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2. 16:17

[카라른/오소카라]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5-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기타 에피소드들 소재

※오늘은 조금 힘을 뺀 이야기와 힘을 넣은 이야기가 공존. 뭔 소린지 원.

※그 외 뭐 여러 가지 주의(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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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이름 모를 거리의 인도. 거기에 나는 서 있다. 밤손님은 이제는 낮에도 찾아와 날 유혹한다.

- 자, 이딴 세상에서 사는거 그만 두자고? 편해지는 거야, 카라마츠.

텅 빈 나를 잡아끄는 그 손길에는 언제든 끌려갈 것만 같다. 그 손길에 몸을 맡긴 채 보낸 시간과 그 손길을 외면하며 보내는 시간이 교차하다, 이제는 조금 더 편해지는 쪽을 택하고는 한다. 

도로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트럭이 몇 대 있을 뿐.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은 거리다. 어디지, 라는 생각은 그만둔 지 오래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인가. 나는 어차피 가벼운 존재. 어디서 굴러다닌 들 상관없는 존재. 기왕 이렇게 된 거, 더욱 더 가벼워진 채 어디 먼 곳으로, 먼 차원으로, 여기가 아닌 곳으로 날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형제들은 나를 붙들어서 이 세상에 묶여있게 하지만, 그건 진심인걸까. 아니, 나를 위해서인걸까. 그들이 여섯이서 하나인 20년을 부술 수 없어서 날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사고는 한번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 멈추질 않는다. 나의 사고도, 그런 것일테지. 날아가고 싶다. 어디론가, 여기가 아닌 곳으로. 그 소망이 나를 채운다. 붉은 신호등도 푸른 신호등도 상관없이, 나의 세계는 어느새 하얗게 물들어간다. 

 

텅.

 

묵직한 감이 나를 강타한다. 소원이 이루어진 듯, 나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길 건너엔 또 하나의 나가 미소짓고 있다.

이제 곧 편하게 될 수 있어, 그치?

 

 

 

*

 

 

 

토도마츠는 하루를 꼬박 카라마츠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퉁퉁 불어버린 눈에 눈동자에 생기마저 사라진 토도마츠는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진 카라마츠의 손을 잡은 채 카라마츠 형, 카라마츠 형 하며 기도하듯 읊조리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가 차에 치였다는 소식을 듣고선 모두들 놀라며 병실로 달려와서는 교대로 토도마츠와 카라마츠의 곁을 지켰다. 아, 거기에는 이치마츠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치마츠는 병실에 와서 카라마츠를 그저 응시하다 나가더니 병실 밖 복도에서만 계속 있었다. 병실의 분위기에 지친 형제들을 위로해주는 건지도 모르지만, 내가 밖에서 있을 때 이치마츠는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무언가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듯 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나도 입을 다문 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병실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쵸로마츠가 집에 다녀오겠다며 사왔으면 하는 것, 가지고 왔으면 하는 것을 적어가서 병간호에서 잠시 제외. 토도마츠를 카라마츠하고만 있게 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아 쥬시마츠를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왔다. 

"오소마츠 형아, 카라마츠 형 손목에 상처가 많았대...난 손목보호대를 빌려간 게 정말 손목이 아픈 걸로만 생각했는데..."

"응..."

"카라마츠 형, 마음에 상처가 역시 많았던 거겠지? 우리 때문일까?"

"......"

카라마츠는 형제 탓을 잘 하지 않는다. 사소하게 당황스러워 하거나 짜증을 내는 일은 있어도, 정말 심각한 일에 말려들었을때 다른 형제가 연관되어서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도 괜찮다며 넘기곤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싸움이나 하고 다니면서 다른 형제들에게 피해를 주고 다닌 나와는 다르게. 나 때문에 가장 곤란해 했던 것도 카라마츠였다. 어느 날 부턴가 남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면서 쌈질에서 빠져나왔다가 내게 당한 복수를 한답시고 덤벼든 불량배에게 당하고 오는 일이 잦았다. 카라마츠도 카라마츠라, 당하고만 오진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힘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대신에 남을 즐겁게 해주겠다며 연극부에 들어가서는 이상한 연기들만 잔뜩 하고는 했던가.

"카라마츠는,"

좀 더 남을 의지할 필요가 있어.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돈다. 늘 생각하는 바지만, 그게 카라마츠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리란 보장이 없다. 아니, 애초에 카라마츠의 기대를 저버린 건 우리들이니까. 특히, 내가 저버렸으니까.

"걱정마. 쥬시마츠. 카라마츠의 의식이 회복되면, 카라마츠를 웃게 해주면 되는거야."
가볍게 말한다. 웃게 해준다고? 그 웃음이 진짜 웃음일지도 모르는 주제에.

"...그걸로 되는걸까?"

"당연하지."

그럼에도 나는 가볍게 답을 내린다. 그도 그럴게, 나는 카라마츠만이 아니라 쵸로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의 형이기도 하니까. 장남이니까.

 

 

 

최근에 카라마츠와 제대로 대화했던 게 언제였지.

아, 카라마츠가 찻집 알바를 할 때. 그 때였나.

그 이후로, 카라마츠와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아니, 나눌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의 자해를 보고 말았으니까.

어딘가 어두워져 가는 카라마츠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찻집 알바를 한답시고 놀려주던 때에는 상황이 거기까지 치닫았다는 것을 어째서 알지 못했던걸까.

「좋은게 좋다」, 나의 모토가 흔들린 순간이었다.

 

카라마츠의 납치극이 적어도 겉보기엔 조용히 지나간 뒤, 새로운 머신이 들어왔다는 전단지에 평소 가던 파칭코와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신 머신에 한 번도 안 가본 곳, 딱 운이 터지기 좋은 곳이니까. 그 결과, 따긴 땄다. 하지만 대박도 아니라서 애매했다. 운세로 치면 소길. 한두 판 더 하면 대박이 터지거나 쪽박을 차거나 할 거 같아 오늘은 여기서 손을 놨다. 일단 따냈다는 데 만족하자는 생각이었다. 기왕 낯선 거리로 왔으니까 넘쳐나는 시간을 조금 보내볼까하고 어슬렁거렸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전 열한 시, 할 일 없는 니트와 대조되는 분주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따낸 돈으로 무얼 할지 궁리하던 차에, 어딘가 익숙한 사내를 한 찻집에서 발견했다. 우와, 우리같은 최하층 밑바닥 카스트는 들어가지도 못할 분위기의 찻집. 스타버와는 다른 느낌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오갈 거 같은 찻집에 나랑 같은 얼굴이 앉아 있었다. 저런 데라면 톳티, 가 아니라 저 열심히 뭔가 적어내려가는 모습은 카라마츠!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찻집을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받아적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우리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카라마츠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설마.

그 카라마츠가 취직을 하려 드는건가? 자립은 하지 않을 거라구~, 날 먹여살리지 않겠나? 같은 말을 내뱉는 안쓰런 카라마츠가 취직을 스스로 하려 든다고? 

그대로 주변 벤치를 찾아 앉아서 찻집을 감시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초조해졌다. 본격적인 느낌이라서. 그것보다는 카라마츠의 표정이 더 신경쓰였지만. 우리들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쑥쓰러운 미소라거나 진지한 끄덕임이나, 니트 탈출보다도 그런 게 날 더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카라마츠가 찻집 문을 열고 나왔다. 카라마츠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의 등 뒤로 돌아 어깨를 확 잡았다.

"어흐어어에에에엑!"

"뭐야 그 반응은, 푸하하."

 카라마츠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형님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혹시, 날 따라온..."

"그런 거 아니니까. 이 근처 파칭코 가게 갔다온 참."
"아,"

설마 이 녀석, 날 한심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 표정, 대박 터뜨린 것도, 쪽박 찬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뭐, 그렇지. 따긴 땄는데 정말 조금이라서 말야. 그보다, 잠깐 앉아봐."

"왜 그리 진지한 표정인가?"

"카라마츠...아까 봤는데 혹시 취직하는 거야?"

"취직?"

"응, 방금 나온 찻집에서 뭐 받아적고 있는 거나 분위기가 그래보였는데."

"아, 이건 잠깐 부탁받은 거다."

"그래?"
"아까 얘기하던 사람, 고등학교 때 같이 부활동을 했던 나카무라 군인데 일주일 정도 볼일이 있어서 자기 대신에 잠깐 일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지. 거리에서 우연히 만주쳤다가 권유받아서 오늘 찻집 주인 아저씨와 인사하고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한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고 서빙이나 계산, 잡일을 해 주는 거라며. 카라마츠는 내가 걱정한다고 생각했는지 제법 상세하게 얘기를 해줬다. 뭐야, 취직은 아니었나...다행이네, 다행.  그래도 잘 상상이 가진 않았다. 워낙 우리 앞에선 폼잡고 있거나 하는 게 익숙한 녀석이니까 사람을 접대하는 일을 하는 게 가능은 한건가 싶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면 다를 거 같지만. 의외로 쭈뼛쭈뼛하게 손님 눈도 못 마주치고 차만 딱 갖다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했더니 우리 집 차남, 귀여워서 죽어버릴지도.

"형님, 듣고 있나?"

망상을 펼치는 동안 카라마츠가 이것저것 얘기한 모양이다. 어차피 아까의 일을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을 거 같지만. 

"그래. 어쨌든 힘내라."

"오우."

 

나 외에는 잠깐 알바를 한다는 것 정도만 형제들에게 전해서, 카라마츠가 찻집 알바를 한다는 건 나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형제의 레어한 모습을 보는 걸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려나. 아침 열 시에나 일어나는 니트가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선 평소에 입던 안쓰런 패션이 아닌 깔끔한 옷을 입고 눈을 비비며 나가는 광경을 쳐다보며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간 우리 형제들도 저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제각각의 일을 찾아 흩어졌다 저녁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게 될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간만에 하는 일에 지쳐 돌아온 알바 첫 날, 저녁을 먹고 일찍 들어간 카라마츠는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 중 하루가 평소와 다른 낯선 하루라면 그게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카라마츠는, 그런 기분일까.

다음 날, 카라마츠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카라마츠가 늘상 하듯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하고, 말끔한 옷을 차려입고, 전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쳐다봤다. 물론 멋있지, 이 몸은. 그 채로 집을 벗어나 거리를 배회하다 찻집이 연다는 열 시 즈음에 맞춰 갔다. 여전히 우리같은 밑바닥은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다시금 보니 어쩐지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찻집. 얇은 커튼이 쳐진 창문 너머에는 카라마츠가 성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가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찻집 문을 열어젖혔다.

"카라마츠~ 이 형이 와줬다고!"

유독 큰 소리로 카라마츠를 불러봤다. 가게 안에는 손님은 없고, 주인 아저씨와 카라마츠만이 일하다 말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당황한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럴 법도 하지. 가게 문을 떡하니 열어젖히고선 한 손으로 기대고 나름대로 폼을 잡고 있으니까.

"가끔은 이런 상류층의 문화도 누리면 좋잖아! 그래, 지명은 카라마츠! 오늘 나와 시간을 보내줘야겠어!"

"그거 상류층 아니니까...여기 어딘가의 가게도 아니고..."

"지금은 손님도 없으니까 괜찮은 거 아냐? 어때요, 아저씨?"

아저씨가 나와 카라마츠를 번갈아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다 입을 열었다.

"지금은 한가한 시간이니 마츠노 군, 형과 상대를 해줘도 좋네."

"에, 그렇지만..."

"물론 음료는 공짜가 아니니까, 마츠노 군."

"알겠습니다."

나는 볕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카라마츠는 나와 마주보고선 앉았다. 주인 아저씨가 주문을 받지도 않고 내 쪽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카라마츠 쪽에는 진해보이는 커피를 놓았다. 이름이 에스프레소 도...도피소였나.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카라마츠가 먼저 운을 띄웠다.

"그냥 우리 카라마츠가 어떻게 일하고 있나 보고싶어서 온거야. 딱히 할 일도 없고 말이지."

"그건 그렇네. 다른 애들은?"

"둘만의 비밀, 이란 걸로 하고 싶어서 말 안했어."

"나는 몰라도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입은 걸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럴까봐 눈에 띄기 전에 나왔지."

"얼마나 일찍 나온거야..."

카라마츠는 내 말을 들으면서 살짝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모처럼 둘만의 시간인데,"

그 멋쩍은 미소를 짓는 입술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이 형에게 고민거리가 있다면 털어보지 않을래?" 

입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집어들고선 한 모금 들이켰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가게 문 바깥쪽에 달린 종소리, 원두 내리는 소리, 그 소리들 사이에서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섞여나오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커피잔을 잡고 커피를 들여다볼 뿐,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기미를 보이진 않았다. 저 모습은 뭘까. 망설이고 있는 걸까. 내겐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인걸까. 그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녀석을 재촉했다간 뭣도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고민이 없는게 고민이란 말이지."

일단 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를 이어가는 건 일단 한 마디의 말이다.

"너희들을 걱정하긴 하는데, 그게 또 고민까지 이어지진 않는달까. 의외로 다들 제각각의 개성대로 살고 있으니까. 아, 이치마츠는 그래도 좀 걱정이 되려나. 그 녀석은 사회성 제로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뒷골목에서 잘만하면 폭군으로 군림하고 살 거 같기도 한데, 냐하하."

멋쩍은 웃음과 함께 농담을 던졌다. 이치마츠가 들으면 기분 나빠하려나 같은 생각은 일단 제쳐두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이치마츠한테 말하지 마. 아, 너라면 말할 거 같진 않지만."

"그게 아니라..."

이치마츠 뒷담 쪽이 아니었나.

"제각각의 개성대로 살고 있다고 말했지, 우리들이."

"그쪽이었나? 그렇지. 최근에야 너네들이 평소에 어떻게 사는 지 알게 됐고 말이지."

카라마츠는 컵을 들고선 커피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한다.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 걸 보니 역시 쓴 건 잘 먹는 거 같진 않지만.

"내게도 개성이 있어, 오소마츠?"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개성 만만하다 못해 마이 웨이잖냐, 네 녀석은.

"당연하지! 어설픈 오자키 흉내나 안쓰러운 취향이라든가..."

카라마츠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조금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 그리고, 그리고, 기타 연주 같은거도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 그러잖냐. 나머지는 그런 녀석 없으니까."

간신히 좋은 의미 쪽으로 얘기를 한 거 같다. 아까 말은 하고 보니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소마츠가 보는 나는 그렇다는 거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있는데, 역시 말로 설명하기엔 어려운 거 아닐까?"

화제를 돌리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카라마츠는 내가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표정이 안 좋아졌다. 물론, 마시고 있는 커피도 써서 그러겠지만.

"카라마츠, 그 커피 한번 마셔봐도 돼?"

카라마츠는 대답없이 잔을 내밀었다. 나도 아메리카노를 내밀어 서로의 음료를 바꿔 마셨다.

"켁, 쓰네 이거...이게 뭐랬지? 에스프레소 도피...도피소?"

"도피오. 샷을 두 번 추가했다는 거야."

카라마츠는 얼음을 입에서 굴리며 답한다. 물론 그 표정은 조금 전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그런가...도피오...용케 이런 걸 마시네."

"어쩌다보니 커피를 마신다면 이걸 마시게 됐어."

분명 이것도 폼 잡는다고 마시게 된 걸거야.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카라마츠의 표정을 봐서는, 그런 소리를 했다간 더 상처를 받을 거 같았다.

다시금 두 사람의 음료를 바꿔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시덥잖은 대화를 하며 마시는 동안,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은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 때인가, 손님이 많이 오네."

"아, 이제..."

"가봐야겠네. 동생의 알바를 방해하는 나쁜 형이 되고 싶진 않다구."
"응."

카라마츠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한 번 펴더니 나를 쳐다봤다.

"오소마츠."

"왜?"

카라마츠는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아무 것도 아냐. 이따가 집에서 보게."
"그래, 일 힘내라."

 

내가 가게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는 카라마츠는 어쩐지 손을 내밀고 있는 거 같았다. 사실은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듯이. 그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차남.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받지 못하는 장남. 이 때를 놓쳐버린 것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 그날 밤 옥상의 카라마츠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 카라마츠는 자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병원에 누워있다. 심한 부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나 거하게 한 건 해버린 카라마츠가 눈을 뜨고 입을 연다고 한들, 나를 의지해주는 날로 돌아올 수 있을까. 카페로 찾아갔던 날, 난 그곳에서 무엇을 말해야 했을까. 동생들에겐 가볍게 답을 얘기해주는 나지만, 나 자신에게만큼은 답을 이야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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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쓰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구상은 오래 전부터 하던 편인데도 막상 만들어지고보니 재밌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ㅇ낳네요.

문제는 오늘, 24화가....으어.....

스포는 못하겠는데 으어.....그거 보고 무조건 오늘 오소카라 편을 써야겠다 생각해서 이러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써내고 보니 으어...망했어요.

그래도 오늘 일단 이치카라 편도 써서 한 사이클이라도 완성할 수 있음 하는 바람입니다. 두 사이클+@니까요. 지금 내가 후기로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모르는 하츠모리 드림.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