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19:58

[카라른/이치카라]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9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날조,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9화가 데자뷰라고 느끼신 분은 정상입니다. 다만 안에 내용은 많이 바뀌었어요.

또 이렇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화 작업중이에요 ㅠㅠㅠㅠ 벌써 이것도 1년 되가는...

뭘 쓴게 있다고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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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바깥을 배회하자면 머리 위에 떠 있던 해는 어느새 기울어 지평선을 향하고 있다. 그다지 기다릴 셈은 아니었지만 쵸로마츠가 생각보다 늦어지자 병원 입구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병원 앞뒤를 둘러싼 작은 산책로에는 링거 거치대를 끄는 노인, 휠체어에 탄 소년과 그걸 미는 남자, 목발을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여자 등이 보였다. 그리고 의외로 고양이도 몇 마리 돌아다녔다. 병원 직원이 먹이를 주는지 한켠에 빈 그릇과 물통도 놓여 있었다. 고양이들을 놀아주며 산책로 벤치에 앉아있자면, 고양이처럼 굽은 등을 한 쵸로마츠가 느릿느릿 입구로 걸어 들어온다. 빠른 걸음으로 짐을 받아주자 그는 한숨을 쉬면서 카라마츠가 입원한 병실 쪽을 바라보았다.

 

"좀 늦었네. 엄마 병수발이라도 하고 온 거?"

 

고개를 젓고선 쵸로마츠가 입을 떼려다 다물어버렸다.

 

"아니. 그건 아냐. 이따가, 다 같이 있을 때 말할게."

 

그는 능숙하게 숨기질 못한다. 분명 중요한 말이겠지. 그래서 다 같이 있을 때 말한다는 걸까. 그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저 표정을 본다면 누군가는 쵸로마츠에게 말을 해 달라 할 것이다.

 

"일단 올라가자. 어차피 계속 밖에서 있었을 거 아냐. 그 사이에 카라마츠가 일어났을 지도 모르니까."

 

 

쵸로마츠가 병실 문을 열자 모두가 이쪽으로 왔다. 오소마츠 형은 '쵸로마츠, 수고~'라는 말과 함께 쵸로마츠를 가볍게 맞아주며 나를 쳐다봤다. 어쩐지 그 눈길이 거북해서 눈을 피하며 다시금 복도 의자에 주저앉았다. 쵸로마츠는 훌쩍거리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달래며 안쪽으로 들어가고, 오소마츠 형이 복도로 나왔다.

 

이치마츠, 뭐 하나만 물어도 돼?”

 

“...뭔데.”

 

아까 쵸로마츠랑 얘기 나눈 거 있어?”

 

별건 없어. 이따가 다 같이 있을 때 얘기해준다는 건 있었지만.”

 

내가 숨겨봤자 어차피 곧 쵸로마츠의 표정을 보고 알 테니까 그냥 말해버린다.

 

?”

 

글쎄.”

 

그리고, 왜 카라마츠를 보러 들어오질 않는 거야? 걱정은 엄청 하고 있는 주제에.”

 

하나가 아니잖아! 거기다 당황스런 질문이다.

 

...누가 걱정한다고...”

 

하고 있잖아? 엄청. 너도 힘들어하는 거 있는 거 아냐?”

 

그다지...암만 썩을마츠라 해도 저렇게 다쳐서 못 일어나면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고...”

 

그거 말고.”

 

“......”

 

나는 형이니까, 카라마츠의 고민을 알아주지 못한 거라던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 너도 그런 거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럴 때 느낀다. 역시 장남은 장남. 바보 주제에 저런 건 잘 알아챈다.

 

쉽게 얘기하네.”

 

?”

 

그 정도잖아? 단지 형이니까 몰라줘서 미안한 거로 끝. 녀석을 저기까지 몰아간 직접적인 원인은 되지 않아. 느끼는 죄책감이 있다고 해도, 그저 의무적인 것뿐이니까. 나랑은 다르다고. 나랑은...”

 

형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위험하다. 그래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런 중얼거림조차 끈질기게 물어올 게 분명하니 다시 병원 밖으로 나간다. 카라마츠의 병실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채 멍하니 지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하늘은 푸른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릴 적 나비의 생태를 알아보자는 내용이었나, 하여간 교실에서 애벌레를 길렀던 적이 있다. 다들 어서 나비가 되기를 기다렸지만, 애벌레는 몇 번이고 허물만을 벗을 뿐, 나비가 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잘난 척 하던 녀석이 이런 게 탈피라면서, 이걸 몇 번 해야지 나비가 된다고 말했던가. 애벌레에게 상추라던가 먹이를 주는 담당이 나였기 때문에, 벗겨진 허물을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이윽고,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어버렸다. 담임이 호들갑을 떨며 겁을 주면, 몇 명인가가 피식거리고 몇몇은 나비 죽었냐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우화해서, 사육장의 뚜껑을 열어주니 날아가는 모습에 그 당시에는 감동했었다. 하지만, 신비롭고 아름답게 남은 그 장면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본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긴 시간, 날 수 있는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라온 녀석의 비참한 최후를 보며 여느 녀석들처럼 죽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나비가 되기까지 허물을 벗으며 고통받았을 그 시간들이 아깝고 쓸모없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껍데기를 깨고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다한들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면, 보호받지 못하면, 어차피 약할 뿐이라고. 산소라든가, 세상이라든가, 무심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마는 나다. 그런 내게 카라마츠는 예나 지금이나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손을 내내 뿌리쳤다. 미움을 샀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나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카라마츠의 마지막 연극을 하기 전, 봄이었다. 그 뒤, 우리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우리의 마지막 학생시절을 소비하는 동안, 카라마츠는 급격히 안쓰러워졌다. 그 전에도 그는 남자다운 것을 좋아하고 종종 연극톤을 내뱉었으며 폼 잡으며 뜬구름 잡는 소리를 내뱉는 사람이었지만 그 시간을 거치며 카라마츠는 안쓰러운 캐릭터에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편이 낫다고 여겨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연극에 대한 어긋난 애정일 거라 생각했다. 5년을 빠져 살았던 연극이다. 그걸 어쨌건 타의로 관두게 되었으니 카라마츠의 변화에 동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 마치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기라도 한 양, 이상한 필터로 타인의 말을 걸러듣는가 하면(주로 자기에게 좋은 쪽으로) 오자키처럼 남자들이 동경할 법한 패션이나 말투를 과하게 써서 눈총을 받거나 자기애 넘치는 작품들을 양산해내곤 했다. 거기에 질려서 결국 형제들까지 안쓰럽다거나 무시하는 일이 된 게 고작 그 1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너무도 달라진 껍데기에 사람들은 적응하고 바뀌어갔다. 카라마츠의 상담에 제대로 대응해주지 못한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전보다 나에게 다가오는 방식이 짜증나서, 그리고 나도 만사가 부정적으로만 보여서, 카라마츠를 대하는 방식은 점점 심해졌다. 내가 자기혐오로 무장하고 땅굴을 파는 타입이라면 그는 전형적인 나르시스트였다. 자신에게 자신이 없으면서도 그 발현방식이 정반대라 그런지 이전보다도 그와 엇나가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 관계. 거기에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갔다. 나도 상처받고 있잖아. 애초에 저런 안쓰런 모습 관두면 안 되나. 그렇게 자신이 단단한 척 애써봤자 남는 건 없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변하지 않았다. 이젠 카라마츠는 원래 저런 녀석이었지라고 여겨질 정도로. ‘이치마츠가 제일 걱정된다고라고 들을 때 그걸 감싸주는 카라마츠의 본질마저 안쓰럽다 여길 정도로. 물론 약한 모습도 자주 보이지만 그가 꾸며낸 껍데기는 단단해져서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화를 기대해본 적은 없다. 그 껍데기로 사는 게, 그 껍데기가 본질이 되는 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거 아닐까. 물론 저런 어른이 되는 건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지만. ‘어른은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니트 생활을 하며 미루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고. 어릴 적에 생각했던 어른은 되고 싶은 존재였는데 삶이 이어지면서 어른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싶고. 훌륭한 어른이 있는가하면 쓰레기 같은 어른이 있고. 그 쓰레기도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로 나뉘듯 내가 겪은 쓰레기어른과 내가 돼버린 쓰레기어른은 다르고. 더 이상은 자기가 누군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이 어른의 장점이라 멋대로 여긴다. 그 누구보다 고민 없는 남자 카라마츠도 영 쓸모없고 어른답지 않지만 어른은 어른인거다. 그런 판정을 내리며, 우리 여섯 쌍둥이가 모두 그런 처지가 되었다는 것에 조소하곤 했다. 설마, 껍데기가 깨지는 모습을 보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균열은 조그맣게, 예상치 못하게 생기는 법이니까. 카라마츠가 치비타에게 납치를 당했다 돌아온 날. 버릇처럼 그에게 툭툭대면서 엄살떨지 말라고 했지만 병원에 다녀와 붕대를 둘둘 감은 카라마츠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평소와는 달리 거실에 1인용 요를 깔고 카라마츠가 잘 수 있도록 해둬서, 늘 좁았던 6인용 이불은 넓어보였다. 도대체 납치 당일에는 왜 눈치를 못 챈 건지 의아할 정도로 카라마츠의 빈자리는 컸다. 잠결에 밖으로 나돌아다니다 우리의 먹튀에 열받은 치비타에게 잘못 걸렸던 거겠지 생각한다. 납치극의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카라마츠를 위해서인지 스스로를 죄책감에 몰아넣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 뒤로 누구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으니까. 카라마츠의 잠자리를 살펴주자 붕대와 반창고로 뒤덮힌 그의 얼굴에 핀 미소는 여전히 해맑아서, 그날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자리에 누우면 옆의 빈자리를 괜히 휘적거리고 요에 파묻혀 카라마츠의 흔적을 더듬기도 하고 원래는 건너였던 토도마츠를 괜히 건드리기도 하고, 그러다 정신이 맑아져 버렸다. 다사다난한 날이었다. 친구인 고양이가 본심을 말하는 약을 맞고, 내 본심이 들켜서 화내버리고, 나 때문에 도망간 고양이를 쥬시마츠가 찾아주고, 모두와 화해하고선 목욕을 끝내고 돌아오자 심한 꼴을 하고 있는 카라마츠가 있고, 카라마츠의 상태 탓인지 모두들 솔직하게 싹싹 빌었는데, 아마 에스퍼 냥이 사건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평소같았으면 그렇게 심하게 다쳐와도 별 신경 안 썼을 거라 생각하니까. 맑아진 정신에서는 끊임없이 그날 하루가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때, 1층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 하지만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소리가 들리는 게 영 이상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지붕이 살짝 울렸다. 몸을 일으켜 조심히 방을 빠져나왔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누가 올라갔나 살피러 가자, 그곳에 익숙한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핫...”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그의 어깨는 들썩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얼굴은 분명 카라마츠였다. 왼쪽 손목에 무엇인가 반짝, 하고 빛났다. 으윽하는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가 움츠리고 다시금 아까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슬쩍 카라마츠의 몸이 틀어져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넋이라도 나간 듯이 그저 자신의 손목을 긋고, 긋고, 그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손목을 긋던 것을 떨어뜨렸다. 아까의 웃음소리, 아니 웃음소리라기엔 애처로운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소리조차 목구멍에서 막힌 듯 작게 들려왔다. 울음이 섞여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소리. 카라마츠는 망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리에 맷돌에 맞아 목이 꺾인 카라마츠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탓이야. 무서워. 서둘러 내 잠자리로 돌아왔다. 잠자리에서마저 비치는 달빛은 나의 가슴을 찌르고 잠 못 이루게 했다. 그 뒤론 카라마츠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다. 카라마츠가 오는 걸 살피고 밖에 나가거나 했다. 병실에 있지 못하는 것도 그 탓이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오고 숨이 막히는 것 같으니까.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날이 어둑해졌다.

 

이치마츠,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저녁밥은 먹어야 한다며, 병실에서 마중을 나왔다. 고개를 흔들자, 그는 머리를 감싸며 얘기한다.

 

밥은 먹어야지. 이런 상황에 한 명 더 쓰러지면 정말 곤란하다고? 밥 먹으면서, 모두에게 얘기 좀 할 거니까.”

 

...”

 

쵸로마츠의 손에 이끌려 병실로 들어왔다. 쥬시마츠가 애써 밝은 얼굴로 뭐하고 있었냐고 물으면, 그냥이라 작게 중얼거릴 뿐. 카라마츠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연스레 밥상에 둘러앉듯 작은 탁자에 모여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밥을 삼켰다.

 

슬슬 괜찮을까나. 모두에게 할 말이 있는데.”

 

좋다고, 답하는 사람은 오소마츠 형밖에 없었지만, 쵸로마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집에 간 김에, 카라마츠가 학창 시절에 무슨 일을 겪지는 않았을지 조금 알아보고 왔어. 내가 알아본 것만으로는 카라마츠가 이 지경에 이른 것까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추측까지 더해서 정리하느라 바로 말하진 않았어. 이거 말고도 아마 각자가 알고 있는 일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 다 얘기하라고는 하지 않을게. 다만, 카라마츠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생각해줘.”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중고등학교 시절 연극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봤자 제3자의 이야기로, 카라마츠가 겪었던 일이나 감정을 다 대변해주지는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상냥하고 의지되는 형으로 남고 싶었던 집에서의 카라마츠와는 다르게 학교에서의 그는 평범했다. 바보여서 수업에 따라가기 힘들어했다거나, 늘 즐겁게만 보였던 연극부 활동도 부원들간의 트러블이라든가에 말려서 곤란했다거나. 생각없어서 좋겠다느니,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느니, 그건 그가 한껏 꾸며낸 허세에 말려든 것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다만, 힘들 때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털어놓거나 하지 않은 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다들 똑같았는데, 나도 그랬는데, 녀석만 강한 척 하다가 괜히 힘들어지게 된 거 아니냐고. 그런데, 학창 시절의 일들이 이제 와서 카라마츠를 조이는 이유가 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졸업하고 벌써 몇 년이나 된 일이잖아. 나름대로 극복한 거 아니였냐고. 안쓰럽게 변해가면서.

 

“...그러다 요시다 군이라고, 이치마츠 기억나? 1때 같은 반이었던 녀석.”

 

1때라. 좋은 기억이 없어서 쵸로마츠 외의 동급생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 녀석도 연극부였는데, 얼마 전에 카라마츠를 만났다고 하더라고. 그냥 예삿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연기 쪽으로 안 나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호들갑이더라. 카라마츠를 만났을 때도 그런 말을 했다고 했어. 확실치는 않지만 그때쯤부터 카라마츠가 우울해하기 시작했던 거 같아.”

 

그거였나.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라마츠가 납치당했지. 시기를 더듬어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납치극을 얘기하자, 표정들이 한층 어두워졌다.

 

그럼, 카라마츠 형에게 있어서는 불행이 연달아 겹친 거...였을까...”

 

토도마츠가 힘없이 말했다.

 

그랬을지도...”

 

쵸로마츠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병실을 나가서 복도에서 잠드려 하자,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붙들고선 카라마츠가 보이지 않을 법한 커튼 너머 자리로 데려왔다. 하필 잠버릇이 고약한 오소마츠 형과 함께 써야 했지만, 다시 나가기엔 두 사람에게 미안해져서 그대로 누웠다. 카라마츠가 자해하던 이야기, 했어야 했나. 데카판 박사에게 다시 고양이에게 기분 약을 주사해 달라고 부탁할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커튼 너머에서는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비프음과 다른 녀석들의 숨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카라마츠, 내일은 깨어날까. 하지만, 그때의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원망할까봐 두려웠다. 쵸로마츠는 알고 있는 얘기들을 말해달라고 했지만, 다른 녀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조차 마음을 굳혀야 하는 일이었다. 쉽게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으면 불안한 생각들만 스쳐갔다. 이렇게 병원에서의 둘째 날이 지났다.

 

...”

 

창가 근처라 떠오르는 해의 빛이 눈을 자극하고, 거기에 조금씩 정신이 깨어났다. 거기에 거친 숨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하악, 하악, 하아악...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숨소리는 카라마츠의 것이었다. 재빨리 일어나 그를 흔들어보아도 대답 없이 눈물과 식은땀,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만이 나온다. 옆에 있는 응급 버튼을 몇 번이고 두드리며, 제발 누군가 와주기를 빌어본다.

 

카라마츠...카라마츠...!”

 

내 소리에 다들 잠이 깨어서 누군가는 복도로 달려나가고 누군가는 떨리는 내 몸을 잡아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와 담당의가 카라마츠를 데려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녀석이 이마를 감싸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느끼는 고통이 저거다. 사고로 치인 곳보다 저번에 우리가 던졌던 집기들이 맞았던 이마가 더 아프다는 건가. 그 모습이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아 다시금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카라마츠에게 거리낌 없이 대했던 주제에, 이런 생각해선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렇게 소중한데,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그걸 표현하지 못해서, 그는 나를 의지해주지 않은 채 스스로 깊은 고통으로 빠져들었다. 참을 수 없어서 의사를 따라 중환자실 쪽으로 달려갔다. 카라마츠의 숨은 끊어질 듯 아슬아슬해서, 이대로 있다간 그를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어느새 모두 카라마츠 옆으로 붙어서 중환자실 앞까지 왔지만, 의사는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보호자 분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닫힌 문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듯,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될 것처럼 느끼게 했다.

 

 

 

아직 카라마츠랑 헤어질 수 없는데.

 

카라마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카라마츠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 잔뜩 있는데.

 

카라마츠가 왜 고통스러워 하는지조차 모른 채로, 그를 보낼 수 없는데.

 

옆에 있는 게 당연해서, 그동안 왜 잘해주지 않았는지, 저 문을 보면서 후회한다.

 

다시,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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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양심없다...그쵸?

저에게 돌을 던져주...뭐 읽는 사람도 없겠구나.

이렇게 쓸쓸히 잊혀지고(※그 전에도 남은 적 없음)

어느새 이거 쓴 지도 1년 되어가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2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장편감도 아닌데 ㅋㅋㅋㅋㅋㅋ 9화짼뎈ㅋㅋㅋㅋㅋㅋ

 

 

 

죽어야겠다.

그보다 카라마츠 잠자는 숲속의 미녀같다. 몇 달째 잠에서 못 깨네...미안...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