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 06:22

픽*브(pi/xi/v)에 올렸던 거
만화 등 일본어로 된 것도 있고 슬쩍 효과를 다르게 한 것도 있어서 픽*브 먼저 올리고 티스토리에도~
https://www.pixiv.net/artworks/86021002

#おそカラ osokara log - H( )Riのイラスト - pixiv

昨年のおそカラ月間に参加したのと今まで描いたのまとめました。12月はまたおそカラ月間がありますね。楽しみだな... とにかくですね、閲覧有難うございます!3期もガンガン見ましょう!

www.pixiv.net

뭐어... 잘 그리진 않았습니다

2019년 오소카라월간 기념 만화 1812

주제가 뭐더라...

이것도 제우포세로

 금환일식 소재로 반지로 표현

 

페북의 뭔툰인가... 원출처를 못 찾겠는데 그거 트레입니다
번역본이 없었나;;; 19년 9월 21일 일본판 오카 전력 60분

좋아요 12개
@okalove_12
인스타그램 패러디에요~
오늘 점심은 카레라이스! 카라쨩💙이 만들어줬어!
#점심 #카레라이스 #좋아해

트레틀로 도전한 저스니쿠

 

마찬가지로 트레틀로 레스니트
날 뽀뽀마로 만든 슈텐아오(주청)
디*님 그림체로 왕공(왕희)
오늘 그린 따끈따끈한 항공마츠 기장부기장 카라가 두 버젼
일판 오카전력 올해판 아래 gif로 참가
춤춘다! 마살라~ 카라의 아오자이 차림이 매우... 바람직한
캔 테잌 유어 아이즈 옾 미~ 교사(국영) 오카데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 올리고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오카 지분이 굉장히 높네요 이젠 거의 오카 메인이라고 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ㅋㅋㅋ
연성하는 건 오카요 많이 보는 건 잋카요 쌓아놓은 건 쵸카요 생각하는 건 토카요 써야하는 건 쥬카인 상황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23:34

1812합작 참가작(http://18osokara.tistory.com/21)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에게 고백한다.

그런 로망을 항상 품고 있다.

품고만 있을 뿐.

한 걸음 더 나가기에는 용기가 없다.

오소마츠는, 나의 쌍둥이 형은, 어쩌면 나한테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존재니까.

오소마츠와의 거리감은 고3이 되고 나서 느끼게 되었다.

반이 달라져서일까. 우리 6쌍둥이들이 점점 멀어져서일까.

오소마츠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여자들에게 장난치러 다니고,

그러다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설마, 했는데.

벚꽃이 져가는 어느 봄날 오소마츠가 웃으며 낯선 여자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이 아파와서 견딜 수 없었다.

혼자 싸매고 있는 게 그나마 나아서, 서로 서먹해진 우리 형제 사이를 좁혀볼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싸늘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겨울이 왔다.

 

*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에게 고백한다.

그런 로망을 항상 품고 있다.

품고만 있을 뿐.

한 걸음 더 나가기에는 용기가 없다.

카라마츠는 소중한 동생이다. 소중한 동생을 나는 사랑하고 있다.

결코 우애 같은 것이 아니라 연애, 연심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런 사랑.

다들 똑같은 얼굴의 6쌍둥이일 텐데, 왜 나는 녀석만을 그렇게 사랑하는지.

그 사실을 부정해보려 발버둥을 쳤다.

6쌍둥이가 아니었다면. 형제가 아니었다면.

그러면 좀 더 편하게 너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나봐.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 내리기 시작한 첫눈에 너는 그런 말을 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은커녕 사랑이 뭔지조차 모르던 철없는 아이였다. 그저 눈이 길가에 쌓일 만큼 내리지 않고 흩날리는 것에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한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첫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연애 이야기로 떠들썩한 중고등학교 시절, 1년도 넘게 여자 친구와 사귀는 반 친구에게 슬쩍 물어봤었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뭐든 좋지만 둘이 있으면 행복해라는 짧고도 풋풋한 한 마디는 어째선지 마음을 울렸다. 먼저 떠오른 너의 얼굴을 고개를 흔들며 지웠다. 아니야. 그도 그럴게, 우리는 쌍둥이 형제인걸. 그야 네가 나고 내가 너인 듯 자란 우리 6쌍둥이는 함께 하면 즐겁고 서로를 잘 알아주는 사이기는 하지만... 둘이 있다고 항상 마음이 맞는 건 아니었으니까. 뭐든 좋은 건 아니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다고 해도 서로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었다. 특히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니까. 그래서 그럴지도 모른다. 다들 이유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고3이 된 우리 6쌍둥이는 서로 멀어져갔다. 나도 반이 달라졌다는 핑계로 카라마츠를 피해 다니며 더욱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녔고, 그런 나에게 한 아이가 고백한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벚꽃이 내리는 봄의 마력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카라마츠의 시선을 피한 채 그 아이와 사귀었지만, 친구 이상의 마음은 여전히 생기지 않았다.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시간은 흘러흘러 싸늘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계절이 왔다.

오소마츠 군. 고마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거 알아?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어릴 적 카라마츠가 했던 말.

들어본 것 같기도... , 곧 겨울이라 그런가? 하하핫!”

나 말야, 첫사랑은 중학교 막 들어갔을 때 부활동 선배가 정말 많이 도와줬었거든. 그 선배가 첫사랑이야. 고백하기도 전에 그 선배는 다른 선배랑 사귄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없더라고.”

....”

그 상태로 겨울이 되고,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첫눈이 오는 날을 기다렸어. 자기만족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첫눈이 오는 날 같은 장소에 있으면 같이 눈을 맞으면 상관없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정말 첫눈이 오는 날,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기적처럼 첫눈을 같이 맞은 셈이 됐는데. 그 때 선배는 그저 농구를 하고 있었을 뿐이지 날 알아챈 것도 아니었고, 뭔가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진 거야. 너무 바보 같았어.”

사귀고 있는 애한테서 첫사랑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 꽤 오래 사귀었네.”

그러네. 오소마츠 군이 내 고백을 받아줄 지는 생각도 못했어. 어영부영 반년이 지났네. 많은 추억은 없지만. 내가 고백해놓고 막상 진학 준비 때문에 바빴던 탓도 있지만. 오소마츠 군은, 여전히 생각중?”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서 말야~ 잘 모르겠...”

그렇구나.”

그녀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반년동안 사귀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들로 가득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솔직히, 나의 행동도 별반 바뀌질 않아 여전히 여자들한테 장난치는 걸 관두지도 못했고, 그녀는 그런 걸 그다지 나무라지 않았다. 하긴, 3학년 때였으니 이런 사람인 걸 대충 알고도 사귀자고 한 걸지도 모르지만. 왜 나를 좋아하게 됐는지 물었을 때 웃는 모습을 좋아해서라고 답했던 그녀다.

오소마츠 군, 사실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지?”

좋아한다고 듣고 싶은 거...”

나 말고 다른 사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보고 있으면 알게 되는 걸? 날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런 거 아니...”

괜찮아. 고마웠어. 내 고백을 받아준 것도. 조금 짓궂다고 생각하지만...그래도 반년동안 즐거웠어.”

“......”

어렴풋이 알고 있어. 누굴 보고 있는지. 분명 그 사람도 너를 보고 있을 거야. 내일에서 모레, 첫눈 예보가 있더라고? 누구나 첫사랑과 이루어지는 건 아닐 테고 첫사랑과 첫눈을 맞는다고 해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건 단순한 미신이겠만, 믿으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 아마 네가 보고 있는 사람은 너의 첫사랑이겠지? 그래서, 며칠 생각하다가, 이제 그만 보내주기로 했어. 고마워.”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고도 마음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 그래서 눈치 챈 걸까. 아무리 한심한 녀석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나쁜 녀석 같잖아. 그녀는 손을 꼭 잡아주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할게.”

소매로 눈물을 슥 훔치고 돌아서는 그녀를 보다, 새삼 자신이 차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에 전해진 온기를 꽉 쥐자, 별로 흔들리지 않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시 그녀를 붙잡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용기를 내서 첫사랑에게, 카라마츠에게 고백을 할 것인가. 다시 그녀가 돌아보며 웃는 표정으로 힘내라는 듯이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힘내라는 포즈를 하고선 돌아섰다. 그녀 나름의 배려 덕에, 일단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

 

편지를 썼다. 첫눈이 오면 첫사랑한테 고백한다는 마음을 벌써 몇 년이나 품어왔던가. 아침에 주워들은 날씨예보에서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첫눈이 온다는 말을 듣자, 닫아두려 애썼던 사랑이 열려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소마츠는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겠다, 그리고 애초에 형제끼리 사귄다는 게, 연애감정을 품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제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른이 될 거니까. 오소마츠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 마음을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들고 방을 나왔다. 달이 비추는 거실의 탁자 위에서 펜은 허공을 맴돌았다. 차분하게 쓰고 싶었다. 어른스럽게, 담담하게. 하지만, 잘 되지 않아서 눈물이 났다. 결국 몇 마디 쓰지 못하고 편지를 봉투에 넣고선, 마지막 미련으로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 라고 봉투에 써 놓고 들어왔다. 아침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모두가 먼저 나간 틈을 타 봉투를 쓰레기통에 넣고 집을 벗어났다. 여러 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너무도 답답했으니까. 괴로웠으니까. 첫눈이라도 올 듯 잔뜩 흐리고 살이 에이는 듯 추운 날이었다.

 

*

 

날이 잔뜩 흐려 낮에도 온통 회색빛에, 날이 제법 추워져서 이런 날이라면 눈이 올 것만 같았다. 정말, 첫눈이 오려나. 그녀가 남기고 간 말과 카라마츠에게 해야 할 고백의 말은 뒤엉켜서 오늘 하루 내내 기분이 저기압이었다. 늘상 그랬지만 형제 누구하고도 마주쳐도 제 갈 길을 갈 뿐. 오늘은 카라마츠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피해 다니기만 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그다지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던 걸까. 만약에 지금 마주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그 고민은 헛것이 된 채 학교는 끝이 나고, 카라마츠를 옥상에 불러낼까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면 관뒀다. 카라마츠는 누구보다도 먼저 하교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것은 늦은 편에 속했다. 아마 집안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겠지. 어디를 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피해 다니다, 마음을 속이고 도피하기까지 했으니까. 언제 첫눈이 내릴지 몰라 애타는 마음 반, 여전히 고백할 준비 같은 건 되지 않아 피하고 싶은 마음 반. 그렇게 일단 집에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또 나갈 거지만.”

평소 하지 않는 인사를 하며 집에 들어서도 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엄마는 외출하셨나. 일단 가방이라도 두고 카라마츠를 찾으러 가볼까 하며 방에 들어갔다 쓰레기통에 편지 같은 것을 발견했다. 누구 편지지? ...

카라마츠?”

봉투 뒤편에 카라마츠라고 쓰인 편지. 수줍게 붙은 하트 스티커. 뒤집어보면 오소마츠에게.’라고 적혀있었다.

?”

무방비하게 버려진 거 보면 별 거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 쓴 편지고. 열어보니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라기보다는. 문장이 나열된 걸로 봐야할까.

 

오소마츠 좋아해

아니 사랑해

정말 오랫동안 사랑했어

가슴이 답답해

그동안 줄곧 말하지 못해서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

나는 그만하기로 했어

이 마음을 이젠 버릴게

미안해

이제 지울게

안녕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어제는 없었으니 오늘 아침에라도 버린 편지인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만두는 거야. 왜 지우려는 거야. 이제 와서 그런 마음을 가져버리는 거야. 포기하지 말아줘. 그게 아니야. 포기하지 않을게. 진짜 사랑도, 갑자기 다 떠나버리면 어떡해. 그게 아니야. 거짓 사랑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할게. 진짜 사랑을, 첫사랑을, 외면하지 않을게. 이제는 지우려 하지 않을게. 내가 먼저 말할게. 편지를 들고 뛰쳐나갔다. 정말, 거짓말처럼, 카라마츠가 집으로 오고 있었다. 꽉 차서 답답한 마음과는 달리 어색한 기류가 감싸 절로 정색하는 말투로 카라마츠 앞을 막아서고 말았다.

.”

카라마츠는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다.

카라마츠, 잠깐만.”

카라마츠 앞에 편지봉투를 슥 보여주고 만다. 이렇게나 조심성 없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 어떻게 그걸...”

그걸 그냥 방의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게 누군데. 바보 아냐.

“...읽었어?”

“...읽었어.”

“......”

저기 있잖아...”

그 순간, 카라마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에 당황하고 말았다.

어이, 카라마츠. 울지 말고...”

카라마츠는 나를 바라본다. 여태껏 피해왔던, 숨겨왔던 감정들을 다 들켜서 그런가. 간만에 그는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으면서. 그 눈길을 견디지 못해 눈을 피했다.

사귀어 줄 테니까...”

?”

좋아한다며... 그 마음 받아줄 테니까.”

카라마츠의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힌 눈이 감기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미소는, 그 표정은, 치사하잖아. 간만에 봐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예쁜 미소를 지어버리면. 그렇게 행복한 듯 웃어버리면.

“...잖아.”

?”

오소마츠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잖아?”

, 차였어. 어제.”

어제 차이고, 오늘 사랑고백하는 거야? 오소마츠는 역시 쓰레기야.”

그렇게 울먹거리며 예쁘게 웃으면서 독설을 날리는 카라마츠.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벅찬 듯 울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잠깐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자,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울보구나, 카라마츠.”

태연한 척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으면, 카라마츠는 슬쩍 내 교복의 넥타이만 잡았다.

이런 쓰레기지만, 사랑한다며.”

카라마츠는 어정쩡하게 나의 옷깃을 잡을 뿐 안겨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뭐랄까. 어떻게, 이제 우리 사귀는 거야?”

“......”

편지로 사랑하는 걸 그만두겠다면서 녀석도 덥석 사귀자고 답해버리다니.

우리는 너무나도 바보 같다.

 

*

 

어정쩡한 상태로 집 앞에서 우린 한참을 서 있었다. 날은 춥고, 흐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입을 열었다.

그럼, 연인이 됐으니까 하고 싶은 거 있어? 한동안 서로 말도 안 했으니까 좀 어색한데... 한 번에 거리를 줄여버려? ...”

...”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늘어놓은 장황한 말을 가르고 답이 돌아왔다.

잡아줬으면...하는데...”

...”

카라마츠가 오른손을 내밀면, 나는 왼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집 앞에 있기는 뭐하니 일단 걸었지만, 손만 잡았지 카라마츠는 나와 최대한 떨어져선 나의 시선을 피했다. 뭐냐고. 그렇게 말없이 걷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자연스레 카라마츠가 가는대로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긴장해서 그런가. 카라마츠의 손은 유독 차가웠다. 공원의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곳에 다다라서는 그가 멈췄다.

오소마츠. 따뜻하네... 손이...”

슬쩍 나를 보며 카라마츠는 뺨을 붉게 물들이고선 말을 건넸다. 부끄러워서였나. 내 쪽을 보지 않은 건.

손 정도는 어릴 적에는 실컷 잡았잖아? 한 발 앞으로 나가보자고?”

농담따먹듯 말을 던지면 손을 꼭 움켜쥔 채 카라마츠는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부끄럽다고...나중에 하자...”

나중에? 뭔가 하고 싶은 건 있구나?”

그만해... 부끄럽다고 했잖아. , 그렇지만...”

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가운 것이 마주잡은 손에 닿았다. , 하고 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도 너를 따라 하늘을 보면 어느새 하얀 눈송이가 내리고 있다.

오소마츠, 기억해?”

첫사랑과 같이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 말 하려고 했는데.”

어제 차이면서 들었던 말.”

왜 그런 말을 들으면서 차여. 이상하잖아.”

그러게. 이상하네.”

원래는, 첫눈이 오면 첫사랑과 같이 맞으며 고백할 셈이었는데...고백을 먼저 하고 이루어지고... 그러고 첫눈을 맞는 셈이 됐네...”

어쩌면 이미 고백한 거 아닐까? 나한테 그 말을 했을 때. 몇 살 때였나... 첫눈 올 때 나한테 말했잖아. 그게 고백 같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

새삼 깨달았어. 네가 몇 년을 첫사랑을 쌓아온 건지. 그 첫사랑이 나라서 고마워.”

오소마츠는 어때. 첫사랑이...”

나도, 너였거든.”

잡은 손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나도 오랫동안 첫사랑을, 이 마음을 쌓아 왔나봐. 카라마츠, 사랑해.”

손을 놓고 너를 안고 입을 맞춘다.

너는 놀란 눈을 하지만 저항 없이 나의 박자에 맞추고.

첫눈이 내리고 두 사람의 첫사랑이 이어지는 기적의 순간.

차가운 세계에서 온기가 오가는 속에서.

두 사람의 어깨에 눈이 쌓일 때까지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았다.

 


후기

"원내용 짤 때만 해도 로맨틱했는데 생각하다 미루다보니 뭔가 이상한 이야기가 된 듯한... 1812에 대한 사랑이 전해졌을까? 1812의 사랑이 전해졌을까? 조금 의구심을 가지면서... 결국 마감일에 써서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풋풋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18세 커플링, 오소마츠는 연애경험이 있고 카라마츠는 없는데 둘이 첫사랑이라는 설정을 넣으면서 음흉하게 웃으며 시작했었죠! 그리고 결과물. 합작에 많이 참여해보지 않았던데다 워낙 설정만 짜고 미루기대장이라 완성만 해도 다행이라고 안심해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음... 다른 분들의 멋진 작품들을 기대하며...합작 열어주신 른른이님과 합작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후기 마칠게요! 앗 후기 너무 길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23:09

베니마츠 합작 참가작(https://redpinkmatsu.tistory.com/4)

 

매일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때 있지 않아?

그래서 높은 데 올라가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고,

괜히 식칼을 들어 팔목에 생채기를 내보기도 하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잔뜩 모아서 먹어보려다 게워본 적도 있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에 뛰어드려는 충동을 느껴보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아보기도 하고...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

죽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과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

용기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헤매던 어느 날,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

이 어중간한 삶의 경계에서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놀리듯, 나의 삶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겨우 찾아낸 희망에서 끌어내려져, 죽음의 세계로.

더 이상은 돌아갈 수 없는, 삶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채워진 채로.

 

"이봐."

"왜 그러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그럴 수 없다고 얘기했을 텐데. 수백 번은 족히 말이야."

"그렇다면 수천 번 이야기 해야지. 들어줄 때까지. 그만둬주지 않을래?"

녀석은 입을 다문다.

저승길을 안내하는, 내 막내동생 토도마츠의 얼굴을 한 이 녀석은 바케타누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둔갑술이 특기인 너구리요괴였던가. 녀석은 너구리 모습은커녕 꼬리조차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머리 위에 얹어지다 못해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나뭇잎만이 어렴풋이 이 녀석의 정체와 눈앞의 토도마츠가 가짜라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녀석은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도 토도마츠와 비슷한 건지, 비슷하게 꾸며내는 건지. 나를 홀리려 드는 건지, 나를 괴롭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더 가야 끝나?"

"얼마나? 글쎄. 오소마츠 형이 더 잘 알지 않을까?"

"토도마츠 흉내는 그만둬. 진짜 화낼 거니까."

"화를 내면? 여기서 화를 내서 뭘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어딘지 모를 저 끝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다는 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얘기했는걸."

"관두자..."

이 말도 안 통하는 길동무와 함께 저승의 어딘가에 다다라야 한다니. 다다르기는 하는 걸까. 그보다 난 몰라도 이 녀석도 벌을 받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포기한 채 길을 걸었고, 녀석은 토도마츠의 모습을 한 채로 내 옆을 따라왔다. 길은 가지만 남아 앙상한 나무들이 늘어선 곧은 길. 그 외에는 모래만이 흩날리는 살풍경. 텅 빈 세계에 둘만이 걷고 있을 뿐이다.

 

부지런히 걸어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는 어느 날. 나무에는 푸른 잎이 돋다 못해 무성해져 모래먼지뿐인 하늘조차 가려버린 숲속이 되었다. 숲이 되자, 길동무는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요괴는 말이지, 이런 규칙이 있어. 생명의 세계에서 뛰놀고 싶다면 그만큼 일하라고. 저승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하면 영혼이 가진 죄에 따라 요괴를 불러들여 짝을 지어줘. 저번에는 알코올 중독? 그런 거 때문에 자기 식구를 죽인 사내를 주탄동자가 술을 잔뜩 먹이고 쥐어짜가면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주더라니까! 방망이에 거의 으깨지다시피 하던 영혼의 꼴사나운 모습, 정말 볼만했지. , 그런 주탄동자도 내 앞에 오면 부끄러워서 술 권유나 하고 말거든. 헤헷."

뭔가 얘기할 맘이 생긴 건가?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

"이 숲이 보이면 곧 도착한다는 의미거든. , 그냥 숲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그동안은 모래 속이라서 기분이 나빴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지금은 들어주나, 토도마츠의 얼굴 그만둬 달라는 거."

"그건 어려워."

"어째서."

"이 모습은 말이야, 네가 원해서 하는 모습이거든."

"...내가?"

". 네가 죽기 전에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의 모습."

"......"

죽기 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했던 사람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는 짓이나 말투까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지 않아?"

" '토도마츠'가 나와 비슷한 녀석인 거 아닐까? 있을 법 하잖아."

"기분 나쁜걸."

"나도 그래, 오소마츠 형. 오소마츠 형도 아직 말 안 했잖아. 왜 여기 오게 됐는지, 그러니까 왜 죽었는지."

"...차 사고였어. 운 나쁜. 나는 몇 달 전에 내 쌍둥이 동생들을 차 사고로 잃었거든. 나만 기적적으로 살았는데, 결국에는 나도 차 사고로 죽는 운명이었던 거야. 그 때 말야, 토도마츠가 날 구하고 죽었어. 안전벨트는 언제 푼 건지, 내 안전벨트를 잽싸게 풀고 문을 열어 날 힘껏 밀었어. 급경사로 브레이크가 먹히지 않아 가드레일을 뚫고 추락하는 차 속에 토도마츠가 날 보고 있었어. 난 차도 위로 날려져갔고, 차는 그대로 폭발해버렸지."

"헤에. 그리고 차 사고로 또 죽었다고?"

"파란불이었을 텐데, 재수가 없었어. 맹렬히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에 치여서 즉사. 대단하지."

"기적 같은 건 없는 거 아냐? 그 정도면. 의미 없잖아."

"아냐. 그때 나는 살고 싶었어. 살고 싶어서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었어. 길은 멀었지만, 발걸음이 안 떼졌지만, 나의 희망이 이야기했어. 살아달라고."

"희망?"

". 희망."

"그거 대단하네. 그보다 오소마츠 형.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없어?"

"무슨 거짓말. 그보다 넌 토도마츠도 아니..."

"동반자살이잖아."

말문이 막혔다.

"브레이크 사고였다니까."

"일부러 고장 냈잖아. 드물게도 오소마츠 형이 운전하겠다고 한 그 순간부터 위화감이 있었어."

"무슨 소릴..."

"알고 있었어. 형이 죽고 싶어 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는 하나니까 다 같이 죽어야 한다 생각한 것도."

"......"

"형은 우리를 태우고 끝내주는 경치를 보러 가자고 했어."

"우리라니. ..."

"그날이 자살 실행일이구나. 깨달아 버린거야, ."

"토도마츠."

"정확히는 난 '토도마츠'는 아냐. 다만 그 녀석과 계약을 했어."

멍하니 그를 쳐다보는 나를 개의치 않고 녀석은 떠든다.

"나는 '토도마츠'의 영혼을 먹었다. 대신, 네가 여기 저승에 오게 되면 내가, 아니 토도마츠가 길안내를 하는 것으로 약속했지. 널 꼭 만나고 싶다면서. 널 꼭 자기 손으로 데려가고 싶다면서. “

그런...“

그러니까 나의 말은 토도마츠의 말이기도 한 거야. 흉내 같은 게 아니야. 토도마츠의 영혼이 오소마츠 형에게 하는 말인 거니까.“

토도마츠.“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마. 그런 상태의 형을 눈치 채고도 누구한테도 막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 여차하면 내가 뛰어들 생각만 가득했어. 어째서였냐고 묻지마. 내 눈에는 오소마츠 형만 들어왔으니까. 형이 우리 모두와 같이 죽고 싶다고 해도 난 형이 살아주길 바랐으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형은 비슷한 이유로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형을 데리러 오는 건 내가 맡고 싶었어.“

왜 그런 거야. 왜 알고도 나를 막지 않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구해버린 거야. 왜 추락해가는 너의 입모양이 사랑해였던 거야. ......“

형을 쭉 좋아했어. 아니, 사랑했어. 형제보다는 깊은 의미로 사랑해버렸어. 그래, 그래서 말인데, 더 물어봐도 돼? 왜 죽고 싶어 했던 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이미 죽어버렸잖아.“

그래도.“

그렇다면...그 희망이란 건 뭐야. 죽고 싶어했던 형을 다시 살고 싶게 해준 희망 말이야. 우리를 다 죽이고도, 형에게 쥐어준 그 희망은 또 뭐냐고. 나로는 안 됐던 거잖아...나로는...“

 

미안해. 너의 사랑이 보통의 형제애와는 다르다는 거, 눈치 채고 있었어.

하지만, 나의 그건 너와는 다르더라.

그게 무섭더라.

나는 형제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눈치채버린 너의 감정은 우리 형제를 무너뜨릴 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거야. 그 사랑이 제법 오래됐다는 것도. 그걸 나는 무시한 채로 버텼지만, 너무 힘들더라. 모두의 장남이라는 기대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제가 가진 감정에 대답을 해줄 수 없더라.

날로 우울해졌어.

날로 죽고 싶어 졌어.

형제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어.

우린 늘 하나잖아?
그러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지고 있던 짐을 그날의 사고, 아니 사건으로 인해 벗어던질 수 있게 된거야.

내 목을 조여왔어.

나 혼자 살아남았단 죄책감이.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더 이상 장남도 아니게 되었지.

너의 사랑에 답할 이유도 없게 되었어.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며 너희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는 너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거야.

 

오소마츠 형, 형이 이 편지를 읽는다는 건 내가 멀리 떠났거나, 혹은 죽었거나겠지?

정말 마지막으로 이 편지로 내 감정을 마무리하려고.

형은 눈치 채고 있을까?

은근 그런 거 잘 눈치 채잖아.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렇지만 역시 난 고백할 용기가 안나.

그리고 형 역시 나를 사랑할 기미가 안 보여.

그래서 마음을 접으려고 해.

그래도 말야, 그건 형 탓이 아니야.

무엇이든 형 탓이 아냐.

형이 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놔도 돼.

내가 용서할게.

그래서 내가 떠나기로 했어.

형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오소마츠 형, 아니 오소마츠.

많이 사랑했어.

늘 행복해.

토도마츠가.

 

그 편지를 읽고, 나는 그동안 너희를 떠나보내고 흘리지 못한 눈물을 쏟으며 울었어.

그리고 토도마츠의 나를 향한 감정은 진지했고, 진지하게 매듭지으려 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지. 그래서 결심했어. 이미 사라져버린 너를 위해서, 나 행복하게 살겠다고. 그래서 우울증에서부터 벗어나려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 나는 죽어버렸지.

 

토도마츠의, 바케타누키의 손에 잡혀 목을 졸리며, 나는 토도마츠에게 하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못할 말을 떠올렸다가 지운다. 뭘 편해지려 했던 거야. 평생 지고 살았어야 할 죄인걸.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을 만큼 느끼는 고통 속에서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부탁이...있어.“

무슨 부탁?“

내 영혼도 먹어줘. 토도마츠의 흉내를 내는 너에게 해 봤자인 말들이야. 토도마츠에게 제대로 전하고, 용서를 빌겠어. 감정에 대한 답도 하겠어. 그러니까.“

바케타누키의 힘이 풀리고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너희는 이제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릴 뿐이거든.“

상관없어.“

난감하네. 저승 길동무 역할. 영혼을 2개나 먹어버려선 한동안은 눈치 좀 보고 살아야겠군. 지상에서 주탄동자에게 술이나 받도록 할까. 그래, 그렇게 해서 전할 수 있다면야, 마음대로 하셔.“

바케타누키는 나를 집어올려 삼켰다. 그 안에는 토도마츠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다 끌어안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9. 17:34

할로윈마츠 합작 참가작(vegaseven7.wixsite.com/happymatsuweendyota/blank-7)

 

떠들썩한 거리 사이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두 개의 바람. 호박 머리의 유령과 호박으로 온통 장식된 에어바이크를 탄 남자의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은 사람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뒤쫓던 호박 바이크가 맹렬하게 부딪히려하자 호박 머리의 유령은 정말 유령인 것만 같은 빠른 속도로 방향을 틀었으나 뒤집어쓰던 하얀 천이 펄럭이며 조그만 에어바이크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주황색과 보라색의 사탕들이 후두둑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와아! 엄마! 저기 저 유령이 사탕 다 떨어뜨려! 뜨릭 오어 뜨릿! 맞지?"

"원래는 할로윈에 유령이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치겠다고 위협하면 아이 무서워 하면서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거야. 저 유령은 반대로 자기가 사탕을 주네?"

유령이 흩뿌린 사탕을 주워든 사람들은 껍질을 까서 입에 쏙 넣어보았다. 달콤하고 진한 호박의 맛... 이에 쩍쩍 달라붙는 끈적거림... 그렇다. 호박머리 유령은, 아니 호박을 뒤집어 쓴 오소마츠가 행복하게 할로윈을 보내는 파티피플들에게 날리는 호박엿이었다. 따하하핫! 하고 웃는 소리와 함께 몸과 바이크를 감싼 흰 천을 벗어던지고서 오소마츠는 속도를 내서 쌩하니 도망갔다. 엿은 바이크에서 줄줄이 아래로 아래로 날려졌다. 흰 천은 그를 뒤쫓던 호박장식 바이크를 탄 사내, 카라마츠의 얼굴을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뒤덮으며 카라마츠의 몸뚱아리를 축제의 한바탕 속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만들었다. 

"오~소~마~츠~으~ 진짜 가만 안 둔다!"

정작 들을 사람은 쌩 가버리고 두 사람의 즉흥쇼인가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째 카라마츠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시간은 1년 전으로 돌아가, 오버기어국의 할로윈 퍼레이드를 틈타 이야미의 사기극을 밝히고 오소마츠의 누명을 벗기는 일을 해낸 6쌍둥이들. 그러나 수배자가 되고 난 후 오소마츠의 막나가는 행보 탓에 오소마츠는 누명 이외에도 몇 군데에서 지명수배되었다. 그걸 이용해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잡아 현상금을 받고 오소마츠는 탈출하는 것으로 우애와 가정의 생계를 동시에 지켜내는 그런 삶의 반복. 그러나 오소마츠에게 처음으로 'Dead or Alive', 즉 생사는 묻지 않는다는 조건의 수배가 내려진 후 그런 삶은 끝났다. 누구보다도 빨리 오소마츠를 잡아서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을 카라마츠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향해 뻗쳐오는 잔혹한 손길이 자기한테도 몇 번 향해오자 아무리 바보같고 머리가 빈 그라도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도망비용을 뜯긴 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조금 이야기를 하자, 돌아가서 동생들하고 의논을 해보자는 것 뿐이었는데.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고선 도망가버렸다. 어느새 카라마츠가 챙겨둔 연료통을 들고 튀었다. 그 뒤로 일 년 동안, 두 사람의 술래잡기가 이어져왔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할로윈, 고향이 아닌 어딘가의 축제 속에서, 두 사람의 쇼타임이 싱겁게 끝나서 아쉽다는 듯 다시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카라마츠는 머리와 허리를 붙잡은 채 한숨을 길게 쉬었다. 어쩌자는 거냐, 오소마츠. 이대로 가다간 가족들 품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때마침 이치마츠가 달아준 무게 감지 자동 제공 모드로 전환된 에어바이크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받은 카라마츠에 얼굴에 엷은 썩소가 띄워졌다.

이곳은 바닷가에 세워진 나라. 이름은...뭐 그게 중요한가. 오소마츠는 바닷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호박머리를 쓴 채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때때로 지나가는 꼬마들에게 달려가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과자나 사탕을 뜯어냈다가도 주머니에 넣어둔 호박엿을 답례로 건네주었다. 뭐, 다 엿먹으라지. 너희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이정도 분풀이는 해도 되지 않음? 기껏해야 엿 날리는 거 뿐이라고? 폭탄이나 세균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기껏해야...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으니 잡아와라. 그 수배령 이후 오소마츠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었다. 뭐, 자신이 일으킨 일이니까. 별 거 아닌 일이고, 언젠가는 갚으려 했고, 제대로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는데!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신을 뒤쫓아 온 카라마츠가 자신과 착각당해 같이 노려진다는 것. 그동안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오소마츠의 잽싼 움직임이나 장난질에 놀아나 떨어져나갔건만 죽여도 좋다는 조건이 붙으니 독한 녀석들이 붙어버렸다. 자기 목숨을 바칠 생각은 없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동생들 목숨이 노려지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동을 일으켜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을 알리고 줄곧 도망쳐왔는데... 카라마츠의 끈질긴 추격에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보리라 결심한 오소마츠였다. 바다를 건너서 도망간다고 그를 추적하는 자들이 떨어져나갈지는 모르지만, 지켜야 할 동생들이 있는 카라마츠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복잡한 마음으로 다다른 벼랑 끝. 생사의 기로에서 잔혹하고도 상냥한 선택을 오소마츠는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도 호박탈은 답답한 채였고 그의 마음도 얹힌 채였다. 

해는 순식간에 져서 까맣게 된 풍경을 오소마츠는 터덜터덜 걸었다. 들은 대로라면 조각배와 등불을 바다에 띄우는 퍼포먼스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 틈을 타 소란을 피우고 바다를 건널 결심을 하느라 오소마츠는 다시 바닷가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이런 형이라서 말야. 적어도 너희들이 다치는 일은 없도록 이 형아 노력할 테니까. 바다를 무사히 건널지 어떨지도 모르는 도박을 위해 머리에 쓰고 있던 호박탈을 벗어던지고 이미 띄워진 조각배들 사이로 바이크를 타고 들어가 그 중 하나에 몸을 숨겼다. 적당히 흘러갈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어서 여차하면 등불이 띄워질 때 불이라도 지르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이 근처를 벗어나 바다 건너로 움직여 볼 생각이었지만, 말만 그럴듯한 대책없는 계책일 뿐. 배에 누워서 축제의 등불로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에 마음을 뒤흔들릴 뿐이었다. 조각배와 등불 띄우기 퍼포먼스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에워싸오는 등불빛이 그를 더 심란하게 만드는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해피 할로윈이다제! 이런 날은, 으응~ 밀리언 할로윈! 하항!"

요란한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첨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호박 가면의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흰 쫄쫄이가 딱 달라붙어 몸매와 튀어나올 데가 다 드러나는 몸뚱아리와 안쓰러울 만큼 반짝거리는 펄블랙 망토를 걸친 채 나타난 카라마...

"할로윈 가면 등장! 오늘이란 날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세라비!" 

잔뜩 안쓰러운 멘트를 날리더니 카라...아니 할로윈 가면은 첨탑에서 뛰어내렸다. 타이밍에 맞춘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호박 장식이 꾸며진 바이크에 안착했다. 바이크에 확성기를 달고 그는 공중을 뱅그르르 한 바퀴 돌고선 짐칸에서 사탕과 종이같은 것을 꺼내 흩뿌렸다. 기묘하고도 크리스마스의 산타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매혹적인, 안쓰럽고도 기괴한 가면의 사나이. 사탕과 함께 흩뿌려지는 어느 틈에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서머 가면과 할로원 가면의 브로마이드. 마녀 분장을 한 꼬마에게 200 써머...가 아니라 할로윈! 늑대처럼 울부짖는 꼬마에게 50 할로윈! 을 외치는 쓸데없이 변태같은 히어로였다. 

"허가받지 않은 공중 퍼포먼스는 금지입니다! 당장 여기로 내려오세요!" 

어느새 경비병들이 할로윈 가면을 잡을 테세를 하고 몇 명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래를 열심히 둘러보다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것 같을 뿐일까. 순식간에 그는 위로 솟구치더니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어이! 지명수배자 오소마츠! 들리나! 신나고 즐거운 할로윈을 망쳐놓은 죄를 물어, 이 할로윈 가면이 처단해주겠다!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주먹 한두 대로는 끝나지 않을 거 알아둬라!"

서머 가면...아니 할로윈 가면 컨셉은 어디다가 내팽개친 거냐고. 카라마츠의 선언에 당황했지만 오소마츠는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포기할 뻔한 나약한 스스로에게 맞서기로 했다.

"어이! 호박 뒤집어 쓴 변태 자식! 너야말로 어디 수배되서 벌금 물어야 할 수준 아냐? 여기 있다고! 너 따위한테 잡힐까 보냐아아아!"

있는 힘껏 외친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카라마츠가 멈칫하다 하하하핫!하고 통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여유넘치는 그의 모습이었건만 오소마츠는 어쩐지 그가 주먹만은 긴장한 듯 꽉 쥐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병들이 어느새 그의 주위를 포위하자 카라마츠는 더 높이 솟아올랐다가 무언가를 뿌리며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졌다. 폭죽들이 터지며 추락하는 그의 궤적을 빛냈다. 경비병들이 대피하는 동안 카라마츠는 바다 한가운데로, 오소마츠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오소마츠가 탄 조각배가 흔들거렸다. 카라마츠는 조각배 위로 옮겨탔다.

"어금니 꽉 물어라, 오소마츠."

몸을 비틀어 힘껏 날린 오른주먹에 오소마츠는 조각배 끝으로 날려졌다.

"아프잖아, 새꺄!"

"가만 안 두겠다고 했잖아. 하여간..."

"그보다 그 호박 가면 벗지?"

"싫다. 아직 할로윈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땀인지 눈물일지 모르는 액체가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그의 턱선에 살짝 흘러내렸다.

"오소마츠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어떤가? 화려하게 할로윈 비치를 물들여보자고! 하항!"

그런 건가. 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날 구하러 온 거구나. 날 붙잡으러 온 거야. 떠나지 말라고. 안쓰럽고도 상냥한 히어로 놀이였어.

"폭발 속에서 우리의 자취를 감춘다, 맞지?"

"감춘다 정도가 아니다. 죽는 거지."

"응?"

"데드 엔드다, 오소마츠!"

"아니, 카라마츠 너 미쳤냐?"

"훗, 광기의 할로윈이 되겠군."

할로윈이 아니라 제삿날이 되잖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카라마츠는 짐칸에서 이것저것 던져댔다. 아까도 쓴 폭죽, 사탕, 빌어먹을 브로마이드,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진짜 죽일, 아니 죽을 셈이야?"

카라마츠가 미쳤어. 1년 동안 날 쫓는다고 미쳐버렸나? 아니, 그래도 사실 1년 내내 나랑 매일 마주치며 쫓아온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온 결과가 이거라고? 아니, 아니지. 오소마츠의 당혹감에도 아랑곳않고 주변에는 폭발과 불꽃이 연신 터졌다.

"훗, 나의 애마와는 여기까진가. 굿바이, 마이 로시난테."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걱정마라. 이치마츠에게 확인해둔 바로, 오소마츠의 바이크는 심지어 물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까."

"무슨 소리..."

"바이크를 잡고 바다로 뛰어드는거다제! 후와아아아..."

가면을 벗어던진 카라마츠의 얼굴은 눈물과 땀 범벅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잡는 허세. 다행이네, 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너는 어쩌고? 네 거 안 타는 거지?"

"뒤에 태워주면 되잖아. 기껏 구해주러 왔더니 버리고 갈 셈이었어?"

"에에..."

"둘 다 죽은 것으로 위장해서 여길 빠져나가는 거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어서 바다로 뛰어들자고, 브라더!"

오소마츠의 등을 꼭 끌어안은 카라마츠의 온 몸이 떨려서, 아 이 녀석 허세나 부리고 말이야, 하는 생각으로 오소마츠는 용기를 냈다.

"이판사판이다!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오우..."

바다로 뛰어드는 두 사람을 태운 바이크 뒤로 히어로물에서 터질 법한 폭발이 멋있게 터졌다. 꼴사나운 서로의 히어로는 결사의 작전에 목숨을 맡긴 채 바닷 속으로 잠겼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는 바이크를, 서로를 놓치고 가라앉았다. 이대로 바다 위로 떠올랐다간 불길과 폭발에 휘말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인가,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카라마츠의 눈에 희끄무레한 것들이 헤엄치는 광경이 들어왔다. 이내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바다에 인접한 나라에서 열리는 화려한 축제.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바다에 조각배와 등불을 띄워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의식이자 축제의 피날레. 올해는 그것이 한층 화려하게 치뤄졌다. 아니, 기적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등불과 배와 폭죽이 터져나가 붉은 불길이 바다와 하늘마저 붉게 물들이는 위로 자그마한 하얀 빛들이 솟아올랐다. 불길은 사그라들고 거리의 등불들도 모조리 꺼지더니, 하얀 빛들이 빛이 사라진 거리의 새까만 밤을 채워 별처럼 빛났다. 아마도 정말, 죽은 넋들이 방문했던 것 아닐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떠나가거린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만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라는 듯이. 하안 빛들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지나더니 바다 속으로 사라졌고, 바다 위의 불길을 제외한 나머지 빛들은 거짓말처럼 다시 켜졌다.

다음날 아침,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해변가에 바이크 하나와 얼굴이 꼭 닮은 두 사람이 널부러져 있었다. 먼저 눈을 뜬 오소마츠는 떠오르는 해가 눈부셔 찡그린 표정으로 카라마츠를 깨웠다. 꿈이야 생시야. 볼을 잡고 쭉 늘이자 아야얏! 하며 카라마츠가 정신을 차렸다.

"아파?"

"아픈게 당연하지! 꿈인지 아닌지는 네 볼로 확인하라고, 오소마츠!"

"헤헷. 쵸로마츠같은 말 한다, 카라마츠."

"어쨌건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어."

"아니아니, 무모한 건 너였잖아? 진짜 죽을 뻔 했다고?"

"아마 어제 소동으로 널 쫓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네가 죽어서 불탔을 거라 생각하겠지. 내가 일으킨 작은 소동도 죽어버렸으니 책임을 안 물을 거라고. 퍼펙트한 플랜이었다! 석세스!"

"너 무섭다고. 그리고 나는 살아있는 거 들키면 다시 쫓겨다녀야 한다고?"

"흐흥~ 그건 걱정마라, 오소마츠. 어제 쥬시마츠의 연락으로 그 건은 해결됐다고 했으니까."

"에엥? 어떻게?"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가서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는군. 네가 안 갚고 튄 금액을 갚으면서 말이야."

"그거 꽤 컸다고? 뭐 이 카리스마 레전드에게 걸리면 한방이지만."

"조금이라면서! 오소마츠의 거짓말 탓에 알아보러 갔던 나도 봉변당했다! 덕분에 겸사겸사라곤 해도 뼈빠지게 현상금 사냥꾼 노릇 하느라 힘들었어. 지친다고."

"그 돈 네가 갚은 거?"

"다들 드라마틱한 수입은 없으니까. 부탁한다고, 장남. 이야미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으니 이제 고향에서 빈둥거리기나 하라고."

"장남 기대치 낮아!"

"그동안 힘들었던 거 이해하니까. 뭐 다들 힘들었지만, 걸리는 구석이 없어야 마미와 대디를 찾으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 좀 쉬라고."

"상냥하네에, 카라마츠."

"쥬시마츠가 그랬거든. 다들 오소마츠 형이 보고 싶다고. 모두의 형 노릇을 좀 하는 거 뿐이다."

"자, 그럼 돌아갈... 어라... 바이크 고장났다."

"기차표 사서 타고 가지 뭐. 그게 집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일 테니. 그 전에 잠시만. 젖은 옷은 말려야겠지."

오소마츠가 먼저 옷을 벗자 카라마츠가 품에서 라드를 꺼냈다. 알몸에 질척하게 발리는 돼지 기름! 당황하는 오소마츠를 어느새 줄로 꽁꽁 묶은 채, 카라마츠는 상쾌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카라마츠!"

"훗, 결국 붙잡았다제. 생사불문 말고도 한 건, 해결 안 된 게 있으니. 나의 로시난테를 잃은 값은 받아야겠다고, 오소마츠?"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의 사기 콤비.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11. 2. 23:49

#카라마츠사변5주년 #사변카라5주년

3기 시작 후 벌써 4화 방영(일본 기준)을 앞둔 시점, 카라마츠 사변과 나름대로 1,2기와 극장판을 지나온 여섯쌍둥이에 대한 생각을 녹여봤습니다. 

 

 

이맘때의 바닷물은 차디 차다. 해가 중천을 지나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따뜻하다못해 뜨거운 햇볕이건만, 살짝 발을 담그면 여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됐다는 듯 차갑다못해 저려오기까지 한다.

“추워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너도 참 제멋대로라니까. 자꾸 이렇게 하나둘 딴짓하다보면 늦어져서 저녁 먹을 시간을 못 맞춘다고.”

“아…알았다, 쵸로마츠. 마미의 밥을 놓친다는 건 투 배드하…”

“꼭 그렇게 쓸데없이 한 마디씩 더 넣는다니까. 이래서야 원,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겠네.”

“쵸로마츠 형도 말이지. 평소에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어른인 척 굴지만 현실은 휴지마츠잖아?”

“휴지마츠 소리 하지마! 휴지휴지 트라우마라고 정말…”

트라우마인가. 그야 트라우마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놀림감이 제대로 찍혀서는 쵸로마츠는 절찬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늘리고 있는 터였다.

“아아, 그러세요? 한번 육둥이에서 강판되신 막내 토도마츠 씨?”

“육둥이 강판이 뭔데? 정말 어이없어. 갑자기 외국인 데려오거나 한다고? 미친 거 아냐? 그리고 우리 얼마 전에 단체로 육둥이 강판됐었거든? 나만 그런 거 아니니까!”

토도마츠도 저때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톳티는 두 번째 강판이잖아. 우리랑은 좀 다르지.”

“꼭 그렇게 후벼파야 속이 시원해? 어두운 양 코스프레하는 노멀 사남 주제에. 그런 캐릭터 잡으면서 실은 나보다 더 주변에 어리광부리고 있는 거 아냐? 학생 시절까지는 잘 해왔으면서 말이지. 어두운 척 떡밥 뿌리기 같은 거, 완전 깨거든?”

“학생시절 운운하지 말라고! 여전히 그때 내 모습 생각하면 지옥같거든… 죽고 싶을 정도로.”

이치마츠는 자주 죽고싶다는 말을 하고는 하지. 죽인다는 말도 세트로 하지만은..

“아하하! 무슨 폭로전인 거야? 야구? 야구하는 거?”

“폭로전인 걸 인식한 상황에서 야구를 끼워넣는 거냐고, 쥬시마츠… 너도 말이야 이래저래 컨셉인 거 아냐?”

“보웨에-!”

그냥 종종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가 맞는지 의심되는 쥬시마츠. 애초에 일란성이고 쌍둥이고 뭐고 인간인지도 의심이 가서 여전히 무서울 때가 있다.

“어이! 동정들! 자기들끼리만 재밌게 노는 거야? 형아도 끼워줘~!”

“닥쳐, 망할 장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 몰라? 최고봉 구정물 주제에.”

“이 형아는 구정물이든 쓰레기든 다 괜찮거든~ 어차피 너희들도 다 똑같으니까. 6쌍둥이인걸.”

이렇게 말하는 오소마츠도 사실은 혼자 남겨지면 외로움으로 힘들어한다는 걸 토토코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뭐, 형아의 마음씨처럼 넓은 바다에서 솔직하게 뭐든 부딪혀보라고. 우리들 개그만화 등장인물이니까 몇 번 죽고 심한 꼴 당하고 서로서로 죽이고 해도 멀쩡하게 부활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간관계도 멀쩡히 돌아오잖아? 거기서 웃길 것 같은 부분만 건져올려져 꾸준히 쓰이는 새로운 설정이 돼버리는 거지. 휴지마츠처럼.”

“하? 또 예시가 그거야? 진지한 척 또 놀리려고…”

“지금까지 이어져서야, 쵸로마츠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지. 헤헤헤…”

“아, 형이 간만에 멋진 소리 좀 하려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서운한 거 다 떨치고 들어가게. 모처럼 경마에서 따서 당일치기지만 기차여행에 점심까지 제대로 쐈으니까 말야.”

“왜 하필 오늘이고 왜 하필 바다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방에서 모여서 얘기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그다지 서운한 것도 내게 서운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드라이해… 드라이하다고, 톳티.”

“어제 봤어! 오소마츠 형아가 새벽에 혼자 보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거든.”

“에에… 몰래 보고 있었는데 들킨 거?.”

“그런 걸 왜 새벽에 혼자 봐?”

“간만에 혼자 감동적인 것 보려 그랬다, 왜.”

“누가 DVD 내용물을 바꿔놓은 걸 빌렸나 보지. 오소마츠 형이 그런 걸 빌렸을 리가.”

“들켰나~ 뭐, 재밌게 봤으니까 아무래도 좋아.”

오소마츠의 눈길이 카라마츠를 향한다. 

“카라마츠는 뭐 얘기 할 거 없어?”

“훗, 나는 브라더들을 모두 사랑하고 있으니까. 서운한 건 낫띵, 제로다.”

“아, 아파아파아파. 또 갈비뼈 부러질 뻔했다.”

“하여간, 시간이 지나도 카라마츠 형은 안쓰러운 발언을 하네.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개똥마츠니까 말이지.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잖아. 모두들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줄곧 백수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동정도 못 떼고.”

“쵸로마츠 형아도 포기했나봐. 아하하.”

“아니거든. 멋대로 포기시키지 말아줄래. 언젠가는 탈출할 거니까.”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오늘 저녁밥은 뭘까~”

힘들었던 것, 괴로웠던 것은 모두 이 바다에 흘려보내고 다시 시작해 보는거야!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장식하듯 서로를 끌어안으며 감동의 라스트 신. 우리네 인생은 개그만화일지언정 드라마틱하지는 않기에, 그저 줌 아웃으로 우리의 모습이 바다의 풍경에 지워져갔다.

 

백수들의 기지, 마츠노 가의 평범한 저녁시간, 조금 특별한 식사. 소고기를 구워먹으며 모두들 투닥거리는 듯 보였지만 카라마츠가 있는 쪽에는 은근슬쩍 고기가 밀려들어왔다. 카라마츠는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기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절로 배어나오는 육즙의 농후함, 고소함과 감칠맛, 풍부함이 뒤섞인듯 질서정연하게 카라마츠의 혀에 닿아 미각을 깨우고는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짧은 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 이런 작은 행복이 줄곧 변화라고는 없는 인생에 스며들어 삶을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 복잡한 생각은 잠시나마 맛있게 익어가는 소고기의 향에 묻힌다. 후식으로는 달콤하고 맛있는 배. 쥬시마츠가 배 꼬치를 만들어 카라마츠에게 건네주면, 카라마츠는 기쁘게 받아들며 맨 위에 꽂힌 배를 와앙하고 물어서 쏙 뺴낸다. 살짝 끈적하면서도 과즙을 머금은 배가 아삭, 아삭하며 잘게 잘게 부서져가면 달콤함은 사라지고 작은 구슬이 뭉친 듯한 조직감이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합주는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하나만이 남게 되었지만, 그 독주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그날도 언제나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지. 우리가 변화하는 걸, 성장하는 걸 버리고 미루며 정체된 지 수 년이 지난 그 날. 어릴 적부터 제법 험한 꼴을 당하기로는 상위권이었던 카라마츠는 그를 그나마 만만하게 본 치비타에게 찍혀 외상대금에 대한 인질로 잡혀버렸다. 발끝을 에는 바다의 감촉, 얇은 파자마 사이사이를 거센 바닷바람이 스치고, 영문도 모른 채 밧줄에 꽁꽁 묶여 뜨거운 어묵에 가볍게 화상을 입는 일 같은 건 카라마츠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개그 만화의 흐름상 종종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거기에 익숙해져있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그나마 납치범이 소꿉친구인 치비타니까 살짝 방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유괴사건보다는, 유괴사건에 대한 형제들의 냉대가 더 힘들었지. 한밤중에 온갖 집기에 맞아서 죽어버렸으니까. 아삭, 아삭, 쩝, 쩝. 배가 입속에서 잘게 부서진다. 단맛이라곤 사라져버린 배를 카라마츠는 되새김질하며 오래도록 먹고 있었다. 밤이 되면 오늘도 여전히 커다란 이불을 펴서 여섯이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베개싸움이나 레슬링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눕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껄껄 웃고 있거나 하는 왁자지껄한 언제나의 밤이다. 조금 피곤하군, 하고 카라마츠는 먼저 드러누워 잠들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신경쓰이지 않던 주변의 소리들이 잠을 방해해오지만, 눈을 다시 뜰 생각은 없었다. 카라마츠는 잠드는 대신 그날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5년이면 아주 길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지만. 그러고보면 우린, 아니 난 많은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다지 변한 게 없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변한다는 것은 아픔을 동반하는 일이니까. 자신을 바꾸려다 새긴 상처의 아픔을 우리는 알고 있잖아. 그래서 줄곧 뒤로 미루고 안으로 구겨넣으며 변하지 않으려는 거야.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나이만 어른이 돼버린지도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폼을 잡고 허세를 부리며, 눈을 가리고선 피해버리며,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형제들에게 외면당해 깊이 패인 상처조차 천 한 장 덧대고 대충 메우고선 다 나은 척 햐면서 변하지 않은 자신을 연기한다. 흉이 지다못해 썩어버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없는 흔적을 없는 셈 치며 살아가다가도 이렇게 문득 끄집어내면 괴로워하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릴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다. 떠들썩한 일상 속에서 잊어버릴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무쌍한 매일매일을 맞이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오늘 밤만은 슬퍼해도 될까. 오늘 밤만은 괴로워해도 될까. 이제 그만, 그때의 나와 제대로 마주해도 될까. 용서해도 좋으니까. 원망해도 좋으니까. 솔직해질 수 있게 해줘. 변해도 괜찮으니까. 변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성장통은 달게 받을 테니까. 그러나 마음을 아무리 꺼내봐도 더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만 가고 있었다.

“카라마츠.”

눈을 뜬 카라마츠의 주위를 형제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수건을 든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얼굴이나 목덜미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고, 이치마츠가 찬물이 든 바가지에 수건을 적시고 짜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부채질을, 토도마츠는 미니 선풍기를 들고 카라마츠의 열을 식힌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 위쪽에 앉아 카라마츠를 응시한다. 

“감기라도 걸린 거? 차가운 바닷바람 좀 맞았다고 그런 건가? 오늘은 좀 무리었나~”

“날도 춥기야 했지만, 카라마츠 자기 맨발을 바다에 담그더라니까. 자업자득이야. 이 날씨에 뭐한 거냐고.”
“됐어... 그 녀석 바보니까.”

“그럼 부채랑 선풍기는 치울까? 그런데 땀이 이렇게 나는데?”

“열도 좀 있으니까, 대신 이마 쪽에만 틀어줘. 쥬시마츠 형, 형이 선풍기 들어. 따뜻한 차 좀 가지고 올게.”

“미안해.”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뭐가. 감기 걸린 게 네 탓은 아니잖아.”

“그렇지. 갑자기 바다 가자고 졸라댄 오소마츠 형 탓이지.”

“에, 아까는 카라마츠보고 자업자득이라더니.”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나쁜 거거든?”

“아하하하! 내가 낫게 해줄게!”

“쥬시마츠...네가 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니까 관둬…”

“알겠슴다!”
“카라마츠 형도 바보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오늘은 특별 서비스긴 하지만~ 얼마나 형제들끼리 서로를 끔찍이 챙기거나 하겠어. 다들 섬세함이라곤 없는 멍청이들 뿐인데.”

“은근슬쩍 형들을 디스하지 말아줄래? 그냥 뒀다 옮으면 좀 그러니까 그래.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또 그 레이카인가 하는 아이돌 일이겠지.”

“냐쨩이거든. 그만 좀 외워라.”

“뭐, 이런게 우리들 아니겠어.”

“하아?”

“서로 상처주고 짖궂게 지내고. 그러다가도 같이 웃으며 즐겁고. 모두들 우리를 똑같다고는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아. 결국은 서로를 하나부터 여섯까지 다 아는 건 아니고, 20년 넘게 살면서 우리들 마음속은 똑같은 부분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많아졌지. 그러니까 혼자 끌어안지 말아줘, 카라마츠. 미안하다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돌아가며 심한 꼴 당하고 장난치고 그래왔잖아. 저마다 거기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네가 느낀 마음을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우린 서로를 너무나도 모르니까.”

오소마츠의 말과 함께 방 안의 시간은 멈췄다. 카라마츠만이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른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표정을 지었을 때, 오늘 하루가 잔상처럼 눈앞을 스쳤다. 

“편해지자고, 카라마츠. 뭣하면 나부터 얘기할까. 맞다, 그때 말이야. 쵸로마츠 취직 사건.”

“남의 그나마 좋았던 일을 사건 취급하지 말아줄래? 나도!  휴지마츠라든가 갈색머리라든가 사과해줬음 좋겠거든?”

아까의 토도마츠 말이 떠올랐다. 굳이 바다 같은 데가 아니라도, 방에서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마음이 좀 열린 것 같은 건 방금 전에야 깨달았던 오늘의 형제들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 카라마츠의 열로부터 시작된 진심 털어놓기 이야기는, 서로가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피곤함에 휘둘리면서도 어렵게 꺼낸 그날의 감정은 제대로 전달된 건진 의문으로 남지만, 조금은 수면으로 건져올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 날 새벽 나는 꿈을 꾸었다. 유괴소동과 형제들이 집어던진 집기에 얻어맞은 탓에 생긴 상처가 욱신욱신거렸다. 붕대에 머리와 팔과 다리가 감싸진 채, 내가 없이 다섯 형제가 행복한 표정으로 걷는 모습을 보며 절규하는 내가 있다. 그 장면은 이윽고 넓게 펼쳐진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점이 되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아픔은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쪼그라든 점을 누군가가 내 가슴에 갖다 대었다. 내가 줄곧 가라앉던 바다는 나의 눈물로 만들어진 듯, 내가 흘린 눈물이 바닥을 적셔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지면에 제대로 몸을 붙이고 있다. 따뜻하지만은 않지만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고서 일어서면 감겨 있던 붕대와 함께 환상통은 사라져갔다. 마음이 여전히 쿡쿡 쑤시지만, 이제는 어설프게 메우느라 곪아버린 상처의 고름을 짜낸 채 패인 상처에 새살이 돋고 있다. 그래. 이걸 아픔이라고 하는거야.   

 

 

Posted by 하리H( )Ri
2020. 6. 26. 01:43

마법교사 오소마츠×인어 카라마츠

검푸르죽죽한 차가운 세계에서 따스한 붉은 빛에 처음 닿았을 때, 용기를 내서 수면 밖으로 고개를 든 인어는 붉은 태양을 사랑하게 되고 말았지. 태양이 뜨고 지는 모습과 심해보다도 까만 하늘에 알알이 박힌 별들을 보며 처음으로 인어는 바다 바깥에 나가고 싶어졌어. 뭍을 오가는 거북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을 키워간 인어는 드디어 뭍에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어.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 탓에 뭍의 모습을 눈에 채 담지 못하고 인어는 물 속에 다시 몸을 담궜지. 자맥질을 되풀이하며 눈에 새기는 풍경 속에 새로운 피사체가 나타났어. 언뜻 보기에, 반은 자신을 닮았고 반은 길게 뻗은 두 개의 신체 기관으로 뭍을 돌아다니는 생명체. 태양을 닮아 있는 붉은 것을 걸치고서 바다를 바라보는 그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 인어는 뭍으로, 뭍으로, 자신의 전부였던 바다가 어느새 끝나버리는 곳까지 헤엄쳐 그의 앞에 고개를 내밀었지.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은 바다에 갑자기 떠오른 생명체를 응시했어. 귀 뒤에 달린 아가미, 목덜미에 있는 비늘. 전설 속에서 들었던 인어일까. 소년은 옷이 젖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 쪽으로 다가갔어. 우호의 표시로 손을 내민 채로. 인어는 갑자기 다가오는 소년이 두려웠지만 저도 모르게 다가갔어. 하체에 드러나는 비늘, 꼬리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파도가 치는 곳에서 인어는 멈췄어. 소년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손을 세워서 내밀었어. 인어가 그 동작을 같은 방향의 손으로 따라하자 소년은 팔을 바꾸고 인어의 손을 잡았지. 숨이 쉬어지지 않는 와중에도 인어는 소년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어. 더 이상 눈부신 풍경은 인어의 눈을 감게 할 수 없었고, 인어는 소년으로 시선을 가득 채웠지. 처음 태양을 봤던 날 느낀 따스함이 소년의 손에 머물러 있어서, 소년의 붉은 옷이 태양을 닮아서, 인어는 소년을 사랑하게 됐어. 
- 또 보자. 
다시 만나기 위해 인어는 소년의 손을 놓고 바다로 돌아갔어. 처음 경험한 뭍에 적응할 수 없어서 인어는 의식을 잃은 채 깊은 바다로, 바다로 가라앉았어. 소년은 잠깐의 만남에 남겨진 인어의 흔적을 주워들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인어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어. 소년은 다른 이들의 손에 이끌려 바다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어. 서로가 느낀 상반된 온도와 조그만 흔적으로 남은 그 날은 둘에게 있어 기적을 바라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 
"...라는 낭만적인 일이 있었어. 첫 수업날 첫 사랑 이야기를 해달라니, 너희들은 아직도 애구나. 뭐? 그래서 인어는 다시 만났냐고? 글쎄. 방금 지어낸 따끈따끈한 거짓말이니까 말이지." 
야유 속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년, 이었던 오소마츠는 목에 걸린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팬던트 안에는 그날 주웠던 비늘이 마법으로 보호된 채 보관되어 있었다. 마법사가 되기 위한 적성 검사를 수없이 실패하던 그는 무작정 바다로 달려나왔다. 그때 만난 인어를 잊고 싶지 않아서 꼭 쥐며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고, 소원에서 비롯된 마법이 비늘에 깃들어 보호 마법이 걸리며 그의 마법 적성도 개화했다. 지금은 재능이 꽃 피고 열매 맺어 마법 교사까지 되었건만. 이제는 푸른 비늘을 가진 그 인어 씨를 뭍에 데려올 수 있을 마법을 걸어줄 수 있는데. 오랜 시간을 지금 근무하는 학교처럼 느긋하고 편한 느낌으로 배운 게 아니라 바다의 짠 내음은 맡을래야 맡을 수 없는 동굴에 갇혀 스승의 맘에 찰 때까지 수련하느라 바다에 가지 못한 탓일까. 수련이 끝나고 바다에 매일 날아가지만 그 인어 씨는 커녕 다른 인어조차 본 적이 없다. 수속성 마법에는 한계가 있어 깊은 바다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러니까 거짓말인 셈 치기로 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몰입하던 청중도 김이 샌 듯 '하긴, 인어가 세상에 어딨겠어.' 라고 말한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거짓말같이,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 마법 따위는 별 것 아니게 보일 그런 기적이.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소년의 흔적은 천진난만한 웃음에, 이상하리만치 붉은 옷을 고집하는 것에, 하루가 멀다하고 해가 지지 않은 바다에 찾아가는 것에 남겨졌을 뿐이다. 온통 수수한 검은 천으로 두른 다른 교사들 사이에서 화려하게 꾸민 붉은 옷을 입은 오소마츠는 첫 부임부터 이목을 끌었다. 경건하게 마법이라는 기적을 맞아들이는 장으로서의 학교에 놓인 이물질. 그의 화려한 복장은 빛바랜 낡은 돌로 쌓아올린 학교와는 다르게 마법을 생존 수단으로 삼아 살아온 훈장과도 같았다. 한편으로는 그들처럼 기적을 맞아들이기 위해 붉은 옷을 걸쳤으나 그 사정에 대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나름 배짱있게 채용면접을 봤으나 지식의 전당에 군림하는 교장의 위엄 탓에 긴장했는지 바보같은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 인어는 존재하나요? 
소년의 기억에 금이 갔다. 그의 입으로 역시 그렇죠? 하며 농담하듯 나온 말에 그 금은 더 벌어지는 듯 했다. 하긴,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 직후 드디어 마법 적성을 깨우쳤다며 스승에 의해 동굴에 끌려갔다 나왔다곤 해도, 겨우 1년. '또 보자'는 간절한 사념의 유통기한이 겨우 그것밖에 안 되는 건지. 둘의 만남에 비하면 1년 또한 엄청난 시간이지만, 그 뒤에 지나버린 더 긴 기다림의 시간에 오소마츠는 속상해했다. 
퇴근 후, 딱히 마법을 걸지 않아도 커다란 수정구슬은 그를 바다로 데려간다. 찰나의 순간에 삶이 좌우된 남자는 사실 요즘 들어선 기대를 많이 접었다. 순수함은 점점 바래고 타성이 붙어 '그래, 그런 일도 있었지.' 같은 생각을 하며 아련한 추억으로 남으려 하고 있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해는 제법 길어져 아직 주변이 밝았다. 그 풍경 안에서 낯선 반짝임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바위산 쪽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오소마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처럼 유리 파편이나 물이 튀긴 거겠거니... 톡. 톡. 커다란 꼬리지느러미가 수면을 치고 있었다. 시선은 위로, 위로 향했다. 태양이 내려올 준비를 하는 곳에 눈을 고정한 채, 바다와 같은 빛깔을 가진 비늘에 뒤덮인 하체와 인간을 닮은 상체 그리고 귀 자리에 나 있는 지느러미를 가졌다. 인어의 특징이라고 전해져오는 것. 오소마츠가 가까이 온 것도 모르는지 인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물을 튕기고만 있었다. 인어가 진짜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 그였지만,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과 자신이 만난 인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에 좌절하고 말았다. 오소마츠는 약이 올라 하늘만을 보는 인어의 앞을 막아섰지만, 인어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인어의 까만 눈동자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오소마츠는커녕 태양조차 비치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멍하니 인어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저기..." 
그제야 인어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있는 쪽으로 살짝 고개를 틀었다. 인어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더 세차게 두드리며 손으로 바다를 가리키더니, 바위를 차고 공중제비를 돌고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자신이 있던 바위 쪽을 응시하는 인어의 모습에 오소마츠는 의아해하면서도 부츠를 벗고 발을 바다에 담갔다. 
- 들리는가? 
머릿속에서 전해지는 소리. 하지만 그는 어떻게 답을 해야할 지 알지 못했다. 
- 눈치챘겠지만 나는 시력을 잃었다. 그 대신인지 뭍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됐지만. 바다의 존재들은 바다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전하지만, 뭍의 존재와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군. 일단 손을 잡아보지 않겠는가? 서로 맞닿아있으면 생각이 전해질 지 모른다. 소리를 내면 그 쪽으로 내가 가겠다. 
그 말에 오소마츠는 전에 인어에게 내민 적 있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수면을 발로 차면 물이 튀는 소리와 번져나가는 물결이 인어를 그에게 데려왔다. 놀랄만큼 잔잔한 바다에는 어느새 태양이 녹아내려 붉은 빛이 섞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인어의 손을 잡았다.
- 진짜... 인어가 있었어!
- 인어? 인어가 뭐지?
- 당신같은 존재를 이야기하는 거야.
- 뭍의 존재는 나를 인어라고 부르는군. 이 바닷가에는 작은 뭍의 존재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 뭍의 존재라고 하면 엄청 많거든? 난 오소마츠! 나 같은 존재는 인간이라고 하고.
- 인간,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
인어는 오소마츠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이런 사념까지 생생히 전달되는 걸 그는 알까.
- 너는? 물어보고 싶은 게 잔뜩 있지만, 우선은 이름을 알고 싶어.
- 이름... 이름이라고 하면 카... 카... 미안하다. 잊어버렸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게 아니라니. 자기가 누군지를 명확하게 해주는 건데. 중요하지 않다면, 왜 오소마츠의 이름을 되뇌인 건지.
- 알았어. 그럼, 인어 씨. 혹시 한 십 년 전? 조금 오래됐는데 이렇게 뭍에서 뭍의 존재, 그러니까 나 같은 인간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 있어?
너무 대놓고 물어봤나. 기다려온 시간만큼 쌓였던 그리움이 한번에 터져서, 간절하게 이 인어가 그때 그 인어이기를 바라면서 다급한 마음이 그를 떠밀었다. 인어는 손을 잠시 놓더니 자맥질하곤 다시 손을 잡았다.
- 미안하다.
- 응?
- 사실 난 기억을 잃었다. 시력을 잃었을 때 같이 잃어버린 것 같다. 날 구해준 동료들이 나를 위해 원래 내가 어땠는 지를 이야기해줬기에 시력도 기억도 잃었다는 것을 알 뿐. 우리, 그... 인어들은 바다의 존재이므로 뭍에 오래 머무를 수 없지만, 나만은 특이하게 뭍에 오래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만. 이렇게 뭍에 오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보름달이 떴을 때부터 왔다고 해야 하나.
- 한 달도 안 됐나... 
- 인어와 만난 적이 있는가?
- 아마도. 어릴 때였어. 정말 잠깐이었지만 또 보자고 했거든.
- 이 바닷가에서?
- 응.
-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물어봐줄까? 뭍에서 인간을 만나 그런 약속을 했는지 말이야.
부탁할게, 라는 말이 쉽사리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소마츠에게는 무척 소중한 추억이니까. 조금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 인어를 찾고 싶은 마음과, 추억으로 아름답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 게다가 눈앞의 인어가 추억 속의 인어라는 묘한 확신이 있었다. 기억을 잃었다면 그의 마법으로 되찾아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아, 아냐. 그보다 내일, 내일 다시 이 곳으로 와 주겠어? 오래 전 약속이라 이미 그쪽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고, 인어 이야기를 더 듣고 싶거든. 그런데 물에 계속 몸을 담그고 있었더니 추워서...
어느새 그의 몸 대부분이 바다에 잠겨 있었다. 발만 담그고 손을 내민 불편한 자세를 벗어나려 그런 것이리라. 내일 이것저것 마법을 부릴 준비를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음... 좋다. 나도 뭍의 존재와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인어는 이제는 붉은 빛이 가시고 검은 빛에 은은한 노란 빛 달이 떠 있는 바다로 사라져 갔다. 오소마츠는 인어가 사라진 곳을 한참 바라보다, 그제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늘을 떠올렸다. 아까 인어가 앉아 있던 바위에는 비늘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비늘을 주워담은 뒤 오소마츠는 집에 돌아가 탁자에 깨끗한 천을 펼쳐 그것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팬던트 안에 보관한 비늘을 꺼냈다. 분명 같은 색이겠지, 했던 비늘은 색이 달랐다. 가지고 있던 비늘 또한 바다를 닮은 푸른 색이긴 했지만 그 색이 옅고 투명했다. 주워온 비늘은 색이 짙고 덜 투명했으나,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 그는 실망했다. 물론 인어도 시간이 지나면 비늘이 변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묘한 확신이 부정당한 느낌이었으니까.

다음 날, 오소마츠는 강의를 마치고 남은 근무는 핑계를 대며 내팽개친 채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바닷가로 부리나케 날아왔다. 인어는 어제 처음 만난 바위에 그대로 앉아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이 인어의 눈에 더 이상 비치지 않더라도. 그러고보니 어제도 인어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인어 씨!"
인어는 오늘은 그냥 가볍게 튀어올라 바다로 잠겼다. 오소마츠는 마법을 걸어 몸에 보호막을 친 뒤, 손만이 빠져나오게 한 채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인어가 어쩐지 놀란 표정을 지어서, 오소마츠는 쑥쓰러웠다. 어제와 같이 둘은 손을 잡았다.
- 인어 씨, 놀랐어? 사실 난 마법사거든. 보통 인간들은 하지 못하는... 기적을 만든다고 해야 하나.
- 뭔지는 알고 있다. 그 비슷한 거라면 인어들도 쓰고 있거든. 그럼 바닷속으로 더 들어와보면 어떤가? 아마 그 공기방울에 들어가 있으면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다. 뭍의 이야기를 듣기 전, 오소마츠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으니.
인어의 말을 믿기로 하고 오소마츠는 보호막에 수속성 마법을 건 뒤 바다에 푹 잠겼다.
- 혼자 이동할 수 있는가? 
- 응. 전에 몇 번 연습은 해본 적 있어서. 인어 씨와 편하게 이야기도 할 수 있다니 더 좋은걸.
- 다행이군. 아참, 동료에게 물어서 내 이름을 알아왔다. 카라마츠, 라고 하더군. 내가 잊어버린 시간에 이름이 얽혀서인지 동료들은 가능하면 날 이름으로 부르지 않으니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건 그래서였다. 어제 오소마츠가 신경쓰는 듯한 표정을 지어서 진지하게 물어보고 왔지.
뿌듯한 표정으로 인어, 카라마츠가 생각을 전해온다. 카라마츠. 
"카라마츠"
- 응?
- 내가 쓰는 말로 카라마츠를 부르면 이런 소리가 나. 들렸어?
- 잘 안 들렸다. 이따 뭍에 나가면 다시 들려주겠는가?
- 글쎄~
카라마츠는 삐진 듯 더 깊숙이 헤엄쳐갔다. 바다의 색은 제법 짙어져 밤처럼 되었다. 지팡이에 자그마한 빛을 켜자 그 곳에 새하얀 신전 같은 게 눈에 띄었다. 더 가까이 가려 하자 카라마츠가 가로막았다.
- 뭍의 존재가 들어올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오소마츠의 안내역을 자처했기에 여기쯤이라고 내가 알 수 있었던 거지만 오소마츠가 혼자 들어왔으면 위험해졌을거다.
수속성 마법에는 한계가 있다. 그건 그런 의미였나. 깊은 바다까지 들어갈 수 없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계나 금기가 있다는 뜻인 모양이었다. 
- 인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인어가 알고 있는 뭍과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여기까지 왔다. 저 신전은 바다의 신을 모시는 곳이다. 나와 같은 인어들이 신탁을 받아 다른 바다의 존재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까이서 바다의 신의 시중을 드는 존재들도 있지만, 나는 기억을 잃고 깨어났을 때 딱 한 번밖에 뵙지 못했지. 
[너는 사랑해선 안 될 것을 사랑하고 말았구나. 가여운 것.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해도 끝내 갈구하게 되는 것이니. 네가 적어도 이 이상의 고통은 느끼지 않도록 자비를 베풀어주겠다.]
- 신께서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고, 그 덕인지 지금은 이렇게 밝게 웃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신을 직접 만나다니 굉장하잖아. 오소마츠는 그런 게 기적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 사랑해선 안 될 것이 무엇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후 신탁으로 뭍과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 정확히는 하늘과 바다의 이야기지만. 
- 하늘과 바다의 이야기?
- 그렇다. 하늘과 바다의 신은 형제라는 모양이다. 물론 다른 형제도 있다고 하지만... 둘은 생명이 있는 존재의 세계를 양분하여 다스리는데 그게 하늘, 뭍과 바다인 것이지.
사념이 전해져오는 것일텐데,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눈을 감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이야기를 계속 전했다.
- 서로의 세력권이 늘 맞닿아 있기도 하고, 두 신은 닮은 점이 많아서 매우 친밀한 사이였다고 한다. 어느 정도였는지는 당연히 신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그러던 중 뭍의 존재 중 인간이라는 종족이 하늘의 신의 가호를 받으면서 번성했고, 인간은 뭍의 지배자가 되었지. 그렇게 해서 인간은 신의 능력의 일부를 손에 넣게 되었다는데, 그게 아마 오소마츠가 쓸 수 있다는 마법이라는 것일 거다.
-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법의 기원을 들었네. 인간이 뭍의 지배자...인가.
- 신의 능력까지 손에 넣은 인간은 이윽고 신의 권위까지 흔들기 시작했어. 이에 분노한 하늘의 신은 인간에게 심판을 내리지. 거기에 바다의 신도 동조해서 뭍은 일부의 존재만 남고 전부 심판의 파도에 휩쓸려 생명을 잃게 돼.
- 응? 그렇다는 건...
- 오소마츠는 심판 이후 새로이 번성한 인간의 후예라는 거지.
- 심판은 순조로이 끝나고, 하늘의 신은 남겨진 존재들이 다시금 뭍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했어. 그러나 심판의 파도로 꺼진 생명들은 바다의 신이 거둬들여야 했지. 바다는 한동안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차고, 치우고 분해해도 생명을 잃은 존재의 흔적은 계속 남아 바다의 신을 괴롭게 했어. 신은 죄책감과 함께 하늘의 신을 원망했어. 더러운 일은 자기가 혼자 해야 했다고. 내리쬐는 태양이, 반짝이는 세상이 미워서 바다의 신은 마음을 닫아걸어버렸어. 그 흔적이 이 결계고, 아마 뭍에 너무 다가간 나는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마저도 신께서는 용서하셨지만.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인어에게서도 마치 마음을 닫아걸어버린듯한 체념이 느껴져서. 기억을 해내려고 해도 이제는 꺼낼 수 없는 과거를 더듬으려고 노력한 카라마츠에게, 자신이 그토록 기다린 인어였다고 말한들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렇게 믿든 믿지 않든. 신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카라마츠 나름의 변명일 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는, 애당초 자신이 겪은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과거를 위해서.
- 어떻게 생각해?
- 무얼 말인가?
- 기억을 잃은 거, 시력을 잃은 거 말야.
- 그거야 뭍에 너무 가까이 간 내가 나빴...
- 그게 아니라 카라마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에게 이름을 알려줄 땐 기뻐했잖아... 그런데 그거 말고는... 카라마츠는 여전히 태양을 보고 싶어 하잖아! 오늘도 나를 기다리며 태양을 보고 있었잖아... 날 만나기 전에는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미련은 없었던 거야?
오소마츠가 토해낸 사념에 카라마츠는 겁먹은 듯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카라마츠는 웃어버리는 것이었다.
- 또 보자,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손을 흔들자 바닷물이 용솟음치고 오소마츠는 방어막째 순식간에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젠장! 왜 자기 생각을 얘기해주지 않는 거야..."
분한 마음에 모래를 실컷 걷어차고서야 오소마츠는 돌아갔다. 그 뒤로 한동안 오소마츠는 바다에 가지 않았다.

한 달이 넘게 지났을까. 오소마츠는 바다가 그리워졌다. 구슬을 타고 날아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니 어느새 검게 물든 바다에 보름달이 띄워져 있었다. 인어를 찾기 위해서라지만, 꽤나 오랫동안 바다에 매일같이 왔던 탓인지 한 달만의 바다는 그리운 냄새를 풍겨왔다. 그러고보니 오소마츠는 밤바다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인어를 낮에 만났기 때문인지 어두워지면 곧 돌아가곤 했으니까. 보따리에서 술을 꺼내서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한 병을 들이켰다. 집에서도 늘상 마시는 술이건만 바닷바람이 더해져 짠맛이 느껴졌다. 걸어와서 지쳐있는데 술을 들이켰으니 금세 취하고, 취한 눈에 아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헛것 치부하며 또 한 병을 꺼내 마시려던 때,
"거기, 누구 있는가?"
차분히 가라앉은, 낮지만 고운 목소리. 들어본 적 없지만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함.
"있거든? 그러는 넌 누군데?"
"카라마츠. 카라마츠라고 한다."
고개를 들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카라마츠가 서 있다. 모래사장 위에 서 있다. 푸른 비닐에 덮이긴 했지만 인간처럼 두 다리로 서서.
"난 오소마츠야. 우리 만난 적 있던가?"
두 다리로 선 모습에 문득 두려워졌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어쩌면 카라마츠는 또 다른 무언가를 제물로 바쳐 뭍에 선 게 아닐까.
"또 보게 돼서 기쁘다,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눈물을 흘렸다. 사실, '보게' 됐다고 말하는 카라마츠에 눈엔 여전히 오소마츠는 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카라마츠가 흘리는 눈물 방울방울에는 오소마츠가 비쳤다.
"어떻게 된 거야... 잠깐 사이에 너무 많이 변했잖아."
"잠깐이라니. 내게는 긴 시간이었다. 이대로 오소마츠가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며 걱정했다고."
"울지 마... 이야기 들을 테니까."
"으응... 긴 얘기는 아직 인간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물가 쪽으로 가지 않겠는가."
카라마츠는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푸르게 덮인 비늘의 다리는 서서히 원래의 인어와 같은 꼬리지느러미의 모습으로 변했다. 
- 오소마츠가 얘기했지.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오소마츠를 만나기 전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신의 뜻이 있겠지, 동료들이 있으니 걱정없지... 그렇다고 태양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지 않았던 건지 나는 뭍으로 올라가려고 애썼고, 그 결과 오소마츠를 만났던 거다. 오소마츠를 뭍으로 돌려보내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신전에서 기도를 드렸지. 잃어버린 기억을, 기억을 지운 게 신의 자비라는 걸 알지만, 돌려달라고. 바다의 신께서 답해주셨다. 그건 자비가 아니라 벌이라고. 그러나 기억을 찾으면 그 벌보다도 더 큰 고통을 받을 거라고. 두려웠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떠올리니 용기가 났다. 기억을 돌려달라고 말했지. 신은 다른 제안을 했다. 시력을 돌려주겠다고. 기억을 포기하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태양도 그러면 볼 수 있다고, 나를 회유하셨지. 오기가 생겼다. 기억을 돌려달라고. 뭍에 가는 건 포기하지 않을 거고, 태양은 볼 수 없어도 괜찮다고. 그 결과 기억을 찾고, 신의 축복으로 뭍을 걸을 수 있는 다리를 받았다. 동료가 얘기해주길, 이 다리의 모습은 신의 그것과 비슷하다더군. 
"잠깐. 태양은? 늘 보고 싶어했..."
- 둘 다 가질 순 없었던 거지. 나에게도 묘한 감이 있었어. 잃어버린 기억 속에 분명 오소마츠와의 만남이 있었을 거라고. 기억을 찾자, 내 온 몸과 눈은 불타는 듯 했어. 하늘의 신과 바다의 신이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진 결과 생긴 서로의 마음의 장벽이 말이지. 나는 하늘의 신의 영역을 넘어서고 말았던 거다. 그 영역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태양을 본 내 눈과 몸이 불타는 걸 바다의 신께서 구해주셨던 거였고. 불타는 와중에 기억 속의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이 손을 내밀어주었어. 그 손이, 내게는 구원이었지. 오소마츠. 아마 네가 기다리던 인어는 나였던 모양이다. 더 일찍 기억해내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소마츠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카라마츠는 그걸 볼 수 없었다. 
"기억 속의 인어가 아니라도 괜찮았어. 카라마츠가, 한 번 더 보고 싶었어... 완전 바보잖아... 바보 카라마츠..."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 보이지 않아도 뭍을 느끼게 해줄게. 태양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줄게. 그러니까.
-날 뭍으로 데려가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두 팔로 들어올렸다. 그 상태로 구슬에 타서 바다를 뒤로 한 채 밤을 지났다. 어두운 하늘에 붉은 빛이 물든 그 시간,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던 결계가 흐려졌다. 바닷물이 용처럼 솟구치더니 잠시 허공을 머무르고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카라마츠의 눈에도 잠시 붉은 빛이 비추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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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전에 썼다 오늘 완성한 거 포타에 이어 또 복붙
맨날 나만 알게 쓰는... 제우포세향도 좀 넣었는데 워낙 존재니 뭐의 신이니 돌려 말해서 글자수만 많아지고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좀 쓰고 쓰고 써야 늘텐데 하하하하하...



Posted by 하리H( )Ri
2020. 6. 26. 01:39

짧글/니트/여장 요소

두 가지 색으로 섞인 솜사탕을 좋아한다. 솜사탕하면 파스텔 핑크가 먼저 떠오르지만, 거기에 파스텔 블루가 섞여 들어가 팡팡 부풀려진 솜사탕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 일이다. 좋아해서 먹지 못하고 그저 들고 다녔더니 솜사탕은 쭈글쭈글해지고 솜사탕을 든 손은 녹은 설탕에 끈적끈적해졌다. 망가진 솜사탕에 훌쩍거리면 조용히 다른 손에 사탕을 쥐어주는 이가 있다. 헤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웃으면 그쪽도 웃어주는 것이다. 다음날 그는 솜사탕을 사와선 나만 슬쩍 불러냈다. 끈적해지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솜사탕을 움켜쥐어 단단히 뭉쳐 입에 던져넣더니, 또 하나 뭉쳐 내 입속에 넣어주면 그건 그거대로 달콤한 마법에 걸리는 듯 했다. 그게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있어 최고로 달콤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센스가 있고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내가 여장에 눈뜬 건 키가 작고 귀엽다는 이유로 문화제 여장 선발대회에 떠밀려 무대에 선 이후였다. 물론 매일같이 입고 싶은 생각도 없고 바깥을 돌아다니기엔 용기가 안 나서 가끔가다 옷을 사모아 숨겨둔 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입어보는 정도. 은밀한 놀이에는 달콤한 매력이 있다. 나만 알고 싶은 맛. 나만 갖고 싶은 맛. 어느 시점부터 여장을 위한 쇼핑은 나만이 아니라 내가 입히고 싶은 사람에도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패션감각이 정말 쓰레기같으니까, 차라리 내가 골라준 옷을 입고 여장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나의 여장을 가끔 장난식으로 형제들에게 선보이고는 한다. 미팅 연습같이 실상 도움은 안 되는 놀이에 불과한 것이건만, 나의 욕망을 해소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 우리 형제는 그다지 서로의 취미 영역을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든 다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거기에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어한다. 그를 여장시키고 싶다.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의외로 잘 어울리는 데 감탄해줬으면도 하다. 그렇지만 그는 남자다움에 집착하는, 이른바 여장하고는 상극인 취향. 어지간해서는 입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카라마츠 형, 심심해."
"으응?"
방에 단둘이 있게 된 어느 날. 나는 말을 걸었다.
"심-심-해-"
"심심하다고! 놀아줘!"
"성인 남성이 떼를 쓰는 건가. 어쩔 수 없는 브라더로군! 이 형이 오늘은 특별히 놀아주도록 하지. 뭘 하고 싶은가."
역시 폼을 잡는다. 어릴 적에는 파트너라 부르며 둘이 어울려 장난을 쳤지만, 그는 나름 형 노릇을 하려 들었다. 내가 울 때, 떼쓸 때, 혼나려 할 때. 위로하는 방법은 형편없었고나 대신에 혼나는 게 일상이었지만, 그는 그럴 때만은 내 형으로 있었다. 지금은 형이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역할은 그다지 바뀐 게 없어.
"팔씨름 어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훗. 이 상남자에게 도전하겠다는 건가? 지고 나서 질질 짜지 말라고."
3판 2선승제. 두 판으로 끝나버렸다. 나 헬스장 다닌다고 이야기 했던 거 같은데. 카라마츠 형, 그다지 운동하진 않잖아. 자기가 한 말 되돌려받지 말라고...
"질질 짜지 말고. 내 소원은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거야.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의 의식인거지!"
그의 눈이 반짝 빛난다.
"여장하고 간식 사오기!"
빛을 잃다못해 생기조차 사라진 그의 눈을 피해 그동안 생각해 온 옷을 꺼내온다. 가발도 제대로 준비하고, 메이크업 준비도 만전. 자신감도 자존감도 꺾인 그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순조롭게 발랄한 스타일의 트윈테일 여성으로 변장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인지 눈치채겠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냐 하고 자신은 시도하지 못한 길거리 여장 데뷔를 뻔뻔하게 시키려 하는 나였다. 폰으로 사진을 몇 장 남긴 뒤, 간식을 사러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진 속에는 내가 상상해온 부끄러운 표정과는 좀 다른, 넋이 나가있는 얼굴들이 가득했다.  그러다 마지막 컷, 찍는 나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카라마츠 형은 부끄러움을 담은 미소로 카메라를 봐 주었다. 우연인 걸까. 이내 쫓아가지 않은 게 아쉬워 달려나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에서 솜사탕을 기다리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파스텔 핑크의 솜사탕 하나와 파스텔 블루의 솜사탕 하나. 그리고 일회용 컵에 담긴 핑크와 블루의 마블. 컵에 담긴 솜사탕 둘. 불편한 동작으로 이것들을 안고 오는 그에게 달려가 핑크 솜사탕 하나와 컵 솜사탕 하나를 받아들었다. 벤치에 앉았다 갈까 권유했지만 카라마츠 형은 고개를 숙이고선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챘다. 입으로 베어물면 끈적끈적하고 달콤한 보드라운 것이 녹아내린다. 다시금 솜사탕을 베어물었다. 이번에는 카라마츠 형의 입에 넣어주고 입술을 맞댔다. 아까보다도 보드라운, 폭신폭신한, 그리고 살면서 가장 달콤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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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도 쓰고 여기도 쓰니까 헷갈헷갈하는데 두 군데 다 똑같은 걸 올리면 좀 그런가... 싶다가도 그냥 올립니다
덧글후기 옮겨오기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연습용. 모바일로 넘어오면 확실히 티스토리보다 포스타입이 쓰기에 편한 거 같아요. 설탕을 들이붓고 뽀쪽을 추가... 저는 순수하므로 뽀쪽을 매우 사랑하고 많이 넣습니다 흐흐 쎅쓰...


Posted by 하리H( )Ri
2020. 4. 1. 22:53

 

https://heartrainon.tistory.com/m/201

이전(?) 글
전에 써둔 거(뜨이따엔 올렸던가) 백업으로 올립니다
다른 컾은 쓰다 만게 대부분인데 오카는 마무리지어진게 있네요
덕분에 오카 지분률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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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모 대륙에 있는 소국, 장미의 나라의 일명 '붉은 왕'.
■카라-지하세계의 공주(왕 후보자). 지상을 알고 싶어서 지상으로 왔다.

"카라마츠 공주, 오늘은 바다를 보러 가지 않겠어?"
오늘도 카라마츠 공주는 선글라스를 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소마츠 왕은 그런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바다? 하지만, 장미의 나라는 바다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동맹국인 산호의 나라에 잠시 갈 일이 생겼거든. 그 참에 카라마츠에게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서."
"동맹국과의 교류에 나를 데려가도 괜찮은가?"
"주요 업무는 쵸로마츠가 볼 거고, 산호의 나라의 왕은 호탕해서 가끔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을 때 부탁하면 자유롭게 보내주거든."
"그래도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카라마츠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잔뜩 드러나서 오소마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럼 준비가 되면 이야기해줘."

어딘가 나갈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말을 타던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한 마차 안에 마주보고 앉았다. 하얀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낯선 곳에서 둘만 있어서 그런지, 마차가 흔들거려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두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고 바깥만을 보면서 산호의 나라로 향했다. 바깥 풍경이 변해가는 보습을 보며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반짝이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러워서 오소마츠는 그를 쳐다보다가 카라마츠가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돌리면 재빨리 다른 쪽 창밖을 보는 척을 하곤 했다. 산호의 나라에 도착하고, 카라마츠가 마차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오소마츠는 산호의 나라의 왕인 데카판에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은 뒤 실무를 쵸로마츠에게 떠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빠르게 허락받았지. 바다를 보고 오면 카라마츠 공주를 산호의 나라의 왕에게도 소개해도 괜찮을까?"
"물론이지. 하지만 순서가 잘못된 건 아닌가, 오소마츠?"
"괜찮대도. 이 나라의 왕은 내가 왜 여기 오는지를 잘 알거든. 대신에 좋은 모종을 보내고 정원사도 파견해서 왕궁의 조경을 멋있게 만들어주고 있는걸."
"그런 거라면, 알겠다."
말에서 마차를 뗴어내고, 마부에게 마차를 지키도록 명령한 뒤, 오소마츠는 말에 올라타 카라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뒤에 탄 채 자연스럽게 허리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가 자신있게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때. 강하고는 또 다르지, 바다는?"
"아아.."
카라마츠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오소마츠는 신경이 쓰였지만 꾹 참고 바닷가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하얀 모래사장. 부서지는 파도. 말을 멈춘 곳에는 산호의 나라가 자랑하는 푸른 바닷가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구두를 벗은 채 드레스를 두 손으로 잡고 모래사장을 사뿐사뿐 걸었다. 파도가 치는 곳에 발을 놓으면 파도가 카라마츠의 새하얀 발을 간질였다. 차가워서 놀라 발을 뗐다가 다시 집어넣으면 파도는 카라마츠의 발에 의해 하얗게 부서졌다. 햇빛 아래, 바다 위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카라마츠의 피부는 더욱 반짝였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구두를 벗은 그 옆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카라마츠는 지금이라도 당장 하늘 속으로, 바다 속으로, 오소마츠가 보는 풍경 속으로 녹아들 것만 같았다. 반짝임에 눈이 부셔 눈을 찡그리고 잠시 얼굴을 가리면,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오소마츠! 왜 가만히 있기만 하는건가? 같이 '바다'에 들어가야지! 파도라고 하던가? 발 끝에서 부서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기분이 좋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한 채 오소마츠의 얼굴을 아래에서 올려다보았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 오소마츠는 못 이기는 척 부츠를 벗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밟으며 바다 쪽으로 걸었다. 부서지는 파도를 발로 맞으며 연신 까르륵거리는 카라마츠에 푹 빠져, 오소마츠는 자신의 바지가 젖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새 바다에 붉은 빛이 물들고, 오소마츠를 애타게 부르는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오소마츠는 바지가 젖은 걸 눈치채고 난처해했다. 그런 오소마츠를 번쩍 안아들고, 카라마츠는 바다를 벗어나 모래사장에 대기된 마차에 오소마츠를 태웠다. 카라마츠의 드레스도 제법 젖은 채였다.
"왕과 공주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칠칠치 못하니... 갈아입을 옷을 챙겨왔으니 이따 산호의 나라 왕궁의 빈 방을 빌려서 갈아입어야겠네요."
쵸로마츠는 두 사람이 탄 마차에 잠시 타서 한숨을 푹 쉬고 말한 후 내려서는 왕궁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했다. 아까와는 달리 서로 마주보는 게 어색하지가 않아서,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서로의 젖은 다리를 보고 눈을 맞추더니 까르르 웃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추억이 또 하나 생긴 셈이었다.

Posted by 하리H( )Ri
2020. 4. 1. 21:47

SNS든 커뮤니티든 지쳐서 쉬는 요즘입니다. 특히 일적으로... 감정소모도 잘하고 조절도 잘 못하다보니 어쩔 수 없네요. 앞으로의 세상은 늘 그렇듯 겪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차겠죠. 안정적이고 안주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런고로 만우절이 아쉬우니 오소카라 짧글 던지고 갑니다. 다른 컾도 쓰려 했는데 눈의 피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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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으응? 하며 돌아보는 카라마츠가 사랑스럽다.
"사랑한다고."
"에이프럴 풀은 그쯤 해두겠는가? 오소마츠. 재미도 없고, 속아봤자 별 생각도 안 든다고?"
"그런가. 재미없네! 그럼 취소다 취소!"
차가운 눈으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쳐다보더니 이내 거울로 시선을 옮겨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 옆으로 다가가 대뜸 입을 맞춘다.
"으읍...으으읍!"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밀어냈다. 당혹감이 깃든 카라마츠의 눈동자에는 이전에는 보지 못한 오소마츠의 따뜻한 미소가 비쳤다.
"사랑한다는 거, 거짓말이야."
카라마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매섭게 쳐다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소마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 사랑해, 카라마츠. 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카라마츠의 눈초리는 여전히 따가웠다.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달라는 시늉을 했다.
"응? 뭘 주면 돼? 내 사랑?"
"지갑."
의아해하면서도 오소마츠는 지갑을 카라마츠의 손에 쥐어주었다. 카라마츠는 지갑을 열어 탈탈 털었다. 굴러 떨어지는 10엔 동전 몇 개.
"모든 거, 란 말이지..."
"모든 게 그 모든 걸 말하는 게 아니잖..."
"내 지갑에서 슬쩍해간 만 엔은 어디간 건가."
"그건 내 사랑으로 갚으면 안...될까...?"
망했다. 아까부터 괜히 싸한 분위기는 이 때문이었던가! 오소마츠는 빠져나갈 구석을 살폈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후우..."
카라마츠는 한숨을 쉬더니 살짝 웃었다.
"됐다. 오늘 하루는 에이프럴 풀인것으로 하고 웃어넘어갈테니. 사랑한다든가 얼토당토않은 걸로 속이지 말고 다음에 한턱 쏴라. 이 쿨한 퍼펙트 가이, 카라마츠는 사소한 장난엔 신경쓰지 않는다제!"
그 말에 오소마츠는 안심할 뻔했다가 멈칫했다.
잠깐, 내 고백마저 만우절 장난인셈 치는 거야? 안돼... 안된다고!
그러나 오소마츠는 적어도 그 날 다시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 날 내내 쌀쌀한 카라마츠의 반응에 오소마츠는 찔려하면서도 속이 상했다. 살짝 삐져서 베란다에 나가 앉으면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부르르 몸이 떨리고는 하는 것이다.
"오, 사, 삼, 이, 일."
카라마츠가 베란다로 넘어오는 창문을 열고선 별안간 카운트를 센다. 그러더니 베란다로 넘어왔다.
"만우절 끝났어."
"응."
"나도 오소마츠에게 장난 좀 쳐봤다. 쌀쌀맞게 반응했다고 삐져서는 찬바람이나 맞고 있다니."
"난 장난 안 쳤거든? 만 엔은 다음에 갚아줄테니 걱정말고."
"장난이 아니면, 진심이었던 건가. 그... 키스...도..."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사랑스럽다. 카라마츠. 카라마츠를 붙잡고 다시 입을 맞췄다. 입술의 온기가 전해지고, 익숙하지 않은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서로의 심장만큼이나 요동치며 두 사람의 감각과 신경과 감정을 깨운다. 볼에서 한기가 느껴질 쯤에야 둘은 떨어졌다.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입만을 뻐끔거렸다.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그가 감정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오소마츠는 알 수 있었다. 곧 카라마츠의 입이 명확한 형태로 움직였다.

사랑해, 오소마츠.

Posted by 하리H( )Ri
2019. 12. 20. 07:00

뭔 구에디터 신에디터가 있다나 뭐라나
하여간 모바일에서 올렸는데 지원이 안된다고 하니 새 글 팝니다
짤짤짤
심심해서 헛소리 추가
그보다 카라 응딩이 짤은 몇 번째 찐 거지

겨우 잠드나 했더니 깨버림

스테이 쿨

사면초가

헤드샷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크기의 바선생

꺅!

초ㅑ

피겨 스케이팅

흥분을 잠재워주는 미끄럼틀

성인 남성 여럿에 의한 어린이공원 테러현장

 결혼하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우튀김

하일 하이드라

파도타기

1/6의 확률 1

1/6의 확률 2

???: 얼른 엉덩이랑 발 좀 치워라

"맞아. 내가 바로 범인이야. "

건치자랑

이 소년은 커서 이따이하게 됩니다

 최종 선택

이와세 촙(강력하다)

야나기다 군과 이치마츠 군의 세상이 끝나는 하이파이브

인싸의 둠칫둠칫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다

흑백필터가 끼고 싶어

얘들아 3년 동안 수고했고 나중에 웃으면서 보자



"아, 경찰이라도 불렀다간 봐. 넌 무사하지 못할 거야."

다이어트 중인데... 딱 한 조각만...

이 사람들... 누구지?

 

 졸지에 이세계행

누가 방구 꼈어?

도주에 실패한 범인의 클리셰

친구인 줄 알고 말 걸려 했는데 달걀귀신이었다

사진 초점 맞추기

하품은 전염된다고 한다

 

재탕 기념 대사 자동재생

"사건은 몇 년 전, 편지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됐지."

화장실만 잠깐... 앗, 왜 이러시죠?!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