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 21:47

SNS든 커뮤니티든 지쳐서 쉬는 요즘입니다. 특히 일적으로... 감정소모도 잘하고 조절도 잘 못하다보니 어쩔 수 없네요. 앞으로의 세상은 늘 그렇듯 겪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차겠죠. 안정적이고 안주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고로 만우절이 아쉬우니 오소카라 짧글 던지고 갑니다. 다른 컾도 쓰려 했는데 눈의 피로가...

------------------

"사랑해."
으응? 하며 돌아보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럽다.
"사랑한다고."
"에이프럴 풀은 그쯤 해두겠는가? 오소마츠. 재미도 없고, 속아봤자 별 생각도 안 든다고?"
"그런가. 재미없네! 그럼 취소다 취소!"
차가운 눈으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쳐다보더니 이내 거울로 시선을 옮겨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 옆으로 다가가 대뜸 입을 맞춘다.
"으읍...으으읍!"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밀어냈다. 당혹감이 깃든 카라마츠의 눈동자에는 이전에는 보지 못한 오소마츠의 따뜻한 미소가 비쳤다.
"사랑한다는 거, 거짓말이야."
카라마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매섭게 쳐다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소마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 사랑해, 카라마츠. 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카라마츠의 눈초리는 여전히 따가웠다.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달라는 시늉을 했다.
"응? 뭘 주면 돼? 내 사랑?"
"지갑."
의아해하면서도 오소마츠는 지갑을 카라마츠의 손에 쥐어주었다. 카라마츠는 지갑을 열어 탈탈 털었다. 굴러 떨어지는 10엔 동전 몇 개.
"모든 거, 란 말이지..."
"모든 게 그 모든 걸 말하는 게 아니잖..."
"내 지갑에서 슬쩍해간 만 엔은 어디간 건가."
"그건 내 사랑으로 갚으면 안...될까...?"
망했다. 아까부터 괜히 싸한 분위기는 이 때문이었던가! 오소마츠는 빠져나갈 구석을 살폈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후우..."
카라마츠는 한숨을 쉬더니 살짝 웃었다.
"됐다. 오늘 하루는 에이프럴 풀인것으로 하고 웃어넘어갈테니. 사랑한다든가 얼토당토않은 걸로 속이지 말고 다음에 한턱 쏴라. 이 쿨한 퍼펙트 가이, 카라마츠는 사소한 장난엔 신경쓰지 않는다제!"
그 말에 오소마츠는 안심할 뻔했다가 멈칫했다.
잠깐, 내 고백마저 만우절 장난인셈 치는 거야? 안돼... 안된다고!
그러나 오소마츠는 적어도 그 날 다시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 날 내내 쌀쌀한 카라마츠의 반응에 오소마츠는 찔려하면서도 속이 상했다. 살짝 삐져서 베란다에 나가 앉으면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부르르 몸이 떨리고는 하는 것이다.
"오, 사, 삼, 이, 일."
카라마츠가 베란다로 넘어오는 창문을 열고선 별안간 카운트를 센다. 그러더니 베란다로 넘어왔다.
"만우절 끝났어."
"응."
"나도 오소마츠에게 장난 좀 쳐봤다. 쌀쌀맞게 반응했다고 삐져서는 찬바람이나 맞고 있다니."
"난 장난 안 쳤거든? 만 엔은 다음에 갚아줄테니 걱정말고."
"장난이 아니면, 진심이었던 건가. 그... 키스...도..."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사랑스럽다. 카라마츠. 카라마츠를 붙잡고 다시 입을 맞췄다. 입술의 온기가 전해지고, 익숙하지 않은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서로의 심장만큼이나 요동치며 두 사람의 감각과 신경과 감정을 깨운다. 볼에서 한기가 느껴질 쯤에야 둘은 떨어졌다.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입만을 뻐끔거렸다.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그가 감정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오소마츠는 알 수 있었다. 곧 카라마츠의 입이 명확한 형태로 움직였다.

사랑해, 오소마츠.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