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오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11.29 [토도오소] 길동무
  2. 2016.02.29 [토도오소]밤벚꽃
2020. 11. 29. 23:09

베니마츠 합작 참가작(https://redpinkmatsu.tistory.com/4)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 있지 않아?

그래서 높은 데 올라가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고,

괜히 식칼을 들어 팔목에 생채기를 내보기도 하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잔뜩 모아서 먹어보려다 게워본 적도 있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에 뛰어드려는 충동을 느껴보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아보기도 하고...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

죽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과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

용기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헤매던 어느 날,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

이 어중간한 삶의 경계에서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놀리듯, 나의 삶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겨우 찾아낸 희망에서 끌어내려져, 죽음의 세계로.

더 이상은 돌아갈 수 없는, 삶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채워진 채로.

 

"이봐."

"왜 그러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그럴 수 없다고 얘기했을 텐데. 수백 번은 족히 말이야."

"그렇다면 수천 번 이야기 해야지. 들어줄 때까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녀석은 입을 다문다.

저승길을 안내하는, 내 막내동생 토도마츠의 얼굴을 한 이 녀석은 바케타누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둔갑술이 특기인 너구리요괴였던가. 녀석은 너구리 모습은커녕 꼬리조차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머리 위에 얹어지다 못해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나뭇잎만이 어렴풋이 이 녀석의 정체와 눈앞의 토도마츠가 가짜라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녀석은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도 토도마츠와 비슷한 건지, 비슷하게 꾸며내는 건지. 나를 홀리려 드는 건지, 나를 괴롭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더 가야 끝나?"

"얼마나? 글쎄. 오소마츠 형이 더 잘 알지 않을까?"

"토도마츠 흉내는 그만둬. 진짜 화낼 거니까."

"화를 내면? 여기서 화를 내서 뭘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어딘지 모를 저 끝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다는 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얘기했는걸."

"관두자..."

이 말도 안 통하는 길동무와 함께 저승의 어딘가에 다다라야 한다니. 다다르기는 하는 걸까. 그보다 난 몰라도 이 녀석도 벌을 받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포기한 채 길을 걸었고, 녀석은 토도마츠의 모습을 한 채로 내 옆을 따라왔다. 길은 가지만 남아 앙상한 나무들이 늘어선 곧은 길. 그 외에는 모래만이 흩날리는 살풍경. 텅 빈 세계에 둘만이 걷고 있을 뿐이다.

 

부지런히 걸어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는 어느 날. 나무에는 푸른 잎이 돋다 못해 무성해져 모래먼지뿐인 하늘조차 가려버린 숲속이 되었다. 숲이 되자, 길동무는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요괴는 말이지, 이런 규칙이 있어. 생명의 세계에서 뛰놀고 싶다면 그만큼 일하라고. 저승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하면 영혼이 가진 죄에 따라 요괴를 불러들여 짝을 지어줘. 저번에는 알코올 중독? 그런 거 때문에 자기 식구를 죽인 사내를 주탄동자가 술을 잔뜩 먹이고 쥐어짜가면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주더라니까! 방망이에 거의 으깨지다시피 하던 영혼의 꼴사나운 모습, 정말 볼만했지. , 그런 주탄동자도 내 앞에 오면 부끄러워서 술 권유나 하고 말거든. 헤헷."

뭔가 얘기할 맘이 생긴 건가?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

"이 숲이 보이면 곧 도착한다는 의미거든. , 그냥 숲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그동안은 모래 속이라서 기분이 나빴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지금은 들어주나, 토도마츠의 얼굴 그만둬 달라는 거."

"그건 어려워."

"어째서."

"이 모습은 말이야, 네가 원해서 하는 모습이거든."

"...내가?"

". 네가 죽기 전에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의 모습."

"......"

죽기 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는 짓이나 말투까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지 않아?"

" '토도마츠'가 나와 비슷한 녀석인 거 아닐까? 있을 법 하잖아."

"기분 나쁜걸."

"나도 그래,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도 아직 말 안 했잖아. 왜 여기 오게 됐는지, 그러니까 왜 죽었는지."

"...차 사고였어. 운 나쁜. 나는 몇 달 전에 내 쌍둥이 동생들을 차 사고로 잃었거든. 나만 기적적으로 살았는데, 결국에는 나도 차 사고로 죽는 운명이었던 거야. 그 때 말야, 토도마츠가 날 구하고 죽었어. 안전벨트는 언제 푼 건지, 내 안전벨트를 잽싸게 풀고 문을 열어 날 힘껏 밀었어. 급경사로 브레이크가 먹히지 않아 가드레일을 뚫고 추락하는 차 속에 토도마츠가 날 보고 있었어. 난 차도 위로 날려져갔고, 차는 그대로 폭발해버렸지."

"헤에. 그리고 차 사고로 또 죽었다고?"

"파란불이었을 텐데, 재수가 없었어. 맹렬히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에 치여서 즉사. 대단하지."

"기적 같은 건 없는 거 아냐? 그 정도면. 의미 없잖아."

"아냐. 그때 나는 살고 싶었어. 살고 싶어서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었어. 길은 멀었지만, 발걸음이 안 떼졌지만, 나의 희망이 이야기했어. 살아달라고."

"희망?"

". 희망."

"그거 대단하네. 그보다 오소마츠 형.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없어?"

"무슨 거짓말. 그보다 넌 토도마츠도 아니..."

"동반자살이잖아."

말문이 막혔다.

"브레이크 사고였다니까."

"일부러 고장 냈잖아. 드물게도 오소마츠 형이 운전하겠다고 한 그 순간부터 위화감이 있었어."

"무슨 소릴..."

"알고 있었어. 형이 죽고 싶어 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는 하나니까 다 같이 죽어야 한다 생각한 것도."

"......"

"형은 우리를 태우고 끝내주는 경치를 보러 가자고 했어."

"우리라니. ..."

"그날이 자살 실행일이구나. 깨달아 버린거야, ."

"토도마츠."

"정확히는 난 '토도마츠'는 아냐. 다만 그 녀석과 계약을 했어."

멍하니 그를 쳐다보는 나를 개의치 않고 녀석은 떠든다.

"나는 '토도마츠'의 영혼을 먹었다. 대신, 네가 여기 저승에 오게 되면 내가, 아니 토도마츠가 길안내를 하는 것으로 약속했지. 널 꼭 만나고 싶다면서. 널 꼭 자기 손으로 데려가고 싶다면서. “

그런...“

그러니까 나의 말은 토도마츠의 말이기도 한 거야. 흉내 같은 게 아니야. 토도마츠의 영혼이 오소마츠 형에게 하는 말인 거니까.“

토도마츠.“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마. 그런 상태의 형을 눈치 채고도 누구한테도 막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 여차하면 내가 뛰어들 생각만 가득했어. 어째서였냐고 묻지마. 내 눈에는 오소마츠 형만 들어왔으니까. 형이 우리 모두와 같이 죽고 싶다고 해도 난 형이 살아주길 바랐으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형은 비슷한 이유로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형을 데리러 오는 건 내가 맡고 싶었어.“

왜 그런 거야. 왜 알고도 나를 막지 않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구해버린 거야. 왜 추락해가는 너의 입모양이 사랑해였던 거야. ......“

형을 쭉 좋아했어. 아니, 사랑했어. 형제보다는 깊은 의미로 사랑해버렸어. 그래, 그래서 말인데, 더 물어봐도 돼? 왜 죽고 싶어 했던 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이미 죽어버렸잖아.“

그래도.“

그렇다면...그 희망이란 건 뭐야. 죽고 싶어했던 형을 다시 살고 싶게 해준 희망 말이야. 우리를 다 죽이고도, 형에게 쥐어준 그 희망은 또 뭐냐고. 나로는 안 됐던 거잖아...나로는...“

 

미안해. 너의 사랑이 보통의 형제애와는 다르다는 거, 눈치 채고 있었어.

하지만, 나의 그건 너와는 다르더라.

그게 무섭더라.

나는 형제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눈치채버린 너의 감정은 우리 형제를 무너뜨릴 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거야. 그 사랑이 제법 오래됐다는 것도. 그걸 나는 무시한 채로 버텼지만, 너무 힘들더라. 모두의 장남이라는 기대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제가 가진 감정에 대답을 해줄 수 없더라.

날로 우울해졌어.

날로 죽고 싶어 졌어.

형제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어.

우린 늘 하나잖아?
그러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지고 있던 짐을 그날의 사고, 아니 사건으로 인해 벗어던질 수 있게 된거야.

내 목을 조여왔어.

나 혼자 살아남았단 죄책감이.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더 이상 장남도 아니게 되었지.

너의 사랑에 답할 이유도 없게 되었어.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며 너희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는 너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거야.

 

오소마츠 형, 형이 이 편지를 읽는다는 건 내가 멀리 떠났거나, 혹은 죽었거나겠지?

정말 마지막으로 이 편지로 내 감정을 마무리하려고.

형은 눈치 채고 있을까?

은근 그런 거 잘 눈치 채잖아.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렇지만 역시 난 고백할 용기가 안나.

그리고 형 역시 나를 사랑할 기미가 안 보여.

그래서 마음을 접으려고 해.

그래도 말야, 그건 형 탓이 아니야.

무엇이든 형 탓이 아냐.

형이 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놔도 돼.

내가 용서할게.

그래서 내가 떠나기로 했어.

형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오소마츠 형, 아니 오소마츠.

많이 사랑했어.

늘 행복해.

토도마츠가.

 

그 편지를 읽고, 나는 그동안 너희를 떠나보내고 흘리지 못한 눈물을 쏟으며 울었어.

그리고 토도마츠의 나를 향한 감정은 진지했고, 진지하게 매듭지으려 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지. 그래서 결심했어. 이미 사라져버린 너를 위해서, 나 행복하게 살겠다고. 그래서 우울증에서부터 벗어나려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 나는 죽어버렸지.

 

토도마츠의, 바케타누키의 손에 잡혀 목을 졸리며, 나는 토도마츠에게 하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못할 말을 떠올렸다가 지운다. 뭘 편해지려 했던 거야. 평생 지고 살았어야 할 죄인걸.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을 만큼 느끼는 고통 속에서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부탁이...있어.“

무슨 부탁?“

내 영혼도 먹어줘. 토도마츠의 흉내를 내는 너에게 해 봤자인 말들이야. 토도마츠에게 제대로 전하고, 용서를 빌겠어. 감정에 대한 답도 하겠어. 그러니까.“

바케타누키의 힘이 풀리고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너희는 이제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릴 뿐이거든.“

상관없어.“

난감하네. 저승 길동무 역할. 영혼을 2개나 먹어버려선 한동안은 눈치 좀 보고 살아야겠군. 지상에서 주탄동자에게 술이나 받도록 할까. 그래, 그렇게 해서 전할 수 있다면야, 마음대로 하셔.“

바케타누키는 나를 집어올려 삼켰다. 그 안에는 토도마츠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다 끌어안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9. 12:19

갑자기 쓴 이야기

어제 본 풍경이 정말 예뻤습니다.

따라서 답지 않은 동화체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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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어느새 다 가는 2월 말. 벌써 꽃샘추위라는 말이 오르내릴 정도로 최근 며칠 동안엔 따뜻했습니다. 아직 꽃들이 피지는 않았지만 새싹은 몇 개 본 것도 같습니다.

 

'이제 봄이 오는 걸까?'

 

토도마츠는 입고 나갈 옷을 고르며 생각합니다. 날씨는 맑음, 방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조금 따스합니다. 그동안 추워서 입지 못한 봄옷을 꺼내들고 토도마츠는 거울 앞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역시 이 옷이 좋겠어!'

 

기분에 따라 옷을 차려입고 봄을 준비하러 1층으로 나섭니다.

1층 거실에는 자신과 얼굴이 꼭 닮은 형제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명 있습니다. 토도마츠는 여섯 쌍둥이의 막내. 쌍둥이인데 형제들에게 일일이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형제들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으니까요.

 

"토도마츠, 어디 나가?"

 

장남인 오소마츠가 웬일로 불러 세웁니다. 토도마츠는 조금 귀찮음을 느낍니다. 오소마츠는 조금 참견하는 버릇이 있어서, 용건을 간단하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물고 늘어집니다.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니, 토도마츠는 그냥 행선지를 이야기합니다.

 

"응. 근처 쇼핑몰에서 옷이라도 살까 하고 말이야."

 

"헤에-여자애라도 만나는 거 아니고?"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옷차림을 훑어보고는 떠보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런 게 기분 나쁘다고 토도마츠는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몇 번 이야기를 했지만 오소마츠의 그 표정은 좀처럼 바뀌질 않거든요.

 

"겨울엔 기회가 없어서 연락처 받은 애가 없거든요!"

 

조금 짜증내는 투로 내뱉고선 토도마츠는 재빠르게 현관을 빠져나와 집 밖으로 나섭니다.

 

'뭐야. 겨울에는 별 핑계 다 대가며 집에 묶어두더니 여자애라도 만나냐고 떠보다니.'

 

이번 겨울, 유독 오소마츠는 토도마츠를 자기 옆에 두려고 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든지, 오늘은 춥다든지, 형아 외롭다든지...20살 넘어서 할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가장 고만고만한 막내라도 잡아서 놀아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장남이 우스우면서도, 그런 투정을 부릴 때 어딘가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숨을 한 번 쉬고 상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여섯 쌍둥이라고는 해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만큼 서로 죽이 잘 맞는 형제는 없거든요.

 

'이젠 봄이 왔으니, 형도 조금은 밖으로 나돌겠지. 원래는 집돌이도 아니었으면서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집에만 박혀있었을까, 오소마츠 형.'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보니 오소마츠에게 짜증낸 채 나온 게 조금 후회됩니다. 그래도 오소마츠는 담아두는 것 없는 바보니까 괜찮을 거라며 토도마츠는 자기위로를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쇼핑몰 앞입니다.

 

여기는 봄. 형형색색의 봄옷들이 쇼핑몰 곳곳에서 꽃 핀 듯 진열되었고, 쇼핑몰 한가운데에는 봄이 왔다는 듯 모형 벚꽃나무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직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이르니까, 오늘 느끼는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모형 벚꽃나무 아래서 셀카를 한 장 찍어봅니다. 오늘도 귀여운 얼굴로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이후에는 정신없이 쇼핑몰을 휘젓고 돌아다닙니다. 봄나들이에 어울릴 듯한 모자나 편하면서도 지금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 운동화, 아침 조깅할 때 입을 운동복, 미팅이라도 잡는다면 입고 나갈 수 있는 포인트 있는 셔츠...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화려한 옷가지들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물론 관심이 가는 알바생에게 번호를 따는 것도 잊지 않고요. 꽃밭과도 같은 쇼핑몰 내부에서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다니다 조금 쉬어볼까 생각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와. 엄청 구름이 꼈는데?"

 

"비...아니 눈이 흩날린다! 오늘 날씨 도깨비 같네."

 

토도마츠는 바깥을 돌아봅니다. 과연, 아까까지 감돌던 봄기운은 어디로 가고 잿빛 하늘에 눈 알갱이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오늘 옷은 얇게 입고 왔는데...'

 

슬슬 돌아가 보지 않으면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더 추워질지 모릅니다. 옷을 여러 개 껴입고 집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그러면 꼴이 이상할 거 같아 토도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추운 건 싫은데, 그래도 지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만 앞서지만 쇼핑몰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때마다 들어오는 한기에 발을 쉽게 내딛지 못합니다. 어쩌면 좋을까 하고 발만 동동 구릅니다.

 

"토도마츠!"

 

어디선가 토도마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기와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습니다.

 

"형아가 와줬다궁! 고맙지?"

 

토도마츠는 대답 없이 오소마츠의 행색을 봅니다. 늘 그렇듯 빨간 파카에 목도리만 두르고 온 대충 온 차림입니다. 화려한 쇼핑몰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추위에 덜덜 떨며 돌아왔을 자신을 생각하니 고마웠습니다.

 

"조금 꾸미고 오지 그랬어."

 

"잠깐 데리러 온 건데 그럴 것까지 뭐 있어.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눈이 쏟아지길래 놀라서 온 거니까."

 

사실 토도마츠가 나가기 전에 오소마츠는 오늘 날씨가 추워질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이 맴돌았다가 저렇게 딱딱하게 얘기하는 토도마츠가 조금 얄미워져서 다른 얘기를 꺼냈는데, 이렇게까지 추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자, 우산 쓰고 가자, 토도마츠"

 

오소마츠가 자기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토도마츠에게 둘러줍니다. 오소마츠의 온기가 토도마츠의 목에 전해져서 아까까지의 한기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당장의 따뜻함에 토도마츠는 기뻐했지만, 그 뒤 눈에 들어온 오소마츠의 휑한 목 주변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소마츠 형은 괜찮아?"

 

"집까지 금방 가는걸. 신경 쓰지 마. 너 입을 걸 가지고 나온다는 걸 깜빡해서 목도리밖에 줄 게 없었거든."

 

역시 형은 바보입니다. 걱정이 됐다는 주제에 옷가지도 챙겨 나오지 않은 하나만 생각하는 바보.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으니 밖에 나가지 않은 것도 추위를 피할 좋은 방법을 그것밖에 못 떠올린 걸지도 모릅니다. 오소마츠의 벌벌 떠는 표정을 보면서 토도마츠는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는 새, 다행히도 눈이 그칩니다.

 

"휴, 눈이 그치니까 좀 낫네."

 

"추운 건 똑같은걸 뭐, 얼른 걸어가자 형."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어둑어둑해진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갑자기 오소마츠가 멈춰섭니다. 입술이 조금 파래진 채 오소마츠는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토도마츠, 저것 봐."

 

오소마츠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립니다.

 

"어라?"

 

거기에는 벚꽃이 핀 나무가 한 그루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봐봐."

 

"아."

 

자세히 보니 벚꽃 나무가 아니라 아까 쌓인 눈이 살짝 얼어서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거였습니다. 눈이 쌓이기 전에는 겨울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앙상한 나무였는데, 눈과 빛의 조화로 밤벚꽃처럼 보인 겁니다.

 

"우와...신기하네. 봄인 줄 알았는데 겨울 날씨, 겨울인줄 알았는데 봄 풍경이 딱 펼쳐져 있잖아."

 

"그러...켈록...게...켈록"

 

오소마츠가 기침을 내뱉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풍경을 담아두고 싶다는 듯 오소마츠는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네, 바보 형이니까.'

 

토도마츠는 오소마츠가 그 풍경을 더 눈에 새길 수 있도록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순간이 오랜 추억에 남았으면 하하고 생각합니다.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끌어안고, 자신의 볼을 비볐습니다. 파래진 입술도 다시금 붉어질 수 있도록 입술도 가만히 맞댔습니다. 오소마츠는 처음엔 조금 놀라더니 입술을 좀 더 내밀고선 토도마츠를 안아줍니다.

 

이번 겨울동안 보낸 시간, 그리고 겨울의 끝에 맞이한 밤벚꽃까지 해서 둘의 추억은 아마 오래도록 남아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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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체 어려워! 오글거려! 우와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동화를 읽은지도 오래되서 동화체가 뭔지도 모르는 게 함정

 

써놓고 보니 이거 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그냥 요새 베니마츠가 좋아져서 썼을 뿐

 

어제 본 눈 쌓인 나무가 밤벚꽃같아서 좋았는데 묘사력 완전 없어!!!!!!!!!!!!!크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

 

이런 쓰레기를 내놔서 죄송합니다.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