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1. 00:29

정말 여기저기 올려놓는 버릇이 있어요
아무튼 카라마츠는 사랑💙
오늘내일중 뭐든 완성하기 전 낙서 하나 간만에 완성하기

아이돌 인별 셀카풍 카라마츠 | H( )Ri #pixiv https://www.pixiv.net/artworks/103504942

Posted by 하리H( )Ri
2020. 12. 7. 01:39
짱구 극장판 중에서 트레(꽤 유명 장면이죠ㅋㅋ)
2020 생축!
원색만 하고 혼색은... 언젠가...
요것도 탈출하는 짤 트레
3기 카운트 그림들... 일부
드라마... 내 딸 서영이였나 그거 트레... 변해영이었나 그 인물 장면
색보정법 배우고나서 팍팍 써먹느라 맨날 톤이 비슷해지는중 뭉개져서 흰자가 안 보임
흐흑 공주님...
오프닝을 1화의 똥으로...
풍선껌 일러 토토코ver
스타쟌 이예이 키홀더 홀로그램으로 괜히 만들어봄
미니배너 무료쿠폰 받고 그린 빈잔 컨셉 일러는 손이 망
풍선껌 일러 sd풍 제 그립톡임요 헿
박력넘치는 똥
빼빼로데이(포키의 날)
최애 에유는 항공입니다 문제는 글 하나 쓴 적 없
뜨이따 헤다 잠은 제게 중요한 문제라...
고기의 날
장형의 아침(사실은 낮)
3기 2권 표지 그림 마피카라로 트레(가우시안블러맥임)
마츠이누와 낙엽낙엽
복스럽게 먹는게 세상에서 젤 귀여운 카라츙

여러 작업이 겹쳐서 올릴 글은 없고
요새 글 안 써지면 대신 폰낙서해서 자꾸 쌓이는 김에 올려요
-0-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17:34

할로윈마츠 합작 참가작(vegaseven7.wixsite.com/happymatsuweendyota/blank-7)

 

떠들썩한 거리 사이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두 개의 바람. 호박 머리의 유령과 호박으로 온통 장식된 에어바이크를 탄 남자의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은 사람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뒤쫓던 호박 바이크가 맹렬하게 부딪히려하자 호박 머리의 유령은 정말 유령인 것만 같은 빠른 속도로 방향을 틀었으나 뒤집어쓰던 하얀 천이 펄럭이며 조그만 에어바이크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주황색과 보라색의 사탕들이 후두둑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와아! 엄마! 저기 저 유령이 사탕 다 떨어뜨려! 뜨릭 오어 뜨릿! 맞지?"

"원래는 할로윈에 유령이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고 위협하면 아이 무서워 하면서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거야. 저 유령은 반대로 자기가 사탕을 주네?"

유령이 흩뿌린 사탕을 주워든 사람들은 껍질을 까서 입에 쏙 넣어보았다. 달콤하고 진한 호박의 맛... 이에 쩍쩍 달라붙는 끈적거림... 그렇다. 호박머리 유령은, 아니 호박을 뒤집어 쓴 오소마츠가 행복하게 할로윈을 보내는 파티피플들에게 날리는 호박엿이었다. 따하하핫! 하고 웃는 소리와 함께 몸과 바이크를 감싼 흰 천을 벗어던지고서 오소마츠는 속도를 내서 쌩하니 도망갔다. 엿은 바이크에서 줄줄이 아래로 아래로 날려졌다. 흰 천은 그를 뒤쫓던 호박장식 바이크를 탄 사내, 카라마츠의 얼굴을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뒤덮으며 카라마츠의 몸뚱아리를 축제의 한바탕 속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만들었다. 

"오~소~마~츠~으~ 진짜 가만 안 둔다!"

정작 들을 사람은 쌩 가버리고 두 사람의 즉흥쇼인가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째 카라마츠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시간은 1년 전으로 돌아가, 오버기어국의 할로윈 퍼레이드를 틈타 이야미의 사기극을 밝히고 오소마츠의 누명을 벗기는 일을 해낸 6쌍둥이들. 그러나 수배자가 되고 난 후 오소마츠의 막나가는 행보 탓에 오소마츠는 누명 이외에도 몇 군데에서 지명수배되었다. 그걸 이용해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잡아 현상금을 받고 오소마츠는 탈출하는 것으로 우애와 가정의 생계를 동시에 지켜내는 그런 삶의 반복. 그러나 오소마츠에게 처음으로 'Dead or Alive', 즉 생사는 묻지 않는다는 조건의 수배가 내려진 후 그런 삶은 끝났다. 누구보다도 빨리 오소마츠를 잡아서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을 카라마츠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향해 뻗쳐오는 잔혹한 손길이 자기한테도 몇 번 향해오자 아무리 바보같고 머리가 빈 그라도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도망비용을 뜯긴 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하자, 돌아가서 동생들하고 의논을 해보자는 것 뿐이었는데.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고선 도망가버렸다. 어느새 카라마츠가 챙겨둔 연료통을 들고 튀었다. 그 뒤로 일 년 동안, 두 사람의 술래잡기가 이어져왔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할로윈, 고향이 아닌 어딘가의 축제 속에서, 두 사람의 쇼타임이 싱겁게 끝나서 아쉽다는 듯 다시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와 허리를 붙잡은 채 한숨을 길게 쉬었다. 어쩌자는 거냐, 오소마츠. 이대로 가다간 가족들 품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때마침 이치마츠가 달아준 무게 감지 자동 제공 모드로 전환된 에어바이크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받은 카라마츠에 얼굴에 엷은 썩소가 띄워졌다.

이곳은 바닷가에 세워진 나라. 이름은...뭐 그게 중요한가. 오소마츠는 바닷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호박머리를 쓴 채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때때로 지나가는 꼬마들에게 달려가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나 사탕을 뜯어냈다가도 주머니에 넣어둔 호박엿을 답례로 건네주었다. 뭐, 다 엿먹으라지. 너희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이정도 분풀이는 해도 되지 않음? 기껏해야 엿 날리는 거 뿐이라고? 폭탄이나 세균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기껏해야...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으니 잡아와라. 그 수배령 이후 오소마츠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었다. 뭐, 자신이 일으킨 일이니까. 별 거 아닌 일이고, 언젠가는 갚으려 했고, 제대로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는데!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신을 뒤쫓아 온 카라마츠가 자신과 착각당해 같이 노려진다는 것. 그동안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오소마츠의 잽싼 움직임이나 장난질에 놀아나 떨어져나갔건만 죽여도 좋다는 조건이 붙으니 독한 녀석들이 붙어버렸다. 자기 목숨을 바칠 생각은 없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동생들 목숨이 노려지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동을 일으켜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알리고 줄곧 도망쳐왔는데... 카라마츠의 끈질긴 추격에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보리라 결심한 오소마츠였다. 바다를 건너서 도망간다고 그를 추적하는 자들이 떨어져나갈지는 모르지만, 지켜야 할 동생들이 있는 카라마츠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복잡한 마음으로 다다른 벼랑 끝. 생사의 기로에서 잔혹하고도 상냥한 선택을 오소마츠는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도 호박탈은 답답한 채였고 그의 마음도 얹힌 채였다. 

해는 순식간에 져서 까맣게 된 풍경을 오소마츠는 터덜터덜 걸었다. 들은 대로라면 조각배와 등불을 바다에 띄우는 퍼포먼스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 틈을 타 소란을 피우고 바다를 건널 결심을 하느라 오소마츠는 다시 바닷가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이런 형이라서 말야. 적어도 너희들이 다치는 일은 없도록 이 형아 노력할 테니까. 바다를 무사히 건널지 어떨지도 모르는 도박을 위해 머리에 쓰고 있던 호박탈을 벗어던지고 이미 띄워진 조각배들 사이로 바이크를 타고 들어가 그 중 하나에 몸을 숨겼다. 적당히 흘러갈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어서 여차하면 등불이 띄워질 때 불이라도 지르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이 근처를 벗어나 바다 건너로 움직여 볼 생각이었지만, 말만 그럴듯한 대책없는 계책일 뿐. 배에 누워서 축제의 등불로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에 마음을 뒤흔들릴 뿐이었다. 조각배와 등불 띄우기 퍼포먼스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에워싸오는 등불빛이 그를 더 심란하게 만드는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해피 할로윈이다제! 이런 날은, 으응~ 밀리언 할로윈! 하항!"

요란한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첨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호박 가면의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흰 쫄쫄이가 딱 달라붙어 몸매와 튀어나올 데가 다 드러나는 몸뚱아리와 안쓰러울 만큼 반짝거리는 펄블랙 망토를 걸친 채 나타난 카라마...

"할로윈 가면 등장! 오늘이란 날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세라비!" 

잔뜩 안쓰러운 멘트를 날리더니 카라...아니 할로윈 가면은 첨탑에서 뛰어내렸다. 타이밍에 맞춘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호박 장식이 꾸며진 바이크에 안착했다. 바이크에 확성기를 달고 그는 공중을 뱅그르르 한 바퀴 돌고선 짐칸에서 사탕과 종이같은 것을 꺼내 흩뿌렸다. 기묘하고도 크리스마스의 산타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매혹적인, 안쓰럽고도 기괴한 가면의 사나이. 사탕과 함께 흩뿌려지는 어느 틈에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서머 가면과 할로원 가면의 브로마이드. 마녀 분장을 한 꼬마에게 200 써머...가 아니라 할로윈! 늑대처럼 울부짖는 꼬마에게 50 할로윈! 을 외치는 쓸데없이 변태같은 히어로였다. 

"허가받지 않은 공중 퍼포먼스는 금지입니다! 당장 여기로 내려오세요!" 

어느새 경비병들이 할로윈 가면을 잡을 테세를 하고 몇 명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래를 열심히 둘러보다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것 같을 뿐일까. 순식간에 그는 위로 솟구치더니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어이! 지명수배자 오소마츠! 들리나! 신나고 즐거운 할로윈을 망쳐놓은 죄를 물어, 이 할로윈 가면이 처단해주겠다!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주먹 한두 대로는 끝나지 않을 거 알아둬라!"

서머 가면...아니 할로윈 가면 컨셉은 어디다가 내팽개친 거냐고. 카라마츠의 선언에 당황했지만 오소마츠는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포기할 뻔한 나약한 스스로에게 맞서기로 했다.

"어이! 호박 뒤집어 쓴 변태 자식! 너야말로 어디 수배되서 벌금 물어야 할 수준 아냐? 여기 있다고! 너 따위한테 잡힐까 보냐아아아!"

있는 힘껏 외친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카라마츠가 멈칫하다 하하하핫!하고 통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유넘치는 그의 모습이었건만 오소마츠는 어쩐지 그가 주먹만은 긴장한 듯 꽉 쥐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병들이 어느새 그의 주위를 포위하자 카라마츠는 더 높이 솟아올랐다가 무언가를 뿌리며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졌다. 폭죽들이 터지며 추락하는 그의 궤적을 빛냈다. 경비병들이 대피하는 동안 카라마츠는 바다 한가운데로, 오소마츠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오소마츠가 탄 조각배가 흔들거렸다. 카라마츠는 조각배 위로 옮겨탔다.

"어금니 꽉 물어라, 오소마츠."

몸을 비틀어 힘껏 날린 오른주먹에 오소마츠는 조각배 끝으로 날려졌다.

"아프잖아, 새꺄!"

"가만 안 두겠다고 했잖아. 하여간..."

"그보다 그 호박 가면 벗지?"

"싫다. 아직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땀인지 눈물일지 모르는 액체가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그의 턱선에 살짝 흘러내렸다.

"오소마츠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어떤가? 화려하게 할로윈 비치를 물들여보자고! 하항!"

그런 건가. 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날 구하러 온 거구나. 날 붙잡으러 온 거야. 떠나지 말라고. 안쓰럽고도 상냥한 히어로 놀이였어.

"폭발 속에서 우리의 자취를 감춘다, 맞지?"

"감춘다 정도가 아니다. 죽는 거지."

"응?"

"데드 엔드다, 오소마츠!"

"아니, 카라마츠 너 미쳤냐?"

"훗, 광기의 할로윈이 되겠군."

할로윈이 아니라 제삿날이 되잖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짐칸에서 이것저것 던져댔다. 아까도 쓴 폭죽, 사탕, 빌어먹을 브로마이드,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진짜 죽일, 아니 죽을 셈이야?"

카라마츠가 미쳤어. 1년 동안 날 쫓는다고 미쳐버렸나? 아니, 그래도 사실 1년 내내 나랑 매일 마주치며 쫓아온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온 결과가 이거라고? 아니, 아니지. 오소마츠의 당혹감에도 아랑곳않고 주변에는 폭발과 불꽃이 연신 터졌다.

"훗, 나의 애마와는 여기까진가. 굿바이, 마이 로시난테."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걱정마라. 이치마츠에게 확인해둔 바로, 오소마츠의 바이크는 심지어 물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까."

"무슨 소리..."

"바이크를 잡고 바다로 뛰어드는거다제! 후와아아아..."

가면을 벗어던진 카라마츠의 얼굴은 눈물과 땀 범벅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잡는 허세. 다행이네,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너는 어쩌고? 네 거 안 타는 거지?"

"뒤에 태워주면 되잖아. 기껏 구해주러 왔더니 버리고 갈 셈이었어?"

"에에..."

"둘 다 죽은 것으로 위장해서 여길 빠져나가는 거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어서 바다로 뛰어들자고, 브라더!"

오소마츠의 등을 꼭 끌어안은 카라마츠의 온 몸이 떨려서, 아 이 녀석 허세나 부리고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오소마츠는 용기를 냈다.

"이판사판이다!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오우..."

바다로 뛰어드는 두 사람을 태운 바이크 뒤로 히어로물에서 터질 법한 폭발이 멋있게 터졌다. 꼴사나운 서로의 히어로는 결사의 작전에 목숨을 맡긴 채 바닷 속으로 잠겼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는 바이크를, 서로를 놓치고 가라앉았다. 이대로 바다 위로 떠올랐다간 불길과 폭발에 휘말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인가,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카라마츠의 눈에 희끄무레한 것들이 헤엄치는 광경이 들어왔다. 이내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바다에 인접한 나라에서 열리는 화려한 축제.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바다에 조각배와 등불을 띄워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의식이자 축제의 피날레. 올해는 그것이 한층 화려하게 치뤄졌다. 아니, 기적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등불과 배와 폭죽이 터져나가 붉은 불길이 바다와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는 위로 자그마한 하얀 빛들이 솟아올랐다. 불길은 사그라들고 거리의 등불들도 모조리 꺼지더니, 하얀 빛들이 빛이 사라진 거리의 새까만 밤을 채워 별처럼 빛났다. 아마도 정말, 죽은 넋들이 방문했던 것 아닐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떠나가거린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만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라는 듯이. 하안 빛들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지나더니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바다 위의 불길을 제외한 나머지 빛들은 거짓말처럼 다시 켜졌다.

다음날 아침,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해변가에 바이크 하나와 얼굴이 꼭 닮은 두 사람이 널부러져 있었다. 먼저 눈을 뜬 오소마츠는 떠오르는 해가 눈부셔 찡그린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깨웠다. 꿈이야 생시야. 볼을 잡고 쭉 늘이자 아야얏! 하며 카라마츠가 정신을 차렸다.

"아파?"

"아픈게 당연하지! 꿈인지 아닌지는 네 볼로 확인하라고, 오소마츠!"

"헤헷. 쵸로마츠같은 말 한다, 카라마츠."

"어쨌건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어."

"아니아니, 무모한 건 너였잖아? 진짜 죽을 뻔 했다고?"

"아마 어제 소동으로 널 쫓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네가 죽어서 불탔을 거라 생각하겠지. 내가 일으킨 작은 소동도 죽어버렸으니 책임을 안 물을 거라고. 퍼펙트한 플랜이었다! 석세스!"

"너 무섭다고. 그리고 나는 살아있는 거 들키면 다시 쫓겨다녀야 한다고?"

"흐흥~ 그건 걱정마라, 오소마츠. 어제 쥬시마츠의 연락으로 그 건은 해결됐다고 했으니까."

"에엥? 어떻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가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군. 네가 안 갚고 튄 금액을 갚으면서 말이야."

"그거 꽤 컸다고? 뭐 이 카리스마 레전드에게 걸리면 한방이지만."

"조금이라면서! 오소마츠의 거짓말 탓에 알아보러 갔던 나도 봉변당했다! 덕분에 겸사겸사라곤 해도 뼈빠지게 현상금 사냥꾼 노릇 하느라 힘들었어. 지친다고."

"그 돈 네가 갚은 거?"

"다들 드라마틱한 수입은 없으니까. 부탁한다고, 장남. 이야미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으니 이제 고향에서 빈둥거리기나 하라고."

"장남 기대치 낮아!"

"그동안 힘들었던 거 이해하니까. 뭐 다들 힘들었지만, 걸리는 구석이 없어야 마미와 대디를 찾으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 좀 쉬라고."

"상냥하네에, 카라마츠."

"쥬시마츠가 그랬거든. 다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고. 모두의 형 노릇을 좀 하는 거 뿐이다."

"자, 그럼 돌아갈... 어라... 바이크 고장났다."

"기차표 사서 타고 가지 뭐. 그게 집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테니. 그 전에 잠시만. 젖은 옷은 말려야겠지."

오소마츠가 먼저 옷을 벗자 카라마츠가 품에서 라드를 꺼냈다. 알몸에 질척하게 발리는 돼지 기름! 당황하는 오소마츠를 어느새 줄로 꽁꽁 묶은 채, 카라마츠는 상쾌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카라마츠!"

"훗, 결국 붙잡았다제. 생사불문 말고도 한 건, 해결 안 된 게 있으니. 나의 로시난테를 잃은 값은 받아야겠다고, 오소마츠?"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의 사기 콤비.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 23:49

#카라마츠사변5주년 #사변카라5주년

3기 시작 후 벌써 4화 방영(일본 기준)을 앞둔 시점, 카라마츠 사변과 나름대로 1,2기와 극장판을 지나온 여섯쌍둥이에 대한 생각을 녹여봤습니다. 

 

 

이맘때의 바닷물은 차디 차다. 해가 중천을 지나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따뜻하다못해 뜨거운 햇볕이건만, 살짝 발을 담그면 여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됐다는 듯 차갑다못해 저려오기까지 한다.

“추워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너도 참 제멋대로라니까. 자꾸 이렇게 하나둘 딴짓하다보면 늦어져서 저녁 먹을 시간을 못 맞춘다고.”

“아…알았다, 쵸로마츠. 마미의 밥을 놓친다는 건 투 배드하…”

“꼭 그렇게 쓸데없이 한 마디씩 더 넣는다니까. 이래서야 원,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겠네.”

“쵸로마츠 형도 말이지. 평소에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어른인 척 굴지만 현실은 휴지마츠잖아?”

“휴지마츠 소리 하지마! 휴지휴지 트라우마라고 정말…”

트라우마인가. 그야 트라우마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놀림감이 제대로 찍혀서는 쵸로마츠는 절찬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늘리고 있는 터였다.

“아아, 그러세요? 한번 육둥이에서 강판되신 막내 토도마츠 씨?”

“육둥이 강판이 뭔데? 정말 어이없어. 갑자기 외국인 데려오거나 한다고? 미친 거 아냐? 그리고 우리 얼마 전에 단체로 육둥이 강판됐었거든? 나만 그런 거 아니니까!”

토도마츠도 저때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톳티는 두 번째 강판이잖아. 우리랑은 좀 다르지.”

“꼭 그렇게 후벼파야 속이 시원해? 어두운 양 코스프레하는 노멀 사남 주제에. 그런 캐릭터 잡으면서 실은 나보다 더 주변에 어리광부리고 있는 거 아냐? 학생 시절까지는 잘 해왔으면서 말이지. 어두운 척 떡밥 뿌리기 같은 거, 완전 깨거든?”

“학생시절 운운하지 말라고! 여전히 그때 내 모습 생각하면 지옥같거든… 죽고 싶을 정도로.”

이치마츠는 자주 죽고싶다는 말을 하고는 하지. 죽인다는 말도 세트로 하지만은..

“아하하! 무슨 폭로전인 거야? 야구? 야구하는 거?”

“폭로전인 걸 인식한 상황에서 야구를 끼워넣는 거냐고, 쥬시마츠… 너도 말이야 이래저래 컨셉인 거 아냐?”

“보웨에-!”

그냥 종종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가 맞는지 의심되는 쥬시마츠. 애초에 일란성이고 쌍둥이고 뭐고 인간인지도 의심이 가서 여전히 무서울 때가 있다.

“어이! 동정들! 자기들끼리만 재밌게 노는 거야? 형아도 끼워줘~!”

“닥쳐, 망할 장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 몰라? 최고봉 구정물 주제에.”

“이 형아는 구정물이든 쓰레기든 다 괜찮거든~ 어차피 너희들도 다 똑같으니까. 6쌍둥이인걸.”

이렇게 말하는 오소마츠도 사실은 혼자 남겨지면 외로움으로 힘들어한다는 걸 토토코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뭐, 형아의 마음씨처럼 넓은 바다에서 솔직하게 뭐든 부딪혀보라고. 우리들 개그만화 등장인물이니까 몇 번 죽고 심한 꼴 당하고 서로서로 죽이고 해도 멀쩡하게 부활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간관계도 멀쩡히 돌아오잖아? 거기서 웃길 것 같은 부분만 건져올려져 꾸준히 쓰이는 새로운 설정이 돼버리는 거지. 휴지마츠처럼.”

“하? 또 예시가 그거야? 진지한 척 또 놀리려고…”

“지금까지 이어져서야, 쵸로마츠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지. 헤헤헤…”

“아, 형이 간만에 멋진 소리 좀 하려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서운한 거 다 떨치고 들어가게. 모처럼 경마에서 따서 당일치기지만 기차여행에 점심까지 제대로 쐈으니까 말야.”

“왜 하필 오늘이고 왜 하필 바다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방에서 모여서 얘기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그다지 서운한 것도 내게 서운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드라이해… 드라이하다고, 톳티.”

“어제 봤어! 오소마츠 형아가 새벽에 혼자 보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거든.”

“에에… 몰래 보고 있었는데 들킨 거?.”

“그런 걸 왜 새벽에 혼자 봐?”

“간만에 혼자 감동적인 것 보려 그랬다, 왜.”

“누가 DVD 내용물을 바꿔놓은 걸 빌렸나 보지. 오소마츠 형이 그런 걸 빌렸을 리가.”

“들켰나~ 뭐, 재밌게 봤으니까 아무래도 좋아.”

오소마츠의 눈길이 카라마츠를 향한다. 

“카라마츠는 뭐 얘기 할 거 없어?”

“훗, 나는 브라더들을 모두 사랑하고 있으니까. 서운한 건 낫띵, 제로다.”

“아, 아파아파아파. 또 갈비뼈 부러질 뻔했다.”

“하여간, 시간이 지나도 카라마츠 형은 안쓰러운 발언을 하네.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개똥마츠니까 말이지.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잖아. 모두들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줄곧 백수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동정도 못 떼고.”

“쵸로마츠 형아도 포기했나봐. 아하하.”

“아니거든. 멋대로 포기시키지 말아줄래. 언젠가는 탈출할 거니까.”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오늘 저녁밥은 뭘까~”

힘들었던 것, 괴로웠던 것은 모두 이 바다에 흘려보내고 다시 시작해 보는거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장식하듯 서로를 끌어안으며 감동의 라스트 신. 우리네 인생은 개그만화일지언정 드라마틱하지는 않기에, 그저 줌 아웃으로 우리의 모습이 바다의 풍경에 지워져갔다.

 

백수들의 기지, 마츠노 가의 평범한 저녁시간, 조금 특별한 식사. 소고기를 구워먹으며 모두들 투닥거리는 듯 보였지만 카라마츠가 있는 쪽에는 은근슬쩍 고기가 밀려들어왔다. 카라마츠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기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절로 배어나오는 육즙의 농후함, 고소함과 감칠맛, 풍부함이 뒤섞인듯 질서정연하게 카라마츠의 혀에 닿아 미각을 깨우고는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짧은 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 이런 작은 행복이 줄곧 변화라고는 없는 인생에 스며들어 삶을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 복잡한 생각은 잠시나마 맛있게 익어가는 소고기의 향에 묻힌다. 후식으로는 달콤하고 맛있는 배. 쥬시마츠가 배 꼬치를 만들어 카라마츠에게 건네주면, 카라마츠는 기쁘게 받아들며 맨 위에 꽂힌 배를 와앙하고 물어서 쏙 뺴낸다. 살짝 끈적하면서도 과즙을 머금은 배가 아삭, 아삭하며 잘게 잘게 부서져가면 달콤함은 사라지고 작은 구슬이 뭉친 듯한 조직감이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합주는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하나만이 남게 되었지만, 그 독주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그날도 언제나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지. 우리가 변화하는 걸, 성장하는 걸 버리고 미루며 정체된 지 수 년이 지난 그 날. 어릴 적부터 제법 험한 꼴을 당하기로는 상위권이었던 카라마츠는 그를 그나마 만만하게 본 치비타에게 찍혀 외상대금에 대한 인질로 잡혀버렸다. 발끝을 에는 바다의 감촉, 얇은 파자마 사이사이를 거센 바닷바람이 스치고, 영문도 모른 채 밧줄에 꽁꽁 묶여 뜨거운 어묵에 가볍게 화상을 입는 일 같은 건 카라마츠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개그 만화의 흐름상 종종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거기에 익숙해져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그나마 납치범이 소꿉친구인 치비타니까 살짝 방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유괴사건보다는, 유괴사건에 대한 형제들의 냉대가 더 힘들었지. 한밤중에 온갖 집기에 맞아서 죽어버렸으니까. 아삭, 아삭, 쩝, 쩝. 배가 입속에서 잘게 부서진다. 단맛이라곤 사라져버린 배를 카라마츠는 되새김질하며 오래도록 먹고 있었다. 밤이 되면 오늘도 여전히 커다란 이불을 펴서 여섯이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베개싸움이나 레슬링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눕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껄껄 웃고 있거나 하는 왁자지껄한 언제나의 밤이다. 조금 피곤하군, 하고 카라마츠는 먼저 드러누워 잠들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신경쓰이지 않던 주변의 소리들이 잠을 방해해오지만, 눈을 다시 뜰 생각은 없었다. 카라마츠는 잠드는 대신 그날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5년이면 아주 길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지만. 그러고보면 우린, 아니 난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다지 변한 게 없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변한다는 것은 아픔을 동반하는 일이니까. 자신을 바꾸려다 새긴 상처의 아픔을 우리는 알고 있잖아. 그래서 줄곧 뒤로 미루고 안으로 구겨넣으며 변하지 않으려는 거야.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나이만 어른이 돼버린지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폼을 잡고 허세를 부리며, 눈을 가리고선 피해버리며,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형제들에게 외면당해 깊이 패인 상처조차 천 한 장 덧대고 대충 메우고선 다 나은 척 햐면서 변하지 않은 자신을 연기한다. 흉이 지다못해 썩어버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없는 흔적을 없는 셈 치며 살아가다가도 이렇게 문득 끄집어내면 괴로워하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릴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다. 떠들썩한 일상 속에서 잊어버릴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무쌍한 매일매일을 맞이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오늘 밤만은 슬퍼해도 될까. 오늘 밤만은 괴로워해도 될까. 이제 그만, 그때의 나와 제대로 마주해도 될까. 용서해도 좋으니까. 원망해도 좋으니까. 솔직해질 수 있게 해줘. 변해도 괜찮으니까. 변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성장통은 달게 받을 테니까. 그러나 마음을 아무리 꺼내봐도 더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만 가고 있었다.

“카라마츠.”

눈을 뜬 카라마츠의 주위를 형제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수건을 든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이나 목덜미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고, 이치마츠가 찬물이 든 바가지에 수건을 적시고 짜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부채질을, 토도마츠는 미니 선풍기를 들고 카라마츠의 열을 식힌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 위쪽에 앉아 카라마츠를 응시한다. 

“감기라도 걸린 거? 차가운 바닷바람 좀 맞았다고 그런 건가? 오늘은 좀 무리었나~”

“날도 춥기야 했지만, 카라마츠 자기 맨발을 바다에 담그더라니까. 자업자득이야. 이 날씨에 뭐한 거냐고.”
“됐어... 그 녀석 바보니까.”

“그럼 부채랑 선풍기는 치울까? 그런데 땀이 이렇게 나는데?”

“열도 좀 있으니까, 대신 이마 쪽에만 틀어줘. 쥬시마츠 형, 형이 선풍기 들어. 따뜻한 차 좀 가지고 올게.”

“미안해.”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뭐가. 감기 걸린 게 네 탓은 아니잖아.”

“그렇지. 갑자기 바다 가자고 졸라댄 오소마츠 형 탓이지.”

“에, 아까는 카라마츠보고 자업자득이라더니.”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나쁜 거거든?”

“아하하하! 내가 낫게 해줄게!”

“쥬시마츠...네가 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니까 관둬…”

“알겠슴다!”
“카라마츠 형도 바보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오늘은 특별 서비스긴 하지만~ 얼마나 형제들끼리 서로를 끔찍이 챙기거나 하겠어. 다들 섬세함이라곤 없는 멍청이들 뿐인데.”

“은근슬쩍 형들을 디스하지 말아줄래? 그냥 뒀다 옮으면 좀 그러니까 그래.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또 그 레이카인가 하는 아이돌 일이겠지.”

“냐쨩이거든. 그만 좀 외워라.”

“뭐, 이런게 우리들 아니겠어.”

“하아?”

“서로 상처주고 짖궂게 지내고. 그러다가도 같이 웃으며 즐겁고. 모두들 우리를 똑같다고는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아. 결국은 서로를 하나부터 여섯까지 다 아는 건 아니고, 20년 넘게 살면서 우리들 마음속은 똑같은 부분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많아졌지. 그러니까 혼자 끌어안지 말아줘, 카라마츠. 미안하다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돌아가며 심한 꼴 당하고 장난치고 그래왔잖아. 저마다 거기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네가 느낀 마음을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우린 서로를 너무나도 모르니까.”

오소마츠의 말과 함께 방 안의 시간은 멈췄다. 카라마츠만이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른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표정을 지었을 때, 오늘 하루가 잔상처럼 눈앞을 스쳤다. 

“편해지자고, 카라마츠. 뭣하면 나부터 얘기할까. 맞다, 그때 말이야. 쵸로마츠 취직 사건.”

“남의 그나마 좋았던 일을 사건 취급하지 말아줄래? 나도!  휴지마츠라든가 갈색머리라든가 사과해줬음 좋겠거든?”

아까의 토도마츠 말이 떠올랐다. 굳이 바다 같은 데가 아니라도, 방에서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마음이 좀 열린 것 같은 건 방금 전에야 깨달았던 오늘의 형제들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 카라마츠의 열로부터 시작된 진심 털어놓기 이야기는, 서로가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피곤함에 휘둘리면서도 어렵게 꺼낸 그날의 감정은 제대로 전달된 건진 의문으로 남지만, 조금은 수면으로 건져올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 날 새벽 나는 꿈을 꾸었다. 유괴소동과 형제들이 집어던진 집기에 얻어맞은 탓에 생긴 상처가 욱신욱신거렸다. 붕대에 머리와 팔과 다리가 감싸진 채, 내가 없이 다섯 형제가 행복한 표정으로 걷는 모습을 보며 절규하는 내가 있다. 그 장면은 이윽고 넓게 펼쳐진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점이 되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아픔은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쪼그라든 점을 누군가가 내 가슴에 갖다 대었다. 내가 줄곧 가라앉던 바다는 나의 눈물로 만들어진 듯, 내가 흘린 눈물이 바닥을 적셔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지면에 제대로 몸을 붙이고 있다. 따뜻하지만은 않지만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고서 일어서면 감겨 있던 붕대와 함께 환상통은 사라져갔다. 마음이 여전히 쿡쿡 쑤시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메우느라 곪아버린 상처의 고름을 짜낸 채 패인 상처에 새살이 돋고 있다. 그래. 이걸 아픔이라고 하는거야.   

 

 

Posted by 하리H( )Ri
2019. 5. 24. 23:46
생일이라고 즐거운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야. 사람은 꼬여서 축하가 아니라 무슨 잔뜩 암울한 글을 씁니다. 정작 이야기가 길어지면 거기서 못 헤어나와서 못 쓰는 게 함정이지만.

극장판이 한국에서도 개봉해서 기쁩니다. 보러 가야지...그러면서 스포가 섞인 소설을 씁니다. 뭐가 스포인지는 영화를 봐야 알 수 있을지도... 그러니까 신경쓰이시면 이 거지같은 소설 나부랭이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롯이, 스포를 안 읽고 안 봐야 더 재밌으니까요.




*영화의 오소마츠상(극장판 오소마츠 6쌍둥이) 스포
*맘대로 각색하고 내용 넣어서 뭐가 스포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일날 아침이지만, 거실은 적막했다. 엄마와 아빠가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해도 짧게 답할 뿐.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고3의 어느 날일 뿐이었다. 오늘로, 18살이 되었다. 카라마츠는 늘 그렇듯 밥을 느릿느릿 씹어 삼켰다. 그 사이에 다른 형제들은 밥을 다 먹고 나가버렸다. 말없이 불쾌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오소마츠, 그 불쾌함에 어두워진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돌리는 이치마츠, 억지로 인상을 쓰는 쥬시마츠, 하이톤으로 밝게 답하며 도수 없는 안경을 고쳐쓰지만 다른 형제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쵸로마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얘기하다 쵸로마츠를 쫓아가는 토도마츠. 카라마츠는 식탁에서의 짧은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마츠노 형제들이 이렇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3이 되고 미묘한 기류들이 부딪혀 그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서로 말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 식사하는 시간조차 긴장과 불안이 가득했다. 카라마츠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었다. 그도 짧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선 학교로 향했다.

"잇치! 오늘 생일이라며? 축하해."
쉬는 시간, 이치마츠에게 친하게 구는 류타가 이치마츠를 보자 인사를 건넨다. 멋쩍은 웃음으로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류타는 손바닥을 내밀고 눈을 찡긋거렸다. 이치마츠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리며 그 손에 자기 손을 갖다댔다. 웨이~
"학교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따로 약속 있어?"
생일날은 항상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했었다. 엄마가 평소보다 힘을 준 요리를 먹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오늘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작은 기뢰들이 그들 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잘못 건들면 폭발할 지 모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6쌍둥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댔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발버둥을 붙잡지 못한채 손을 뻗으려 움찔거릴 뿐이다.
"응! 좋아."
이치마츠는 애써 밝게 웃었다.
쯧, 혀를 차며 오소마츠는 교실을 나섰다. 억지로 웃는 이치마츠가 꼴보기 싫어서인지, 생일날조차 잔뜩 뭉쳐진 짜증을 걷어낼 수 없어서인지.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 옥상에 다다른다. 고3이 되고 나선 옥상 입구로 들어가는 계단에 카라마츠가 혼자 앉아있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못본 척하고 지나쳤다. 오늘은...있다면 말이라도 걸어볼까. 일단 나 장남인걸, 하고 마음먹으면 이런 날엔 꼭 없는 법이다. 그것마저 짜증이 나 오소마츠는 옥상에 들어가 벌렁 누웠다. 햇살이 따갑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딩-동-댕-동- 작년 점심때는, 마츠요 특제 도시락을 다같이 먹었다. 성장기 소년들에게 필요한 고기, 고기, 고기. 서로 하나 더 먹겠다며 싸워댔지만 그것만으로 즐거웠던 시절. 그런 시절에 태클을 걸어온 것은 그래도 장남이니 네가 잘해야 한다며 생애 처음으로 짐을 지우는 교사들과, 여섯이 같이 있으면 뒤에서 낄낄대는 무리들과, 점차 장난에 어울려주지 않는 형제들.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가도 한숨을 쉰다. 이대로, 이런 게 익숙해지려나.

"기다려, 쵸로마츠 형아~"
화장실에 가는 쵸로마츠를 토도마츠가 바짝 쫓았다. 매번 그렇지만, 18살이 돼서도 혼자서 화장실을 못 간다니 말이 돼?쵸로마츠의 마음 속에선 이런 말들이 요동쳤지만, 성실한 학생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 그는 내색하지 않고 뻣뻣하게 걸었다. 오늘이 생일이라도 그다지 다를 일 없는 날. 모두가 사이가 좋지 않든 그렇지 않든 18살이 된 것엔 변함이 없다. 오늘은 그냥 그런 것으로 두자고 생각했다. 오소마츠가 저래선, 그 누구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 거 같지 않으니까. 이렇게 줄곧 똑같기만 했던 6쌍둥이는 달라질 수 있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보기로 한다. 거기에 약간의 체념이 섞여있다는 걸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채.
토도마츠는 쵸로마츠를 쫓아 화장실로, 복도로, 운동장으로, 그리고 다시 교실로 왔다. 생일날조차 형제끼리 한 마디 섞지 않는다니, 이상하잖아. 하지만 그 말을 쵸로마츠에게 할 용기가, 다른 형제에게 할 용기가, 토도마츠에게는 없었다. 그나마 쵸로마츠는 토도마츠를 쫓아내거나 날카로운 말을 던지지 않고 어리광을 받아주니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니까. 그나마 안심이 된다. 따로 떨어져 점심을 먹고, 다른 친구들에게 붙잡혀 생일 축하를 받아도, 토도마츠의 마음 한 구석엔 쓸쓸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교할 때가 되자, 살짝 풀어져있던 쥬시마츠의 얼굴이 구겨졌다. 누가 봐도 일부러 하는 거지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쥬시마츠를 피했다. 앙? 뭘봐? 양아치같은 말을 내뱉으며 칠렐레팔렐레한 복장에 엉덩이 골이 보이는지는 모르는지 쥬시마츠는 길을 나섰다. 6쌍둥이인게, 모두 똑같아서 누가 누군지 알아봐주지 못하는 게 싫었을 뿐인데. 정작 달라지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집에는 돌아가기 싫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거리를 걸었다. 강둑에 다다랐을때야 그는 얼굴을 푼 채 잔잔한 봄날의 강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아, 차라리 제대로 마음을 부딪힌다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면. 그러나 쥬시마츠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마음은 반대로 뒤집혀 자신도 남들도 서로 피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쥬시마츠를 눈으로 쫓던 카라마츠도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를 나왔다. 스쳐지나간 형제들은 눈길을 마주쳐주질 않았다. 하교길, 상점가에 들러 과자 봉지를 몇 개 집었다. 사실 일란성의 6쌍둥이라 해도 조금씩 다른 것이다. 좋아하는 과자부터 좋아하는 것들, 성격, 관심있는 것, 옷을 입는 스타일, 그런 하나하나가. 그럼에도 6쌍둥이니까. 이대로 서로를 남처럼 대하는 나날들이 될까 두려웠다. 이건 토도마츠가 좋아했었지. 아, 이건 이치마츠가. 쥬시마츠는 이걸 잘 먹어. 오소마츠는 이거. 쵸로마츠는 특히 이걸 좋아하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다같이 나눠먹던, 그러다 곧잘 싸움을 하며 왁자지껄했던 시간이 너무 멀리 느껴졌다. 직접 건네줄 수 있을까. 다른 곳을 들러 집에 와도 오늘도 누가 먼저 와있질 않았다. 과자들을 가지고 거실로 들어서니 여섯 색의 파카를 늘어놓고 고민하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이건?"
"왔구나, 카라마츠. 올해 선물할까 하고 사둔 파카란다. 다스로 사긴 했지만, 색이 다르니까 늘 똑같은 옷이라 불평하던 것도 없으려나 했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들 사이가 안 좋으니, 이런 걸 건넸다 싫어할까봐. 결국 너희들이 그다지 공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필기구를 다시 사왔단다."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 분홍. 색색의 파카를 보고 다정하게 웃는 6쌍둥이의 모습이 두 사람의 눈앞에서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아마도, 오늘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카라마츠는 과자를 건네며 엄마에게 부탁하고 말았다.

그날 저녁밥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음식을 먹는 표정들은 마치 맛없는 음식을 먹는듯 했다. 엄마는 한 명씩 불러 선물과 카라마츠가 사온 과자를 같이 주며 다시 축하해주었다. 작게 고맙다며 하는 아들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가, 그래도 기다려보기로 마음먹는다. 모두 제각각 흩어져버린 형제들을 보고 토도마츠가 울먹이자 카라마츠가 옆에 다가와 아까 보았던 6색의 파카 이야기를 했다. 같이 입었으면 좋겠네, 하고 카라마츠가 얘기하자 토도마츠는 분명 서로 입고 싶은 색으로 싸우겠지? 하고 답한다. 그날이 올 지는 그들은 알 수 없었지만. 18세가 된 첫 날이, 암울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날,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따로따로 밥을 먹고 따로따로 등교 준비를 하던 중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귓속말로, 어제 말한 파카를 다같이 입는 꿈을 꾸었다면서 순진하게 웃어보였다. 카라마츠는 그저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토도마츠는 다시 카라마츠의 귀에 속삭였다. 그 꿈을 꾸고 일어났더니 토도마츠의 손을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잡아주고 있었다고. 모두가 서로 손을 잡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고. 눈시울이 불거진 채, 카라마츠는 간만에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