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 22:53

 

https://heartrainon.tistory.com/m/201

이전(?) 글
전에 써둔 거(뜨이따엔 올렸던가) 백업으로 올립니다
다른 컾은 쓰다 만게 대부분인데 오카는 마무리지어진게 있네요
덕분에 오카 지분률 상승

-----------

 

■오소-모 대륙에 있는 소국, 장미의 나라의 일명 '붉은 왕'.
■카라-지하세계의 공주(왕 후보자). 지상을 알고 싶어서 지상으로 왔다.

"카라마츠 공주, 오늘은 바다를 보러 가지 않겠어?"
오늘도 카라마츠 공주는 선글라스를 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소마츠 왕은 그런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바다? 하지만, 장미의 나라는 바다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동맹국인 산호의 나라에 잠시 갈 일이 생겼거든. 그 참에 카라마츠에게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서."
"동맹국과의 교류에 나를 데려가도 괜찮은가?"
"주요 업무는 쵸로마츠가 볼 거고, 산호의 나라의 왕은 호탕해서 가끔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을 때 부탁하면 자유롭게 보내주거든."
"그래도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카라마츠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잔뜩 드러나서 오소마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럼 준비가 되면 이야기해줘."

어딘가 나갈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말을 타던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한 마차 안에 마주보고 앉았다. 하얀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낯선 곳에서 둘만 있어서 그런지, 마차가 흔들거려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두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고 바깥만을 보면서 산호의 나라로 향했다. 바깥 풍경이 변해가는 보습을 보며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반짝이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러워서 오소마츠는 그를 쳐다보다가 카라마츠가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돌리면 재빨리 다른 쪽 창밖을 보는 척을 하곤 했다. 산호의 나라에 도착하고, 카라마츠가 마차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오소마츠는 산호의 나라의 왕인 데카판에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은 뒤 실무를 쵸로마츠에게 떠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빠르게 허락받았지. 바다를 보고 오면 카라마츠 공주를 산호의 나라의 왕에게도 소개해도 괜찮을까?"
"물론이지. 하지만 순서가 잘못된 건 아닌가, 오소마츠?"
"괜찮대도. 이 나라의 왕은 내가 왜 여기 오는지를 잘 알거든. 대신에 좋은 모종을 보내고 정원사도 파견해서 왕궁의 조경을 멋있게 만들어주고 있는걸."
"그런 거라면, 알겠다."
말에서 마차를 뗴어내고, 마부에게 마차를 지키도록 명령한 뒤, 오소마츠는 말에 올라타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뒤에 탄 채 자연스럽게 허리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가 자신있게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때. 강하고는 또 다르지, 바다는?"
"아아.."
카라마츠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오소마츠는 신경이 쓰였지만 꾹 참고 바닷가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하얀 모래사장. 부서지는 파도. 말을 멈춘 곳에는 산호의 나라가 자랑하는 푸른 바닷가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구두를 벗은 채 드레스를 두 손으로 잡고 모래사장을 사뿐사뿐 걸었다. 파도가 치는 곳에 발을 놓으면 파도가 카라마츠의 새하얀 발을 간질였다. 차가워서 놀라 발을 뗐다가 다시 집어넣으면 파도는 카라마츠의 발에 의해 하얗게 부서졌다. 햇빛 아래, 바다 위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카라마츠의 피부는 더욱 반짝였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구두를 벗은 그 옆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카라마츠는 지금이라도 당장 하늘 속으로, 바다 속으로, 오소마츠가 보는 풍경 속으로 녹아들 것만 같았다. 반짝임에 눈이 부셔 눈을 찡그리고 잠시 얼굴을 가리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오소마츠! 왜 가만히 있기만 하는건가? 같이 '바다'에 들어가야지! 파도라고 하던가? 발 끝에서 부서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기분이 좋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한 채 오소마츠의 얼굴을 아래에서 올려다보았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 오소마츠는 못 이기는 척 부츠를 벗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밟으며 바다 쪽으로 걸었다. 부서지는 파도를 발로 맞으며 연신 까르륵거리는 카라마츠에 푹 빠져, 오소마츠는 자신의 바지가 젖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새 바다에 붉은 빛이 물들고, 오소마츠를 애타게 부르는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오소마츠는 바지가 젖은 걸 눈치채고 난처해했다. 그런 오소마츠를 번쩍 안아들고, 카라마츠는 바다를 벗어나 모래사장에 대기된 마차에 오소마츠를 태웠다. 카라마츠의 드레스도 제법 젖은 채였다.
"왕과 공주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칠칠치 못하니... 갈아입을 옷을 챙겨왔으니 이따 산호의 나라 왕궁의 빈 방을 빌려서 갈아입어야겠네요."
쵸로마츠는 두 사람이 탄 마차에 잠시 타서 한숨을 푹 쉬고 말한 후 내려서는 왕궁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했다. 아까와는 달리 서로 마주보는 게 어색하지가 않아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서로의 젖은 다리를 보고 눈을 맞추더니 까르르 웃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추억이 또 하나 생긴 셈이었다.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