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8. 04:26

오소마츠상 22화 희망의 별, 토도마츠 편에서 슬레이트 치는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로 긴 움짤

프사로 하려니까 프레임이 잘려서 이제 수정해야지... 

 

 

 

오소마츠 스타트!

 

 

컷컷!

 

 

이치마츠 스타트!

 

 

컷뜨!

 

 

쿠소마츠 스타트!

 

+

 

 

크으...카라마츠 윙크 치일 거같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3. 6. 07:59

[카라른/토도카라]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4-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3화 연극부 썰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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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쓰러운 형, 카라마츠. 그는 최근 들어 잠을 설치고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모른 척 하려 해도 옆자리니까 알게 되는걸. 덕분에 내 컨디션도 엉망진창. 잠을 못 드는 걸로 화를 내는 건 좀 치졸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은 데가 달리 없으니까 조금 불만이 쌓이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라마츠 형에게 핀잔을 던지는 나날을 보낼 즈음, 나머지 형제들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진 게 보였다. 카라마츠 형에게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단 말이지. 카라마츠 형의 납치극이 원인이었을까. 나는 카라마츠 형도 이젠 어른이니까 고민 한두가지라고 할 시간을 가지느라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내버려뒀었는데, 그 이상의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치 못했던 거다. 드라이 몬스터, 나한테 잘 어울리는 말일지도.

 

카라마츠 형이 갖다 놓은 투명한 잔 옆에는 어느새 학알이 든 병과 쵸로마츠 형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붙은 병이 놓여있다. 쵸로마츠 형, 잔소리는커녕 이제는 저기에다 자기 물건까지 올려둘 정도라니. 이유야 대강 알고 있지만. 쵸로마츠 형이 카라마츠 형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눈에 떡하니 들어와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쵸로마츠 형이 드디어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기 전에도 신경썼던 부분이라 단순히 형이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와는 다른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이 적중했음을 안 건 우연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주의인 우리 마츠노 형제. 책장 뒤를 뒤지는 쵸로마츠 형을 보고 카라마츠 형의 야한 잡지를 보겠다고 저러는 게 우스워서 사진으로 찍을까 고민하던 차에 쵸로마츠 형이 책장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뭔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쵸로마츠 형이 만지작거리다 얼굴을 감싸쥐는 걸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 뒤로 책장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은 나지 않았다. 누군가 한 명은 방에 남아있었으니까.

 

분명 저 책장 뒤에는 심각한 일이 숨어있어. 그래서 혼자가 아니면 좀 집안이 떠들썩해질지 몰라.

 

그걸 목격한 지도 2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쵸로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에게 무언가 시도했다. 쥬시마츠 형도 느낌상 무언가를 눈치채고 카라마츠 형에게 다가갔다. 이치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을 피하고 있다. 오소마츠 형은 알 수 없이 밖으로 나돈다. 카라마츠를 둘러싼 형제들의 이상한 흐름은 분명 그 책장 뒤에 있는 무언가와 관련이 되어 있겠지. 판도라의 상자가 거기에 있다. 점심밥을 먹고 나서, 다른 형제들의 눈치를 살폈다. 오늘은 다들 어디 안 나가려나, 좀 나갔으면 좋겠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소마츠 형을 제외하고는 다들 바깥으로 나갔다. 이제 이 형만 내보내면 되겠는데. 경마 가라고 천 엔 주고 꼬실까.

"뭘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 토도마츠."

나왔다! 가끔 예리해지는 장남력.

"경계하긴 뭘 경계했다 그래? 간만에 집에서 느긋이 쉬고 싶은데 누가 남아있는 게 싫어서 그렇거든?"

"'간만에'라니! 하하하핫."

하긴, 우리들 니트니까 매일같이 쉬고 있긴 하지.

"톳티."

"뭐."

"안쓰러운 녀석한텐 뭐라고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런 건 왜 묻는데."

"카라마츠 녀석이 물어봤거든. 자기가 모두를 아프게 만들고 있다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까지 말한다고? 그런건 딱히 아닌데. 그래서 넌 그대로 있어도 좋다고 얘기했거든? 그런데 그걸로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오소마츠 형도 카라마츠 형의 이야기를 꺼낸다. 오소마츠 형이 밖으로 나도는 것도 카라마츠 형 때문이었나. 사랑받고 있네, 라기엔 지금 상황은 좀 애매하다.

"나야 안쓰럽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쪽이니까. 그런대도 변함이 없어서 안쓰럽지."

"그렇지? 안쓰러운 건 딱히 변하질 않으니까. 우리가 안쓰러워 해주는 게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카라마츠 형은 변하지 않아. 안쓰럽게 폼 잡는 것은 변하지 않아. 그렇게 폼 잡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속에 든 게 있는 건지 어떤지는 알지 못하지만. 어찌되든 안쓰러울 뿐이다. 지금은 그 안쓰러움이 행동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서 느껴지고 있는 거지만. 잠을 설치고 있다. 텅 빈 카라마츠 형이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안쓰럽게 행동한다. 그 행동으로 그는 고민하는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소마츠 형이 일부러 이 얘기를 꺼낸 거 같았다. 따지려고 돌아보니 오소마츠 형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문을 닫았다. 책장 뒤를 살펴봤다. 카라마츠 형의 야한 잡지들이 널부러져 있다. 잡지들을 걷어내니 커터칼이 여러 개 던져져 있었다. 하나를 집어들어 칼날을 빼보니 칼날 끝에 갈색 얼룩이 져있다. 다른 칼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보고 떠오르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손목을 긋고 있는 거야, 카라마츠 형은. 순간 오싹해졌다. 설마, 카라마츠 형이 끌어안고 있는 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 멍청하게 순진한 형이 자살을 생각한다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납치극 당시가 떠올랐다. 카라마츠 형은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 다녀와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집을 비울 때는 이치마츠 형이 큰일이었으니까. 매일매일 사고치는 쌍둥이 형제가 6명이면 한 명쯤 잊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니까, 그래도 카라마츠 형을 깜빡한 것, 밤에 시끄럽다며 물건을 집어던진건 아무래도 심한 일이었으니까 우리들은 카라마츠 형에게 사과했다. 그 사과는 우리들 형제의 기준으로 보면 대충한 것도, 그저 외면치레만 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카라마츠 형이 괜찮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을 때 더 미안하다며 난리를 쳤을 정도였지. 그게 큰 트라우마가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문제는 그것만이 다는 아닐 거라는 감이었다. 카라마츠 형이 잠을 설친 건, 납치극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형에게 얽혀있는 일은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카라마츠 형.

 

그러고보니 어느새부턴가 카라마츠 형은 소매를 잘 걷어붙이지 않았다. 특히 왼쪽 팔목은. 소매를 걷어붙일 때에는 쥬시마츠 형에게서 손목 보호대를 빌려서 하고 있었다.  왼쪽 팔목이 아프댔던가, 손목을 돌리면서 하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카라마츠 형은 혼자서 자신의 아픔을 삼키고 있다. 아니지. 삼키고 있는 게 아니라 발버둥치고 있는 거겠지. 손목을 긋는다는 건 결코 삼키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니까. 그리고 한두번이 아니었을 자살시도를 하면서, 카라마츠 형은 더욱더 깊은 고통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째서. 하나를 알게 되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알아버리는데, 그 전에는 하나도 몰랐던 걸까. '드라이하네~' 오소마츠 형의 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내가 카라마츠 형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잠을 못 자고 설쳐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리니까, 카라마츠 형은 더욱 더 고통스러운 쪽으로 빠져들어갔을 거라고 자책한다. 이런 건 결코 나답지 않지만. 죄 없는 사람 하나를 몰아넣고 태평할 정도까지는 타락하지 않았으니까.

 

카라마츠 형과는 어떻게든 얘기를 나눠야 했다. 카라마츠 형이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상처를 꿰맬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오소마츠 형이, 쵸로마츠 형이, 쥬시마츠 형이 부딪혔음에도 잘 되지 않은 거 같다. 하물며 이제서야 그의 상처를 눈치챈 나다. 내가 따지듯이 물어간다고 한들, 카라마츠 형은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지 않을거야. 오히려 괜찮다면서 안쓰럽게 폼이나 잡겠지. 그가 더 심각한 생각을 하기 전에, 어둠에 먹혀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끄집어올 기회만이라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계기를 만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멍때리기만 시전하고 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상처를 주는 거라고 했던가. 이건 카라마츠 형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카라마츠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그래도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 카라마츠 형은 좀더 나에게 상처를 줘도 괜찮을텐데. 속으로 삼키면 자기의 상처만 벌어진다는 걸 왜 몰라주는 거야.

 

카라마츠 형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말은 없을거다. 적어도 지금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카라마츠 형에게는 상처로 박힐 것이다. 안그래도, 그는 상처를 잔뜩 안고 있다. 돌려 말하는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형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봉합될 수 있도록 일단은 말없는 사랑을 건네야 할 시점이다. 옳은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방을 뛰쳐나와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목적지도 없이 달렸다. 무언가 내 마음 속에서 터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애써 무시해왔던 것들이 한번에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어떻게 해야 좋은 거야, 도와줘. 파트너.

 

아무 이유 없이 선인장이 떠오른다. 메마른 사막에서 가시를 뽐내며 선인장이 서있다. 선인장은 성가신 녀석이라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죽어버린다 한다. 메마른 곳에서 살아온 나름의 폴리시는 사막이 아닌 곳에 와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을 안 주면 말라버리지만, 아슬아슬할 때 한 번 주면 된다고 하니까 귀찮은 녀석이다. 뾰족한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기 위한 게 아니라 메마른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물을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선인장의 진화의 말로다. 그런 선인장이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다. 고슴도치보다도 더. 나를 위해서만 발버둥치고 있는 꼴이 딱이다. 카라마츠 형이 주는 물에 흠뻑 적셔졌을 때, 나는 카라마츠 형을 거부했다. 그의 관심을 지나친 거라고만 생각했고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는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선인장처럼 남을 찌르는 쪽으로 변화해갔다. 그러는동안 물을 채우던 카라마츠 형의 잔도 메말라가기 시작한 걸까. 이윽고 넘치듯 찰랑거리던 물은 증발하고 빈 잔만 남았다. 그 결과, 카라마츠 형은 잔에 물이 아니라 다른 것을 채우기 시작한 거다. 어릴 적 파트너라며 꼭 붙어다녔던 형과 나다. 여섯 쌍둥이라고는 해도, 가장 가까웠던 관계 정도는 있으니까. 늘 같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여섯 쌍둥이가 개성을 찾아가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가 쌓아왔던 관계도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카라마츠 형은 나름대로 길을 잘 찾아간 편이라고 생각했다. 안쓰러운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그러나 과연 형이 찾아간 길은 형을 위한 길이었을까. 형이 연극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안쓰러움은 가속화되고, 형의 변화도 가속화되었던 것이다. 형은 여전히 텅 비고 멍청한 사람이었지만 겉을 꾸며낼 줄도 알게 되었단 걸 어째서 눈치채지 못한걸까. 

 

숨이 가빠진다. 이젠 내 목이 메말라간다. 아무 생각 없이 뛰쳐나와서 돈도 없고, 집에서도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듯 하다. 간질거리는 목에 침을 삼키면서, 조금씩 이성을 되찾는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의 횡단보도에 서 있다. 슬슬 머릿속을 정리해보자. 카라마츠 형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직접 하고픈 말을 얘기하자. 진심을 부딪히면 형도 진심을 꺼내주지 않을까. 내가 사과하는 일, 좀처럼 없으니까 내 사과라면 진심으로 받아주지 않을까. 아직은 괜찮으니까. 형, 그정도 여유는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오늘 점심도 잘만 먹었지, 식탁을 치워주겠다며 웃으며 밥그릇들도 들고 가줬지. 적어도 오늘 형에게 내 진심을 전한다면, 사과한다면 형이 지고 있는 짐을 덜어줄 수 있을거야. 어디까지 뛰쳐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형을 빨리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그런 기분이다. 그때, 횡단보도의 건너쪽에서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8차선 도로라 그런지 횡단보도가 꽤 커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저건 카라마츠 형이다. 여기서 만날 줄이야. 다른 형제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신이 돕는 거네, 이건.

 

 

 

라고 착각했다.

 

차선에는 빠른 속도로 트럭들이 몇 대 지나간다. 보행신호는 도무지 파란불로 바뀔 생각을 않는다. 이윽고 차쪽 신호등이 노란 불, 빨간불로 바뀐다. 3.2.1.텅.

 

트럭이 정지선에 급하게 멈추는 짧은 시간, 카라마츠 형의 몸이 앞으로 내던져졌다. 급정거하는 트럭에 부딪힌 카라마츠 형의 몸은 횡단보도 쪽까지 튕겨나갔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트럭 운전사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도 모두 카라마츠 형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난 그저 굳은 채 반대편 인도에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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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 지금 뭐라고 써대고 있는 겁니까.

실은 짜놓은 얘기지만. 토도마츠는 막연히 선인장을 건네주면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뒷얘기를 생각했던 거라 이번 화에서는 선인장이고 빈 잔이고 내던졌습니다. 토도마츠의 드라이함을 살리고 싶었는데 드라이하려다 땀내나게 되어버렸으니 이거. 분량은 반도 안 왔고, 재미는 없습니다. 변변찮을 정도가 아니라 안타는 쓰레기네요 이거.헿. 그래도 자기만족으로 최대한 써내려가야죠 뭐.

 

 

 

 

Posted by 하리H( )Ri
2016. 3. 6. 05:56

[카라른/ 쵸로카라 편]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3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뒤의 시간대는 뒤죽박죽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쵸로마츠, 21화를 보고 나니 21화 당시의 느낌으로 묘사하고 싶네요. 드디어 쓰레기를 인정했어!(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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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 가 여섯 니트들은 대부분 늦게 깬다.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녀석이 없지. 그렇다고 나도 거기서 예외는 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난다고 해봤자 아이돌 콘서트나 굿즈를 위해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날에나 일어날 뿐이지. 이전에는 나만이 멀쩡한 녀석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형제들의 바보같고 안쓰러운 행각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던가. 나도 녀석들과 다를 바 없구나, 깔끔하게 인정했을 때 내게 평화가 찾아왔다. 내면의 평화, 랬던가. 이딴 현상을 유지하고 있대도 좋다고 생각해버리는 자기가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원해졌다. 다만, 그건 자기에 국한된 일이다. 나에게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놓치던 것을 찾아내는 건 겉보기엔 좋은 일이지만,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좋지 않은 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내면의 평화는 흔들리고 거기에 휩쓸려 들어갈 뿐이니까.

 

하여간, 오늘 아침에는 내면의 평화를 다시금 찾아볼까 하고 다른 형제들보다 먼저 일어났다. 토도마츠는 아침 조깅을 한댔던가, 스마트폰 알람에 '09:00 조깅♥'이라는 알림이 떠 있다. 시간은 아침 일곱 시, 터무니없이 일찍 깼군. 아침밥은 한참 멀었고 배가 조금 고파져서 우유를 한 잔 마시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와 똑같이 생겨먹은 다섯 녀석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내 잠을 방해하는 주범 쥬시마츠와 오소마츠 형은 퍼질러 자고 있고, 토도마츠는 몸을 틀어 배시시 웃으며 자고 있다. 이치마츠는 이불 밖으로 발을 삐죽 내밀며 자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카라마츠, 눈에 다크서클이 져 있고 신음소리를 내며 불편한 듯이 자고 있다. 사실 최근에 일찍 깰 때마다, 카라마츠는 저런 상태였다. 그 최근이 카라마츠의 납치극 즈음이었던가. 아니, 그 전에도 저런 모습이었다. 카라마츠는 단순한 녀석이니까 잠도 달게 자고 일어나는 쪽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잠을 설치거나 하는 일이 잦은 모양이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그걸 형제들에게 상담해오지 않는다. 안쓰러운 말을 한 번 줄이고 꺼내줬으면 좋으련만, 그걸 하지 못하는지 하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하지 않는 쪽이겠지. 납치극 이후에 카라마츠는 언뜻 보기에 그 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제들과 조금 벽을 쌓고 있다는 인상이다. 자기의 본심을,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삼키는 모습을 눈치챈 게 나의 벽이 부서진 이후다. 그 전에도 카라마츠의 모습을 관찰해왔지만, 내가 나를 제대로 의식하고 나서야 카라마츠의 상태를 제대로 눈치채다니, 바보같달까 무심하달까.

 

창가에 있는 빈 잔과 학알이 가득찬 유리병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난다. 병 위에는 학이 여섯 마리 올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불어 떨어지겠지. 용케 방에서 떠들썩하게 형제들이 놀아도 병이나 잔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종이학은 떨어지기 쉽잖아. 안 쓰는 화분받침을 병 위에 올리고, 거기에 학을 조심스럽게 배치했다. 그리고는 잔과 병의 먼지를 털고 잔은 마른 행주로 닦았다. 잔은 안까지 닦아놓으라고 말했건만 카라마츠는 바깥만 슬쩍 닦아놓고선 그대로 방치한다. 잠깐 잔에는 학알들이 차있었지만 병으로 옮겨담은 뒤에 다시금 잔은 빈 상태로 돌아갔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카라마츠가 술잔을 가져왔을 때, 도대체 저걸 어디에다가 써먹을 생각인지 궁금했는데, 카라마츠는 어디에도 쓰지 않았다. 장식으로 쓰고 있다, 라는 말은 궤변으로 녀석은 그냥 거기에 잔을 방치하고 있을 뿐이다. 술을 담아본 적 없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잔은 어딘가 안쓰러워 보였다. 오소마츠 형이 한 번 여기다가 술을 마셔보겠다고 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던 카라마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창가에 두고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다. 달빛을 마시고 싶다던가 하는 말도 그저 말 뿐, 내 잔소리에 못이겨 먼지를 털어낼 때 외에는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이다.

 

이전에 나라면 답답해 했겠지. 쓸모없는 물건을 창가에 올려놨다가 깨뜨리면 어떡할거야. 누가 다치면 어떻게 할 건데. 부엌에 갖다좀 놓으라고. 창가에 놔뒀다가 깨져도 난 몰라. 이렇게 따져들었을거다. 자기가 부족한 녀석인 것을 인정하고 난 뒤에 카라마츠가 잔을 저기에 올려둔 거라 이 잔소리가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다만 부족한 녀석인걸 인정하기 전의 나라도 아마 카라마츠에게 심한 소리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카라마츠가 멀쩡한 상태가 아닌 건 그때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땐 카라마츠가 여전히 삐져있을 거라 멋대로 착각한 거지만. 

 

방을 나와 다락방으로 들어갔다. 다락방 한 켠에 다른 형제들에게 방해받지 않게 소중한 굿즈들을 모아놓은 상자를 꺼냈다. 그 중에 냐쨩이 프린트된 일본주 병을 꺼낸다. 한정상품, 미개봉 상태라 아마 팔려고 하면 사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양보할 생각은 없지만. 술은 좋아하니까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콜렉터로서 열어서 마셔버리기엔 아까우니까 여기에 박아둔 상태다. 냉장고에라도 넣었다간 누가 마셔버리고 병을 엉망진창으로 버려둘 지 모를 일이니까. 병목을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흔들어본다. 찰랑-찰랑-술이 병에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좋다. 그 소리를 들으며, 큰 결심을 한다.

 

방에 돌아오니 토도마츠의 알람 소리가 들린다. 답지 않은 자연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토도마츠가 잠을 깬다.

"라이징따르스키형, 잘 잤어?"

"누가 라이징따르스키냐.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시리."

"헤헤. 그보다 일찍 일어났네. 다시 취활이라도 할 셈이야?"

"아니. 그냥 어쩌다보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쵸로마츠 형은 생각이 참 많아― 뭐, 그것도 쵸로마츠 형이지만."

내면의 평화를 찾았다, 자기 자신을 드디어 인정했다, 이렇게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들 나는 나인가. 토도마츠의 말은 조금 아프게 들렸다.

"카라마츠 형, 어젯밤도 잠을 설치더라. 덕분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뜬금없이 뭔 소리야."

"요즘 신경쓰고 있잖아, 카라마츠 형에게."

"눈에 띄게 피곤해하고 눈에 띄게 피곤하게 만드는 녀석이니까 그렇지."

토도마츠는 헤에-그러더니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쵸로마츠 형은 조금 더 내려놓는 게 좋다고 생각해."

"여기서 내려놓을 게 뭐가 더 있다고."

"나쁜 의미로 말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러고선 토도마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외면을 신경쓰는 녀석이니 세수도 하고 아마 뭐라도 바르고 조깅하러 가겠지. 그것보다 내려놓으라니, 방금 제법 큰 결심을 하고 온 참인데. 내려놓고 온 참인데. 막내 녀석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조금 분하다.

 

니트들이 모두 일어났다.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고 여섯 형제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는다. 밥을 먹건 술을 마시건 대체로는 누구 하나 빠지는 일 없이 여섯이서 하는 게 익숙해져 있다. 전에 이치마츠랑 단 둘이 밥을 먹을 때, 평소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여서 둘이 먹는 건 별로 좋지 않으려나 생각한다. 둘이 싸웠던 것도 아닌데 여섯이서 먹고 마시는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랬을거다. 밥을 먹고 나니까 나도 이치마츠도 좀 풀어져서는 이것저것 얘기를 했었으니까. 밥을 먹고 나서는 오소마츠 형은 빠칭코, 토도마츠는 비밀이라고 말하면서 외출,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와 함께 야구를 하러 나갔다. 집 안에는 카라마츠와 나만이 남았다. 카라마츠도 안쓰러운 가죽 점퍼를 입는 걸 보니 아무래도 외출하려는 모양이다.

"쵸로마츠, 오늘도 잔을 닦아준건가."

"워낙 안 닦아놓으니까 말이지. 몇 번을 얘기했는데."

"고마워."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평소에는 닦아놓았다고 내가 먼저 말하고 카라마츠는 그저 끄덕일 뿐이었다. 오늘은 반대의 경우인가. 쥬시마츠가 저 잔을 처음으로 채운 뒤로,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카라마츠의 표정은 살짝 지은 미소. 그 속에는 무표정. 변한 게 있는 지 없는 지 모르겠다.

"카라마츠,"

"왜 그러나, 브라더."

"이 술잔, 써도 돼?"

"응?"

"이 술잔, 써도 되냐고."

술잔을 살짝 들어올렸다. 변화구가 아닌 직구를 던진다. 변화구를 던지면 카라마츠는 못 알아들으니까. 마음을 고려한다면 변화구를 던져야 하지만, 알까보냐. 카라마츠의 표정은 조금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게, 그동안 저 잔은 카라마츠가 쓰지 못하게 했으니까. 오소마츠 형의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아껴뒀던 술을 마실건데, 투명한 술잔이라야 술을 제대로 보고 즐길 수 있을 거 같거든. 집에 있는 다른 잔은 투명하질 않잖아."

"......"

"싫다면 거절해도 좋아. 너가 아끼고 아끼는 거라면, 그냥 저대로 두고 싶은 거라면 억지로 쓰고 싶다곤 말하지 않을게."

조금 세게 나갔다. 괜히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다. 딱히 카라마츠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란 녀석은 이렇게 직구를 날리는 쪽이 훨씬 편하니까 그럴 뿐이다. 답답한 건 싫다.

"...깨끗이 쓰고 다시 돌려놔준다면 괜찮아."

카라마츠가 어렵게 답을 꺼낸다. 좋은 표정은 아니라 살짝 미안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할게."

"뭔가."

"술, 혼자 마시면 쓸쓸하니까 같이 있어줘."

카라마츠가 갸웃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부탁은 잘 하지 않는다. 혼자 하는 거 아니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건 여섯이서 하는 게 보통이다. 둘이 있는 일은 그다지 흔치 않으니까.

"한정판으로 나온 냐쨩 프린트 술이라 혼자 마시고 싶은데, 카라마츠에게 특별히 맛보여줄테니까. 술잔 빌려준 답례, 라고하면 좀 억지지만."

술잔을 빌리는 것도 술을 잘 못 마시는 카라마츠에게 술을 주겠다고 하는 것도 모두 내 억지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억지를 부린다.

"그러면 고맙게 받아들이지. 아끼던 술을 준다는 거니까."

카라마츠는 폼잡는 투로 대답한다. 저렇게까지 폼을 잡으면서 세우는 벽을 무너뜨리려면, 강하게 미는 걸로는 안되는 거라고 다시금 느끼게 된다. 카라마츠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며 벽을 무너뜨릴 방법을 생각하려 머리를 굴린다.

 

아무도 없던 방에 먼저 들어온 건 토도마츠. 나를 쳐다보더니 씩 웃는 게 기분나쁘다.

"쵸로마츠 형, 아침보다 좋은 표정 하고 있네? 설마 ㄸ..."

"어지간히 좀 해라, 토도마츠. 태클 거는 거는 포기한 거 아니거든."

"농담이야. 뭔가 좀 홀가분해 보여서."

의외로 눈치가 좋단 말이지, 막내 녀석.

"쯧. 그래보인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난 홀가분하지 않거든."

지금 제법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까.

"형은 좋겠다~ 난 지금 전혀 감이 안 잡힌단 말이지."

"뭐가?"

"비밀."

왜 얘기한거냐, 약아빠진 녀석아.

"어쨌든, 잘 되길 빌어~"

그 말에 맞춰서 나갔던 나머지 형제들이 현관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다들 일찍 잠들었다. 다들, 이라곤 했지만 나와 카라마츠는 잠들지 않았지만. 좌쥬시 우오소를 확인하고 이불을 빠져나왔다. 카라마츠도 토도마츠와 이치마츠를 확인하고는 이불을 빠져나와 잔을 들고선 부엌으로 내려갔다. 난 다락방에서 냐쨩 프린트가 되어 있는 일본주를 꺼내든다. 중요한 건 내용물이라고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반대. 포장이 훨씬 중요하다. 사실은 내용물이 중요하지만. 병을 들고 지붕으로 기어 올라간다. 뒤이어 카라마츠도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지붕으로 올라온다. 카라마츠의 손에는 웬 봉지가 들려있다.

"형제가 아끼는 술을 대접한다니, 안주거리라도 내놓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해서."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보다 술잔은 하나네?"

"아, 가져올까?"

"아니, 됐어. 어차피 카라마츠...형은 별로 안 마시잖아?"

"형...이라. 간만에 형이라고 불러주는 군."

"형이 형다워야 말이지. 그래도 둘만 있는 건 오랜만이니까 형 대접을 해줘야지."

"그런가."

술 뚜껑을 연다. 솔직하게 아깝다는 생각도 살짝 스쳤다. 그래도, 아끼는 걸 내어주지 않으면 진심은 통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마음을 굳게 먹는다. 잔을 들어 술을 따른다. 술잔은 드디어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덕인지 달빛을 받아 술잔은 빛나 보인다. 나는 그 잔을 카라마츠에게 내민다.

"자."

"아끼는 술 아닌가, 먼저 맛보는 게 좋지 않아?"

"형이 아끼는 술잔이잖아. 처음으로 술을 담아보는 건데, 형이 먼저 마셔봐야지. 그 잔을 놔둘 때, 달빛을 마시고 싶다며? 딱 거기, 달이 들어앉아 있잖아."

카라마츠는 술잔을 멍하니 보더니, 조금씩 들이킨다. 술의 쓴 맛이 전해져 오는 것인지 눈을 찡그리며 그 얼마되지 않는 술을 꽤 시간을 들여 마신다.

"이제는 내가 다 마셔도 되지? 형은 한 잔으로도 벅차 보이니까."

"그래. 대신에 안주라도 먹으며 같이 있어줄테니까."

안주거리로는 육포를 가져왔다. 카라마츠답다. 육포를 집어들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술을 따라 내게 건넨다. 같은 잔에 술을 나눠 마시는 형제라. 나는 잔을 살짝살짝 돌리다 카라마츠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가 입을 댔던 곳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다. 감촉은 그다지 다를 바는 없지만, 묘한 감정은 맴돈다. 술은, 뭐 특별하지 않게 평범한 맛이네. 분위기는 평범하지 않지만. 술은 분위기로 먹는 거니까, 오늘은 조금 달면서도 쓴 맛이다. 카라마츠는 그런 나를 보면서 육포를 질겅이고 있다.

"카라마츠...형은 말야."

"응?"

"솔직한 모습이라, 부러웠어."

"훗...그게 무슨 소리..."

"나야 요즈음에나 솔직해졌지만, 형은 늘 자신의 진심을 그대로 부딪혀왔잖아?"

"......"

"그게 이상한 데로 가서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솔직함만큼은 솔직히 부러웠다고."

카라마츠는 답이 없다.

"솔직하고, 우리 형제들 중에선 그나마 상냥한 편이고, 묘하게 신경써주는 구석도 있고 하니까."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나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카라마츠. 술을 한 잔 더 따라 단숨에 마셔버린다.

"형 취급을 잘 안해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난 형이 좋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걸까. 카라마츠의 벽을 무너뜨려 보겠다고 하는 말들이 뭔가 이상하기 짝이 없다.

"형이 말하지 않고도 보내는 메시지들, 읽고 있으니까. 나한테만이라도 형의 진심을 얘기해줬음 좋겠어."

그래, 카라마츠가 지금 손목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팔을 걷어붙이지 않은 것도, 아무도 건들지 않는 벽장 뒷편에 내던져진 커터칼도, 가끔 밤중에 사라지는 것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모두모두 알고 있으니까. 내게는 기대줘. 원망하는 거래도 상관없어. 받아줄 테니까. 이 말들은 입 안에서 맴돌고 있다. 다만 입 밖으로 내보낼 때, 이 말들은 나를 홀가분하게도 할 수 있지만, 카라마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고 내 이성이 붙들고 있다. 직구는 변화구로 바뀌어버렸다. 여전히 직구지만, 직구 속에는 생략이 많다.

"진심이라, 그렇지. 난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건 이제까지도, 지금도 변하지 않은 진심이야."

카라마츠가 다물고 있던 입술을 떼서 얘기한 말은 이것. 이것도 카라마츠의 진심이겠지만, 내가 원했던 진심하고는 조금 다르다. 카라마츠가 의지해줬음 좋겠어. 자신의 약한 면을 드러내줬으면 좋겠어. 아니면, 차라리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는 그냥 단순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카라마츠인 채로 있어주길 바랐는데. 카라마츠의 잔은 비었다. 카라마츠의 시각에서는 말이지. 그러나 내 시각에서는, 카라마츠의 잔은 어둠으로 가득차고 있는 것이다. 그걸 비었다고 얘기한다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속에 든 내면의 어둠은 어디까지고 카라마츠를 붙들고 있다. 그리고 그 어둠은, 우리 형제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겠지. 카라마츠의 몸을 당겨 끌어안았다. 지금 나는 카라마츠의 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 다만, 이렇게라도 나의 사랑이, 형제들의 사랑이 카라마츠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달이 잔을 채운다. 나의 진심도 잔을 채우고 있기를.

 

 

 

창가에는 깨끗이 씻은 빈 잔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학알을 채운 하트 모양 유리병이, 그리고 그 옆에 새로이 하시모토 냐의 프린트가 된 일본주 병이 놓여 있다. 일본주 병은 옆의 잔이나 병처럼 반짝 빛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쩐지, 희미하게 햇빛을 반사시키는 그 병도 반짝 빛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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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분량이 길어지고 있나요? 그런 거라면 좋을텐데. 드디어 제 느낌으로, 대화가 적고 생각이 많이 들어간 스타일의 쵸로마츠 편이 나왔습니다. 쵸로마츠 편은 꽤 일찍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소재는 쥬시마츠 편이 먼저, 세부 내용 구성은 쵸로마츠 편이 먼저 나왔습니다. 커플링 느낌도 더 살아있고. 다만 필력이 딸려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써졌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의외로 토도마츠 많이 나왔네요. 토도마츠, 다음 화 메인입니다(사전예고제 ㅋㅋㅋㅋ) 어쩌다보니 소설로는 쵸로카라가 고통받는 쵸로만 나온 걸 봐서 (연중카라라든가 봤는데) 이번 쵸로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썼으니까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러면서 카라는 불행하게 꼴아박는 나쁜 작가입니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3. 6. 02:27

[카라른/ 쥬시카라 편]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2- 

誰か
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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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창문의 틀에는 술잔이 하나 놓여 있다. 카라마츠 형이 올려놓고선 종종 닦아놓는다. 쵸로마츠 형이 깨끗이 닦아주겠다며 나서는 일도 있지만, 그 외엔 누구도 손대지 않는다. 저렇게 닿기 쉬운 위치에 있는데도, 술잔은 늘 비어있는 채 거기 있다. 카라마츠 형에게 술잔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저 술잔은 카라마츠 형이 잠시 알바를 하고 받은 돈으로 엄마에게 찻잔 세트를 사왔을 때 덤으로 받아온 것이고, 그 술잔을 처음부터 부엌이 아니라 이 방에 놓을 생각이었던듯 형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저곳에 놓았다. 술잔을 막 저기 놓았을 때는 당연히 다들 궁금해했다. 그때마다 날아온 답이 죄다 "달빛을 마시고 싶기 때문이지."같은 폼 잡는 말뿐이라 별 도움이 안됐지만. 다만 내가 물을 때만은 "술잔을 바라보고 싶어서."라고 알듯말듯한 답을 해줬다.

카라마츠 형은 그저 술잔을 닦거나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술잔을 닦는 것도 먼지가 앉아서일 뿐인듯 대충 털어내다 쵸로마츠 형의 잔소리 이후 바깥쪽만 닦아낼 뿐이다. 무언가 채워볼 생각은 없는걸까? 술잔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날 채워줘. 빈 채로 두지 말아줘.

술잔이 마치 그렇게 외치는 듯 했다. 술잔을 빤히 들여다봤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투명한 술잔은 아직 술을 붓기에는 아까워보였다.

아, 생각났다. 여기에 담고 싶은 거.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카라마츠 형을 닮은 투명한 술잔은 그 자리에서 나의 귀환을 기다릴 것이다.

동네 문구점에서 반짝이는 학알접기종이와 학종이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는 이치마츠 형만 남아있다. 이치마츠 형은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가 저기 있었나. 형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야지. 길쭉한 학알접기종이를 꺼낸다.


음...학알은 어떻게 접는거지.


종이를 돌돌돌 말아본다. 모르겠다. 삼각형 느낌이었는데 그런건 어떻게 만드는거지.
자."
어느새 이치마츠 형이 내 곁에 왔다. 형은 쪽지 하나를 건네준다. 어라, 여기에 학알 접는 방법이 그려져 있네.
"어디서 찾은겨, 이치마츠 형."
형은 대답 대신 학알종이가 들어있던 봉투 쪽을 가리킨다. 하하. 널부러놔서 못 봤던 거구나.
"이런 거 접어다 어디다 쓰게?"
이치마츠 형이 금색 종이를 하나 집어들며 묻는다.
"저 술잔."
"하?"
"술잔에다가 넣어주는 거야."
"……썩을마츠가 싫어하지 않을까?"
"술잔이 자기를 채워주길 바라는걸!"
이치마츠 형이 날 빤히 쳐다본다. 왜일까.
"……맘대로 해."
그러고선 쪽지를 보고 학알종이를 척척 접어낸다. 어딘가 각이 잡힌 모습은 아니지만, 학알이 완성됐다. 나도 쪽지를 보고 접지만 모양이 도통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새 빨간색과 파란색 학알을 만든 이치마츠 형은 아까랑은 조금 다른 눈길로 빤히 내 손을 쳐다본다.
"접을 때...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아?"
"그래야 모양이 잘 잡히거든."
"그런가!"
종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접는다. 뭔가 세모꼴로 만들어지고는 있는 거같아.
"쥬시마츠, 난 외출한다."
"으응!"
멸치봉지를 챙겨들고 이치마츠 형이 나간다. 고양이에게 멸치를 챙겨주러 가는 거겠지.

그 뒤로 한참을 끙끙댔다. 쪽지를 보고도 어째선지 학알이 잘 접어지지 않는다. 잔뜩 구겨진 종이들을 한켠에 모아놓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그때 카라마츠 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반짝반짝한게 아름답군, 브라더."
종이 한 장을 집어들고선 카라마츠 형이 폼 잡고 말한다.
"뭘 만드는가?"
"학알이야."
"그렇군. 학알인가."
이치마츠 형이 만들고 간 학알을 보며 카라마츠 형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건 보통 병에 담아서 선물하는 것일터. 어디 선물할 데라도 있는건가, 쥬시마츠?"
"저 잔에다 담아두려고."
"잔?"
난 창가에 있는 술잔을 가리켰다. 해가 높이 떠 있어서 그런가 술잔은 더욱 반짝거리고 있다. 형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 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잔을 바라보는 형의 얼굴은 어쩐지 탐탁찮아 보였다.
"...난 비어있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잔은 무언가 채워주길 원하는데, 잔의 주인인 형은 그게 싫다고 한다. 그 말을 꺼내는 형이 저 술잔과 닮아 있어서, 정말로 싫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저 잔은 예쁘지만, 이걸 담으면 분명 더 예쁠거야!"

"......"

"하지만 형이 싫다면 그만..."

형은 잠시 고민하는 듯 멍하니 잔을 쳐다보았다. 그러고선 헛기침을 한번 한다.

"쥬시마츠가 원한다면 잠깐은 괜찮아."

"대신 형이 브라더를 위해서 멋있는 병을 구해줄테니, 그땐 거기에 옮겨줬으면 한다."

"응. 알았어!"

그래도 형은 나를 신경써준다. 딱 잘라 거절하지도 않고 내게도 좋을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형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학알 만드는 거 조금 어려운 일인가, 성공한 거는 몇 개 없어 보이는데."

"아, 이거 만든건 이치마츠 형."

"그런가. 그러면 이 몸이 조금 도와주도록 하지."

그러고선 형은 내 옆에 엎드린다. 아까 집어든 파란색 종이를 쪽지를 보며 의외로 척척 접어낸다.

"어떤가! 잘 만들지 않았는가, 브라더!"

이치마츠 형이 어딘가 딱딱 접히지 않은 학알을 만들었다면, 카라마츠 형이 만든 건 각이 잡혀 세모꼴이 잘 살아있는 학알이다. 여전히 학알이 잘 접히지 않아 구겨진 종이를 보니 조금 풀이 죽네.

"쥬시마츠, 잠깐 손 좀 빌리자."

형이 내 등 뒤에 올라타듯이 하고 내 손을 감싸듯 잡는다. 몸이 살짝 눌려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형이 내 손을 잡고 종이를 접는 동안 종이보다는 형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어떤가, 이제는 좀 감이 오는가?"

아뇨, 전혀 감이 안 오는데요. 종이 접는 걸 전혀 못 봤으니까. 신경도 안 쓰고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부탁드림다!"

"그럼 다시 한번 접어보도록 하지."

내 손가락들을 꾹꾹 눌러가며 형은 학알을 접어낸다. 종이의 접힌 선은 깔끔하고, 힘을 꾹 주지도 덜 주지도 않아 적당히 모양이 잡힌 학알이 하나 둘 만들어진다.

"이젠 내 힘으로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오오, 잘 됐군."

형이 아쉽게도 내 몸 위에서 내려온다. 그래도 다시금 옆에 엎드려서 다른 종이를 집어든다.

"쥬시마츠가 학알을 접는 동안 난 학을 만들고 있을게."

"응응."

 

그 이후로 나는 종이접기에 몰두했다. 형은 이따금 나에게 잘했다, 좋아라며 칭찬을 해줬고 난 그때마다 웃음으로 화답했다. 종이가 사각사각 접히는 소리와 카라마츠형, 나만이 있는 방에서 이어진 종이접기는 쵸로마츠 형이 방에 들어오는 걸로 끝났다. 

"어휴, 방을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어떡해."

"금방 치울테니까 기다려줘, 쵸로마츠 형."

그동안 접은 학알을 두 손에 모았다. 벌써 해가 기울고 있으니 제법 오랜 시간 만들었구나. 손에 모은 학알들을 보니 아무래도 잔에 넣으면 흘러넘칠 거같다. 뭐, 흘러넘치면 더 좋은 거 아닐까? 손에서 천천히 학알을 잔에 붓는다. 학알이 수북히 차는 모습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빨간색 학알이 하나 굴러떨어지자 손을 올려서 잔에 학알을 붓는 걸 멈췄다. 쵸로마츠 형이 빈 과자상자를 건네주며 나머지 학알을 넣게 했고 난 학알들과 남은 종이를 집어넣어 책장에 꽂아두었다. 카라마츠 형이 다시 상자를 꺼내 자기가 접었던 학을 집어넣고선 학알이 가득찬 잔을 바라보았다.

 

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뻐하고 있을까, 언짢아하고 있을까. 형에게서 표정을 읽어낼 수가 없다. 표정이 없다는 말이 이런 의미일까. 아까 종이접기에 몰두하다보니 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를 볼 수 없었다. 폼 잡으면서 지은 표정 말고는, 형은 오늘 내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거 같다. 역시 형은, 멋대로 저 잔에 학알을 채워넣고 싶어한 내게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쥬시마츠. 학알을 아직은 더 접을 생각인가?"

형이 나를 보며 얘기한다.

"병을 구해다주기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 크기면 좋을지 생각해봐야지."

저 말에는 화가 담겨있지 않다. 형에게 느낄 수 있는 상냥함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접은게 반에 반도 안되니까 저 잔의 네 배 정도면 되겠지?"

"응!"

"그러면 모양은? 쥬시마츠는 어떤 모양이 좋은가?"

난 별 모양이 좋아.

"하트 모양으로!"

형에게 선물할 거니까, 그걸로 형의 마음을 채워주고 싶어.

"그렇다면 하트 모양으로. 알았다."

그러고선 형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저 미소는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형은 창가로 다가가 잔을 훑더니, 다시금 무표정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리고선 방에서 나가버렸다. 쵸로마츠 형도 슬쩍 잔을 쳐다보더니 카라마츠 형을 뒤따르듯 방에서 나갔다. 방에는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형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빈 잔이 가득 차면, 웃을 수 있을까.

아직 학알이, 내 마음이 부족한 거야.

학알을 접고 접어서, 가득 채워줄게. 형이 진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도록.

카라마츠 형이 접은 학을 꺼낸다. 형이 접은 학은 여섯 마리. 우리 형제들의 색과 같은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 분홍 학을 한 마리씩 접었다. 잔 옆에 뭉쳐 있는 형태로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다시금 학알을 접기 시작한다. 형의 마음을 대신할 병을 찾아올 때까지, 이 학알들을 접어서 가득 채워주고 싶으니까. 어느새 노을이 번지기 시작한다. 카라마츠 형의 빈 잔도, 그 잔에 담긴 학알들도 노을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내가 접고 있는 학알들도 빛난다. 반짝임 속에서, 나는 그저 학알을 접어나간다.

 

야구하는 것도 잊고 학알을 틈틈이 접어나간지 사흘만에 학알 종이를 다 썼다. 그 종이들이 오롯이 학알이 된 건 아니었지만, 과자 상자를 두 개나 꽉꽉 채울 정도로 제법 많은 양이 되었다. 카라마츠 형은 학알을 잔에 채운 그날 바로 어디선가 하트 모양 병을 구해와서 마당 한 켠에 씻어서 말려놓았다. 햇빛이 좋아 금방 말랐는데도 형은 그 병을 방으로 가져오지 않고 마당에 그대로 두었다. 

"카라마츠 형, 다 접었어."

형이 내가 내미는 과자상자를 받아든다.

"그러면 병, 가져올까?"

"응, 가져와줘."

형은 내려가서 하트 모양 병을 가지고 왔다. 병의 크기를 보아하니, 학알들을 모두 넣을 수 있을 거 같다. 눈대중이 좋구나, 카라마츠 형은.

내가 과자상자 하나를, 형이 다른 과자상자 하나를 들고 병에 붓는다. 이윽고 잔에 있던 학알만이 남았다. 

"어떻게 하고 싶어, 카라마츠 형?"

형은 잔과 병을 번갈아 쳐다본다. 병에 옮겨줬으면 좋겠다던 형이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어쩐지 기분이 좋다. 

"역시 병에 옮겨 담아야겠지..."

형은 조금 아쉬운 듯 잔을 가져오더니 병에 옮겨담는다. 조금씩 쥐어서 옮겨 담으니 어디 바닥에 흘리거나 하지 않고 금세 병을 채운다."

"응! 그리고 카라마츠 형,"

"응?"

"자 이거!"

나는 형에게 병을 내밀었다.

"선물이야."

"다른 사람 주는 거 아니였나?"

"아녀아녀, 처음부터 카라마츠 형 주려고 접은 거니까."

형은 병을 받아든다. 지금 형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아무래도 진짜인 듯 싶다. 형의 온기가 들어있으니까. 

"고맙다, 쥬시마츠."

형은 병을 빈 잔의 옆에 놓았다. 그리고선 내가 늘어놓았던 학들을 병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 형의 마음은 텅 빈게 아니라고, 내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고마워, 덕분에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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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소설을 쓰면 문단 띄는 게 항상 곤란합니다. 읽기 편하라고 문단을 띄는 걸 당연하게 하고 있는데, 이건 틀린 문법이란 말이지. 거기에 얽히면 곤란하기도 하고, 띄는 거 자체가 어떤 장치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걸 날리는 거같단 말이죠. 하여간 어렵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정작 내용물은 안 타는 쓰레기...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9. 12:19

갑자기 쓴 이야기

어제 본 풍경이 정말 예뻤습니다.

따라서 답지 않은 동화체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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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어느새 다 가는 2월 말. 벌써 꽃샘추위라는 말이 오르내릴 정도로 최근 며칠 동안엔 따뜻했습니다. 아직 꽃들이 피지는 않았지만 새싹은 몇 개 본 것도 같습니다.

 

'이제 봄이 오는 걸까?'

 

토도마츠는 입고 나갈 옷을 고르며 생각합니다. 날씨는 맑음, 방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조금 따스합니다. 그동안 추워서 입지 못한 봄옷을 꺼내들고 토도마츠는 거울 앞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역시 이 옷이 좋겠어!'

 

기분에 따라 옷을 차려입고 봄을 준비하러 1층으로 나섭니다.

1층 거실에는 자신과 얼굴이 꼭 닮은 형제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명 있습니다. 토도마츠는 여섯 쌍둥이의 막내. 쌍둥이인데 형제들에게 일일이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형제들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으니까요.

 

"토도마츠, 어디 나가?"

 

장남인 오소마츠가 웬일로 불러 세웁니다. 토도마츠는 조금 귀찮음을 느낍니다. 오소마츠는 조금 참견하는 버릇이 있어서, 용건을 간단하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물고 늘어집니다.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니, 토도마츠는 그냥 행선지를 이야기합니다.

 

"응. 근처 쇼핑몰에서 옷이라도 살까 하고 말이야."

 

"헤에-여자애라도 만나는 거 아니고?"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옷차림을 훑어보고는 떠보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런 게 기분 나쁘다고 토도마츠는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몇 번 이야기를 했지만 오소마츠의 그 표정은 좀처럼 바뀌질 않거든요.

 

"겨울엔 기회가 없어서 연락처 받은 애가 없거든요!"

 

조금 짜증내는 투로 내뱉고선 토도마츠는 재빠르게 현관을 빠져나와 집 밖으로 나섭니다.

 

'뭐야. 겨울에는 별 핑계 다 대가며 집에 묶어두더니 여자애라도 만나냐고 떠보다니.'

 

이번 겨울, 유독 오소마츠는 토도마츠를 자기 옆에 두려고 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든지, 오늘은 춥다든지, 형아 외롭다든지...20살 넘어서 할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가장 고만고만한 막내라도 잡아서 놀아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장남이 우스우면서도, 그런 투정을 부릴 때 어딘가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숨을 한 번 쉬고 상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여섯 쌍둥이라고는 해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만큼 서로 죽이 잘 맞는 형제는 없거든요.

 

'이젠 봄이 왔으니, 형도 조금은 밖으로 나돌겠지. 원래는 집돌이도 아니었으면서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집에만 박혀있었을까, 오소마츠 형.'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보니 오소마츠에게 짜증낸 채 나온 게 조금 후회됩니다. 그래도 오소마츠는 담아두는 것 없는 바보니까 괜찮을 거라며 토도마츠는 자기위로를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쇼핑몰 앞입니다.

 

여기는 봄. 형형색색의 봄옷들이 쇼핑몰 곳곳에서 꽃 핀 듯 진열되었고, 쇼핑몰 한가운데에는 봄이 왔다는 듯 모형 벚꽃나무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직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이르니까, 오늘 느끼는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모형 벚꽃나무 아래서 셀카를 한 장 찍어봅니다. 오늘도 귀여운 얼굴로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이후에는 정신없이 쇼핑몰을 휘젓고 돌아다닙니다. 봄나들이에 어울릴 듯한 모자나 편하면서도 지금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 운동화, 아침 조깅할 때 입을 운동복, 미팅이라도 잡는다면 입고 나갈 수 있는 포인트 있는 셔츠...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화려한 옷가지들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물론 관심이 가는 알바생에게 번호를 따는 것도 잊지 않고요. 꽃밭과도 같은 쇼핑몰 내부에서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다니다 조금 쉬어볼까 생각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와. 엄청 구름이 꼈는데?"

 

"비...아니 눈이 흩날린다! 오늘 날씨 도깨비 같네."

 

토도마츠는 바깥을 돌아봅니다. 과연, 아까까지 감돌던 봄기운은 어디로 가고 잿빛 하늘에 눈 알갱이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오늘 옷은 얇게 입고 왔는데...'

 

슬슬 돌아가 보지 않으면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더 추워질지 모릅니다. 옷을 여러 개 껴입고 집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그러면 꼴이 이상할 거 같아 토도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추운 건 싫은데, 그래도 지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만 앞서지만 쇼핑몰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때마다 들어오는 한기에 발을 쉽게 내딛지 못합니다. 어쩌면 좋을까 하고 발만 동동 구릅니다.

 

"토도마츠!"

 

어디선가 토도마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기와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습니다.

 

"형아가 와줬다궁! 고맙지?"

 

토도마츠는 대답 없이 오소마츠의 행색을 봅니다. 늘 그렇듯 빨간 파카에 목도리만 두르고 온 대충 온 차림입니다. 화려한 쇼핑몰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추위에 덜덜 떨며 돌아왔을 자신을 생각하니 고마웠습니다.

 

"조금 꾸미고 오지 그랬어."

 

"잠깐 데리러 온 건데 그럴 것까지 뭐 있어.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눈이 쏟아지길래 놀라서 온 거니까."

 

사실 토도마츠가 나가기 전에 오소마츠는 오늘 날씨가 추워질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이 맴돌았다가 저렇게 딱딱하게 얘기하는 토도마츠가 조금 얄미워져서 다른 얘기를 꺼냈는데, 이렇게까지 추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자, 우산 쓰고 가자, 토도마츠"

 

오소마츠가 자기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토도마츠에게 둘러줍니다. 오소마츠의 온기가 토도마츠의 목에 전해져서 아까까지의 한기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당장의 따뜻함에 토도마츠는 기뻐했지만, 그 뒤 눈에 들어온 오소마츠의 휑한 목 주변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소마츠 형은 괜찮아?"

 

"집까지 금방 가는걸. 신경 쓰지 마. 너 입을 걸 가지고 나온다는 걸 깜빡해서 목도리밖에 줄 게 없었거든."

 

역시 형은 바보입니다. 걱정이 됐다는 주제에 옷가지도 챙겨 나오지 않은 하나만 생각하는 바보.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으니 밖에 나가지 않은 것도 추위를 피할 좋은 방법을 그것밖에 못 떠올린 걸지도 모릅니다. 오소마츠의 벌벌 떠는 표정을 보면서 토도마츠는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는 새, 다행히도 눈이 그칩니다.

 

"휴, 눈이 그치니까 좀 낫네."

 

"추운 건 똑같은걸 뭐, 얼른 걸어가자 형."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어둑어둑해진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갑자기 오소마츠가 멈춰섭니다. 입술이 조금 파래진 채 오소마츠는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토도마츠, 저것 봐."

 

오소마츠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립니다.

 

"어라?"

 

거기에는 벚꽃이 핀 나무가 한 그루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봐봐."

 

"아."

 

자세히 보니 벚꽃 나무가 아니라 아까 쌓인 눈이 살짝 얼어서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거였습니다. 눈이 쌓이기 전에는 겨울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앙상한 나무였는데, 눈과 빛의 조화로 밤벚꽃처럼 보인 겁니다.

 

"우와...신기하네. 봄인 줄 알았는데 겨울 날씨, 겨울인줄 알았는데 봄 풍경이 딱 펼쳐져 있잖아."

 

"그러...켈록...게...켈록"

 

오소마츠가 기침을 내뱉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풍경을 담아두고 싶다는 듯 오소마츠는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네, 바보 형이니까.'

 

토도마츠는 오소마츠가 그 풍경을 더 눈에 새길 수 있도록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순간이 오랜 추억에 남았으면 하하고 생각합니다.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끌어안고, 자신의 볼을 비볐습니다. 파래진 입술도 다시금 붉어질 수 있도록 입술도 가만히 맞댔습니다. 오소마츠는 처음엔 조금 놀라더니 입술을 좀 더 내밀고선 토도마츠를 안아줍니다.

 

이번 겨울동안 보낸 시간, 그리고 겨울의 끝에 맞이한 밤벚꽃까지 해서 둘의 추억은 아마 오래도록 남아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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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체 어려워! 오글거려! 우와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동화를 읽은지도 오래되서 동화체가 뭔지도 모르는 게 함정

 

써놓고 보니 이거 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그냥 요새 베니마츠가 좋아져서 썼을 뿐

 

어제 본 눈 쌓인 나무가 밤벚꽃같아서 좋았는데 묘사력 완전 없어!!!!!!!!!!!!!크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

 

이런 쓰레기를 내놔서 죄송합니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2. 00:42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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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에 잠에서 깼다. 깊은 잠을 잔 게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잠을 다시 잘 수 있는 날은 다행, 그렇지 않은 날엔 낮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한 감정에 휩쓸린다. 물론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나을 뿐이다. 최근, 이라기엔 꽤 오래된 일 같지만 같은 꿈만을 꾸고 있을 뿐이니까. 자기가 죽는 꿈을. 그것도 자살하는 꿈을. 자살 방법도 각양각색, 내가 알고 있는 죽는 방법을 뇌 속에서 있는 대로 끄집어내서 보여주고 있는 걸까. 과장 좀 보태서 만 번은 꾼 거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꾸고 있으니까.

자살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 깨고 나면 수첩에 꿈에서의 자살 횟수를 기록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자살을 시도한 날에 표시도 같이 해둔다. 현실은 꿈만큼 창의적이지 않아서, 기껏 시도한대봐야 높은 건물에 올라서는 거나 커터칼을 왼팔 손목에 긋는 것 정도다. 몇 번을 손목을 그어 죽으려고 시도한 흔적은 나이테처럼 쌓여 있다. 누군가 물어오지 않도록 요즘엔 소매를 걷지 않거나 쥬시마츠에게 팔목 보호대를 빌려 차고 있다. 살짝 소매를 걷어올려보니 막 새살이 돋아 튀어나온 흉터가 보인다. 다시 소매를 내렸다.

창가 틀에는 투명한 술잔이 빛나고 있다. 앉으면 머리 위와 닿는 아슬아슬한 위치기는 하지만, 의외로 건드리는 일이 없다. 그건 그거대로 쓸쓸하게도 느껴진다만. 지금것 아무것도 담아 본 적 없이 비어있는 채 그저 거기에 놓여있을 뿐인 술잔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술잔을 보며 미소를 살짝 짓는다.

계속 비어있는 채로, 비어있는 걸 드러낸 채로 오늘도 나는 살아있구나.

살아있다기엔 조금 슬픈 텅 빈 나.

거기에 죽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옆에는 형제들이 태평스레 잠들어있다.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새우잠을 자고 있는 이치마츠,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건지 연신 키득거리는 토도마츠, 파칭코에서 따는 꿈을 꿨는지 크게 잠꼬대를 외치는 오소마츠, 귀를 막다가 지친 듯 손이 귀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 쵸로마츠, 끝으로 90°로 돌아서 자고 있는 쥬시마츠까지. 예전같았으면 형제들에게 이런 일을 상담했을텐데.

납치극을 당했을 때 형제들의 반응을 직면한 뒤 형제들에게 기대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과는 받았지만, 마음 속에 상처는 손목의 금들처럼 흉터가 졌다. 텅 비어있는 마음의 겉면에도 잔뜩 흠집이 나있을 터다.

다시금 잠자리에 누웠다. 빈 술잔이 빛나고 있다. 오늘도 저 술잔에는 나의 슬픔을 한 잔 따랐다가 비워낸다. 아침이 됐을 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행히 오늘 밤은 몽롱해지는게, 그래도 잠이라도 들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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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른인데 컾이 없다니 이건 사기!
것보다 팔아프네ㅜㅜㅜ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1. 21:56
☞2/21자 오소른 전력 60분 참가
☞주제 '손가락'
https://twitter.com/OsoRight_60/status/701361024113336320?s=09

(오소마츠 시점)

익숙한 기타 선율이 들려온다. 에...그러니까 이 곡은...뭐였지. 그보다 기타 치고 있는건 역시 카라마츠려나.
"어이!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기타를 치던 손을 멈추고 날 아무 표정없이 바라본다.
"왜 그런가, 오소마츠."
"방금 치던 곡, 뭐야?"
"아, 그건 금지된 장난이라는 곡이다. 기타를 친다면 한번쯤은 치게 되는 곡이지."
헤—그런가.
기타는 몰라도 그 곡만은 알고 있다고. 제목이 금지된 장난이란건 처음 알았지만.
"마저 연주해 봐,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다시금 연주를 시작한다. 언제 들어도 구슬픈 선율이 카라마츠의 손가락을 타고 전해진다. 이 녀석, 은근히 기타를 잘 쳐서 기타를 연주할 때만큼은 장난을 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열렬한 팬마냥 집중해서 듣고 있다고.
연주를 마친 카라마츠의 손가락에 눈길이 향한다. 사내자식 손가락이 예뻐봐야 뭐하겠냐만 이 녀석 손가락은 조금 엉망으로 굳은살이 배었다. 카라마츠도 내 눈길을 의식했는지 손가락을 쫙 펼쳐보인다.
"기타를 잘 치려면 손을 제물로 바쳐야 하지, 브라더."
"무슨 소린지..."
"기타 연습을 하다보면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아물었다 하거든. 수없이 새살이 돋고 트는 일이 반복되어서 이런 영광의 굳은살을 얻는 것이다."
네이네이. 그게 영광이라고 말하는 오늘도 안쓰러운 카라마츠 씨.
"좀 눌러봐도 돼?"
"뭐, 상관없다만."
카라마츠의 굳은살을 눌러본다. 으아, 딱딱해. 내 손가락은 아직 제법 말랑거리는데. 자세히 본 녀석의 손가락은 휘어있는데다 굳은살이 이곳저곳에 배여서 흉하다고까지 생각하게 한다. 그에 비하면 내 손가락은 고생하나 한 적없어 뵌다. 자세히 보면 흉터라든가 있지만, 고생의 흔적이 거의 없어서 그야말로 '백수'라는 말에 어울리는 손이다.
"형님도 뮤즈를 영접해보겠나?"
뭐래는거냐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음악은 싫어했던가."
"그다지—듣는 건 좋지만 나 음악쪽엔 별 소질 없으니까."
"기타는 어떤가."
"역시 듣는 쪽이 좋으려나."
카라마츠는 내게 기타를 가르쳐주고 싶은 모양이다. 재밌을 거같긴 한데, 네 손을 보면 역시 자신이 없어지는걸.
"잠깐 손 좀 내밀어봐."
내 손가락을 쭉 편채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내 손을 쓰다듬듯, 주무르듯 만지더니 자기 손바닥과 내 손바닥을 마주댄다.
"손가락 길이는 충분히 기네. 뭐, 이런 데까지 똑같은 게 쌍둥이인가."
카라마츠가 싱긋 웃어보인다. 손바닥을 마주한 채 나도 싱긋 웃으며 카라마츠의 미소에 답해준다.
"형은 역시 안 배울래."
카라마츠의 연주를 듣는 거만으로, 네가 말하는 뮤즈를 영접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대신 한 곡만 더 쳐줘."
마주댄 손을 기타 쪽으로 갖다댄다. 살짝 만지작거린 카라마츠의 손가락은 울퉁불퉁해서 묘한 기분이 든다.
"No problem~듣고 싶은 곡이 있는가, 오소마츠?"
"너가 치고 싶은 걸로 쳐."
카라마츠가 망설임 없이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자작곡이려나, 마음가는 대로 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 느낌이 좋아서 무심코 카라마츠의 무릎을 베고 누워버렸다.

선율은 이리저리 나의 정신을 데리고 가고픈 곳으로 데려가고, 난 거기에 홀린듯 따라간다. 따뜻한 느낌 속에 파묻힌 채 흐릿해지는 선율을 듣는다.

익숙지 않은 감촉에 눈을 살짝 떴다. 카라마츠의 얼굴이 가장 눈에 들어오고, 그 입술에는...아, 내 손가락이 물려 있나. 카라마츠는 내 왼손 검지를 제 입에 가져가 살짝 빨고 있었다. 마치 갓난아이가 젖을 빨듯, 내 손가락을 빠는 카라마츠는 행복해보였다.
"카라마츠."
"어으어어에에에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가 내 손가락을 입에서 뺀다. 그러고보니 나, 어느새 카라마츠의 오른무릎이 아니라 다리를 다 차지하고선 왼무릎에 누워있네. 카라마츠는 손가락의 침을 닦아주려고 자기 탱크톱에 내 손가락을 문지르고 있다.
"미안...손가락이 부드러워서 만지작거리다 나도 모르게..."
저런 부끄러움 타는 모습이 귀엽다. 녀석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으려 하니까 이건 녀석의 단 한명뿐인 형으로서의 특권이겠지.
"아니, 난 괜찮다고?"
"응?"
"사랑하는 형제가 내 손가락을 빠는 거, 괜찮다고."
그 감촉이 싫었다면 깨자마자 저항했을거라고.
"자~이 형님의 손가락, 특별히 양보한다고?"
왼손 검지를 카라마츠의 입술 근처로 내민다. 카라마츠는 검지를 잡더니 내 입술에 갖다댄다.
"사실, 손가락보다 더 원하는 게 있는데."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여 검지를 댄 곳에 자기 입술을 갖다댄다. 카라마츠의 손가락이 울퉁불퉁하고 굳은살이 박혀있다면 카라마츠의 입술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다. 입술이 닿았다는 것보다 먼저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건 왤까.
"어어어? 뭐하는거야 카라마츠!"
뒤늦게 카라마츠를 밀쳐낸다. 카라마츠가 벙 찐 얼굴로 날 쳐다본다. 서로의 입술을 각자 혀로 훔치며 시선을 회피한다.

그래도 그 감촉, 좋았어 카라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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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오소송 글연성을 해봤습니다만, 역시 글재주가 없는지 망했어요.
장남마츠 다이스키♥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