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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10 [이치오소] 그림엽서의 봄
2016. 4. 10. 00:43
이번엔 BGM도 가져왔습니다.


-오소른 전력 60분 「망상」 참가작(http://twitter.com/OsoRight_60/status/718794733791752193)

-소재는 Aqua Timez의 그림엽서의 봄(絵はがきの 春)에서 가져왔어요.

원곡은 첨부할 수가 없어서 음원사이트서 한번 들어보시고 이건 조금 빠르게 변형된 버젼인 거 같네요. 자꾸 듣다 보니 이게 원곡 속도였나 좀 헷갈림.
가사는 이 쪽에서(http://hun2two.blog.me/40141271073)

-이치오소; 청춘시대물; 캐붕은 언제나; 형제가 아니라는 설정





링- 띠링-

핸드폰의 수신음이 울렸다. 고양이 스트랩을 단 핸드폰을 집어든 이치마츠의 손은 조금 떨렸다.

「여어-이치마츠 군! 이런 거 찾아버렸어~ 그립네~」

문자메시지와 함께 첨부된 사진 속에는 중학교 시절 그대로 어른으로 자란 오소마츠의 얼굴과 엽서 한 장이 찍혀 있었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가끔 연락 오더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그 연락조차 끊겼던 오소마츠였다. 한 3년 쯤 되었나...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보내오는 것도 오소마츠답다면 오소마츠다웠다. 저 엽서는 틀림없이 직접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서 보낸 엽서다. 수채화로 마음가는대로 벚나무를 그렸는데 기쁘게 받아줬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업실을 나서 방에 들어가 중학교 졸업앨범을 뒤적거린다. 3학년 A반. 우연히도 성이 마츠노로 같아서 출석번호가 나란히, 사진도 옆에서 찍었던 오소마츠. 그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활짝 웃은 얼굴을 보자니 중학교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반 배정에서 자신의 이름 밑에 똑같은 마츠노를 보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마츠노 오소마츠'인가. 뒤에 붙은 마츠까지 나와 비슷해서 웃음이 나왔다. 

"마츠노 이치마츠 군?"

그때 누군가 등을 툭 두드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순간,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오는 조금 무례한 녀석. 그게 오소마츠와의 첫 만남이었다.

"에, 누구..."

"마츠노 오소마츠! 참고로 널 알고 있는 건 학교에 걸려 있는 그림을 봐서라구? 옆에 사진도 붙어있었고 말이야."

묻지도 않은 걸 잘도 얘기한다. 그만큼 조금 수다스러워 보이고 장난기가 넘쳐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고로 잘 부탁해, 이치마츠 군!"

처음부터 이름으로 막 부르는 구나.

"나야말로 잘 부탁해, 마츠노 군."

"마츠노 군이 뭐야, 섭섭하게. 같은 마츠노니까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그럴게."

우연인지 이름이 비슷한 오소마츠와는 엮이는 일이 많았다. 출석번호가 연달아 있어서 처음부터 앞뒤로 앉는다거나  당번을 같이 한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까지. 뒷자리에 앉은 오소마츠는 종종 수업중에 졸다가 공책 좀 보여달라고 나를 찌르거나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거나 했다. 귀찮지만, 그럼에도 싫지 않은 기분으로 공책을 빌려주거나 수학 문제를 알려주거나 하며 오소마츠와는 조금씩 친해졌다. 이치마츠는 조금 예민한 구석이 있어서 다른 반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 비해 오소마츠는 밝고 친화력 좋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카리스마 아이돌이라는 표현답게 리더쉽도 있어서 반의 중심이 됐다. 그런 오소마츠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이치마츠는 그저 이름이 비슷할 뿐인 오소마츠에게 조금씩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 마음은 조금씩 커져서, 여름방학이 되어서는 방학동안 오소마츠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데 아쉬움을 품게 되었다. 오소마츠를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고...이런 생각들을 늘어놓으며 미술부실에서 석고상을 데생하고 있었다.

'아. 이런게 사랑...인가?'

조금 충격이었다. 

'아니, 지금 이게 첫사랑인데. 에, 그러니까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한다고? 남자를?'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다른 부원들은 이치마츠가 당황해하는 걸 보지 못한 모양인지 연필 사각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보고 싶다,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고교 수험으로 바쁘려나.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방학이 지나면 2학기엔 또 어색해져버릴지 모르니까. 이치마츠의 머릿속은 눈 앞에 있는 캔버스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점심 때가 되어 부활동은 파했다. 운동장을 뱅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이치마츠의 등을 누군가 툭 쳤다. 

"누구..."

"나, 오소마츠!"

오소마츠가 방학 때 학교에 있다. 오소마츠는 귀가부, 즉 부활동이 없어서 굳이 학교에 올 일이 없을텐데...

"심심해서 학교로 놀러와버렸습니다~ 누구 없나 했는데 이치마츠가 있어서 다행이네."

이치마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오소마츠가 말을 꺼냈다.

"기껏 내가 학교까지 왔다구~ 수다라도 떨다 가지 않을래?"

배는 조금 고팠다. 하지만 아까 깨달아버린 오소마츠에의 감정은 그보다도 더 컸다. 지금 오소마츠를 놓치면, 정말로 2학기가 되서야 만날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따라 운동장 한 켠의 그네 쪽으로 갔다.

오소마츠는 빨간 그네에 앉아서 발을 굴렸다. 이치마츠는 초록 그네에 앉아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 군은...고등학교 어디 수험칠 지 정했어?"

한참을 우물대다 말을 꺼냈다.

"으음..."
오소마츠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이사를 갈 예정이라 적당히 그 근처 고등학교를 가게 되겠지?"

"...이사 가?"

"응. 아버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꽤 떨어진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수험에 대해 정해놓은 건 없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오소마츠와 같은 학교를 갈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소마츠는 떠나버리는구나.

"좀 아쉽네, 기껏 여기서 친해진 녀석들이 많았는데."

방학 때 잠깐 보지 못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2학기가 끝나면, 졸업해버리면, 오소마츠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두려워졌다. 오소마츠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깨닫고 나서 바로 이별의 때를 생각해버려야 한다니. 머릿 속이 뒤엉켰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오소마츠 군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있어?"

갑작스레 말이 튀어나왔다. 이치마츠는 고양이마냥 놀란 채 입을 틀어막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글쎄-AV에 나오는 누님들은 좋아하긴 하는데-"

오소마츠 답달까, 갑자기 AV이야길 꺼내다니. 틀어막은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갔다.

"그러는 이치마츠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역공을 당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걸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야.

"그,그,그것은 제쳐두고 말이야."

"왜에?궁금한 데 말이지, 이치마츠 군-"

오소마츠는 그네에 앉아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치마츠를 재촉했다. 아, 이젠 모르겠다. 이것도 저것도.

"손 잡아도 돼?"

"뭐야 그 뜬금없는 대답은."

"잔말말고."

"좋아."

오소마츠가 팔을 쭉 내밀어 손을 이치마츠의 무릎에 갖다 댔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잡았다.

'따뜻하다.'

오소마츠의 손이 따뜻해서 조금 꽉 쥐다가, 문득 자기 손이 차갑다고 느낀다.

"이치마츠 손은 시원하네. 여름에 더운데 마침 잘 됐다."

오소마츠는 잠깐 팔을 빼더니 이치마츠의 앞에 쪼그려 앉고 두 손을 내밀었다.

"자아~잡아줘."

이치마츠는 망설이다가 오소마츠의 손을 덥썩 잡았다. 손에 퍼져가는 온기를 느끼며 자기의 진심을 얘기하고 싶어졌지만, 오소마츠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니 입이 도통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순간이자 영겁의 시간이 갔다. 방학때도 꺼놓지 않았는지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시종이 교정에 울려퍼졌다. 

"자, 이제 가봐야겠네. 이치마츠, 배고플텐데 나 때문에 점심 떄 놓쳤으려나."

"...그렇지 않아. 오소마츠도 돌아갈거야?"

"학교에 계속 있다가는 아마 쪄 죽을걸. 여름이니까."

그렇게 오소마츠와는 작별 인사를 했다. 집 방향은 정반대. 오소마츠의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장이 두근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중3의 2학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험으로 바쁜 녀석들 속에서 오소마츠는 조금 허전해보였다. 이치마츠의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고 커져만 갔지만 여름날, 손을 잡은 이후로는 일상적인 대화만이 오갔을 뿐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아마 거기서 더 나아갔다고 해도 곧 맞이할 이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걸로 됐다며 혼자 마음을 삭혔다. 수험도 끝나고, 졸업을 앞두고서 이치마츠는 엽서 크기의 도화지에 벚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마음가는대로 그린 벚나무 그림이 쌓여갔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이치마츠는 붓을 물통에 꽂고선 엎드려서 오소마츠를 생각했다.

조금만 일찍 오소마츠를 만났더라면...

 

어딘가에 교실에서, 오소마츠와 다시 마주한 새로운 교실.

「안녕, 오소마츠.」라며 인사를 건네는 아침. 사랑스러운 너의 얼굴을 보며, 너도 날 사랑해줬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인사하자마자 넌 손을 마주대어주어서, 너의 온기가 내 차가운 손에 닿아 기분이 좋다. 이런게 너와 체온을 나눈다는 걸까.

방과 후 너는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해 줄까.

「이치마츠 군, 우리 봄을 찾으러 가볼까?」

「영문을 모르겠네.」

「내가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 둘만이 봄을 만끽해보자고.」

너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의 언덕을 향하는 나의 심장 박동. 너에게도 분명 전해지겠지. 

너는 춤추듯 바람을 따라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를 안내한다.

요정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 도착했어! 어때, 여기가 나의 비밀 장소.」

거기에는 거짓말같이 커다란 벚나무가 서 있었다. 벚나무 아래에서 코 밑을 비비며 밝게 웃는 너가 있었다.

아마 꿈이겠지 이건. 이렇게 아름다운, 이 세상에 없을 거 같은 풍경을 내가 볼 리가 없잖아.

 

드르렁.

코 고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깨버렸다. 하, 하릴 없는 망상을 해버렸네. 다만 마지막의 풍경은 잊히질 않아서, 그 풍경을 열심히 도화지에 옮겨 담았다. 오소마츠의 모습도 넣어서. 드디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손에 넣고서 뒤에는 한 자 한 자, 마음을 들였지만 그 말은 진부할 뿐인 잘 지내라는 이야기를 적어서 졸업하는 날 오소마츠에게 주었다.

"에에~이거 설마 나야?"

"응..."

"내 매력을 담기엔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그래도 벚나무 예쁘고, 고마워 이치마츠."
"나아먈로."

"소중히 간직할게!"

소중히 간직한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이걸로 된 거야. 이치마츠는 그 엽서를 전한 걸로 자기의 첫사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멀리서 같은 달을 보거나 할 지도 모르지만, 연락이나 좀 나누다 잊혀지겠지.

잘 가, 내 첫 사랑.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 뒤에 다른 사랑도 해봤다. 그래도 이 문자를, 이 사진을 보면 떠올릴 수밖에 없잖아.

「오랜만이네, 오소마츠 군. 아직도 그런 거 간직해주고, 고마워.」

이치마츠는 졸업앨범을 닫고서 오소마츠에게 답을 보낸다. 이젠 너무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그 그리운 마음을 담아서 전하고 싶다. 물론 이런 딱딱한 단문으로는 그런 게 전해지지 않겠지만. 송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신음이 울린다.

「나 지금 중학교 근처에 와 있는데 아직도 근처에 살고 있다면 오지 않을래? 학교 뒤쪽에 굉장한 풍경을 봤거든.」

첨부 사진에는 학교가 보이는 언덕, 그리고 흩날리는 벚꽃잎.

또 다시 수신음이 울린다.

「이치마츠 군이 그려준 벚나무랑 닮아서 꼭 같이 보고 싶어.」  

문자를 보고선, 이치마츠는 차림새를 신경쓸 틈도 없이 학교 뒤 언덕으로 달렸다.

 

오소마츠,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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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력 시간 오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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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