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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6. 02:27

[카라른/ 쥬시카라 편]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2- 

誰か
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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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창문의 틀에는 술잔이 하나 놓여 있다. 카라마츠 형이 올려놓고선 종종 닦아놓는다. 쵸로마츠 형이 깨끗이 닦아주겠다며 나서는 일도 있지만, 그 외엔 누구도 손대지 않는다. 저렇게 닿기 쉬운 위치에 있는데도, 술잔은 늘 비어있는 채 거기 있다. 카라마츠 형에게 술잔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저 술잔은 카라마츠 형이 잠시 알바를 하고 받은 돈으로 엄마에게 찻잔 세트를 사왔을 때 덤으로 받아온 것이고, 그 술잔을 처음부터 부엌이 아니라 이 방에 놓을 생각이었던듯 형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저곳에 놓았다. 술잔을 막 저기 놓았을 때는 당연히 다들 궁금해했다. 그때마다 날아온 답이 죄다 "달빛을 마시고 싶기 때문이지."같은 폼 잡는 말뿐이라 별 도움이 안됐지만. 다만 내가 물을 때만은 "술잔을 바라보고 싶어서."라고 알듯말듯한 답을 해줬다.

카라마츠 형은 그저 술잔을 닦거나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술잔을 닦는 것도 먼지가 앉아서일 뿐인듯 대충 털어내다 쵸로마츠 형의 잔소리 이후 바깥쪽만 닦아낼 뿐이다. 무언가 채워볼 생각은 없는걸까? 술잔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날 채워줘. 빈 채로 두지 말아줘.

술잔이 마치 그렇게 외치는 듯 했다. 술잔을 빤히 들여다봤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투명한 술잔은 아직 술을 붓기에는 아까워보였다.

아, 생각났다. 여기에 담고 싶은 거.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카라마츠 형을 닮은 투명한 술잔은 그 자리에서 나의 귀환을 기다릴 것이다.

동네 문구점에서 반짝이는 학알접기종이와 학종이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는 이치마츠 형만 남아있다. 이치마츠 형은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가 저기 있었나. 형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야지. 길쭉한 학알접기종이를 꺼낸다.


음...학알은 어떻게 접는거지.


종이를 돌돌돌 말아본다. 모르겠다. 삼각형 느낌이었는데 그런건 어떻게 만드는거지.
자."
어느새 이치마츠 형이 내 곁에 왔다. 형은 쪽지 하나를 건네준다. 어라, 여기에 학알 접는 방법이 그려져 있네.
"어디서 찾은겨, 이치마츠 형."
형은 대답 대신 학알종이가 들어있던 봉투 쪽을 가리킨다. 하하. 널부러놔서 못 봤던 거구나.
"이런 거 접어다 어디다 쓰게?"
이치마츠 형이 금색 종이를 하나 집어들며 묻는다.
"저 술잔."
"하?"
"술잔에다가 넣어주는 거야."
"……썩을마츠가 싫어하지 않을까?"
"술잔이 자기를 채워주길 바라는걸!"
이치마츠 형이 날 빤히 쳐다본다. 왜일까.
"……맘대로 해."
그러고선 쪽지를 보고 학알종이를 척척 접어낸다. 어딘가 각이 잡힌 모습은 아니지만, 학알이 완성됐다. 나도 쪽지를 보고 접지만 모양이 도통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새 빨간색과 파란색 학알을 만든 이치마츠 형은 아까랑은 조금 다른 눈길로 빤히 내 손을 쳐다본다.
"접을 때...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아?"
"그래야 모양이 잘 잡히거든."
"그런가!"
종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접는다. 뭔가 세모꼴로 만들어지고는 있는 거같아.
"쥬시마츠, 난 외출한다."
"으응!"
멸치봉지를 챙겨들고 이치마츠 형이 나간다. 고양이에게 멸치를 챙겨주러 가는 거겠지.

그 뒤로 한참을 끙끙댔다. 쪽지를 보고도 어째선지 학알이 잘 접어지지 않는다. 잔뜩 구겨진 종이들을 한켠에 모아놓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그때 카라마츠 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반짝반짝한게 아름답군, 브라더."
종이 한 장을 집어들고선 카라마츠 형이 폼 잡고 말한다.
"뭘 만드는가?"
"학알이야."
"그렇군. 학알인가."
이치마츠 형이 만들고 간 학알을 보며 카라마츠 형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건 보통 병에 담아서 선물하는 것일터. 어디 선물할 데라도 있는건가, 쥬시마츠?"
"저 잔에다 담아두려고."
"잔?"
난 창가에 있는 술잔을 가리켰다. 해가 높이 떠 있어서 그런가 술잔은 더욱 반짝거리고 있다. 형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 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잔을 바라보는 형의 얼굴은 어쩐지 탐탁찮아 보였다.
"...난 비어있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잔은 무언가 채워주길 원하는데, 잔의 주인인 형은 그게 싫다고 한다. 그 말을 꺼내는 형이 저 술잔과 닮아 있어서, 정말로 싫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저 잔은 예쁘지만, 이걸 담으면 분명 더 예쁠거야!"

"......"

"하지만 형이 싫다면 그만..."

형은 잠시 고민하는 듯 멍하니 잔을 쳐다보았다. 그러고선 헛기침을 한번 한다.

"쥬시마츠가 원한다면 잠깐은 괜찮아."

"대신 형이 브라더를 위해서 멋있는 병을 구해줄테니, 그땐 거기에 옮겨줬으면 한다."

"응. 알았어!"

그래도 형은 나를 신경써준다. 딱 잘라 거절하지도 않고 내게도 좋을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형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학알 만드는 거 조금 어려운 일인가, 성공한 거는 몇 개 없어 보이는데."

"아, 이거 만든건 이치마츠 형."

"그런가. 그러면 이 몸이 조금 도와주도록 하지."

그러고선 형은 내 옆에 엎드린다. 아까 집어든 파란색 종이를 쪽지를 보며 의외로 척척 접어낸다.

"어떤가! 잘 만들지 않았는가, 브라더!"

이치마츠 형이 어딘가 딱딱 접히지 않은 학알을 만들었다면, 카라마츠 형이 만든 건 각이 잡혀 세모꼴이 잘 살아있는 학알이다. 여전히 학알이 잘 접히지 않아 구겨진 종이를 보니 조금 풀이 죽네.

"쥬시마츠, 잠깐 손 좀 빌리자."

형이 내 등 뒤에 올라타듯이 하고 내 손을 감싸듯 잡는다. 몸이 살짝 눌려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형이 내 손을 잡고 종이를 접는 동안 종이보다는 형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어떤가, 이제는 좀 감이 오는가?"

아뇨, 전혀 감이 안 오는데요. 종이 접는 걸 전혀 못 봤으니까. 신경도 안 쓰고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부탁드림다!"

"그럼 다시 한번 접어보도록 하지."

내 손가락들을 꾹꾹 눌러가며 형은 학알을 접어낸다. 종이의 접힌 선은 깔끔하고, 힘을 꾹 주지도 덜 주지도 않아 적당히 모양이 잡힌 학알이 하나 둘 만들어진다.

"이젠 내 힘으로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오오, 잘 됐군."

형이 아쉽게도 내 몸 위에서 내려온다. 그래도 다시금 옆에 엎드려서 다른 종이를 집어든다.

"쥬시마츠가 학알을 접는 동안 난 학을 만들고 있을게."

"응응."

 

그 이후로 나는 종이접기에 몰두했다. 형은 이따금 나에게 잘했다, 좋아라며 칭찬을 해줬고 난 그때마다 웃음으로 화답했다. 종이가 사각사각 접히는 소리와 카라마츠형, 나만이 있는 방에서 이어진 종이접기는 쵸로마츠 형이 방에 들어오는 걸로 끝났다. 

"어휴, 방을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어떡해."

"금방 치울테니까 기다려줘, 쵸로마츠 형."

그동안 접은 학알을 두 손에 모았다. 벌써 해가 기울고 있으니 제법 오랜 시간 만들었구나. 손에 모은 학알들을 보니 아무래도 잔에 넣으면 흘러넘칠 거같다. 뭐, 흘러넘치면 더 좋은 거 아닐까? 손에서 천천히 학알을 잔에 붓는다. 학알이 수북히 차는 모습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빨간색 학알이 하나 굴러떨어지자 손을 올려서 잔에 학알을 붓는 걸 멈췄다. 쵸로마츠 형이 빈 과자상자를 건네주며 나머지 학알을 넣게 했고 난 학알들과 남은 종이를 집어넣어 책장에 꽂아두었다. 카라마츠 형이 다시 상자를 꺼내 자기가 접었던 학을 집어넣고선 학알이 가득찬 잔을 바라보았다.

 

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뻐하고 있을까, 언짢아하고 있을까. 형에게서 표정을 읽어낼 수가 없다. 표정이 없다는 말이 이런 의미일까. 아까 종이접기에 몰두하다보니 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를 볼 수 없었다. 폼 잡으면서 지은 표정 말고는, 형은 오늘 내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거 같다. 역시 형은, 멋대로 저 잔에 학알을 채워넣고 싶어한 내게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쥬시마츠. 학알을 아직은 더 접을 생각인가?"

형이 나를 보며 얘기한다.

"병을 구해다주기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 크기면 좋을지 생각해봐야지."

저 말에는 화가 담겨있지 않다. 형에게 느낄 수 있는 상냥함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접은게 반에 반도 안되니까 저 잔의 네 배 정도면 되겠지?"

"응!"

"그러면 모양은? 쥬시마츠는 어떤 모양이 좋은가?"

난 별 모양이 좋아.

"하트 모양으로!"

형에게 선물할 거니까, 그걸로 형의 마음을 채워주고 싶어.

"그렇다면 하트 모양으로. 알았다."

그러고선 형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저 미소는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형은 창가로 다가가 잔을 훑더니, 다시금 무표정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리고선 방에서 나가버렸다. 쵸로마츠 형도 슬쩍 잔을 쳐다보더니 카라마츠 형을 뒤따르듯 방에서 나갔다. 방에는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형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빈 잔이 가득 차면, 웃을 수 있을까.

아직 학알이, 내 마음이 부족한 거야.

학알을 접고 접어서, 가득 채워줄게. 형이 진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도록.

카라마츠 형이 접은 학을 꺼낸다. 형이 접은 학은 여섯 마리. 우리 형제들의 색과 같은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 분홍 학을 한 마리씩 접었다. 잔 옆에 뭉쳐 있는 형태로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다시금 학알을 접기 시작한다. 형의 마음을 대신할 병을 찾아올 때까지, 이 학알들을 접어서 가득 채워주고 싶으니까. 어느새 노을이 번지기 시작한다. 카라마츠 형의 빈 잔도, 그 잔에 담긴 학알들도 노을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내가 접고 있는 학알들도 빛난다. 반짝임 속에서, 나는 그저 학알을 접어나간다.

 

야구하는 것도 잊고 학알을 틈틈이 접어나간지 사흘만에 학알 종이를 다 썼다. 그 종이들이 오롯이 학알이 된 건 아니었지만, 과자 상자를 두 개나 꽉꽉 채울 정도로 제법 많은 양이 되었다. 카라마츠 형은 학알을 잔에 채운 그날 바로 어디선가 하트 모양 병을 구해와서 마당 한 켠에 씻어서 말려놓았다. 햇빛이 좋아 금방 말랐는데도 형은 그 병을 방으로 가져오지 않고 마당에 그대로 두었다. 

"카라마츠 형, 다 접었어."

형이 내가 내미는 과자상자를 받아든다.

"그러면 병, 가져올까?"

"응, 가져와줘."

형은 내려가서 하트 모양 병을 가지고 왔다. 병의 크기를 보아하니, 학알들을 모두 넣을 수 있을 거 같다. 눈대중이 좋구나, 카라마츠 형은.

내가 과자상자 하나를, 형이 다른 과자상자 하나를 들고 병에 붓는다. 이윽고 잔에 있던 학알만이 남았다. 

"어떻게 하고 싶어, 카라마츠 형?"

형은 잔과 병을 번갈아 쳐다본다. 병에 옮겨줬으면 좋겠다던 형이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역시 병에 옮겨 담아야겠지..."

형은 조금 아쉬운 듯 잔을 가져오더니 병에 옮겨담는다. 조금씩 쥐어서 옮겨 담으니 어디 바닥에 흘리거나 하지 않고 금세 병을 채운다."

"응! 그리고 카라마츠 형,"

"응?"

"자 이거!"

나는 형에게 병을 내밀었다.

"선물이야."

"다른 사람 주는 거 아니였나?"

"아녀아녀, 처음부터 카라마츠 형 주려고 접은 거니까."

형은 병을 받아든다. 지금 형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아무래도 진짜인 듯 싶다. 형의 온기가 들어있으니까. 

"고맙다, 쥬시마츠."

형은 병을 빈 잔의 옆에 놓았다. 그리고선 내가 늘어놓았던 학들을 병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형의 마음은 텅 빈게 아니라고, 내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고마워, 덕분에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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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소설을 쓰면 문단 띄는 게 항상 곤란합니다. 읽기 편하라고 문단을 띄는 걸 당연하게 하고 있는데, 이건 틀린 문법이란 말이지. 거기에 얽히면 곤란하기도 하고, 띄는 거 자체가 어떤 장치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걸 날리는 거같단 말이죠. 하여간 어렵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정작 내용물은 안 타는 쓰레기...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