠에게.’라고 적혀있었다.

?”

무방비하게 버려진 거 보면 별 거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 쓴 편지고. 열어보니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라기보다는. 문장이 나열된 걸로 봐야할까.

 

오소마츠 좋아해

아니 사랑해

정말 오랫동안 사랑했어

가슴이 답답해

그동안 줄곧 말하지 못해서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

나는 그만하기로 했어

이 마음을 이젠 버릴게

미안해

이제 지울게

안녕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어제는 없었으니 오늘 아침에라도 버린 편지인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만두는 거야. 왜 지우려는 거야. 이제 와서 그런 마음을 가져버리는 거야. 포기하지 말아줘. 그게 아니야. 포기하지 않을게. 진짜 사랑도, 갑자기 다 떠나버리면 어떡해. 그게 아니야. 거짓 사랑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할게. 진짜 사랑을, 첫사랑을, 외면하지 않을게. 이제는 지우려 하지 않을게. 내가 먼저 말할게. 편지를 들고 뛰쳐나갔다. 정말, 거짓말처럼, 카라마츠가 집으로 오고 있었다. 꽉 차서 답답한 마음과는 달리 어색한 기류가 감싸 절로 정색하는 말투로 카라마츠 앞을 막아서고 말았다.

.”

카라마츠는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다.

카라마츠, 잠깐만.”

카라마츠 앞에 편지봉투를 슥 보여주고 만다. 이렇게나 조심성 없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 어떻게 그걸...”

그걸 그냥 방의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게 누군데. 바보 아냐.

“...읽었어?”

“...읽었어.”

“......”

저기 있잖아...”

그 순간, 카라마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에 당황하고 말았다.

어이, 카라마츠. 울지 말고...”

카라마츠는 나를 바라본다. 여태껏 피해왔던, 숨겨왔던 감정들을 다 들켜서 그런가. 간만에 그는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으면서. 그 눈길을 견디지 못해 눈을 피했다.

사귀어 줄 테니까...”

?”

좋아한다며... 그 마음 받아줄 테니까.”

카라마츠의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힌 눈이 감기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미소는, 그 표정은, 치사하잖아. 간만에 봐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예쁜 미소를 지어버리면. 그렇게 행복한 듯 웃어버리면.

“...잖아.”

?”

오소마츠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잖아?”

, 차였어. 어제.”

어제 차이고, 오늘 사랑고백하는 거야? 오소마츠는 역시 쓰레기야.”

그렇게 울먹거리며 예쁘게 웃으면서 독설을 날리는 카라마츠.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벅찬 듯 울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잠깐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자,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울보구나, 카라마츠.”

태연한 척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으면, 카라마츠는 슬쩍 내 교복의 넥타이만 잡았다.

이런 쓰레기지만, 사랑한다며.”

카라마츠는 어정쩡하게 나의 옷깃을 잡을 뿐 안겨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뭐랄까. 어떻게, 이제 우리 사귀는 거야?”

“......”

편지로 사랑하는 걸 그만두겠다면서 녀석도 덥석 사귀자고 답해버리다니.

우리는 너무나도 바보 같다.

 

*

 

어정쩡한 상태로 집 앞에서 우린 한참을 서 있었다. 날은 춥고, 흐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입을 열었다.

그럼, 연인이 됐으니까 하고 싶은 거 있어? 한동안 서로 말도 안 했으니까 좀 어색한데... 한 번에 거리를 줄여버려? ...”

...”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늘어놓은 장황한 말을 가르고 답이 돌아왔다.

잡아줬으면...하는데...”

...”

카라마츠가 오른손을 내밀면, 나는 왼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집 앞에 있기는 뭐하니 일단 걸었지만, 손만 잡았지 카라마츠는 나와 최대한 떨어져선 나의 시선을 피했다. 뭐냐고. 그렇게 말없이 걷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자연스레 카라마츠가 가는대로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긴장해서 그런가. 카라마츠의 손은 유독 차가웠다. 공원의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곳에 다다라서는 그가 멈췄다.

오소마츠. 따뜻하네... 손이...”

슬쩍 나를 보며 카라마츠는 뺨을 붉게 물들이고선 말을 건넸다. 부끄러워서였나. 내 쪽을 보지 않은 건.

손 정도는 어릴 적에는 실컷 잡았잖아? 한 발 앞으로 나가보자고?”

농담따먹듯 말을 던지면 손을 꼭 움켜쥔 채 카라마츠는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부끄럽다고...나중에 하자...”

나중에? 뭔가 하고 싶은 건 있구나?”

그만해... 부끄럽다고 했잖아. , 그렇지만...”

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가운 것이 마주잡은 손에 닿았다. , 하고 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도 너를 따라 하늘을 보면 어느새 하얀 눈송이가 내리고 있다.

오소마츠, 기억해?”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 말 하려고 했는데.”

어제 차이면서 들었던 말.”

왜 그런 말을 들으면서 차여. 이상하잖아.”

그러게. 이상하네.”

원래는, 첫눈이 오면 첫사랑과 같이 맞으며 고백할 셈이었는데...고백을 먼저 하고 이루어지고... 그러고 첫눈을 맞는 셈이 됐네...”

어쩌면 이미 고백한 거 아닐까? 나한테 그 말을 했을 때. 몇 살 때였나... 첫눈 올 때 나한테 말했잖아. 그게 고백 같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

새삼 깨달았어. 네가 몇 년을 첫사랑을 쌓아온 건지. 그 첫사랑이 나라서 고마워.”

오소마츠는 어때. 첫사랑이...”

나도, 너였거든.”

잡은 손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나도 오랫동안 첫사랑을, 이 마음을 쌓아 왔나봐. 카라마츠, 사랑해.”

손을 놓고 너를 안고 입을 맞춘다.

너는 놀란 눈을 하지만 저항 없이 나의 박자에 맞추고.

첫눈이 내리고 두 사람의 첫사랑이 이어지는 기적의 순간.

차가운 세계에서 온기가 오가는 속에서.

두 사람의 어깨에 눈이 쌓일 때까지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았다.

 


후기

"원내용 짤 때만 해도 로맨틱했는데 생각하다 미루다보니 뭔가 이상한 이야기가 된 듯한... 1812에 대한 사랑이 전해졌을까? 1812의 사랑이 전해졌을까? 조금 의구심을 가지면서... 결국 마감일에 써서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풋풋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18세 커플링, 오소마츠는 연애경험이 있고 카라마츠는 없는데 둘이 첫사랑이라는 설정을 넣으면서 음흉하게 웃으며 시작했었죠! 그리고 결과물. 합작에 많이 참여해보지 않았던데다 워낙 설정만 짜고 미루기대장이라 완성만 해도 다행이라고 안심해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음... 다른 분들의 멋진 작품들을 기대하며...합작 열어주신 른른이님과 합작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후기 마칠게요! 앗 후기 너무 길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23:09

베니마츠 합작 참가작(https://redpinkmatsu.tistory.com/4)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 있지 않아?

그래서 높은 데 올라가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고,

괜히 식칼을 들어 팔목에 생채기를 내보기도 하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잔뜩 모아서 먹어보려다 게워본 적도 있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에 뛰어드려는 충동을 느껴보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아보기도 하고...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

죽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과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

용기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헤매던 어느 날,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

이 어중간한 삶의 경계에서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놀리듯, 나의 삶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겨우 찾아낸 희망에서 끌어내려져, 죽음의 세계로.

더 이상은 돌아갈 수 없는, 삶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채워진 채로.

 

"이봐."

"왜 그러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그럴 수 없다고 얘기했을 텐데. 수백 번은 족히 말이야."

"그렇다면 수천 번 이야기 해야지. 들어줄 때까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녀석은 입을 다문다.

저승길을 안내하는, 내 막내동생 토도마츠의 얼굴을 한 이 녀석은 바케타누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둔갑술이 특기인 너구리요괴였던가. 녀석은 너구리 모습은커녕 꼬리조차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머리 위에 얹어지다 못해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나뭇잎만이 어렴풋이 이 녀석의 정체와 눈앞의 토도마츠가 가짜라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녀석은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도 토도마츠와 비슷한 건지, 비슷하게 꾸며내는 건지. 나를 홀리려 드는 건지, 나를 괴롭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더 가야 끝나?"

"얼마나? 글쎄. 오소마츠 형이 더 잘 알지 않을까?"

"토도마츠 흉내는 그만둬. 진짜 화낼 거니까."

"화를 내면? 여기서 화를 내서 뭘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어딘지 모를 저 끝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다는 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얘기했는걸."

"관두자..."

이 말도 안 통하는 길동무와 함께 저승의 어딘가에 다다라야 한다니. 다다르기는 하는 걸까. 그보다 난 몰라도 이 녀석도 벌을 받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포기한 채 길을 걸었고, 녀석은 토도마츠의 모습을 한 채로 내 옆을 따라왔다. 길은 가지만 남아 앙상한 나무들이 늘어선 곧은 길. 그 외에는 모래만이 흩날리는 살풍경. 텅 빈 세계에 둘만이 걷고 있을 뿐이다.

 

부지런히 걸어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는 어느 날. 나무에는 푸른 잎이 돋다 못해 무성해져 모래먼지뿐인 하늘조차 가려버린 숲속이 되었다. 숲이 되자, 길동무는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요괴는 말이지, 이런 규칙이 있어. 생명의 세계에서 뛰놀고 싶다면 그만큼 일하라고. 저승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하면 영혼이 가진 죄에 따라 요괴를 불러들여 짝을 지어줘. 저번에는 알코올 중독? 그런 거 때문에 자기 식구를 죽인 사내를 주탄동자가 술을 잔뜩 먹이고 쥐어짜가면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주더라니까! 방망이에 거의 으깨지다시피 하던 영혼의 꼴사나운 모습, 정말 볼만했지. , 그런 주탄동자도 내 앞에 오면 부끄러워서 술 권유나 하고 말거든. 헤헷."

뭔가 얘기할 맘이 생긴 건가?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

"이 숲이 보이면 곧 도착한다는 의미거든. , 그냥 숲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그동안은 모래 속이라서 기분이 나빴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지금은 들어주나, 토도마츠의 얼굴 그만둬 달라는 거."

"그건 어려워."

"어째서."

"이 모습은 말이야, 네가 원해서 하는 모습이거든."

"...내가?"

". 네가 죽기 전에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의 모습."

"......"

죽기 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는 짓이나 말투까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지 않아?"

" '토도마츠'가 나와 비슷한 녀석인 거 아닐까? 있을 법 하잖아."

"기분 나쁜걸."

"나도 그래,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도 아직 말 안 했잖아. 왜 여기 오게 됐는지, 그러니까 왜 죽었는지."

"...차 사고였어. 운 나쁜. 나는 몇 달 전에 내 쌍둥이 동생들을 차 사고로 잃었거든. 나만 기적적으로 살았는데, 결국에는 나도 차 사고로 죽는 운명이었던 거야. 그 때 말야, 토도마츠가 날 구하고 죽었어. 안전벨트는 언제 푼 건지, 내 안전벨트를 잽싸게 풀고 문을 열어 날 힘껏 밀었어. 급경사로 브레이크가 먹히지 않아 가드레일을 뚫고 추락하는 차 속에 토도마츠가 날 보고 있었어. 난 차도 위로 날려져갔고, 차는 그대로 폭발해버렸지."

"헤에. 그리고 차 사고로 또 죽었다고?"

"파란불이었을 텐데, 재수가 없었어. 맹렬히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에 치여서 즉사. 대단하지."

"기적 같은 건 없는 거 아냐? 그 정도면. 의미 없잖아."

"아냐. 그때 나는 살고 싶었어. 살고 싶어서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었어. 길은 멀었지만, 발걸음이 안 떼졌지만, 나의 희망이 이야기했어. 살아달라고."

"희망?"

". 희망."

"그거 대단하네. 그보다 오소마츠 형.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없어?"

"무슨 거짓말. 그보다 넌 토도마츠도 아니..."

"동반자살이잖아."

말문이 막혔다.

"브레이크 사고였다니까."

"일부러 고장 냈잖아. 드물게도 오소마츠 형이 운전하겠다고 한 그 순간부터 위화감이 있었어."

"무슨 소릴..."

"알고 있었어. 형이 죽고 싶어 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는 하나니까 다 같이 죽어야 한다 생각한 것도."

"......"

"형은 우리를 태우고 끝내주는 경치를 보러 가자고 했어."

"우리라니. ..."

"그날이 자살 실행일이구나. 깨달아 버린거야, ."

"토도마츠."

"정확히는 난 '토도마츠'는 아냐. 다만 그 녀석과 계약을 했어."

멍하니 그를 쳐다보는 나를 개의치 않고 녀석은 떠든다.

"나는 '토도마츠'의 영혼을 먹었다. 대신, 네가 여기 저승에 오게 되면 내가, 아니 토도마츠가 길안내를 하는 것으로 약속했지. 널 꼭 만나고 싶다면서. 널 꼭 자기 손으로 데려가고 싶다면서. “

그런...“

그러니까 나의 말은 토도마츠의 말이기도 한 거야. 흉내 같은 게 아니야. 토도마츠의 영혼이 오소마츠 형에게 하는 말인 거니까.“

토도마츠.“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마. 그런 상태의 형을 눈치 채고도 누구한테도 막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 여차하면 내가 뛰어들 생각만 가득했어. 어째서였냐고 묻지마. 내 눈에는 오소마츠 형만 들어왔으니까. 형이 우리 모두와 같이 죽고 싶다고 해도 난 형이 살아주길 바랐으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형은 비슷한 이유로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형을 데리러 오는 건 내가 맡고 싶었어.“

왜 그런 거야. 왜 알고도 나를 막지 않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구해버린 거야. 왜 추락해가는 너의 입모양이 사랑해였던 거야. ......“

형을 쭉 좋아했어. 아니, 사랑했어. 형제보다는 깊은 의미로 사랑해버렸어. 그래, 그래서 말인데, 더 물어봐도 돼? 왜 죽고 싶어 했던 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이미 죽어버렸잖아.“

그래도.“

그렇다면...그 희망이란 건 뭐야. 죽고 싶어했던 형을 다시 살고 싶게 해준 희망 말이야. 우리를 다 죽이고도, 형에게 쥐어준 그 희망은 또 뭐냐고. 나로는 안 됐던 거잖아...나로는...“

 

미안해. 너의 사랑이 보통의 형제애와는 다르다는 거, 눈치 채고 있었어.

하지만, 나의 그건 너와는 다르더라.

그게 무섭더라.

나는 형제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눈치채버린 너의 감정은 우리 형제를 무너뜨릴 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거야. 그 사랑이 제법 오래됐다는 것도. 그걸 나는 무시한 채로 버텼지만, 너무 힘들더라. 모두의 장남이라는 기대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제가 가진 감정에 대답을 해줄 수 없더라.

날로 우울해졌어.

날로 죽고 싶어 졌어.

형제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어.

우린 늘 하나잖아?
그러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지고 있던 짐을 그날의 사고, 아니 사건으로 인해 벗어던질 수 있게 된거야.

내 목을 조여왔어.

나 혼자 살아남았단 죄책감이.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더 이상 장남도 아니게 되었지.

너의 사랑에 답할 이유도 없게 되었어.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며 너희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는 너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거야.

 

오소마츠 형, 형이 이 편지를 읽는다는 건 내가 멀리 떠났거나, 혹은 죽었거나겠지?

정말 마지막으로 이 편지로 내 감정을 마무리하려고.

형은 눈치 채고 있을까?

은근 그런 거 잘 눈치 채잖아.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렇지만 역시 난 고백할 용기가 안나.

그리고 형 역시 나를 사랑할 기미가 안 보여.

그래서 마음을 접으려고 해.

그래도 말야, 그건 형 탓이 아니야.

무엇이든 형 탓이 아냐.

형이 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놔도 돼.

내가 용서할게.

그래서 내가 떠나기로 했어.

형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오소마츠 형, 아니 오소마츠.

많이 사랑했어.

늘 행복해.

토도마츠가.

 

그 편지를 읽고, 나는 그동안 너희를 떠나보내고 흘리지 못한 눈물을 쏟으며 울었어.

그리고 토도마츠의 나를 향한 감정은 진지했고, 진지하게 매듭지으려 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지. 그래서 결심했어. 이미 사라져버린 너를 위해서, 나 행복하게 살겠다고. 그래서 우울증에서부터 벗어나려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 나는 죽어버렸지.

 

토도마츠의, 바케타누키의 손에 잡혀 목을 졸리며, 나는 토도마츠에게 하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못할 말을 떠올렸다가 지운다. 뭘 편해지려 했던 거야. 평생 지고 살았어야 할 죄인걸.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을 만큼 느끼는 고통 속에서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부탁이...있어.“

무슨 부탁?“

내 영혼도 먹어줘. 토도마츠의 흉내를 내는 너에게 해 봤자인 말들이야. 토도마츠에게 제대로 전하고, 용서를 빌겠어. 감정에 대한 답도 하겠어. 그러니까.“

바케타누키의 힘이 풀리고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너희는 이제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릴 뿐이거든.“

상관없어.“

난감하네. 저승 길동무 역할. 영혼을 2개나 먹어버려선 한동안은 눈치 좀 보고 살아야겠군. 지상에서 주탄동자에게 술이나 받도록 할까. 그래, 그렇게 해서 전할 수 있다면야, 마음대로 하셔.“

바케타누키는 나를 집어올려 삼켰다. 그 안에는 토도마츠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다 끌어안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17:34

할로윈마츠 합작 참가작(vegaseven7.wixsite.com/happymatsuweendyota/blank-7)

 

떠들썩한 거리 사이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두 개의 바람. 호박 머리의 유령과 호박으로 온통 장식된 에어바이크를 탄 남자의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은 사람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뒤쫓던 호박 바이크가 맹렬하게 부딪히려하자 호박 머리의 유령은 정말 유령인 것만 같은 빠른 속도로 방향을 틀었으나 뒤집어쓰던 하얀 천이 펄럭이며 조그만 에어바이크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주황색과 보라색의 사탕들이 후두둑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와아! 엄마! 저기 저 유령이 사탕 다 떨어뜨려! 뜨릭 오어 뜨릿! 맞지?"

"원래는 할로윈에 유령이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고 위협하면 아이 무서워 하면서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거야. 저 유령은 반대로 자기가 사탕을 주네?"

유령이 흩뿌린 사탕을 주워든 사람들은 껍질을 까서 입에 쏙 넣어보았다. 달콤하고 진한 호박의 맛... 이에 쩍쩍 달라붙는 끈적거림... 그렇다. 호박머리 유령은, 아니 호박을 뒤집어 쓴 오소마츠가 행복하게 할로윈을 보내는 파티피플들에게 날리는 호박엿이었다. 따하하핫! 하고 웃는 소리와 함께 몸과 바이크를 감싼 흰 천을 벗어던지고서 오소마츠는 속도를 내서 쌩하니 도망갔다. 엿은 바이크에서 줄줄이 아래로 아래로 날려졌다. 흰 천은 그를 뒤쫓던 호박장식 바이크를 탄 사내, 카라마츠의 얼굴을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뒤덮으며 카라마츠의 몸뚱아리를 축제의 한바탕 속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만들었다. 

"오~소~마~츠~으~ 진짜 가만 안 둔다!"

정작 들을 사람은 쌩 가버리고 두 사람의 즉흥쇼인가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째 카라마츠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시간은 1년 전으로 돌아가, 오버기어국의 할로윈 퍼레이드를 틈타 이야미의 사기극을 밝히고 오소마츠의 누명을 벗기는 일을 해낸 6쌍둥이들. 그러나 수배자가 되고 난 후 오소마츠의 막나가는 행보 탓에 오소마츠는 누명 이외에도 몇 군데에서 지명수배되었다. 그걸 이용해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잡아 현상금을 받고 오소마츠는 탈출하는 것으로 우애와 가정의 생계를 동시에 지켜내는 그런 삶의 반복. 그러나 오소마츠에게 처음으로 'Dead or Alive', 즉 생사는 묻지 않는다는 조건의 수배가 내려진 후 그런 삶은 끝났다. 누구보다도 빨리 오소마츠를 잡아서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을 카라마츠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향해 뻗쳐오는 잔혹한 손길이 자기한테도 몇 번 향해오자 아무리 바보같고 머리가 빈 그라도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도망비용을 뜯긴 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하자, 돌아가서 동생들하고 의논을 해보자는 것 뿐이었는데.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고선 도망가버렸다. 어느새 카라마츠가 챙겨둔 연료통을 들고 튀었다. 그 뒤로 일 년 동안, 두 사람의 술래잡기가 이어져왔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할로윈, 고향이 아닌 어딘가의 축제 속에서, 두 사람의 쇼타임이 싱겁게 끝나서 아쉽다는 듯 다시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와 허리를 붙잡은 채 한숨을 길게 쉬었다. 어쩌자는 거냐, 오소마츠. 이대로 가다간 가족들 품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때마침 이치마츠가 달아준 무게 감지 자동 제공 모드로 전환된 에어바이크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받은 카라마츠에 얼굴에 엷은 썩소가 띄워졌다.

이곳은 바닷가에 세워진 나라. 이름은...뭐 그게 중요한가. 오소마츠는 바닷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호박머리를 쓴 채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때때로 지나가는 꼬마들에게 달려가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나 사탕을 뜯어냈다가도 주머니에 넣어둔 호박엿을 답례로 건네주었다. 뭐, 다 엿먹으라지. 너희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이정도 분풀이는 해도 되지 않음? 기껏해야 엿 날리는 거 뿐이라고? 폭탄이나 세균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기껏해야...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으니 잡아와라. 그 수배령 이후 오소마츠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었다. 뭐, 자신이 일으킨 일이니까. 별 거 아닌 일이고, 언젠가는 갚으려 했고, 제대로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는데!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신을 뒤쫓아 온 카라마츠가 자신과 착각당해 같이 노려진다는 것. 그동안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오소마츠의 잽싼 움직임이나 장난질에 놀아나 떨어져나갔건만 죽여도 좋다는 조건이 붙으니 독한 녀석들이 붙어버렸다. 자기 목숨을 바칠 생각은 없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동생들 목숨이 노려지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동을 일으켜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알리고 줄곧 도망쳐왔는데... 카라마츠의 끈질긴 추격에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보리라 결심한 오소마츠였다. 바다를 건너서 도망간다고 그를 추적하는 자들이 떨어져나갈지는 모르지만, 지켜야 할 동생들이 있는 카라마츠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복잡한 마음으로 다다른 벼랑 끝. 생사의 기로에서 잔혹하고도 상냥한 선택을 오소마츠는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도 호박탈은 답답한 채였고 그의 마음도 얹힌 채였다. 

해는 순식간에 져서 까맣게 된 풍경을 오소마츠는 터덜터덜 걸었다. 들은 대로라면 조각배와 등불을 바다에 띄우는 퍼포먼스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 틈을 타 소란을 피우고 바다를 건널 결심을 하느라 오소마츠는 다시 바닷가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이런 형이라서 말야. 적어도 너희들이 다치는 일은 없도록 이 형아 노력할 테니까. 바다를 무사히 건널지 어떨지도 모르는 도박을 위해 머리에 쓰고 있던 호박탈을 벗어던지고 이미 띄워진 조각배들 사이로 바이크를 타고 들어가 그 중 하나에 몸을 숨겼다. 적당히 흘러갈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어서 여차하면 등불이 띄워질 때 불이라도 지르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이 근처를 벗어나 바다 건너로 움직여 볼 생각이었지만, 말만 그럴듯한 대책없는 계책일 뿐. 배에 누워서 축제의 등불로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에 마음을 뒤흔들릴 뿐이었다. 조각배와 등불 띄우기 퍼포먼스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에워싸오는 등불빛이 그를 더 심란하게 만드는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해피 할로윈이다제! 이런 날은, 으응~ 밀리언 할로윈! 하항!"

요란한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첨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호박 가면의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흰 쫄쫄이가 딱 달라붙어 몸매와 튀어나올 데가 다 드러나는 몸뚱아리와 안쓰러울 만큼 반짝거리는 펄블랙 망토를 걸친 채 나타난 카라마...

"할로윈 가면 등장! 오늘이란 날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세라비!" 

잔뜩 안쓰러운 멘트를 날리더니 카라...아니 할로윈 가면은 첨탑에서 뛰어내렸다. 타이밍에 맞춘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호박 장식이 꾸며진 바이크에 안착했다. 바이크에 확성기를 달고 그는 공중을 뱅그르르 한 바퀴 돌고선 짐칸에서 사탕과 종이같은 것을 꺼내 흩뿌렸다. 기묘하고도 크리스마스의 산타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매혹적인, 안쓰럽고도 기괴한 가면의 사나이. 사탕과 함께 흩뿌려지는 어느 틈에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서머 가면과 할로원 가면의 브로마이드. 마녀 분장을 한 꼬마에게 200 써머...가 아니라 할로윈! 늑대처럼 울부짖는 꼬마에게 50 할로윈! 을 외치는 쓸데없이 변태같은 히어로였다. 

"허가받지 않은 공중 퍼포먼스는 금지입니다! 당장 여기로 내려오세요!" 

어느새 경비병들이 할로윈 가면을 잡을 테세를 하고 몇 명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래를 열심히 둘러보다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것 같을 뿐일까. 순식간에 그는 위로 솟구치더니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어이! 지명수배자 오소마츠! 들리나! 신나고 즐거운 할로윈을 망쳐놓은 죄를 물어, 이 할로윈 가면이 처단해주겠다!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주먹 한두 대로는 끝나지 않을 거 알아둬라!"

서머 가면...아니 할로윈 가면 컨셉은 어디다가 내팽개친 거냐고. 카라마츠의 선언에 당황했지만 오소마츠는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포기할 뻔한 나약한 스스로에게 맞서기로 했다.

"어이! 호박 뒤집어 쓴 변태 자식! 너야말로 어디 수배되서 벌금 물어야 할 수준 아냐? 여기 있다고! 너 따위한테 잡힐까 보냐아아아!"

있는 힘껏 외친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카라마츠가 멈칫하다 하하하핫!하고 통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유넘치는 그의 모습이었건만 오소마츠는 어쩐지 그가 주먹만은 긴장한 듯 꽉 쥐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병들이 어느새 그의 주위를 포위하자 카라마츠는 더 높이 솟아올랐다가 무언가를 뿌리며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졌다. 폭죽들이 터지며 추락하는 그의 궤적을 빛냈다. 경비병들이 대피하는 동안 카라마츠는 바다 한가운데로, 오소마츠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오소마츠가 탄 조각배가 흔들거렸다. 카라마츠는 조각배 위로 옮겨탔다.

"어금니 꽉 물어라, 오소마츠."

몸을 비틀어 힘껏 날린 오른주먹에 오소마츠는 조각배 끝으로 날려졌다.

"아프잖아, 새꺄!"

"가만 안 두겠다고 했잖아. 하여간..."

"그보다 그 호박 가면 벗지?"

"싫다. 아직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땀인지 눈물일지 모르는 액체가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그의 턱선에 살짝 흘러내렸다.

"오소마츠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어떤가? 화려하게 할로윈 비치를 물들여보자고! 하항!"

그런 건가. 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날 구하러 온 거구나. 날 붙잡으러 온 거야. 떠나지 말라고. 안쓰럽고도 상냥한 히어로 놀이였어.

"폭발 속에서 우리의 자취를 감춘다, 맞지?"

"감춘다 정도가 아니다. 죽는 거지."

"응?"

"데드 엔드다, 오소마츠!"

"아니, 카라마츠 너 미쳤냐?"

"훗, 광기의 할로윈이 되겠군."

할로윈이 아니라 제삿날이 되잖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짐칸에서 이것저것 던져댔다. 아까도 쓴 폭죽, 사탕, 빌어먹을 브로마이드,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진짜 죽일, 아니 죽을 셈이야?"

카라마츠가 미쳤어. 1년 동안 날 쫓는다고 미쳐버렸나? 아니, 그래도 사실 1년 내내 나랑 매일 마주치며 쫓아온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온 결과가 이거라고? 아니, 아니지. 오소마츠의 당혹감에도 아랑곳않고 주변에는 폭발과 불꽃이 연신 터졌다.

"훗, 나의 애마와는 여기까진가. 굿바이, 마이 로시난테."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걱정마라. 이치마츠에게 확인해둔 바로, 오소마츠의 바이크는 심지어 물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까."

"무슨 소리..."

"바이크를 잡고 바다로 뛰어드는거다제! 후와아아아..."

가면을 벗어던진 카라마츠의 얼굴은 눈물과 땀 범벅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잡는 허세. 다행이네,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너는 어쩌고? 네 거 안 타는 거지?"

"뒤에 태워주면 되잖아. 기껏 구해주러 왔더니 버리고 갈 셈이었어?"

"에에..."

"둘 다 죽은 것으로 위장해서 여길 빠져나가는 거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어서 바다로 뛰어들자고, 브라더!"

오소마츠의 등을 꼭 끌어안은 카라마츠의 온 몸이 떨려서, 아 이 녀석 허세나 부리고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오소마츠는 용기를 냈다.

"이판사판이다!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오우..."

바다로 뛰어드는 두 사람을 태운 바이크 뒤로 히어로물에서 터질 법한 폭발이 멋있게 터졌다. 꼴사나운 서로의 히어로는 결사의 작전에 목숨을 맡긴 채 바닷 속으로 잠겼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는 바이크를, 서로를 놓치고 가라앉았다. 이대로 바다 위로 떠올랐다간 불길과 폭발에 휘말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인가,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카라마츠의 눈에 희끄무레한 것들이 헤엄치는 광경이 들어왔다. 이내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바다에 인접한 나라에서 열리는 화려한 축제.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바다에 조각배와 등불을 띄워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의식이자 축제의 피날레. 올해는 그것이 한층 화려하게 치뤄졌다. 아니, 기적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등불과 배와 폭죽이 터져나가 붉은 불길이 바다와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는 위로 자그마한 하얀 빛들이 솟아올랐다. 불길은 사그라들고 거리의 등불들도 모조리 꺼지더니, 하얀 빛들이 빛이 사라진 거리의 새까만 밤을 채워 별처럼 빛났다. 아마도 정말, 죽은 넋들이 방문했던 것 아닐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떠나가거린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만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라는 듯이. 하안 빛들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지나더니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바다 위의 불길을 제외한 나머지 빛들은 거짓말처럼 다시 켜졌다.

다음날 아침,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해변가에 바이크 하나와 얼굴이 꼭 닮은 두 사람이 널부러져 있었다. 먼저 눈을 뜬 오소마츠는 떠오르는 해가 눈부셔 찡그린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깨웠다. 꿈이야 생시야. 볼을 잡고 쭉 늘이자 아야얏! 하며 카라마츠가 정신을 차렸다.

"아파?"

"아픈게 당연하지! 꿈인지 아닌지는 네 볼로 확인하라고, 오소마츠!"

"헤헷. 쵸로마츠같은 말 한다, 카라마츠."

"어쨌건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어."

"아니아니, 무모한 건 너였잖아? 진짜 죽을 뻔 했다고?"

"아마 어제 소동으로 널 쫓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네가 죽어서 불탔을 거라 생각하겠지. 내가 일으킨 작은 소동도 죽어버렸으니 책임을 안 물을 거라고. 퍼펙트한 플랜이었다! 석세스!"

"너 무섭다고. 그리고 나는 살아있는 거 들키면 다시 쫓겨다녀야 한다고?"

"흐흥~ 그건 걱정마라, 오소마츠. 어제 쥬시마츠의 연락으로 그 건은 해결됐다고 했으니까."

"에엥? 어떻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가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군. 네가 안 갚고 튄 금액을 갚으면서 말이야."

"그거 꽤 컸다고? 뭐 이 카리스마 레전드에게 걸리면 한방이지만."

"조금이라면서! 오소마츠의 거짓말 탓에 알아보러 갔던 나도 봉변당했다! 덕분에 겸사겸사라곤 해도 뼈빠지게 현상금 사냥꾼 노릇 하느라 힘들었어. 지친다고."

"그 돈 네가 갚은 거?"

"다들 드라마틱한 수입은 없으니까. 부탁한다고, 장남. 이야미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으니 이제 고향에서 빈둥거리기나 하라고."

"장남 기대치 낮아!"

"그동안 힘들었던 거 이해하니까. 뭐 다들 힘들었지만, 걸리는 구석이 없어야 마미와 대디를 찾으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 좀 쉬라고."

"상냥하네에, 카라마츠."

"쥬시마츠가 그랬거든. 다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고. 모두의 형 노릇을 좀 하는 거 뿐이다."

"자, 그럼 돌아갈... 어라... 바이크 고장났다."

"기차표 사서 타고 가지 뭐. 그게 집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테니. 그 전에 잠시만. 젖은 옷은 말려야겠지."

오소마츠가 먼저 옷을 벗자 카라마츠가 품에서 라드를 꺼냈다. 알몸에 질척하게 발리는 돼지 기름! 당황하는 오소마츠를 어느새 줄로 꽁꽁 묶은 채, 카라마츠는 상쾌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카라마츠!"

"훗, 결국 붙잡았다제. 생사불문 말고도 한 건, 해결 안 된 게 있으니. 나의 로시난테를 잃은 값은 받아야겠다고, 오소마츠?"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의 사기 콤비.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 23:49

#카라마츠사변5주년 #사변카라5주년

3기 시작 후 벌써 4화 방영(일본 기준)을 앞둔 시점, 카라마츠 사변과 나름대로 1,2기와 극장판을 지나온 여섯쌍둥이에 대한 생각을 녹여봤습니다. 

 

 

이맘때의 바닷물은 차디 차다. 해가 중천을 지나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따뜻하다못해 뜨거운 햇볕이건만, 살짝 발을 담그면 여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됐다는 듯 차갑다못해 저려오기까지 한다.

“추워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너도 참 제멋대로라니까. 자꾸 이렇게 하나둘 딴짓하다보면 늦어져서 저녁 먹을 시간을 못 맞춘다고.”

“아…알았다, 쵸로마츠. 마미의 밥을 놓친다는 건 투 배드하…”

“꼭 그렇게 쓸데없이 한 마디씩 더 넣는다니까. 이래서야 원,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겠네.”

“쵸로마츠 형도 말이지. 평소에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어른인 척 굴지만 현실은 휴지마츠잖아?”

“휴지마츠 소리 하지마! 휴지휴지 트라우마라고 정말…”

트라우마인가. 그야 트라우마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놀림감이 제대로 찍혀서는 쵸로마츠는 절찬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늘리고 있는 터였다.

“아아, 그러세요? 한번 육둥이에서 강판되신 막내 토도마츠 씨?”

“육둥이 강판이 뭔데? 정말 어이없어. 갑자기 외국인 데려오거나 한다고? 미친 거 아냐? 그리고 우리 얼마 전에 단체로 육둥이 강판됐었거든? 나만 그런 거 아니니까!”

토도마츠도 저때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톳티는 두 번째 강판이잖아. 우리랑은 좀 다르지.”

“꼭 그렇게 후벼파야 속이 시원해? 어두운 양 코스프레하는 노멀 사남 주제에. 그런 캐릭터 잡으면서 실은 나보다 더 주변에 어리광부리고 있는 거 아냐? 학생 시절까지는 잘 해왔으면서 말이지. 어두운 척 떡밥 뿌리기 같은 거, 완전 깨거든?”

“학생시절 운운하지 말라고! 여전히 그때 내 모습 생각하면 지옥같거든… 죽고 싶을 정도로.”

이치마츠는 자주 죽고싶다는 말을 하고는 하지. 죽인다는 말도 세트로 하지만은..

“아하하! 무슨 폭로전인 거야? 야구? 야구하는 거?”

“폭로전인 걸 인식한 상황에서 야구를 끼워넣는 거냐고, 쥬시마츠… 너도 말이야 이래저래 컨셉인 거 아냐?”

“보웨에-!”

그냥 종종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가 맞는지 의심되는 쥬시마츠. 애초에 일란성이고 쌍둥이고 뭐고 인간인지도 의심이 가서 여전히 무서울 때가 있다.

“어이! 동정들! 자기들끼리만 재밌게 노는 거야? 형아도 끼워줘~!”

“닥쳐, 망할 장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 몰라? 최고봉 구정물 주제에.”

“이 형아는 구정물이든 쓰레기든 다 괜찮거든~ 어차피 너희들도 다 똑같으니까. 6쌍둥이인걸.”

이렇게 말하는 오소마츠도 사실은 혼자 남겨지면 외로움으로 힘들어한다는 걸 토토코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뭐, 형아의 마음씨처럼 넓은 바다에서 솔직하게 뭐든 부딪혀보라고. 우리들 개그만화 등장인물이니까 몇 번 죽고 심한 꼴 당하고 서로서로 죽이고 해도 멀쩡하게 부활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간관계도 멀쩡히 돌아오잖아? 거기서 웃길 것 같은 부분만 건져올려져 꾸준히 쓰이는 새로운 설정이 돼버리는 거지. 휴지마츠처럼.”

“하? 또 예시가 그거야? 진지한 척 또 놀리려고…”

“지금까지 이어져서야, 쵸로마츠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지. 헤헤헤…”

“아, 형이 간만에 멋진 소리 좀 하려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서운한 거 다 떨치고 들어가게. 모처럼 경마에서 따서 당일치기지만 기차여행에 점심까지 제대로 쐈으니까 말야.”

“왜 하필 오늘이고 왜 하필 바다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방에서 모여서 얘기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그다지 서운한 것도 내게 서운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드라이해… 드라이하다고, 톳티.”

“어제 봤어! 오소마츠 형아가 새벽에 혼자 보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거든.”

“에에… 몰래 보고 있었는데 들킨 거?.”

“그런 걸 왜 새벽에 혼자 봐?”

“간만에 혼자 감동적인 것 보려 그랬다, 왜.”

“누가 DVD 내용물을 바꿔놓은 걸 빌렸나 보지. 오소마츠 형이 그런 걸 빌렸을 리가.”

“들켰나~ 뭐, 재밌게 봤으니까 아무래도 좋아.”

오소마츠의 눈길이 카라마츠를 향한다. 

“카라마츠는 뭐 얘기 할 거 없어?”

“훗, 나는 브라더들을 모두 사랑하고 있으니까. 서운한 건 낫띵, 제로다.”

“아, 아파아파아파. 또 갈비뼈 부러질 뻔했다.”

“하여간, 시간이 지나도 카라마츠 형은 안쓰러운 발언을 하네.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개똥마츠니까 말이지.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잖아. 모두들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줄곧 백수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동정도 못 떼고.”

“쵸로마츠 형아도 포기했나봐. 아하하.”

“아니거든. 멋대로 포기시키지 말아줄래. 언젠가는 탈출할 거니까.”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오늘 저녁밥은 뭘까~”

힘들었던 것, 괴로웠던 것은 모두 이 바다에 흘려보내고 다시 시작해 보는거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장식하듯 서로를 끌어안으며 감동의 라스트 신. 우리네 인생은 개그만화일지언정 드라마틱하지는 않기에, 그저 줌 아웃으로 우리의 모습이 바다의 풍경에 지워져갔다.

 

백수들의 기지, 마츠노 가의 평범한 저녁시간, 조금 특별한 식사. 소고기를 구워먹으며 모두들 투닥거리는 듯 보였지만 카라마츠가 있는 쪽에는 은근슬쩍 고기가 밀려들어왔다. 카라마츠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기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절로 배어나오는 육즙의 농후함, 고소함과 감칠맛, 풍부함이 뒤섞인듯 질서정연하게 카라마츠의 혀에 닿아 미각을 깨우고는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짧은 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 이런 작은 행복이 줄곧 변화라고는 없는 인생에 스며들어 삶을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 복잡한 생각은 잠시나마 맛있게 익어가는 소고기의 향에 묻힌다. 후식으로는 달콤하고 맛있는 배. 쥬시마츠가 배 꼬치를 만들어 카라마츠에게 건네주면, 카라마츠는 기쁘게 받아들며 맨 위에 꽂힌 배를 와앙하고 물어서 쏙 뺴낸다. 살짝 끈적하면서도 과즙을 머금은 배가 아삭, 아삭하며 잘게 잘게 부서져가면 달콤함은 사라지고 작은 구슬이 뭉친 듯한 조직감이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합주는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하나만이 남게 되었지만, 그 독주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그날도 언제나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지. 우리가 변화하는 걸, 성장하는 걸 버리고 미루며 정체된 지 수 년이 지난 그 날. 어릴 적부터 제법 험한 꼴을 당하기로는 상위권이었던 카라마츠는 그를 그나마 만만하게 본 치비타에게 찍혀 외상대금에 대한 인질로 잡혀버렸다. 발끝을 에는 바다의 감촉, 얇은 파자마 사이사이를 거센 바닷바람이 스치고, 영문도 모른 채 밧줄에 꽁꽁 묶여 뜨거운 어묵에 가볍게 화상을 입는 일 같은 건 카라마츠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개그 만화의 흐름상 종종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거기에 익숙해져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그나마 납치범이 소꿉친구인 치비타니까 살짝 방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유괴사건보다는, 유괴사건에 대한 형제들의 냉대가 더 힘들었지. 한밤중에 온갖 집기에 맞아서 죽어버렸으니까. 아삭, 아삭, 쩝, 쩝. 배가 입속에서 잘게 부서진다. 단맛이라곤 사라져버린 배를 카라마츠는 되새김질하며 오래도록 먹고 있었다. 밤이 되면 오늘도 여전히 커다란 이불을 펴서 여섯이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베개싸움이나 레슬링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눕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껄껄 웃고 있거나 하는 왁자지껄한 언제나의 밤이다. 조금 피곤하군, 하고 카라마츠는 먼저 드러누워 잠들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신경쓰이지 않던 주변의 소리들이 잠을 방해해오지만, 눈을 다시 뜰 생각은 없었다. 카라마츠는 잠드는 대신 그날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5년이면 아주 길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지만. 그러고보면 우린, 아니 난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다지 변한 게 없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변한다는 것은 아픔을 동반하는 일이니까. 자신을 바꾸려다 새긴 상처의 아픔을 우리는 알고 있잖아. 그래서 줄곧 뒤로 미루고 안으로 구겨넣으며 변하지 않으려는 거야.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나이만 어른이 돼버린지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폼을 잡고 허세를 부리며, 눈을 가리고선 피해버리며,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형제들에게 외면당해 깊이 패인 상처조차 천 한 장 덧대고 대충 메우고선 다 나은 척 햐면서 변하지 않은 자신을 연기한다. 흉이 지다못해 썩어버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없는 흔적을 없는 셈 치며 살아가다가도 이렇게 문득 끄집어내면 괴로워하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릴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다. 떠들썩한 일상 속에서 잊어버릴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무쌍한 매일매일을 맞이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오늘 밤만은 슬퍼해도 될까. 오늘 밤만은 괴로워해도 될까. 이제 그만, 그때의 나와 제대로 마주해도 될까. 용서해도 좋으니까. 원망해도 좋으니까. 솔직해질 수 있게 해줘. 변해도 괜찮으니까. 변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성장통은 달게 받을 테니까. 그러나 마음을 아무리 꺼내봐도 더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만 가고 있었다.

“카라마츠.”

눈을 뜬 카라마츠의 주위를 형제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수건을 든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이나 목덜미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고, 이치마츠가 찬물이 든 바가지에 수건을 적시고 짜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부채질을, 토도마츠는 미니 선풍기를 들고 카라마츠의 열을 식힌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 위쪽에 앉아 카라마츠를 응시한다. 

“감기라도 걸린 거? 차가운 바닷바람 좀 맞았다고 그런 건가? 오늘은 좀 무리었나~”

“날도 춥기야 했지만, 카라마츠 자기 맨발을 바다에 담그더라니까. 자업자득이야. 이 날씨에 뭐한 거냐고.”
“됐어... 그 녀석 바보니까.”

“그럼 부채랑 선풍기는 치울까? 그런데 땀이 이렇게 나는데?”

“열도 좀 있으니까, 대신 이마 쪽에만 틀어줘. 쥬시마츠 형, 형이 선풍기 들어. 따뜻한 차 좀 가지고 올게.”

“미안해.”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뭐가. 감기 걸린 게 네 탓은 아니잖아.”

“그렇지. 갑자기 바다 가자고 졸라댄 오소마츠 형 탓이지.”

“에, 아까는 카라마츠보고 자업자득이라더니.”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나쁜 거거든?”

“아하하하! 내가 낫게 해줄게!”

“쥬시마츠...네가 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니까 관둬…”

“알겠슴다!”
“카라마츠 형도 바보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오늘은 특별 서비스긴 하지만~ 얼마나 형제들끼리 서로를 끔찍이 챙기거나 하겠어. 다들 섬세함이라곤 없는 멍청이들 뿐인데.”

“은근슬쩍 형들을 디스하지 말아줄래? 그냥 뒀다 옮으면 좀 그러니까 그래.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또 그 레이카인가 하는 아이돌 일이겠지.”

“냐쨩이거든. 그만 좀 외워라.”

“뭐, 이런게 우리들 아니겠어.”

“하아?”

“서로 상처주고 짖궂게 지내고. 그러다가도 같이 웃으며 즐겁고. 모두들 우리를 똑같다고는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아. 결국은 서로를 하나부터 여섯까지 다 아는 건 아니고, 20년 넘게 살면서 우리들 마음속은 똑같은 부분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많아졌지. 그러니까 혼자 끌어안지 말아줘, 카라마츠. 미안하다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돌아가며 심한 꼴 당하고 장난치고 그래왔잖아. 저마다 거기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네가 느낀 마음을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우린 서로를 너무나도 모르니까.”

오소마츠의 말과 함께 방 안의 시간은 멈췄다. 카라마츠만이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른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표정을 지었을 때, 오늘 하루가 잔상처럼 눈앞을 스쳤다. 

“편해지자고, 카라마츠. 뭣하면 나부터 얘기할까. 맞다, 그때 말이야. 쵸로마츠 취직 사건.”

“남의 그나마 좋았던 일을 사건 취급하지 말아줄래? 나도!  휴지마츠라든가 갈색머리라든가 사과해줬음 좋겠거든?”

아까의 토도마츠 말이 떠올랐다. 굳이 바다 같은 데가 아니라도, 방에서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마음이 좀 열린 것 같은 건 방금 전에야 깨달았던 오늘의 형제들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 카라마츠의 열로부터 시작된 진심 털어놓기 이야기는, 서로가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피곤함에 휘둘리면서도 어렵게 꺼낸 그날의 감정은 제대로 전달된 건진 의문으로 남지만, 조금은 수면으로 건져올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 날 새벽 나는 꿈을 꾸었다. 유괴소동과 형제들이 집어던진 집기에 얻어맞은 탓에 생긴 상처가 욱신욱신거렸다. 붕대에 머리와 팔과 다리가 감싸진 채, 내가 없이 다섯 형제가 행복한 표정으로 걷는 모습을 보며 절규하는 내가 있다. 그 장면은 이윽고 넓게 펼쳐진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점이 되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아픔은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쪼그라든 점을 누군가가 내 가슴에 갖다 대었다. 내가 줄곧 가라앉던 바다는 나의 눈물로 만들어진 듯, 내가 흘린 눈물이 바닥을 적셔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지면에 제대로 몸을 붙이고 있다. 따뜻하지만은 않지만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고서 일어서면 감겨 있던 붕대와 함께 환상통은 사라져갔다. 마음이 여전히 쿡쿡 쑤시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메우느라 곪아버린 상처의 고름을 짜낸 채 패인 상처에 새살이 돋고 있다. 그래. 이걸 아픔이라고 하는거야.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