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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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2. 01:59
노토라 프로듀스(쵸로카라)
노부타 프로듀스라는 작품의 제목 패러디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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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olang11.wixsite.com/mysite-1/blank-2
프로듀서 쵸로와 토라카라는 아이돌 얘기든 이번 얘기든 보충해서 다시 써보고 싶은 소재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의 작품을 보고파서 참여했던 시커먼 욕망이 더 컸지만...

본론↓
합작 모인 사이트 예전 트윗 뒤져서 주소 찾아왔어요
☆▼☆▼☆▼☆▼☆▼☆

http://molang11.wixsite.com/mysite-1

밍나...토라카라를 봐줘...내거말고 다른 분들의 빛나는 연성을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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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토라 프로듀스!>

프로듀서 쵸로마츠×토라카라

 

  그날따라 퇴근길은 너무도 멀었다. 망할 국장이 갈구는 걸 꾸역꾸역 참고 나온데다, 간만에 일찍 퇴근한다 싶더니 퇴근 시간대라 지하철엔 사람이 득실거렸다. 금요일의 밤거리엔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자꾸 힘없이 걸어가는 나를 치고 가는데, 아오! 얼른 맥 주 한 캔 마시고 잠이나 자고 싶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뚫고서 오늘따라 손님이 많은 편의점에서 맥주 세 캔과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나오면 평소보다는 집에 오는 데 두 배는 걸린 것 같이 느껴졌다. 낡은 맨션 계단을 천천히 올라 3층 구석 방을 열면, 나랑 똑 닮은 형제가 맹렬히 달려온다.

  「어서와, 쵸로마츠 형!」

 소매를 붕붕 돌리고 있는 기운찬 동생 쥬시마츠, 그리고 뜬금없이 피스 사인을 날리며 미소를 지어오는 안쓰러운 형 카라마츠. 이렇게 셋이 사는 조용한 방...일 터였다.

  「이거 봐! 귀엽지?」

 쥬시마츠가 무언가를 불쑥 얼굴에 들이민다.

  「잠...잠깐, 일단 짐은 내려놓고 보자,,,응?」

인형, 이라기엔 지나치게 생기있는 물건이었다. 털은 부드러워 보이고, 얼굴은 어째 우리들을 닮은 듯 한...

  「왕!」

  「이거 뭐야?」

  「아까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웠어! 호랑이인거 같은데 사람 말도 할 수 있어!」

 당황하는 사이 그것이 쥬시마츠의 품을 빠져나와 내 몸으로 달려들었다.

  「꺄악!」

  「앗하하! 뭐야 그 비명소리~」

  「보통 놀라지! 그리고 호...호랑이라고? 물거나 하지 않아?」

  「안 물어!」

 답을 한 것은 호랑이 쪽이었다.

  「나, 사람 좋아서, 사람 사는데 왔어!」

 천진난만한 얼굴로 마치 어린애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엽잖아!

  「훗, 거기다 멋도 알고 있더군. 이걸 봐라.」

 카라마츠 형이 선글라스를 가져다가 호랑이 눈에 씌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폼을 잡으며 미소를 짓는데, 귀여워서 똥꼬털 타버릴 거 같아! 하는 짓이 카라마츠 형 빼다 박았는데 왜 형은 안쓰럽고 얘는 귀엽지?

  「이거 형이 가르친 거야?」

  「논논. 그래도 그 잠깐 사이에 보고 배웠을 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엄청난 천재다!」

 저런 안쓰러운 행동들을 보고 배워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 녀석이 하면 귀엽고, 어울리고. 하는 짓도 그렇고 형과 닮기는 닮은 거 같다.

  「쵸로마츠 형, 얘 키워도 될까?」

 쥬시마츠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당연하지! 이름도 정했어!」

  「정말임까? 뭐라고 부를 검니까?」

  「카라쨩이라 부를거야!」

  「엣?」

 이렇게 사내놈들 셋이 사는 방에 호랑이 새끼 한 마리가 추가되었다.

 

 쥬시마츠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카라마츠 형은 단기알바를 뛰거나 집안일을 하고 대체로 이 둘을 내가 부양하고 있다. 그래도 TV TOKY*에서 예능국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으니까, 저 둘을 먹여살릴 정도는 된다고. 어서 자립들 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알바라도 찾으러 다니는 거에 지금은 만족해야 하려나. 하여간, 예능PD로서 아이돌 토크쇼를 주로 맡고 있지만 최근엔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신통치 않아서 국장한테 갈굼받고 있다. 갈굼받는 가장 큰 이유는 메인연출이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그 대타로 조연출인 내가 불려가는 거지만.

  「여! 쵸로P! 오늘도 수고했어~」

 저 사람이다. 마츠노 오소마츠. 실력을 인정받아서 젊은 나이에 메인 연출을 맡게 된 유능한 PD이자 동갑내기. 이름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한 탓에 종종 이용당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고 있다.

  「오늘도 마츠노 PD님 때문에 국장님께 혼났습니다만.」

  「에에, 섭섭하게 마츠노라 부르지 말고~ 너도 나도 나 마츠노잖? 오소P라고 불러줘~」

  「엄연히 상사고 선배인데 그럴 순 없죠.」

  「그래도 동갑이잖아~ 난 쵸로P랑 친해지고 싶다궁~」

  「친한 척 말아주시죠.」

 내가 네 녀석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친해지고 싶으면 네 녀석이 국장한테 가서 혼나라고.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다보면 오소마츠가 와서 치근덕댄다.

  「혹시말야~ 쵸로P~ 주변에 재능있는 녀석 없어? 관객 호응 유도하는 사전MC라든가 필요할 거 같은데.」

  「인맥은 마츠노 PD가 더 넓지 않은가요.」

  「쳇. 계속 마츠노라 부르네. 이제는 사전MC로 부를만한 지망생은 잘 모르니까. 게스트로 부를 급이거든.」

 하긴. 메인PD면 영향력이 꽤 되니까. 저런 것도 빠른 승진의 영향인가. 솔직하게 부럽네.

  「저번에 너네 형도 꽤 재밌었는데」

  「절대로! 안 데려올거니까요!」

 카라마츠 형이 사전MC 알바를 와서 했던 안쓰러운 발언과 관객의 썰렁한 발언들, 그리고 혼자 배꼽잡고 웃었던 오소마츠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그러다, 어제 쥬시마츠가 데려온 카라쨩이 생각난다.

  「마츠노 PD, 동물...이라도 괜찮은가요?」

 

  「우와아!!!이건 뭐야? 쵸로...?」

  「쵸로마츠.」

  「쵸로...쵸로...어려워」

 다음 날. 카라쨩을 데리고 방송국에 온 참이다. 암만 사전MC가 없다고, 그리고 이 녀석이 말을 할 수 있고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렇게 해버려도 되는 걸까. 카라쨩은 귀엽지만, 아직 스타를 알아보는 눈이라든가 생기지 않은 나로서는 불안함이 앞선다. 후, 심호흡을 하고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보 같은 낯짝의 오소마츠가 반겨준다.

  「여! 쵸로P! 하고, 인형? 쵸로P 그런 취미가 있었어?」

 확실히 인형처럼 귀엽긴 하지만...날 그런 취미 가진 녀석으로 몰다니...

  「어제 말씀드렸잖습니까. 사전MC로 동물도 괜찮나고요,」

  「흠, 이 녀석을 사전MC로 삼자고?」

 오소마츠는 찬찬히 카라쨩을 살펴보았다. 카라쨩의 말랑말랑하고 동그란 귀, 선명하게 나 있는 검은 줄무늬, 젤리처럼 보들보들한 발바닥, 푹신푹신한 가슴털, 그리고 귀여운 표정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데가 없지 않나?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내민다.

  「음, 뭐라 부르면 될까? 하여튼 잘 부탁해! 난 오소P야!」

 이 녀석한테도 강요하는 구나, 그 애칭.

  「나...카라쨩! 오소삐, 안녕!」

 오소삐? 오소삐라고? 오소마츠가 입을 틀어막는 걸 보고 살짝 질투심을 느낀다. 나도...나도...

  「카라쨩 귀엽다! 오소P랑 쵸로P가 많이 아껴줄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가슴철을 쓰다듬으며 함박미소를 짓는다. 어쩐지 쵸로P를 힘줘서 말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오소삐...쵸로삐...쵸로삐!」

 쵸로삐 최고오!!!!!!!!!!!!!!!!!!!!!!!!카라쨩!카라쨩!!!!!!!!!!!!!초절 귀엽다고!!!!!!!!!

  「음...쵸로P? 일단 진정하고 말이지. 일 얘기를 해야지?」

 아,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오소마츠가 나보고 설명하라는 듯 눈을 찡긋 한다.

  「카라쨩, 어제도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서주는 걸 부탁하고 싶은데.」

 「좋아!」

 과연 이 녀석은 뭘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걸까. 그냥 서 있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울음을 터뜨리면 어떡하지.

  「사람이 너무 많으면...무섭지 않아?」

  「전혀! 난 사람이 좋아! 사람들이 날 좋아해줬음 좋겠어! 쵸로삐처럼! 쥬시처럼! 카라처럼!」

  「스타의 싹이 있는 거 아냐? 사랑받고 싶은 게 스타가 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이잖아?」

  「그러면, 카라마츠가 사람들 앞에서 어떤 걸 보여줄 수 있는지 우선 나와 마츠노 PD한테 보여줬음 좋겠어.」

  「응?」

  「마츠노...아아! 오소P한테 보여줬음 한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버리는 오소마츠를 보며 살짝 좌절하지만, 과연 카라쨩이 어떤 걸 보여줄지 기대되기도 했다. 마치, 아이돌 오디션을 치르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혼자 느끼고 있다. 카라쨩은 막대사탕을 집어들더니, 마이크처럼 잡고서 자세를 취했다. 설마,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건가?

  「울지 뫄아아아아~~~~」

 이거 형! 완전 카라마츠 형! 그 짧은 시간동안 뭘 가르쳐 놓은 거야! 아아아아아아! 묘하게 안쓰러운데 귀여운 카라쨩의 한 소절에 오소마츠도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오소마츠는 데굴데굴 구르며 갈비뼈 나간다는 소리를 연발하고 있었다.

  「카라가 가르쳐줘써! 다른 노래도 가르쳐줬는데 해도 돼?」

  「응! 해줘!」

 카라마츠 형이 했다면 막았을 것을, 카라쨩이 하니까 참는다. 아니, 오히려 잘했다며 부비부비 하고 싶을 정도니까.

 그 뒤에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기 호랑이가 트로트를 느낌을 살려가며 부르는 모습이라니. 그 소리에 이끌려서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다 놀라고선 주저앉아 카라쨩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단순히 트로트만 부르는 게 아니라, 카라마츠 형에게서 배운 똥폼잡는 매너가 섞인게 오히려 귀여움으로 작용했는지 사람들은 연신 귀엽다는 소리를 해댔다. 아, 이것이 스타 탄생인가? 나 지금 스타 탄생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건가?

  「이거 보니 충분히 사전MC로 써도 되겠는데? 오히려 방송 중간에 투입해서 주목을 끄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야.」

 오소마츠가 어깨를 두드린다.

  「자 글면 쵸로P, 우리 프로의 사전MC 및 분위기 메이커 역인 카라쨩을 프로듀스 하는 역, 맡겨도 되겠지? 우리 프로의 조연출이자 카라쨩의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다해줘!」

 언제나 엉겨붙기만 하던 오소마츠였지만, 지금만큼은 상사에게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서 뿌듯했다. 이게 다 카라쨩 덕분이야.

  「좋아! 오늘은 카라쨩이 좋아하는 생고기 잔뜩 먹자! 앞으로 잘해보자~ 카라쨩!」

  「응응! 쵸로삐!」

 아아아아! 너무 귀여워!

 카라쨩을 안아다 부비부비했다. 가슴털이 부드럽게 스치는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카라쨩도 거기에 맞춰 그르릉거렸다. 아마도 기분이 좋은 거겠지. 함께 호랑이 아이돌을 꿈꿔 보자고!

  

 드디어 카라쨩이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 쥬시마츠도, 카라마츠 형도 오늘은 카라쨩을 위해 방청객으로 와주었다. 카라쨩에게 반짝거리는 보타이를 매주며 내가 더 긴장되어 심호흡을 한다.

  「괜찮아, 쵸로삐!」

 발바닥의 젤리로 내 손을 톡톡 두들겨주는 카라쨩에게 힐링받으며 첫 무대가 부디 성공적이길 빈다. 아마도, 방송을 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SNS에서는 제법 화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보면서 카라쨩과 마주보고 파이팅을 해본다. 카라쨩이 종종거리며 무대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11. 7. 19:41
제가 리뷰한 분량에서 캡쳐샷 골라서 하다보니 조금 비루하네요. 아마두 사태가 종결이 될 때까지 틈틈이 갱신할까 합니다.
+ 리뷰는 타 사이트 및 타 블로그에서 했던거라 여긴 없네요
+ 글도 안 쓰고 사회의 일원으로 굴려지니 피폐한데 발언의 자유조차 오늘자 공문을 보니 이 직종에는 없는 모양이댜헿헿헿씌바r
+만드는 곳은 여기
http://lim2.xyz/eorzea/bluehouse/

1.카라마츠

이러려고 차남으로 태어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에스퍼 냥코 편)
공식이 나서서 굴리는 영고 카라마츠

2.쵸로마츠

이러려고 취직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편지 편)

이러려고 싸인회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이 쪽은 레알 팬으로서 생명이 끝날 뻔했지
(오소마츠의 우울 편)

3.이치마츠

이러려고 친구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팩트폭력 자제요
(에스퍼냥코 편)

4. 토도마츠

이러려고 집 나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편지 편)

5. 오소마츠

이러려고 장남하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오소마츠의 우울 편)
그리고 진짜로 무너졌다 캅니다




...
Posted by 하리H( )Ri
2016. 9. 19. 09:03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제가 까만 배경이 무서워서 더욱더 허접하게 타이틀 바꿔 달았습니다. 안쓰러운 그림 실력 양해를...

아무도 몹싸 오프닝의 패러딘지 모를거야 개차판으로 그려놔서

타이틀 그려주실 분 구합니다

아무도 안해줘 그런거

 

※이번 편은 토도마츠 시점 +a입니다. 그동안 누구 시점인지 쓰지 않은 +a가 있었지만 정황상 아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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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는 나와 카라마츠 형만 남아있다.

조용히 카라마츠 형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심장은 계속 뛰고 있구나.

두근거리는 느낌과 따스한 체온에 기대듯 엎드린다.

형을 부르다 지쳤던 걸까.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내 형의 환자복과 내 뺨은 축축해진다.

그때 오소마츠 형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불렀다.

토도마츠, 잠깐 바람 좀 쐬고 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어째서...”

기분전환 좀 하고 오라고.”

오소마츠 형은 애써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얼굴에 진 그늘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오소마츠 형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렇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토도마츠.”

마치 자기에게 얘기하듯,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 말을 들으니 닦았던 눈물이 다시금 나오려 했다.

카라마츠가 이렇게 된 건 모두의...나의 탓이니까...너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카라마츠라면 너까지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을 거야.”

이래도 되는 걸까. 카라마츠 형을 막지 못한 걸 탓하기는커녕 모두의 탓이라고 하다니. 그런 것까지 감싸 안으려 하지 말라고. 이럴 때만, 치사하게 장남으로 나서는 거야?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병실을 나왔다. 쥬시마츠 형이 앉아 있다가 반겨준다. 형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날 위해서인지 억지로 웃으려 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쥬시마츠 형은 복도 모퉁이를 돌아가더니 단팥죽 두 캔을 뽑아왔다. 단팥죽이라니, 쥬시마츠 형다워서 살짝이 미소가 지어진다. 형이 건네는 따뜻한 단팥죽 캔을 건네받아 마시며, 쥬시마츠 형도 과연 오소마츠 형처럼 우리 책임이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쥬시마츠 형도 같은 생각을 하겠지. 하지만, 카라마츠 형에게 내가 했던 일은, 분명 모두가 함께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여섯 쌍둥이라곤 해도 매 순간을 여섯이 함께 하는 건 아니었다. 여섯은 그만큼 많은 수인걸?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짝지어 노는 일이 많아졌다. 악동 중의 악동 콤비인 오소마츠 형과 쵸로마츠 형, 그나마 얌전한 이치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이 주로 어울려 놀았고 장난끼 많은 나와 카라마츠 형이 짝올 이뤄서 놀았다. 악동 콤비에 댈 건 아니지만 나와 카라마츠 형도 장난질을 제법 했는데, 우리 둘은 역할 분배가 철저했다. 계획은 내가 세우고 실행은 카라마츠 형이 맡아 다른 형제나 치비타, 이야미 등을 골려주곤 했다. 철없는 시절이었다. 장난이 성공하는 쾌감, 실패하거나 들켜서 쫓길 때의 짜릿함, 대판 치고받고 싸우고 나서 터진 웃음, 즐거움이나 슬픔,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하는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던 시절이었다. 거짓말은 했을지언정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했다.

중학생이 된 우리들의 첫 화젯거리는 카라마츠 형이 연극부에 들어간 거였다. 연극부라니, 그것도 멋있어서 들어갔다니 카라마츠 형답게 단순한 이유여서 다들 놀리면서 한편으로 카라마츠 형이 언제쯤 연극부를 박차고 나올지 내기를 걸었다.

"한 달은 있다 나오려나, 카라마츠 형."

쵸로마츠 형이 먼저 말했다.

"의외로 견디는 거 아닐까? 1학기 공연 정도는 끝낸다거나..."

자신없는 목소리로 이치마츠 형은 다른 의견을 냈다.

"...난 이치마츠...형 말에 한 표."

쥬시마츠 형도 아직 형 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 그럼 난 일주일! 일주일에 이번 주 용돈을 겁니다!"

오소마츠 형이 자신 있게 100엔 동전을 굴려대며 외쳤다.

"연극 한 번은 하고 나오겠지, 카라마츠."

"형 붙여."

내 답에 오소마츠 형이 즉각 반응. 형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으면 자기만 들을 것이지 이 참에 서열 정리를 해버리는 걸까. 이즈음엔 막내로 서열 밑바닥이 된 내 작은 불만이 생기고 있었다.

"자자, 그러면 다 이번 주 용돈이나 걸까? 누구 말이 맞을지?"

쵸로마츠 형이 다급히 정리를 한다. 저런 것도 형의 역할이라면 역할이겠지.

 

며칠 뒤, 카라마츠 형으로부터 1학년을 연극의 주역으로 뽑는 오디션올 한다고 들었다. 슬쩍 형이 1학년 말에나 연극부에서 나오려 하지 않을까라며 내기 내용을 바꿨다. 형이 그렇게 의욕 가득한 눈을 하고 있는데, 쉽게 연극부를 뛰쳐나오진 않을 듯 했다. 결과만 말하면, 형은 첫 연극에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내가 살짝 도와준 건 있지만, 그것만으로 카라마츠 형이 주역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형이 무대에 서서 조금 어정쩡하지만 잔뜩 폼 잡으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뭔가 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커튼 콜. 출연자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며 무대를 보다 형과 눈이 마주쳤다. 형은 미소지었다. 어쩐지 고맙다고 말하는 듯 했다. 나도 답하듯 미소를 지었다. 얼굴 근육이 어쩐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날 이후, 형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중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린다거나 여자애들과 친해지려 놀러 다닌다거나, 형들과 비슷해지지 않기 위해 꾸미는 데에 신경쓴다거나... 같잖은 질투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나는 달라지고 싶었다. Copy&Paste의 여섯 쌍둥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태어난 순서로 마지막에 설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위에 서는 수밖에 없었다. 카라마츠 형의 주역 데뷔는 그런 마음을 자극했고, 오소마츠 형은 장남이라는 포지션을 굳히려 무던히 애썼고, 쵸로마츠 형은 학생회에 들어가거나 하는 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치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은 꾸준하고 성실했다. 그런 형들에 대한 반감으로, 형들과 멀어지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금의 드라이몬스터 토도마츠를 만든 거겠지. 그 중에도 카라마츠 형은 질투의 시발점이었다는 이유로 일부러 싫은 티를 더 냈지만 카라마츠 형은 형이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는지 그럴 때마다 더 다정하게 대했고 고민을 들어준답시고 참견해왔다. 다정한 형이라. 한때는 함께 장난질하던 파트너였을텐데.

어느새 이렇게나 달라져버려서,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아서,

곧 있으면 따라잡을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런 형이 좋아서,

하지만 싫어서,

반발심은 커져만 갔다.

모순된 감정을 안고서 중학교 시절은 흘러갔다. 우리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존재였고, 다른 형제들에 대한 좋은 소리나 안 좋은 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어오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형들에 대한 악담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쳐주는 것으로 형들과의 거리를 점차 넓혀갔다. 내 입에서 형들의 험담을 하는 일도 늘어갔다.

? 카라마츠? 그 안쓰러운 녀석이 형 행세하는 거 진심 기분 나쁜데. 물론 애초에 오소마츠도 쵸로마츠도 형이라며 으스대는 거 기분 나쁘지만, 카라마츠는 형 놀이에 취해있달까 짜증 제대로 유발하거든.”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던가. 3학년 때인가 뒷담화를 하는 모습을 오소마츠 형에게 들켰다.

할 말 있으면 직접 앞에서 말하라고, 토도마츠.”

정색하며 오소마츠 형이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형을 째려보면 멱살을 잡아들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해보라며 나를 부추겼다. 형은 화난 얼굴로 계속 때렸다. 그때만큼 오소마츠 형에게 많이 맞았던 날은 없을 정도로 쳐맞았다. 아마도 형은 계속 내가 형들을 나쁘게 대했던 걸 알고 있었고, 내 입으로 말할 때까지 기다렸던 거겠지. 맞고 있으면서도 오소마츠는 그래도 형이구나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싫었다. 그 때 창문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창문 너머를 보니 카라마츠 형이 창문을 슬쩍 보고선 모른 척했다.

카라마츠, 뭐 하고 있어. 너도 들어와서 한 마디 해. 너한테 뭐라 하는 지 다 들었잖아?”

오소마츠 형과 함께 왔던 건가. 하지만 카라마츠 형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듯 했다. 카라마츠 형은 내 편을 들지도, 오소마츠 형의 편을 들지도 않았다. 오소마츠 형은 다시 나를 보고 멱살을 잡아챘다.

재작년부터 형제들한테 하는 태도가 짜증난다 싶었는데 그 이유 들어보자고? 우리가 너한테 뭘 그리 잘못했길래 그러는 건데?”

한숨을 푹 쉬고선, 오소마츠 형이 날 내려놓았다.

됐다. 집에서 더 얘기하자.”

오소마츠 형은 교실을 나갔다. 복도의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져 갔다. 나는 그저 교실에 넘어진 채 어안이 벙벙해하는 친구와 함께 남겨졌다.

집에 돌아와서 오소마츠 형은 2층에 집합시키려 했지만 나는 밖에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땐 다 싫은 시절이었다. 6쌍둥이가 모두 같은 얼굴인 것도, 그럼에도 형이나 동생이 있어 밑바닥 서열인 막내가 돼버린 것도. 소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카라마츠 형이, 쭉 파트너로 남아있자고 약속했던 그가 점점 형이 되어버리는 것도. 현관으로 따라나와 나를 붙잡으려던 카라마츠 형의 손을 뿌리치며 내뱉고야 말았다.

어차피 들켰으니까 확실히 말할게? 나한테 형 행세 하지마. 그리고 쓸데없이 내 일에 참견하는 것도 그만 둬.”

토도...”

뒷말을 무시한 채 집을 나섰다.

형 같은 건 없어지면 좋을 텐데.”

나는 선을 넘어섰다. 사소한 것까지 걱정해주고 신경써주는 카라마츠 형의 관심이 기분 나빴다 해도, 그런 말까진 해선 안됐다.

그 후 오소마츠 형과의 갈등은 적당히 해결되었다. 한번 대판 싸우고 나니 차라리 나아졌다. 그러나 카라마츠 형과는 미묘해졌다. 카라마츠 형은 그 후에도 날 책망하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 심했다고 생각한 뒤에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아니지, 사과는커녕 한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데 더 신경 썼던 터라 흐지부지 넘어갔다. 사과는 타이밍, 시기를 놓쳐버리면 그 당시의 감정들은 응어리로 남아버린다는 걸 모른 채, 나는 카라마츠 형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고 형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이후 내 반항기가 끝을 맞이한 고2 이후에도 이 건은 사과하지 않았다. 다만, 첫 연극 이후로 보지 않았던 형의 연극을 그래도 마지막 무대라는 핑계로 보러 가는 것 정도로 작은 사과를 했다. 분명 모두한테 향한 분노였을텐데, 내 반항기의 직격탄은 카라마츠 형만이 맞았다. 형이 진짜로 싫었던 건 아닌데 질투가 만들어간 감정의 뒤틀림이 형을 힘들게 만들었다. 내가 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에 형의 텅 비어버린 듯한 얼굴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 다시금 그 얼굴을 마주했다. 그를 거기까지 떠민 건 누구겠어.

단팥죽을 쥐고서 눈물을 흘린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형에게 잘못된 감정을 품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그런 질투가, 그러면서도 형이라고 기대버리며 사과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 하나하나가 형을 힘들게 만들었지?

조용한 복도에 내가 훌쩍이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모두가 병실로 들어가 바닥에 누워 잘 준비를 했다. 나는 형들의 배려로 침대 옆 간이침대에 누웠다. 카라마츠 형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면 꼭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기로 하면서.

 

 

 

 

 

*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이다. 커튼 틈 사이로 해가 막 뜨기 전의 하늘이 보인다. 살짝 닿은 손의 촉감에 눈을 돌리자 토도마츠가 부은 눈을 하고선 쪼그려 자고 있다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 그만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형제들도 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다. 다들 춥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왼쪽은 아마, 이번에 사고당한 곳일 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마 쪽과 정수리 쪽이 아파왔다. 나를 쪼갤 것 같은 통증에 괴로워하면서도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그저 눈물만이 흐르고 만다. 이어서 가슴이 아파온다. 견딜 수 없는 통증에 다시금 누워버린다. 서서히 이런저런 기억들이 뒤죽박죽 수면 위로 올라온다. 당장 떠오르는 건, 불타는 나와 창문에서 날아오는 각종 집기들. 그리고 서서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억들이 가슴을 후벼파기 시작했다.

살려줘. 누가 나 좀 도와줘.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헐떡이는 숨소리와 눈물만이 나의 고통을 드러내주었지만, 아무도 그 소리에는 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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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의 쵸로마츠쟝)

 
 
 

 

분명 완결을 8월 초까지 낸다는 약속이었는데 벌써 9월이네요. (절망)

쉬는 동안에 쓸 수 있겠지^^는 게으름이 가속화되어서 장렬히 실패! 다시 일하고 나니까 의욕이 생기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합작도 참여한다고 질러놓았고(???) 소비 생활을 충분히 즐겼고, 무엇보다 스스로 완결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마음을 못 잡다가 다급히 씁니다.

사실 이번 편은 7월 초부터 반 써놓고 묵혀놨습니다.  그런고로 최대한 급히, 늘 그렇듯 완성도는 없는데 더 없이 열심히 써내려가야겠습니다.

그런고로 이번 주부터 해서 주간연재를 시작합니다(두둥)

일요일 22시까지는 올릴 예정...은 오늘도 좀 늦었네요;;;헤헤

.........

 

ㅠㅠㅠ 아직도 한참...남았다고 생각하기 싫은데...한참 남았네요.

대강 12~13편으로 완결을 낼 예정입니다. 외전도 기획했지만 음...일단 완결이나 하시는게 좋겠네요;;;

이번 화는 기승전결로 치면 승 막바지입니다.

다음부터는 전...전...하아...그러네요. 제 특기 발휘 대기중입니다.

 

저번 편에 덧글을 주신 분들이 그동안 쓴 글 중에 가장 많아서...특히 더 감사드리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혹시나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그리고 완결을 내야 할 말이지만 배포용으로 책을 만들까말까 매우 고민중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은 물어보셔요(없음

 

 

 

 

 

 

Posted by 하리H( )Ri
2016. 9. 11. 23:21

-카라른 전력 60분 주제: 감기 (https://twitter.com/karareun60/status/774954422229082113)

-파카카라(오소카라/이치카라)입니당

-캐붕은 패시브

-오소마츠상 OST 넘나 좋은것...★(응?)




<L*NE 육둥이 단체채팅방>

[오소] 집에 누구 있냐

[카라] 지금은 나뿐이다만

[오소] 그러면

[오소] ㄱㅏㅁ겨얏좀

[오소] 감기약좀

[카라] 뭐라고?

[오소] 찾아봐

[카라] 알았다

[카라] 감기 걸렸어?

[오소] 그런듯

[오소] 목이 간질간질한게

[오소] 이건 감기갈ㄷㄱ더님

[오소] 자꾸 기침하니까 오타가

[카라] 얼른 들어와라

[토도] 카라마츠 형

[토도] 감기약 집에 많이 있어?

[카라] 많이 있다

[카라] 알약도 있고

[카라] 베이뷔들을 위한 달콤한 액체 약도 있다구~

[토도] 하하하...

[토도] 그럼

[카라] 토도마츠도 감기인가? 별일이군

[토도] 어제 오소마츠 형이 기침하던데

[오소] 그럼 나한테 옮은거?

[토도] 아마도

[쵸로]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더니

[쵸로] 오소마츠 형도 감기에 걸리는군

[오소] 바보라고 까지 마라 휴지마츠

[쵸로] 여기서 휴지가 왜 나오냐!!!

[쵸로] 나도 감기약 좀 준비해주면 안될까?

[카라] 에? 쵸로마츠도?

[쵸로] 간만에 사람 많은데 갔다가 옮은 거 같아

[쵸로] 요새 독감이 유행한단 말은 들었지만

[쵸로] 내가 걸릴 줄이야

[카라] 독감이면 큰일이잖아

[카라] 얼른 집으로 돌아와라

[쵸로] 안그래도 가는 중이야

[이치] 저기

[카라] 왜 그러는가 이치마츠

[카라] 무슨 일 있나

[카라] 답이 없어! 브라더! 쓰러진거 아냐???

[이치] 그런 거 아니니까

[이치] 개똥마츠가 설레발 치긴

[토도] 이치마츠 형이 좀 느리긴 하지

[이치] 그런 거 아냐

[이치] ...감기약 내 몫도 준비해줄 수 있을까

[이치] 카라마츠 형

[오소] ?!!!!!

[쵸로] ?!!!!!!!!!!

[토도] !!!!!!!!!!!!!!!!!!!!!!!!!

[카라] 알았다! 성심성의껏 준비하지!

[오소] 카라마츠 들뜬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쥬시] 카라마츠 형! 죄송함다!
[쥬시] 제 것도 준비해주시지 않겠슴까!!!!!!!!!!!!!!!!!

[카라] 이 무슨!

[카라] 잔혹한 운명의 데스티니란 말인가!

[카라] 나만 빼놓고 모두 감기에 걸린 것인가!!!!!!!!!!


카라마츠의 마지막 메시지가 전송되고 10분이 지나도록 5읽음만 떠 있을뿐 답은 오지 않았다. 다행히 카라마츠는 스마트폰은 보지 못한 채 형제들이 누울 이부자리를 펴고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끓이고 감기약을 있는대로 꺼내 식탁위에 늘어다놓고선 복용법을 꼼꼼히 읽고 있었다. 바쁜 부엌의 풍경과는 달리 바깥에는 나른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나 왔음~켈록켈록"

현관에서 오소마츠의 소리가 들리자 카라마츠는 재빨리 뛰어나가 오소마츠를 부축해주었다. 됐다는 듯 오소마츠는 손을 내저었지만 카라마츠에게 기대는 그는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이 형~ 카라마츠가 끓인 뜨끈한 죽을 먹고 싶은데~ 해 줄거지......"

평소와 달리 오소마츠는 여유가 없어 보였다. 슬쩍 지은 미소는 그의 상태를 더 나빠보이게 했다. 열이 오르는 가운데 카라마츠의 부축을 받으며 2층으로 옮기는 걸음은 흐느적거렸다. 이부자리의 가운데에 오소마츠를 눕히고 카라마츠는 체온계를 가져다 그의 귀에 꽂았다. 38도라. 제법 열이 있군. 카라마츠는 힘없이 늘어진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선 수건을 적셔서 가져다 줄게. 죽도 끓여서 먹여줄테니까 형은 누워있어."

카라마츠가 급히 내려가버리자 오소마츠는 아쉬운 듯 손을 뻗었다 내렸다. 카라마츠라면 분명, 나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에게도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주겠지. 그런 카라마츠의 상냥함은 좋지만, 가끔 카라마츠의 상냥함이 자신만의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몸에 오르는 열기와 갓 햇볕에 마른 이불의 냄새, 사내놈들이 뒤섞여 자는 방의 체취가 그런 감정과 뒤엉켜서 살짝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 왔어."

현관에서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찬가지로 카라마츠는 잽싸게 나가서 이치마츠를 부축했다. 평소 카라마츠를 쳐내는 일이 많은 이치마츠지만, 오늘은 카라마츠가 빌려주는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치마츠? 많이 아픈가?"

카라마츠의 말이 저 멀리서 들리는 듯 했다. 오늘 새끼를 낳을 듯한 고양이를 지켜본다고 새벽부터 나갔던 터라 갑작스런 기온 변화와 소나기를 피하지 못한게 화근이었나. 카라마츠의 품에서 이대로 잠들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치마츠는 약해져 있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업고서 2층으로 올라갔다. 늘 그렇듯 이불의 끄뜨머리에 이치마츠를 눕히고서 카라마츠가 체온계를 귀에 꽂았다. 38도. 뭐야, 이런 점도 쌍둥이인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토닥여주곤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이치마츠는 토닥임이 멈춘 걸 아쉬워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오소마츠가 토라진 듯한 얼굴을 한 채 누워있었다. 저 형은 어리광이 많았지. 카라마츠 형이 간호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오소마츠의 얼굴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선 이치마츠는 반대쪽으로 홱 돌아누웠다. 조용한 집 안에서 보글보글 죽이 끓는 소리, 쪼르륵 물이 컵에 들어가는 소리, 카라마츠가 연신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쥬시마츠, 쵸로마츠, 토도마츠가 귀가했다. 쥬시마츠는 감기에 걸려도 멀쩡한 듯 토도마츠를 들고서,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부축을 받으며 2층으로 올라왔다. 카라마츠는 마찬가지로 체온을 재고,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여주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주는 구나, 카라마츠. 조금 분한 마음을 삭이며 누워있다보니 카라마츠가 따뜻한 물과 죽을 들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보자. 이치마츠는 자는 모양이고...다들 죽 먹을래? 내가 떠먹여줄까?"

"괜찮아. 고마워, 카라마츠."

쵸로마츠가 죽을 받아들고서 후후 불어가며 죽을 먹는다. 토도마츠도 카라마츠가 건네주는 죽을 들고선 뜨거운 듯 조심히 이불 위에 접시를 올려 놓고 귀여운 척을 하며 후후 불어댄다. 쥬시마츠는 이불을 빠져나와 차를 가지고 온다며 급히 내려간다. 지금이 오소마츠에겐 좋은 기회일까.

"카라마츠, 이 형아 숟가락 들 힘도 없는데 떠먹여주면 안될까아?"

없는 아양을 떨어가며 오소마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흡족한 표정으로 알았다며 끄덕이곤 숟가락에 죽을 떠서 호호 불어주었다. 평소 휘파람을 불던 탓인지 호 하고 부는 와중에 살짝 휘파람 소리가 섞여나왔다. 침이라도 튀었을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오소마츠가 행복한 듯 입을 벌리면 카라마츠는 눈을 맞춰주며 오소마츠의 입에 죽을 넣었다. 알맞게 식은 죽임에도 오소마츠는 뜨거운 척을 하며 카라마츠를 힐끔 보고 카라마츠는 당황해하며 다음 숟갈은 몇 번이고 식혔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나밖에 없겠지. 죽을 받아먹으며, 오소마츠는 이렇게 카라마츠가 나만을 챙겨주는 나날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카라마츠가 여러 번 얼음 띄운 물에 수건을 적셔 형제들에게 번갈아 올려주고 있는 동안, 오소마츠는 잠들지 않고 카라마츠의 상냥함을 즐기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깬 건 제법 늦은 밤이었다. 다른 형제들은 자는 듯 숨소리만 들리고 카라마츠가 체온계와 수건을 번갈아들며 형제들의 병수발을 들고 있었다. 저번에도 저렇게 해주었다면 다들 무시하지 않았을 거 아냐. 역시 바보야.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말 대신에 기침이 먼저 새어나왔다.

"이치마츠, 깼는가? 배 고프지? 죽 해줄까?"

다급히 와서 말을 거는 카라마츠 때문에 놀라면서도, 어쩐지 이치마츠는 기분이 좋았다.

"응...조금이면 되니까..."

카라마츠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남은 죽이었는지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일어나 체온계를 귀에 꽂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열이 내려간 듯 했다. 이치마츠는 안심하며 잠에서 깨기 위해 눈을 비비적거렸다.

"이치마츠, 직접 먹여줄까?"

카라마츠가 죽을 들고와서는 물었다. 이치마츠는 싫지 않았지만, 좋다고 말하기 민망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니 카라마츠가 앞에서 죽을 떠서는 식혀준다. 후후 부는 카라마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는 상상을 하며 카라마츠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자니 숟가락이 이치마츠의 입 앞으로 다가왔다. 이치마츠는 입을 살짝 벌려 받아먹고는 오물거렸다. 기분이 좋아져서 몇 번이고 받아먹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다만, 내일도 카라마츠가 죽을 먹여주면 좋을텐데 하며 생각할 뿐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카라마츠는 조금 지친 듯 벽에 기댔다. 쵸로마츠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쵸로마츠의 수건만 집중적으로 갈아주고 있었지만, 다른 형제들에 비해 뒤척거리는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줄곧 쳐다보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별로 아프지 않은 듯 태평스레 굴러다니다 어느새 이치마츠의 발 밑에 있었고, 토도마츠는 킥킥거리며 밭은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이불에서 나와 카라마츠 옆에 붙어앉았다. 카라마츠가 걱정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자 이치마츠는 됐다는 듯 손을 올리고선 카라마츠의 어깨에 기댔다.

"이럴 땐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다. 다들 아픈 모습을 보니 괴롭군...쥬시마츠는 괜찮아 보이지만."

키스를 하면 감기가 옮는다는 말이 있던데. 카라마츠가 중얼거렸다. 별 희한한 것을 다 믿는구나. 역시 바보야.

"그러면,"

"응?"

"키스해줄래? 나하고."

이치마츠가 대담하게 제안했다. 설마, 진짜로 받아들여 주겠어? 카라마츠는 모두를 아껴주고 있을 뿐. 그뿐인데.

"이치마츠가 원한다면."

카라마츠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기나 해? 개똥마츠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흘깃 보았지만 카라마츠는 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은 듯 했다.

"대신 이치마츠가 리드해줘. 내게 감기를 옮겨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너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난 괜찮다."

카라마츠가 몸을 틀어 이치마츠 쪽을 향했다. 이치마츠는 당황하면서도 바라왔던 일이기에 재빨리 가장 황홀한 방법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럼...간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확 끌어안은 채 입술을 갖다댔다. 살짝 혀를 밀어넣으면 카라마츠는 입술을 열듯 말듯 하다가 열어주었다. 이어 카라마츠의 혀도 이치마츠의 입 속에 들어왔다 서로의 혀가 뒤섞이며, 서로 끌어안은 체온이 뒤섞이며, 한참을 입술도 혀도 떼지 않은 채 있었다.

"자, 다 나았다. 카라마츠 형에게 전부 옮겼어."

이치마츠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 나름대로 행복함을 표현한 웃음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게 잘 전해지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그런 동생을 잘 알기에 싱긋 웃어줬다. 방금 키스를 한 거라고? 남자끼리, 그것도 형제끼리. 너는 어떤 기분이었던거야. 이치마츠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키스를 마치자 밀려오는 잠에 다시금 이부자리로 기어들어갔다. 카라마츠는 다가가서 이치마츠가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었다.


아직은 해가 일찍 떠서 살짝 싸늘하지만 밝은 새벽이 찾아왔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다독여 준 후 다시 쵸로마츠 앞 쪽에 앉아있다 잠이 들었는지 벽에 기대고 졸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서 자는 바보같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아까 선잠을 자며 들었던 소리가 맴돌았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가 키스했다. 시간으로 보면 제법 오랫동안 입을 맞댔던 것 같았다. 나쁜 동생이네. 형 말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다니. 벌을 줘야겠어.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쪽으로 기어갔다.

"자, 내 감기도 옮겨줄게? 그리고 형한테 간호를 받는 거야, 카라마츠."

그러고선 오소마츠는 키스를 했다. 카라마츠는 혀가 들어오는 느낌에 잠에서 깬 듯 눈을 뜨고선 오소마츠를 쳐다보았지만 오소마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이내 혀를 오소마츠의 입에 집어넣었다. 쉬운 남자네, 카라마츠. 누구나 원하면 키스를 해주는 거야? 오소마츠는 작은 불만과, 그럼에노 갖고 싶은 동생과 하는 키스의 달콤함을 느끼며 카라마츠에게 딱 달라붙어서는 오랜 시간 혀를 섞었다. 혀를 빼고 오소마츠가 미소를 지어보이면 카라마츠도 미소를 지어주었다. 카라마츠에게 키스는 어떤 의미일까. 그냥 감기를 옮겨받고픈 자기 희생의 마인드?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거? 그럼 이치마츠하고도, 나하고도 한 이유는 뭐야? 형제니까 좋아한다는 건가? 형제끼리 보통 그런 걸 해?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는건가? 오소마츠의 마음은 키스를 하기 전보다 더 복잡해졌지만, 카라마츠가 다시 벽에 기대서 자는 모습을 보며 일단은 생각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해가 중천에 뜨자, 6쌍둥이들은 한 명 한 명 일어났다. 다들 개운한 표정인 가운데, 정말 독감에 걸린 듯한 쵸로마츠와, 어제까진 멀쩡하던 카라마츠만이 몽롱한 채로 1층으로 내려왔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오늘은 월요일이니 병원이 열겠지?"

"카라마츠도 감기 걸린 거야? 역시 따로 잤으면 좋았을 걸... 어제 다른 형제들 간호해주느라 잠 설친 거 맞지?"

쵸로마츠가 걱정스러운 듯 카라마츠에게 말을 걸자 카라마츠는 그저 미소를 지어보였다. 키스 이후에 지어준 미소와 비슷해서 이치마츠와 오소마츠는 흠칫 놀랐지만 모른 척 했다.

"카라마츠! 뭐 먹고 싶어?"

이치마츠와 오소마츠가 동시에 말했다. 토도마츠가 풋!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리고, 카라마츠는 뒤를 돌아보며 죽이 먹고 싶다고 한 후 쵸로마츠와 집을 나섰다.


+1


<L*NE 이치마츠, 카라마츠 채팅방>

[이치] 있지

[카라] 응?

[이치] 어제 못 한 거 마저 하고 싶은데

[카라] 무슨 소린가

[이치] 그...저...키...키...

[카라] 뭐야

[카라] 모처럼 감기 나았는데 나하고 다시 하면 다시 감기 걸린다고?

[카라] 그럼 어제 한 일이 헛수고가 되잖아


이치마츠는 감기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냥 그게 하고 싶을 뿐이라고 바보멍충아라고 썼다가 지웠다. 일단 바보같은 형이 감기가 나아야 다시 말을 꺼내볼 수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한숨을 쉬며 죽을 저었다.


+2


<L*INE 오소마츠, 카라마츠 채팅방>

[오소] 카라마츠

[오소] 넌 내꺼야

[오소] 얼른 나아서

[오소] 그땐 제대로 달콤한 츄를 선사해줄게

[카라]

[카라] 간호나 잘 해줘


카라마츠의 단호한 멘트에 오소마츠는 풀이 죽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면 쵸로마츠랑 카라마츠 둘 다 알밤 한 대씩 먹여주고 빨리 나으라고 달달 볶아야지. 수건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오소마츠는 분을 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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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풀기 겸 오랜만에 쓰는 겁니다 헤헤...

장편도 합작도 모두모두 밀려있는데! 일벌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건가...


Posted by 하리H( )Ri
2016. 7. 30. 23:22
*오소마츠상 24화 기반
*오소마츠 시점의 오소카라?





넌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
내가 등지고 외면한 상황들을 차례차례 정리하고선 너도 떠나버렸다.
물론 등 뒤로 「잘 있어」란 말을 던지고서 갔지만,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가지 않았다.
저기, 아직도 화난거야?
내가 홧김에 쥬시마츠를 때려서?
쵸로마츠의 배웅에 나서지 않아서?
나보고 정신 차리라는 토도마츠에게 멍을 남겨서?
이유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정신차리라며 형을 때린 네가,
맏형이라면 동생들을 잘 챙겨줘야하는 거 아니냐던 네가,
나 대신 형 노릇을 한 네가,
말없이 가버린 네가,
날 봐주지 않은 네가,
지금은 너무 미워.

사내 놈들 여섯이 북적대던 집에 혼자만 남게 되자 그간 한 녀석 한 녀석 떠나갈 때 이상으로 쓸쓸하다.
우리가 쓰던 방은 분명 크지 않은 방인데도 혼자 쓰려니 너무 크다.
이불도, 쓸데없이 많아진 베개도, 곳곳에 남은 여섯의 흔적도 나의 쓸쓸함을 더해준다.
동생들이 없는 나란, 여섯에서 하나뿐인 마츠노 오소마츠란, 이렇게 보잘 것 없었나 싶었다.
매실장아찌같이 쪼글쪼글하고 작은 내 자의식은 오늘따라 더 보잘 것 없어보인다.
주머니에서 데굴데굴 그것을 굴리다 바닥에서 구슬치기를 하듯 탁 튕긴다.
벽에 부딪혀 제멋대로 통통튀던 자의식은 책장 위에 덩그러니 놓인 기타 케이스에 부딪히곤 내 품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보니, 카라마츠가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었지.
맞았을 때는 제법 아팠는데 아픔이나 멍은 금방 사라졌다.
애초에 그 녀석이 있는 힘껏 날 때리긴 했을까.
그러나 저러나 망할 자식인건 변치 않지만.

쵸로마츠의 취직 축하 파티가 있던 그날.
어떤 마음이었는지 하나만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내 맘 속은 복잡했다.
그래도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배신감이었을까.
이 집을, 형제들을 떠나간다니.
그게,
축하받을 일이야?
나의 짜증은 눈치없는 쥬시마츠를 향했고 그 결과 난 카라마츠에게 얻어맞고서 바깥으로 끌려갔다.
"형이잖아? 쵸로마츠를 제대로 축하해주진 못하더라도 화풀이하는 건 좀 아니잖아?"
화도 나 있고, 걱정도 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설득했다.
"시꺼! 니가 뭘 안다고 지껄여대!"
아까의 복수로 날린 주먹이 카라마츠의 배에 꽂혔다.
카라마츠의 콜록거리는 소리에 앗차 싶었지만 사과는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 오늘은 먼저 자러 가."
카라마츠는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진지하게 대응했다.
아프면 화 내라고.
한 번 대판 싸우자고.
먼저 어른이라도 됐다는 거야?
기분 나빠.
그런 동생한테 애취급 받았다 생각해버리는 나도 기분 나빠.
먼저 방으로 올라간 뒤부터 난 동생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 남겨진 후론 지붕에 자주 올라간다.
지붕에 주로 가던 멤버는 카라마츠, 이치마츠, 쥬시마츠였지.
특히 카라마츠는 혼자서 기타를 들고 올라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나도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진작 기타 좀 배워둘걸.
방으로 가서 책장 위의 기타를 꺼낸다.
기타를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그런다고 달라진 것 없는 걸 알면서도 내가 달라진 기분이 든다.
기타 케이스를 열고 카라마츠의 기타를 꺼낸다.
녀석이 선글라스를 안쓰러울 정도로 반짝반짝 닦듯이 기타도 잘 손질되어 있다.
줄을 튕기면, 뎅-뎅-거리는 진동이 조금 묘하다.
여러 줄을 튕겨 소리를 낸다.
디리리링-
무언가 노래가 만들어진 거 같은데?
혹시 나 천재인가?
하지만 그 뿐으로, 다른 음을 내거나 할 수가 없다.
아는 노래는 기타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엔카나 유행가 뿐이라 분위기만 내는 거에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녀석이 불렀던 노래가―
"여섯 쌍둥이로 태어났다~"
쥬시마츠와 함께 부른 그 노래가 있었지.
하지만,
가사가 잘 떠오르질 않는다.
한참 폼만 잡다가 기타를 정리하고 평소와 같이 마을을 응시할 뿐이다.

"젠장, 망할! 오랜만이다 짜샤!"
격하게 반겨주는 치비타의 인사가 어쩐지 오랜만에 듣는 듯 하다.
"잘 지냈냐, 오소마츠? 카라마츠한테 듣자니 다들 독립했다고 하던데, 넌 어떻게 됐어?"
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오뎅을 입에 집어넣는다.
"다들 연락은 하고 사냐? 카라마츠가 집에 연락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치비타가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뭐 저 질문도 답하긴 뭐하다.
엄마하고는 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난 녀석들과 연락을 안 했으니까.
"카라마츠 녀석, 계속 취직한다고 이력서 쓰고 면접 보러 다니는데 잘 안 되더라고."
그걸 왜 얘기하는거야.
위로라도 해 주라 뭐 이런 거냐고.
나간건 그 녀석이야.
날 버리고 갔다고.
"맥주나 줘."
한숨을 쉬며 맥주를 주문한다.
치비타는 왠일로 군말없이 맥주병을 내놓는다.
한 병, 두 병…
취기가 오르고, 그간 쳤던 벽이 흐물흐물해진다.
"역시 외동인게 좋았어."
"데자뷰도 아니고, 왜 또 외동이 좋다는 거야 쨔샤."
"이렇게 다 떨어지고 헤어지고 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인게 낫잖아."
"그래도 형제랑 같이 커 온 건 좋잖냐."
"그래도..."
외롭단 말야.
술기운에 취해 졸음이 쏟아진다.
거봐, 이런 때마저도 옆에 늘 있던 녀석들이 없어서 춥다고.
따뜻한 기운에 잠을 깬다.
어느새 누군가에 등에 업혀 밤길을 가고 있다.
"으음..."
"깼는가, 오소마츠."
낯익은 목소리...아, 카라마츠인가.
"네가 어째서..."
"밤에는 치비타 일을 도와주고 있어. 치비타에게 신세지고 있는 처지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그보다, 많이 마신 모양이네."
간만에 만난 녀석은 여전히 어른 같아서,
기분 나쁘다.
"내버려둬도 될걸, 뭣하러 와서 업어주고 있는 거야."
"형 핑계로 집에 다녀간다...일까? 계속 면접에서 낙방하니까 사나이 카라마츠도 역시 지치는군."
또, 또...되도 않는 폼을 잡는다.
"원망하는 거...아니였어?"
"응?"
"나한테 인사도 않고 집 나갔잖아."
"그건 돌아봐주지 않은 게 나빴지."
카라마츠가 아쉬운 투로 답한다.
"쵸로마츠가, 토도마츠가 떠날 땐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는 자세를 고쳐잡는다.
내 몸은 축 늘어진 채 그저 카라마츠가 움직이는대로 들썩거릴 뿐이다.
"내가 나갈 땐 돌아봐줄 줄 알았어."
"어째서?"
"다른 녀석들은 내가 형 노릇을 해 줄 수 있지만 난 오소마츠밖에 형이 없잖아?"
또 형 타령이다.
"난 니들 형인거밖에 없는거야?!"
업혀있는 주제에 업어주는 카라마츠에게 짜증을 확 낸다.
"형, 형, 지겨워 죽겠어! 평소에는 형 대접도 안 하는 주제에 지들 필요할 때만 형 노릇 하라고 하고, 필요없음 버리고 가면서!"
"버리고 가다니?"
"버리고 간 거잖아...쵸로마츠가 드디어 노래부르던 취직하고 나니까 다들 집에서 나가버리려는 생각만 잔뜩이었다고...너만해도 그렇잖아? 집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면서...쉽게 집을 떠났잖아. 토도마츠 녀석이 한 말 들렸다고. 우린 함께 있지 않는게 좋다며? 다들 그렇게 생각해온 거잖아...너도 마찬가지고..."
꼴사납게 넋두리를 쏟아내는 형이다.
이런 형이니까, 싫었던 걸까.
의지하기 어려웠겠지.
카라마츠는 한참 묵묵히 길을 걷는다.
집 방향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저 강을 따라 쭉 간다.
"들어봐, 오소마츠."
그가 입을 연다.
"역시 오소마츠는 우리가 없으면 안 되는 거지?"
내내 한 소릴 한 줄로 요약해버린다.
"모두가 돌아와줬음 좋겠어?"
"......응."
"그럼 형이 말해줘. 돌아와달라고."
"하지만, 다들 함께 있으면 한 사람 몫을 못 한다고 그랬잖아."
괜히 돌아오란 소리를 못 하는 거 아니란 걸 모르는 걸까, 이 녀석은.
"그래도 자기 기분을 전하지 않으면 몰라줄 거 아냐."
정론을 얘기한다.
마치 남 얘기를 하듯이, 객관적이면서도 자기는 거기에 없는 듯 하다.
"그럼, 넌 내가 돌아오라면 돌아올거야?"
"음...결과를 내면 돌아갈게."
뭐야.
결과를 낸다니.
"집에서도 이력서는 쓸 수 있잖아! 면접도 보러 다닐 수 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결심했어."
차디찬 강바람을 맞으며, 그는 답한다.
"형을 때린 그날, 형에게 말했던 게 자신에게 돌아와서 나도 한 사람 몫을 해야만 형을 볼 면목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 얼굴을 볼 용기가 안 났던 걸지도 몰라. 취직해서 당당히 어른이 되면 집에 돌아갈게."
좋은 말이다.
어느새 녀석은 철이 들었다.
그렇기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
안 그래도 녀석의 등에 업혀 초라해뵈는 꼴이 더더욱 초라해보였다.
"너는...형이 다 됐네?"
"그렇지도 않ㅇ..."
카라마츠의 목을 조른다.
카라마츠가 휘청이며 넘어진다.
"먼저 어른이 돼 버리고...치사하잖아 새꺄..."
취기와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카라마츠를 짓누르고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서 앞은 흐릿하다.
찍소리 없이, 반항없이 카라마츠는 그저 맞고 있다.
"기분 나빠...기분 나쁘다고..."
울음 섞인 꼴사나운 소리로 중얼거리자니 녀석이 날 끌어안았다.
분명 따뜻한데,
따뜻하고 좋은데,
카라마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넌 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젠가 그에게 했던 말을 되뇌이며 카라마츠의 품에서 잠든다.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옷이 걸려있다.
아, 여긴 치비타네 집인가.
옆에는 카라마츠가 정장 셔츠를 풀어헤친 채 잠들어있다.
셔츠가 더러워진 걸 보니 아까 날 업었을 때도 저 차림이었으려나.
정장 차림인건 오늘도 어딘가 면접을 보러 간 거였을까.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고 피곤한 듯 전에 없던 다크서클이 져있다.
그를 안았다.
이제 알았지.
어른이 된다는건 이렇게나 힘든 일인데.
무리해서 될 건 뭐야.
미움이 녹아내리고 동정심이 찬다.
아니지, 그를 동정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나 때문일거다.
못 미더운 형이라, 날 대신에 형이 되려고 그러는 거다.
조용히 카라마츠에게 입맞춤을 한다.
풀어헤쳐진 그의 셔츠를 벗기고 심장소리를 듣는다.
네게 돌아와달라 한다면.
나와 같이 어른이 되는건 미뤄두고 집에 있자고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그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으니까 돌아오지 않을거다.
이대로 집으로 끌고 가 억지로 돌아오게 할까.
묶어놓고 감금해버릴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혹을 누르고 삼킨 채 그저 녀석의 몸을 어루만진다.
현실에 굴복하자.
그냥 포기하자.
언젠간 돌아와줄거야.
약속했잖아.
어른이 되면 돌아온다고.
물론 어른이 되면 내가 알던 카라마츠가 아니게 될 거 같지만.
카라마츠의 몸에 눈물이 타고 흐른다.
그 눈물에 반응하듯 카라마츠는 아까처럼 날 안아준다.
슬쩍 올려다본 그의 얼굴에도 눈물이 어려 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뭐야?
너도 외로워?
나와 같은 마음이야?
아니면 동정하는 거야?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그는 지금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뿐.

날 안았던 손을 풀고서 그가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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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단편으로 왔습니다.
쓰던 거나 마저 써야 하는데 또 엉켜서;;;
뜬금없이 떠오른 거 썼네요.
24화 기반으로 쓰다 만 게 있었는데 것도 버려두고(취미가 쓰다 내팽개치기입니다) 또 번뜩 떠오른 거네요.
24화의 충격이 꽤 커서 뒤에가 개그인걸 알았는데도 오소마츠 마음은 어떨까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 중 단편의 이야기입니다.
카라른이긴 한데 음...그냥 오소의 집착 얘기네요.
의식의 흐름이라 늘 그렇듯 허술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6. 27. 04:09

[카라른/쵸로카라]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7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커플링을 써놓았지만 테이스트는 지극히 약한 것입니다...ㄷㄷ
※캐붕,글솜씨없음주의

※세 달 만에 써서 죄송합니다. 내용 구상이 잘 안되었사옵니다(굽신굽신) 어차피 아무도 안 보니까 몬다이나이

※5화 카라마츠 사변을 기반, 고통받는 카라마츠,,,등등

 

※변변찮은 타이틀 이미지 추가합니다~

 

 


 

 

 
 
 

(쵸로마츠 시점)

 

 

 

나이가 들수록 익숙하지 않은 것을 대할 땐 방어 자세부터 취하고 본다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은 어린 시절엔 그런 것일수록 호기심을 가지고 한 발짝이고 두 발짝이고 나아갔다. 그 결과 사고를 엄청 치고 다녔지만 무구했던 그 시절에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은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 썩을 동정에 백수지만 나이는 입으로든 뒷구멍으로든 먹었는지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면 당황하거나 짜증을 내는 등 방어적인 자세부터 취하고 봤다. 다가가더라도 소극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한이라는 말로 포장한 내가 피해를 받지 않을 선까지만 다가간다. 그러면서 '이걸로 됐어' 라며 안일해진다. '별 일 아니겠지'라며 거만해진다 

그래서 카라마츠가 위험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도 어른이니까 언젠가는 얘기해주겠지 하며 기다리기만 했다 

그 결과가, 수없이 손목을 그은 끝에 차도로 뛰어든 카라마츠가 누워있는 꼴이다 

물론 형식상으로는 사고지만 

 

* 

 

토도마츠로부터 카라마츠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엄마는 기절하듯 쓰러져버리셨다. 이 나이껏 부모님에게 빌붙어 사는 백수들이지만 건강만큼은 자신 있어서 적어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큰일은 없었으니까. 카라마츠가 잘못 맞으면 죽을 지도 모르는 이것저것을 얻어맞는 일을 당하고도 튼튼해서 그런지 병원에서 치료만 받고 돌아왔을 정도였고. 그런데 교통사고를, 그리고 울먹거리며 겨우 말을 이어가는 토도마츠의 목소리를 듣고 쇼크를 받으신 모양이다. 오소마츠 형은 우리들을 병원으로 먼저 보내고 엄마를 돌보고 왔다. 엄마는 금세 정신을 차리셨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바로 병원으로 오는 건 무리라 오소마츠 형을 병원으로 보내고 당신은 집에서 기운을 차리면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 아마 그 상태에서 카라마츠가 자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엄마도 병원 신세를 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일단 카라마츠의 자해 사실은 아빠에게만 털어놓기로 했다 

 

수술을 마치고 카라마츠는 1인실로 옮겨졌다. 의사가 보여주는 손목의 상처와 내 말에 아빠도 다른 형제들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 이제껏 말을 하지 않았어? 형제가 그런 일이 있으면 부모님과 의논하는 게 먼저 아니냐." 

아빠의 꾸짖음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마도 말을 하지 않은 건 내 탓, 아니 우리들 탓이기에 우리들이 알아서 해 보려고 하는 책임감도 있었겠지만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으리라. 

"어쨌건, 엄마를 돌봐줄 사람이 누군가는 있어야 할 테니, 너희는 카라마츠를 잘 지켜봐 주거라." 

"..." 

힘없이 답하는 목소리들. 아무도 아빠를 따라가려는 기색은 없었다. 아빠가 나가자 토도마츠가 카라마츠 옆에 앉아서 카라마츠를 부르기 시작했고 나머지는 병실 어딘가에 앉아서 그저 그 둘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야 병원에서 있으려면 필요한 게 뭔지 엄마 상태는 좀 어떤지 그런 걸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다른 형제들은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한 거 같아서, 기분도 전환할 겸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칫솔이나 팬티 같은 것들을 부탁받고 그 외에도 나름 필요할 듯 한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집은 금방이었다. 어제 집에서 병원까지 향하는 길은 그렇게 멀었는데. 카라마츠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온 건 아니지만... 

 

집에는 엄마 혼자 있었다. 엄마는 여전히 누워계셨지만 안색은 좋아보였다. 아마도 당신은 괜찮다며 아빠를 회사로 보내신 모양이다. 엄마는 이렇게 무리를 하신다. 철없는 여섯 아들을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걸까 

"아빠는 회사에 가셨어요?" 

"카라마츠가 입원했으니까 입원비 벌어야지." 

"그래도 엄마도..." 

"엄마는 괜찮으니까. 카라마츠가 걱정이지. 토도마츠도. 어제 전화할 때 많이 힘들어보였는데..." 

엄마는 억세다.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는 엄마에게 카라마츠에 대한 얘기를 하기 어려웠을 거다. 

"괜찮을 거에요." 

괜찮지 않아요 

"병원에서 좀 지내야 할 거 같으니까 우리들 짐을 먼저 가지러 왔는데, 혹시 엄마 뭐 해드릴 거 있나요?" 

애써 웃어 보이며 말을 한다 

"그럼, 빨래를 걷어주렴." 

지붕 위에 있는 빨래를 걷는 김에 위층 청소를 하고 가기로 했다. 아래층은 엄마가, 위층은 우리들 중 누군가가 하기로 해서 위층은 내가 손대지 않으면 아무도 청소까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자기 물건을 치워놓을 뿐 

그래서겠지, 카라마츠의 커터칼들이 눈에 띄지 않았던 건 

누군가 그걸 발견했지만 나처럼 카라마츠를 위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커터칼들은 책장 뒤 야한 잡지들 너머에 널려있는 채였다. 몇 개가 있었는지 세어놓지 않아서 그 사이 더 늘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커터칼들을 꺼내서 파카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이게 사라지면 카라마츠가 분명 더 불안해하겠지. 

하지만, 남아있다고 해서 카라마츠에게 좋을 것도 없다. 그만둬주길 바라고 있으니까. 

그러다 생각한다 

여기에 커터칼을 숨기면 누구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 그는 생각한 걸까? 

손닿기 쉬운 곳이잖아. 빨간 책들이 여기 있다는 것도 언젠가 까발려버렸고. 

그런 일들도 상관없이 여기에 둬도 괜찮은 건가? 

설마. 

그는 이걸로 도움을 청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납치극 이후로 형제들에게 의존하지 못하게 된 그가 보내는 신호로써.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주변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 신호들을 눈치 채고 있었으면서 너무도 늦게, 그것도 빙 돌아서 다가가느라 카라마츠의 상처를 막아주지 못한 나를 파카 주머니 속 커터칼들이 찌르는 듯 했다 

 

* 

 

카라마츠로 말할 거 같으면, 의외로 꼼꼼한 사람이다. 지금도 자기 얼굴이 프린트된 탱크톱이나 브리프 같은 걸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있고, 메모만큼은 열심히 해서 학창 시절에 시험 공부할 때 형제들이 돌아가며 카라마츠의 노트를 빌려갔다. 그렇게 필기를 열심히 한 본인의 성적은 정작 바닥을 기어서 역시나 그가 바보라는 걸 증명해줬지만. 수업 노트나 연극 대본의 메모를 보면 무척 사소한 것까지 적어놓아서 가끔 보다가 웃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선생님이 이걸 세 번이나 짜증내듯 외침

유독 강조한 말들↑」

, 이건 시험에 안 나오니까↘」 

「←여기선 힘을 빼고 속삭이듯이

자꾸 오버했다간 다음번엔 지나가는 행인 역을 맡길 거야!(아사노 선배)

... 

"자꾸 오버한대, 집에서 하는 짓 그대로 연극부에서도 하고 있는 거야?" 

오소마츠 형이 낙서들을 넘기며 핀잔주듯 말했다. 

"그보다 카라마츠, 이 정도면 꼼꼼한 거라 말 안 하고 집착이라 하지 않냐?" 

"그래도 이런 걸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필기를 들여다봐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걸." 

조금 주눅 든 듯이 말하는 카라마츠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도 우리 중에 중학 데뷔가 가장 화려하잖아, 이런 노력을 해서 얻어낸 거라고?" 

내가 카라마츠를 두둔하고 나섰다. 확실히, 그 시절에는 그를 조금 동경했으려나. 

"?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건 나 아녔어? 우리 중에서 말야." 

오소마츠 형이 태클을 건다. 

"형은 그냥 사고 친 게 많을 뿐이고! 우리가 얼마나 선생님들한테 시달리는 지 알기나 해?" 

짜증을 확 내자 옆에서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 형은 치하며 입을 비죽댔다. 

 

우리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큰일을 꼽자면 두 개였다. 먼저, 우리들에게 서열이 강조된 것. 중학생이 되기 전 오소마츠 형이 느낀 바가 있었는지 형제들을 모아놓고 형이라 불러 달라며 떼를 썼다. 귀염성 없는 떼지만 안 그러면 한 대 얻어맞을까봐 그러자 했던 게 어느새 서열 정리로 이어졌다. 입에 잘 붙지 않던 형 소리를 내면서, 쵸로마츠 형이라고 말하는 어색한 동생들의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집의 분위기를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영향을 가장 받은 건 차남이란 딱지를 받은 카라마츠였다. 그저 형이라고 불리고 싶었던 오소마츠 형과는 다르게 카라마츠는 얼떨결에 두 번째로 큰 형이 되었다. 카라마츠는 그날부터 마음을 달리 잡은 듯 했다. 오소마츠 형을 장남으로 치켜세워주는 것도 동생들을 챙겨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아무도 그를 떠밀지 않았지만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이제부턴 멋있는 차남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에 들어간 우리 중에 부활동을 먼저 시작한 것도 카라마츠였다. 역시나 그답게 '연극부 선배에게 권유받아 보러 간 무대가 멋있어서 덜컥 입부 신청을 해버렸다'며 생각 없이 들어갔고, 나머지는 카라마츠가 얼마나 버티다 연극부를 나올까 내기를 걸 정도로 그가 부활동을 계속해나갈지 기대하지 않았다. 어느 학교라 해도, 연극부는 제법 공을 들여야 하는 귀찮고 힘든 부라는 인식이다. 무대에 서서 빛나기까지 노력하는 시간들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거기다 초반에는 가만히 서 있는 나무나 지나가는 행인 같은 거나 하면서 보낼 게 뻔한데 그런 시간들을 눈에 띄고 싶어 하는 타입인 그가 기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신입인 1학년에게 주연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 자리에 카라마츠가 들어갈 줄은 몰랐다. 

잽싸게 내기할 때 '빨라도 1학년 이후'로 바꾼 토도마츠가 수를 써 준건지, 아니면 소음공해라며 욕을 들어가며 연습한 카라마츠의 노력이 인정받은 건지 카라마츠가 주연 자리를 따 낸 것이다 

"다른 녀석들보다 안 떨고 오버라도 생동감있게 한다며 칭찬받았어." 

쑥스러워하며 카라마츠는 주연을 따낸 얘기를 했다. 뭔가 한 듯 한 토도마츠도 그렇고 다들 경악했다. 아무리 학교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이지만, 사고 쳤다고 주목받는 게 아니라 연극이란 멋진 무대에 서서 주목을 받는다는 건 처음이었다. 카라마츠도 그런 흥분을 애써 눌러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고 제법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그 모습이 무척 멋있었다. 차남이란 역할도, 연극의 주연이란 역할도. 그 모습이 내 등을 떠밀었다 

 

사실 너도 되고 싶은 모습이 있을 거야. 

, 이렇게 변할 수 있는걸. 이렇게 될 수 있는 걸.

 

오소마츠 형이나 다른 형제들과 해오던 장난들은 짜릿한 맛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도 중학생이 되고 나자 유치하게 보였고, 혼나거나 놀림 받는 게 되어버렸다. 또래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경기 같은 것들로 떠들썩했고, 축구나 캐치볼을 하며 노는 녀석들, 공부한다며 열심인 녀석들, 부활동에 푹 빠진 녀석들을 보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하고는 했다. 그런데 나랑 다를 바 없던 카라마츠가 형이 되고, 무대의 주역이 되었다 

그래, 나는...인정받고 싶었어. 마츠노 여섯 쌍둥이 중 하나가 아니라, 마츠노 쵸로마츠라고. 

그 뒤로 날 떠민 카라마츠의 모습은 어느새 잊고 살았다 

노력했지만 발버둥 쳐도 올라갈 수 없는 길을 걸으며 

실연을 알고 

현실을 알고, 

체념을 알고, 

평범함을 원하고, 

그러나 그마저도 얻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수없이 기어오른 벽에서 굴러 떨어지며, 난 점차 익숙하고 쉬운 길들을 고르게 됐다. 

 

* 

 

피 뭍은 커터칼 같은걸 품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카라마츠를 동경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커터칼을 만지작거린다. 지금도 가끔은 동경하는 형이지만, 그 형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마음을 쑤셔온다. 

그의 신호는 커터칼을 널부러놓은 것뿐일까. 카라마츠니까, 알기 쉬운 표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오히려 커터칼은 손목을 긋다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던져놓은 인상이었고. 그 표지를 찾아서 방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방 청소 같은 건 진작 잊어버렸다. 서랍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일일이 꺼내 훑거나 카라마츠가 이전에 가져온 투명한 잔을 햇빛에 비춰보며 살펴보거나 하는 부질없는 짓들을 해가며 애를 썼지만 찾을 수가 없다 

나라면 어디에 숨길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숨겨놨지만 누군가 눈치채주길 바라는 장소나 물건은 쉽게 떠올릴 수 없다. 꽁꽁 숨겨놓고 싶은 거라면 잔뜩 있지만. 나만 손대는 취직 잡지 같은 거라면 또 모를까... 

책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맨 윗칸에 내가 사다 놓은 구직 잡지들 옆으로 카라마츠의 기타 악보집들이 몇 개 꽂혀있다. 아빠한테 받거나, 폐지에서 주워오거나, 가끔은 자기 돈으로 사오는 악보집들. 폼 잡는다며 핀잔을 줄 때나 카라마츠가 펼쳐놓고 기타 연주를 하고 있을 때 빼곤 그 악보집들을 볼 일이 있기나 했을까 

손을 가져가 악보집들을 꺼내려는데 유독 불룩하게 나온 책이 있다. 그 책을 끄집어내니 조그만 수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첩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XXX 

///

   

 

XXXO 

///// //\  

 

카라마츠의 글씨체를 기억하고 있다. 급하게 갈겨 쓴 필기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오히려 멋을 조금 부려가며 썼던 그다. 형제들 그 누구도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이 없었고, 한두 장에 적어진 메모를 보니 카라마츠의 것이 맞았다. 휘갈겨댄 날짜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시들을 보며 오싹하기까지 했지만, 날짜를 더듬어간다. 그 전에도 간간히 날짜가 적혀 있고 빗금이 쳐져 있었지만 납치극이 있었던 날을 기점으로 매일매일 기록된 날짜와 빽빽해져가는 빗금은 빽빽해졌다. 납치극 이후에는 이전에 없던 O표시까지 생겨나 당혹감을 준다 

카라마츠는 무언가를 병적으로 표시해놓고 있었다. 그게 뭔지를 사실은 눈치 채고 있지만, O표시와 주머니 속의 커터칼 개수를 세어보며 비교까지 하고 있지만, 굳이 이게 뭔지를 명확히 하고 싶지 않다. 넘어가는 수첩이 점차 흐릿해지고 동그라미고 빗금이고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실감해버린다. 카라마츠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물을 셔츠 자락으로 훔치며 수첩을 넘기고 넘긴다. 그 와중에는 종종 밑줄이 쳐진 날짜가 있었다. 저 날은 분명, 쥬시마츠가 창가에 학알이 담긴 병을 놔둔 날. 그리고 저 날은 지붕에서 나와 카라마츠가 단 둘이 술을 마신 날 

"정말...어디까지 상냥한 거냐고...멍청이가..." 

자살 기록이나 해대는 와중에도 형제들이 잘 해줬던 날들을 따로 표시해놓는 바보다. 우리들에게, 나에게 실망한 거 아니였냐고. 실망해서, 자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한 거 아니였냐고. 그런 주제에 위로받았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을 그를 상상한다. 그런 점만큼은 상냥한 형이다. 형제들을 사랑하고, 걱정 끼치고 싶지 않고, 있는 폼 없는 폼을 잡아가면서까지 의지할 수 있는 형을 어필하고 싶었던 카라마츠. 그에게 건넸던 위로는 아주 작지만 분명히 전해졌다. 

 

조금 대담해져볼까. 

병원에서는 나머지 형제들이 카라마츠를 지켜주고고 있다. 조금 더 느긋이 돌아가도 될 거야 

가방에 병원에서 지낼 때 쓸 옷가지나 칫솔이 같은 걸 쑤셔 넣은 뒤, 고등학교 졸업앨범과 중학교 졸업앨범을 펼쳐 몇 개의 연락처를 옮겨 적는다 

집에서 전화하면 엄마가 걱정하실 테니까 공중전화로 해야겠지. 

카라마츠를 알고 있는 반 친구나 연극부 동기들 전화번호를 주머니에 넣고, 커터칼들은 검은 봉지에 넣어 다락 한 구석에 숨겨둔다. 이따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겠다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카라마츠는 분명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있다. 바보니까 눈치 채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고 넘긴 일일수도 있고, 자기가 꼴사나워보일까봐 말하지 않은 거일수도 있고...그게 최근 어떤 일을 계기로 카라마츠를 조여오기 시작했고, 우리들이 카라마츠의 도움을 무시하고 험한 짓을 해버린 것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리라 

내 뇌 속에선 그동안 알고만 있고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을 연결해가며 대강의 시나리오를 펼쳐내고 있다. 거기에 운이 좋으면 이 연락처들이 그가 잠 못 이루게 된 사건을 안내해 줄 것이다. 진작 알아주었다면, 그리고 시답잖은 납치극이나 벌린다고 비난하지 않았더라면, 일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카라마츠 형을 괴롭혀왔던 일들을 찾아서 카라마츠 형은 나쁘지 않다고 말해줘야 해. 멋대로 짊어진 형의 자리지만, 형은 그 자리를 지키려 노력해왔으니까. 동경하는 형일 때도 있었고, 형은 커녕 멀찍이 떨어져 남 취급을 하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눈을 뜨면 이렇게 말할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공중전화부스에 들어가 수화기를 집어 들고 동전을 집어넣어 버튼을 누른다 

수신음이 가더니 알듯 말듯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서 나의 용건을 얘기해나간다 

자기는 잘 모르겠다며 시답잖은 안부나 묻는 말이 되돌아왔다. 

몇 번 동전을 집어넣고, 수신음만 울리거나 잘못된 전화번호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꿋꿋이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했다. 

이윽고, 연결된 전화에서 원하는 답을 수화기 너머에서 들을 수 있었다.

  

 

 

 

 

 

 

 

* 

 

 

 

  

 

 

 

 

 

 

새하얀 풍경 속에 내가 있다  

아니, 거기에 내가 있다는 건 인식뿐으로 몸이 있다는 감각은 전혀 없지만. 

그저 텅 비어 있는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있다는 걸 느낀다. 

그 뿐으로 다른 게 있진 않은 것 같다. 

새하얀 풍경은 갑작스레 검게 물든다 

새하얀 공간보다도 내가 옅어져가는 기분이다. 

느껴지지 않는 감각을 붙잡아서 내가 여기 있는 걸 확인받고 싶다. 

한편으론 그냥 내가 있다는 인식을 필사적으로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어 혼란스럽다. 

이런 텅 빈 공간 속에서 명확한 것은 딱 하나,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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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후반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따란!......

4화까지 쓰고 한 달 지나 6화까지 쓰고 세 달이 지나버렸습니다.

의도치 않은 휴재로 조금 실력이 나아지기는개뿔 방치했더니 더 의미불명의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거 말이 이어지는 작품이지 각각 얘기에서 거의 따로 놀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 ㅋㅋㅋㅋ

카라른인 주제에 쵸로카라인 주제에 그런 느낌 하나도 안 나고ㅋㅋㅋㅋㅋㅋ 뭐냐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더욱 의미불명인 타이틀을 직접 그려서 걸었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느낌으로 반쯤 미친듯이 썼습니다. 의미만 통하면 퇴고는 안 할 거 같네요.(어이)

요컨대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만 느끼고 가시면 됩니다...(도망)


쉬는 동안 놀랍게도 덧글 달아주시며 잘 보셨다 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진짜 감동먹었는데 어째서...?라는 의문도 들고 했습니다만 덕분에 쓸데없이 의욕과 책임감과 중압감이 늘었습니다.

방치하려 했던 건 아니지만 자기결말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 화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대강 짜여진 틀을 가지고 8월 초까지 결말을 향해 달려갈 예정입니다! 

빈 잔은 12화+외전으로 갈 거 같구요...분량은 매 화마다 들쭉날쭉 할 거 같습니다. 퀄은 늘 그렇듯 망퀄...

쓰는 와중에 통온에서 금손님들 소설도 데려와 읽어서 더 성장할 수 있을런지...ㅋㅋㅋㅋ

봐주시는 분이 없어도 상관 없어요. 자기만족입니다 늘...후후후...

그럼 이번 주 내에 8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아무도 안 봤다고 한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5. 29. 22:14

[오소마츠상 / 쵸로오소] 넌 나를 꿈꾸게 해

*BL.

*국내방영이 싯구금이지만 그런거 없...지 않습니다. 매우 거시기하지 않을 뿐...

*오랜만에 씀, 막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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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마츠 시점)


오소마츠 형은 알고 있을까.


오늘도 내 오른쪽에서 오소마츠 형이 태평스레 자고 있다.

그런 형을 의식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게 된다.

후-하아-후우-하아아-

심호흡을 하며 심장박동을 가라앉히고선 형제들의 소란스런 잠버릇들 속에서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 애썼다.

살짝 손을 뻗으면 오소마츠 형에게 닿을 수 있다.

형의 몸을 만질 수 있다.

그러나 오소마츠 형의 몸 근처까지 간 내 오른손은 다시 내 몸 위로 돌아왔다.

형의 몸에 닿지 못한 채로, 오늘도 내 손은 나 스스로를 위로해줄 뿐이다.

보름달 뜬 밤, 기분이 좋아지는 듯 몽롱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어이,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까만 어둠 뿐이었다.

"뒤야, 뒤라고."

뒤를 돌아보자 볼을 찌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헤헹. 쉬운 녀석이네, 너."

거기에는 우리 형제들과 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오소마츠 형과 닮은 듯한...거기에 뿔이라거나 날개라거나 달려있었지만.

"오소마츠 형...이야?"

"음...이름은 없는데. 심심함에 미칠 거같은 위대한 몸, 이라고 해둘까."

저런 녀석이 있다는 건,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의미겠지.

"네가 꿈꾸고 있는 건 맞지만, 그 꿈에 내가 간섭해 들어온거라고?"

마음도 읽어버리는 거냐, 이 녀석.

"그래, 그 위대하신 몸께서 굳이 나같은 니트의 꿈에 찾아오신 이유나 들어보자."

"뭐야, 그 존대하는 듯 낮춰보는 미묘한 말투는."

"됐고."

"말했잖아? 심심해서 미칠 거 같다고."
명백히 뭔가 꾸미고 있는 듯한 표정이 기분 나쁘다.

오소마츠 형도 가끔 저런 표정을 짓지만, 같은 얼굴이래도 정감이 가질 않는 녀석이다.

"고작 한 뼘도 안 되는 걸 못 뻗어서 말이야. 심심해서 계속 보고 있었더니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고?"

이...이 녀석...다 보고 있었던 거야?

"지금 시비 걸러 온 거냐?"

주먹을 휘둘렀지만 녀석은 여유있게 피해버린다.

내 손은 닿지 않을 거리에서 유유히 날개짓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뭣하면 내가 도와줄까?"

"뭐?"

"너의 그 마음, 현실이 되게 해 줄 테니까."

내 마음을 현실로 이루어준다.

이 녀석이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나를 찔러온다.

"믿어보라고? 난 거짓말은 하지 않거든."

그러고선 왼쪽 주먹을 꽉 쥔다.

녀석의 손에서는 녀석의 웃음만큼이나 기분나쁜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녀석은 손을 펴서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사탕?"

"한번 먹어봐. 달콤해서 맛있어."

뭐, 꿈이니까 괜찮겠지.

녀석이 준 사탕을 입에 넣자 마치 흑설탕같은 씁쓸한 단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자아!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을 그 약에 빌어보는거야!"

녀석이 마술사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눈을 현혹시킨다.

내가 바라는 건 뭐지...

형에게 닿는 것?

그것 뿐인가?

다시금 몽롱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녀석의 말이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은 나를 악마라고 부르더군. 그게 내 이름일지도."


오소마츠 형은 알고 있을까.

밤중에 내가 오소마츠 형과 닮은 악마를 만나는 꿈을 꿨다는 것을.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어째선지 입안에 씁쓸하고도 단 약의 맛이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오소마츠 형은 아예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쥬시마츠는 180도 돌아 누웠는지 발만 보였다.

뭐하자는 건가, 나는.

다시금 눈을 감고서 잠들기 위해 양이라도 세어본다.

양이 한 마리, 양이 두마리...

그러나 양을 세는 와중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꿈 속의 일들 때문에 결국 그대로 잠들지 못했다.


"쵸로마츠? 쵸로마츠!?"

오소마츠 형의 부름에 고개를 슬쩍 돌아봤다.

아, 또다.

볼을 찌르는 느낌.

"따하하하하핫! 이거에 걸리다니~ 쉬운 녀석이네, 쵸로마츠."

"아침부터 철없는 장난하지 말라고, 오소마츠 형."

어라. 데자뷰인가.

"오늘은 텐션이 낮네~ 라이징은 관둔거야?"

"언젯적 라이징이야. 그만 놀리라고."

"이렇게 재밌는 걸 관두겠냐 너같으면ㅋㅋㅋㅋㅋ"

결국 팔꿈치로 형 배를 세게 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보다 쵸로마츠, 어제 밤에 잘 못 잤어?"

"왜."

"너답지 않게 꼼지락대거나 하던걸?"

왜 그런 걸 눈치채는 거야.

"못 자긴 했지. 굴러다니던 주제에 잘도 아네."

"그야, 형은 너네들에 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으니까?"

이유가 되지 않아.

모르고 있는 주제에.

내가 너한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도.

형은 장남이라는 이유로, 뭐든 알고 있는 척을 해댄다.

그래서 자신이 몰랐던 동생들의 일면을 마주했을 때는, 치비타에게 징징거리고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는 바보같은 형.

그래도 여차할 때는 의지가 되기도, 마음이 맞기도 하는 형이다.

뭐라고 해도 여섯 쌍둥이 중에서도 나와 오소마츠 형은 죽이 잘 맞는 파트너인걸.

그런 형을 두고, 나는 꿈꿔버리고 만다.

"내 것이 되어줘, 오소마츠 형."

어라? 갑자기 이게 왜 입밖으로 나온거야?

"뭐라고? 못 들었는데?"

오소마츠 형이 내 몸을 돌려세운다.

잘못 말했다고 말할까.

그러나 마음 속에서 오소마츠 형에 대한 감정을 토해내야 된다고 외치고 있다.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마치 이 말을 그대로 삼키면 내가 죽어버릴 것처럼.

"내 것이 되어달라고, 망할 장남 새꺄!"

표현이 한층 더 거칠어졌다. 

아, 이런 모습이 원래 나였지.

언제나 한 번쯤 더 생각하고 걸러버리니까.

"의미를 모르겠네, 쵸로마츠. 네 것이 되어달라니?"

오소마츠 형은 당황한 듯 묻는다.

"말 그대로야! 바보야!"

그대로 오소마츠 형의 손목을 붙든다.

모든 건 내 본능대로, 내가 숨기고 있던 마음대로.

무의식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은 나의 온 몸을 붙잡고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듯 싶다.

형을 끌고서 아무도 없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어째선지 귀에 들려왔다.

"쵸...쵸로마츠?"

오소마츠 형은 끌려온 채 방문을 닫으며 말을 걸었다.

아, 이제 생각하는 것도 다 귀찮아졌어.

"오소마츠 형, 꽤나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오소마츠 형은 형을 붙잡은 내 손을 다른 손으로 잡아주었다.

"나, 형을 좋아하는 거 같아."

"갑작스레 고백이냐."

"무슨 의민지 이해하고 있는거야?"

"의미야 알 수밖에 없잖아? 날 갖고 싶다고 했으니까."

이 바보가 금방 이해해버려서 오히려 맥이 풀렸다.

답을 들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 너가 그동안 잠자리에서 내 몸을 손대려다 만 적이 몇 번 있었던 건 아는데."

알고 있었던 거야?

"그게 그런 의미인 줄은 몰랐네."

어쩐지 형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게 들렸다.

역시, 싫은걸까.

두근대는 마음은 드디어 고속열차라도 탄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

"그런 식이니까...다 알고 있는 듯 얘기하면서...또 능청스럽게 빠져나가버리고..."

갑작스레 눈물이 쏟아졌다.

아, 이게 그건가...악마놈이 내게 먹인 약 때문에 이런건가...

"아...울지 말라고, 쵸로마츠?"

형은 느슨해진 손목에서 내 손을 떼어내더니 날 붙잡았다.

"역시 형은 바보네~ 동생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

"만지고 싶다는 건, 역시 거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소마츠 형?

"동생이 이만큼 형을 좋아해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잖아?"

"진짜 무슨 소린지 이해한거냐고! 형!"

"형이 너네들을 떠나보내봤으니까 알지. 너희들이 날 필요로 해줘야 내가 버틸 수 있다는 걸."

"하지만..."

"네가 그런 의미로 날 필요로 해준다면, 나도 그런 의미로 너에게 답해줘야지 않겠어?"

오소마츠 형은 나를 앉히더니, 바지도 팬티도 벗어버린 채 벌렁 누워버린다.

아까는 무미건조하게 들렸던 형의 목소리는, 평소와도 같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그런..."

눈앞에 형이 자신의 몸을 대주고 있다.

막상 거기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숨막힐 듯 뛰는 심장이 외친다.

-이제 손을 뻗을 수 있잖아? 자, 뻗어보라고. 마음껏. 원하는 대로.

그리고 그 마음에 몸을 맡겨, 나도 하의를 벗어던진 채 형에게 뛰어든다.


이 모든게 꿈일까.

꿈 속에서 꾼 꿈에 이끌려 이런 꿈을 꾼 걸까.

황홀하다못해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오소마츠 형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날 떠민 악마가 형의 얼굴이 아니었다면 이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흩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쓰고도 달고도 짠 맛이 입에 감돌았다.  


----------------------------------------------------------------------------------------------------------

1.더빙 쵸로마츠의 애드립과 욕과 거친 입이 그렇게 찰지다면서요? 난 살릴 수 없어...

2. 내가 연성 고자라니

나 : 오른손에… 감각이 전혀 없으니… 어떻게 된 거요?
의사양반 : 아… 하필이면 총알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았어요.
나 : 그건 무슨 소리요?
의사양반 : 에… 어느 정도 완쾌된 뒤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잘 알아두세요. 선생은 앞으로 오른손을 잘 쓸수가 없습니다.

에, 다시 말해서 연성을 잘 할 수가 없다는 것이오. 에, 총알이 가장 중요한 곳을 지나갔단 말입니다.
나 : 뭐요? 이보시오, 이보시오 의사양반!

3. 오랜만에 와서 똥글쓰고 앉아있는 저...언능 잘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다른 글 써오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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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H( )Ri
2016. 4. 10. 00:43
이번엔 BGM도 가져왔습니다.


-오소른 전력 60분 「망상」 참가작(http://twitter.com/OsoRight_60/status/718794733791752193)

-소재는 Aqua Timez의 그림엽서의 봄(絵はがきの 春)에서 가져왔어요.

원곡은 첨부할 수가 없어서 음원사이트서 한번 들어보시고 이건 조금 빠르게 변형된 버젼인 거 같네요. 자꾸 듣다 보니 이게 원곡 속도였나 좀 헷갈림.
가사는 이 쪽에서(http://hun2two.blog.me/40141271073)

-이치오소; 청춘시대물; 캐붕은 언제나; 형제가 아니라는 설정





링- 띠링-

핸드폰의 수신음이 울렸다. 고양이 스트랩을 단 핸드폰을 집어든 이치마츠의 손은 조금 떨렸다.

「여어-이치마츠 군! 이런 거 찾아버렸어~ 그립네~」

문자메시지와 함께 첨부된 사진 속에는 중학교 시절 그대로 어른으로 자란 오소마츠의 얼굴과 엽서 한 장이 찍혀 있었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가끔 연락 오더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그 연락조차 끊겼던 오소마츠였다. 한 3년 쯤 되었나...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보내오는 것도 오소마츠답다면 오소마츠다웠다. 저 엽서는 틀림없이 직접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서 보낸 엽서다. 수채화로 마음가는대로 벚나무를 그렸는데 기쁘게 받아줬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업실을 나서 방에 들어가 중학교 졸업앨범을 뒤적거린다. 3학년 A반. 우연히도 성이 마츠노로 같아서 출석번호가 나란히, 사진도 옆에서 찍었던 오소마츠. 그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활짝 웃은 얼굴을 보자니 중학교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반 배정에서 자신의 이름 밑에 똑같은 마츠노를 보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마츠노 오소마츠'인가. 뒤에 붙은 마츠까지 나와 비슷해서 웃음이 나왔다. 

"마츠노 이치마츠 군?"

그때 누군가 등을 툭 두드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순간,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오는 조금 무례한 녀석. 그게 오소마츠와의 첫 만남이었다.

"에, 누구..."

"마츠노 오소마츠! 참고로 널 알고 있는 건 학교에 걸려 있는 그림을 봐서라구? 옆에 사진도 붙어있었고 말이야."

묻지도 않은 걸 잘도 얘기한다. 그만큼 조금 수다스러워 보이고 장난기가 넘쳐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고로 잘 부탁해, 이치마츠 군!"

처음부터 이름으로 막 부르는 구나.

"나야말로 잘 부탁해, 마츠노 군."

"마츠노 군이 뭐야, 섭섭하게. 같은 마츠노니까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그럴게."

우연인지 이름이 비슷한 오소마츠와는 엮이는 일이 많았다. 출석번호가 연달아 있어서 처음부터 앞뒤로 앉는다거나  당번을 같이 한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까지. 뒷자리에 앉은 오소마츠는 종종 수업중에 졸다가 공책 좀 보여달라고 나를 찌르거나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거나 했다. 귀찮지만, 그럼에도 싫지 않은 기분으로 공책을 빌려주거나 수학 문제를 알려주거나 하며 오소마츠와는 조금씩 친해졌다. 이치마츠는 조금 예민한 구석이 있어서 다른 반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 비해 오소마츠는 밝고 친화력 좋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카리스마 아이돌이라는 표현답게 리더쉽도 있어서 반의 중심이 됐다. 그런 오소마츠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이치마츠는 그저 이름이 비슷할 뿐인 오소마츠에게 조금씩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 마음은 조금씩 커져서, 여름방학이 되어서는 방학동안 오소마츠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데 아쉬움을 품게 되었다. 오소마츠를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고...이런 생각들을 늘어놓으며 미술부실에서 석고상을 데생하고 있었다.

'아. 이런게 사랑...인가?'

조금 충격이었다. 

'아니, 지금 이게 첫사랑인데. 에, 그러니까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한다고? 남자를?'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다른 부원들은 이치마츠가 당황해하는 걸 보지 못한 모양인지 연필 사각대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보고 싶다,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고교 수험으로 바쁘려나.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방학이 지나면 2학기엔 또 어색해져버릴지 모르니까. 이치마츠의 머릿속은 눈 앞에 있는 캔버스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점심 때가 되어 부활동은 파했다. 운동장을 뱅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이치마츠의 등을 누군가 툭 쳤다. 

"누구..."

"나, 오소마츠!"

오소마츠가 방학 때 학교에 있다. 오소마츠는 귀가부, 즉 부활동이 없어서 굳이 학교에 올 일이 없을텐데...

"심심해서 학교로 놀러와버렸습니다~ 누구 없나 했는데 이치마츠가 있어서 다행이네."

이치마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오소마츠가 말을 꺼냈다.

"기껏 내가 학교까지 왔다구~ 수다라도 떨다 가지 않을래?"

배는 조금 고팠다. 하지만 아까 깨달아버린 오소마츠에의 감정은 그보다도 더 컸다. 지금 오소마츠를 놓치면, 정말로 2학기가 되서야 만날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따라 운동장 한 켠의 그네 쪽으로 갔다.

오소마츠는 빨간 그네에 앉아서 발을 굴렸다. 이치마츠는 초록 그네에 앉아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오소마츠 군은...고등학교 어디 수험칠 지 정했어?"

한참을 우물대다 말을 꺼냈다.

"으음..."
오소마츠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이사를 갈 예정이라 적당히 그 근처 고등학교를 가게 되겠지?"

"...이사 가?"

"응. 아버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꽤 떨어진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수험에 대해 정해놓은 건 없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오소마츠와 같은 학교를 갈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소마츠는 떠나버리는구나.

"좀 아쉽네, 기껏 여기서 친해진 녀석들이 많았는데."

방학 때 잠깐 보지 못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2학기가 끝나면, 졸업해버리면, 오소마츠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두려워졌다. 오소마츠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깨닫고 나서 바로 이별의 때를 생각해버려야 한다니. 머릿 속이 뒤엉켰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오소마츠 군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있어?"

갑작스레 말이 튀어나왔다. 이치마츠는 고양이마냥 놀란 채 입을 틀어막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글쎄-AV에 나오는 누님들은 좋아하긴 하는데-"

오소마츠 답달까, 갑자기 AV이야길 꺼내다니. 틀어막은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갔다.

"그러는 이치마츠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역공을 당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걸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야.

"그,그,그것은 제쳐두고 말이야."

"왜에?궁금한 데 말이지, 이치마츠 군-"

오소마츠는 그네에 앉아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치마츠를 재촉했다. 아, 이젠 모르겠다. 이것도 저것도.

"손 잡아도 돼?"

"뭐야 그 뜬금없는 대답은."

"잔말말고."

"좋아."

오소마츠가 팔을 쭉 내밀어 손을 이치마츠의 무릎에 갖다 댔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잡았다.

'따뜻하다.'

오소마츠의 손이 따뜻해서 조금 꽉 쥐다가, 문득 자기 손이 차갑다고 느낀다.

"이치마츠 손은 시원하네. 여름에 더운데 마침 잘 됐다."

오소마츠는 잠깐 팔을 빼더니 이치마츠의 앞에 쪼그려 앉고 두 손을 내밀었다.

"자아~잡아줘."

이치마츠는 망설이다가 오소마츠의 손을 덥썩 잡았다. 손에 퍼져가는 온기를 느끼며 자기의 진심을 얘기하고 싶어졌지만, 오소마츠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니 입이 도통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순간이자 영겁의 시간이 갔다. 방학때도 꺼놓지 않았는지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시종이 교정에 울려퍼졌다. 

"자, 이제 가봐야겠네. 이치마츠, 배고플텐데 나 때문에 점심 떄 놓쳤으려나."

"...그렇지 않아. 오소마츠도 돌아갈거야?"

"학교에 계속 있다가는 아마 쪄 죽을걸. 여름이니까."

그렇게 오소마츠와는 작별 인사를 했다. 집 방향은 정반대. 오소마츠의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장이 두근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중3의 2학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험으로 바쁜 녀석들 속에서 오소마츠는 조금 허전해보였다. 이치마츠의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고 커져만 갔지만 여름날, 손을 잡은 이후로는 일상적인 대화만이 오갔을 뿐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아마 거기서 더 나아갔다고 해도 곧 맞이할 이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걸로 됐다며 혼자 마음을 삭혔다. 수험도 끝나고, 졸업을 앞두고서 이치마츠는 엽서 크기의 도화지에 벚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마음가는대로 그린 벚나무 그림이 쌓여갔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이치마츠는 붓을 물통에 꽂고선 엎드려서 오소마츠를 생각했다.

조금만 일찍 오소마츠를 만났더라면...

 

어딘가에 교실에서, 오소마츠와 다시 마주한 새로운 교실.

「안녕, 오소마츠.」라며 인사를 건네는 아침. 사랑스러운 너의 얼굴을 보며, 너도 날 사랑해줬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인사하자마자 넌 손을 마주대어주어서, 너의 온기가 내 차가운 손에 닿아 기분이 좋다. 이런게 너와 체온을 나눈다는 걸까.

방과 후 너는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해 줄까.

「이치마츠 군, 우리 봄을 찾으러 가볼까?」

「영문을 모르겠네.」

「내가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 둘만이 봄을 만끽해보자고.」

너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의 언덕을 향하는 나의 심장 박동. 너에게도 분명 전해지겠지. 

너는 춤추듯 바람을 따라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를 안내한다.

요정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 도착했어! 어때, 여기가 나의 비밀 장소.」

거기에는 거짓말같이 커다란 벚나무가 서 있었다. 벚나무 아래에서 코 밑을 비비며 밝게 웃는 너가 있었다.

아마 꿈이겠지 이건. 이렇게 아름다운, 이 세상에 없을 거 같은 풍경을 내가 볼 리가 없잖아.

 

드르렁.

코 고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깨버렸다. 하, 하릴 없는 망상을 해버렸네. 다만 마지막의 풍경은 잊히질 않아서, 그 풍경을 열심히 도화지에 옮겨 담았다. 오소마츠의 모습도 넣어서. 드디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손에 넣고서 뒤에는 한 자 한 자, 마음을 들였지만 그 말은 진부할 뿐인 잘 지내라는 이야기를 적어서 졸업하는 날 오소마츠에게 주었다.

"에에~이거 설마 나야?"

"응..."

"내 매력을 담기엔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그래도 벚나무 예쁘고, 고마워 이치마츠."
"나아먈로."

"소중히 간직할게!"

소중히 간직한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이걸로 된 거야. 이치마츠는 그 엽서를 전한 걸로 자기의 첫사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멀리서 같은 달을 보거나 할 지도 모르지만, 연락이나 좀 나누다 잊혀지겠지.

잘 가, 내 첫 사랑.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 뒤에 다른 사랑도 해봤다. 그래도 이 문자를, 이 사진을 보면 떠올릴 수밖에 없잖아.

「오랜만이네, 오소마츠 군. 아직도 그런 거 간직해주고, 고마워.」

이치마츠는 졸업앨범을 닫고서 오소마츠에게 답을 보낸다. 이젠 너무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그 그리운 마음을 담아서 전하고 싶다. 물론 이런 딱딱한 단문으로는 그런 게 전해지지 않겠지만. 송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신음이 울린다.

「나 지금 중학교 근처에 와 있는데 아직도 근처에 살고 있다면 오지 않을래? 학교 뒤쪽에 굉장한 풍경을 봤거든.」

첨부 사진에는 학교가 보이는 언덕, 그리고 흩날리는 벚꽃잎.

또 다시 수신음이 울린다.

「이치마츠 군이 그려준 벚나무랑 닮아서 꼭 같이 보고 싶어.」  

문자를 보고선, 이치마츠는 차림새를 신경쓸 틈도 없이 학교 뒤 언덕으로 달렸다.

 

오소마츠,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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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력 시간 오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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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리H( )Ri
2016. 3. 26. 01:02

[카라른/이치카라] 누군가 빈 잔을 채워주오 -6-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원작 기반

※멋대로 쓰는 학생 시절 이야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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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츠가 있는 병실 밖 복도에는 나와 오소마츠 형, 쥬시마츠가 있다. 배치로 보면 오소마츠 형과 쥬시마츠가 병실 쪽 벽에, 나는 병실 반대 쪽 벽에 붙어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무거운 표정을 한 오소마츠 형은 쥬시마츠의 마음 속 짐을 덜어주려고 애쓰고 있다. 언제나 오소마츠 형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그 고민들을 들어주고 함께 끌어안아주곤 했다. 저 무거운 표정의 의미는, 카라마츠의 고민을 같이 안아주지 못했다는 것일까. 

닮았어.

나와 닮았어.

오소마츠 형의 표정에 지나는 것은 죄책감.

카라마츠를 쳐다볼 수 없게 된 나를 옥죄는 것도 죄책감. 

마스크를 쓴 채 숨죽이고 주변의 풍경을 마치 CCTV라도 된 양 눈에 담는다. 심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1인실에 카라마츠가 들어가선지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종종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내 눈초리를 보고 피해가는 듯 했다. 이걸로...된 거야.

오소마츠 형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금 병실로 들어갔다. 쥬시마츠가 내가 있는 쪽 벽으로 옮겨와서 조용히 기댄다.

"이치마츠 형."

쥬시마츠는 평소와는 다른 낮은 텐션으로 나를 부른다. 당연하겠지. 지금 분위기를 생각하면. 

"형은 알고 있었어? 카라마츠 형의 상태."

듣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다. 쥬시마츠의 의도가 어쨌든간에 그 말들이 나를 짓누른다. 평소와는 다른 쥬시마츠의 처진 목소리도 거기에 한 몫 한다.

"알고 있었을 리, 없잖아."

아니지, 아니야.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치마츠.

그딴 장면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카라마츠가 망가지고 있는 것 따위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카라마츠는 예전부터 텅 빈 녀석이었다. 텅 빈게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생각이 없고 멍청한데다, 폼 잡는 와중에 실속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해야할까. 카라(空)마츠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상냥하고 남 도와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연극부에도 들어가서, 우리 중에는 부활동에 가장 매달리는 쪽이 되었다. 형제들이 그렇게 된 이유를 물으니,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지 않냐며 웃어보이던 녀석이 인상깊었다. 그런건 분명 자기만족이겠지만, 사춘기를 겪어가며 조금씩 흔들리는 형제들 가운데서 카라마츠가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만큼 악동으로 사는 오소마츠 형, 격변기의 쵸로마츠와 토도마츠, 그저 회색 청춘을 보내던 나와 쥬시마츠 사이에서 카라마츠는 홀로 장밋빛 청춘을 보내는 듯 했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나와 쥬시마츠에게 변화가 찾아왔는데, 나의 경우는 변화보단 악화란 말이 어울렸다. 회색 청춘은 검은색 청춘으로, 청춘이라고 부를 것 조차 없는 어둠으로 빠져들어갔다. 같은 반의 녀석들이나, 알지도 못하는 선배들이나, 글러먹은 선생들에게 치이면서 학교가, 사람이 싫어졌다. 그나마 형제들이 붙잡아주고 끌어줘서 어떻게든 학교에 다니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지만 도서관에 박혀있거나,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고양이들을 보러 교사 뒷편에 있거나 하는 일이 늘어났다. 1학년 땐 같은 반이었던 쵸로마츠가 몇 번이고 나를 찾아서 데려왔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서는 잔소리를 퍼붓는 데 질려서 수업시간에 가버리는 것만은 그만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비거나 사람과 부딫힐 일이 많은 체육 수업 같은 때는 빠져나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그나마의 낙이었다.

형제들은 방과 후 시간도 제각각 보냈기에 매일같이 집에 같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주로 쥬시마츠와 같이 귀가했지만, 가끔은 방과후에 혼자 학교에 남아 교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사람들은 동아리방에 있거나, 운동장에 있거나 해서 의외로 조용한 공간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그런 공간들 대부분엔 바닥에 담뱃재가 떨어져 있는게 눈에 띄긴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가을, 그런 공간들 중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 버려진 옛 소각로. 고양이들이 종종 보금자리로 쓰곤 하던 모양인데 내 몸도 쪼그리면 쏙 들어가는데다 미묘한 경사 덕분에 남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담장 주변이라 담배를 피기는 좀 그럴지 몰라도 그저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라면 거기서 학교를 관찰하며 시간을 죽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눈에 잘 띄는 교실은 연극부가 사용하는 교실. 

아, 저 교실에는 카라마츠가 있겠지. 하필이면 질리는 얼굴이 있는 교실이 잘 보이냐.

그래도 내 입장에선 몸짓으로 무언가 하는 게 흥미가 있어서 방과 후 혼자가 될 때마다 그 교실을 관찰했다. 중학생 시절 토도마츠의 도움으로 첫 주연을 따낸 카라마츠의 연극을 본 이후, 카라마츠의 연극을 굳이 보러가지는 않았다. 집에서도 엄청 대본 연습을 해대서 질릴 정도였고, 애초에 연극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카라마츠가 연기를 특출나게 잘해서 빠져들게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연극부에 몸 담은지 4년이 넘어가는 사이, 카라마츠의 연기가 많이 늘은 거 같았다. 카라마츠의 과장된 몸짓 하나하나는 궁금증을 자아냈고, 상대역이 압도당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저건 무슨 상황일까, 카라마츠는 무슨 대사를 하고 있는 걸까. 그러고보니 고등학교 와서는 집에서 대본 연습을 거의 하지 않는데. 대신 늦게 들어오니까. 카라마츠의 몸짓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다만 고등학생이 되고 방황하는 사이, 손을 내밀어주는 카라마츠를 밀쳐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까이 갈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는 분명 그런 거 신경쓰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손을 내밀어주는 카라마츠의 손을 이제와서 잡기에는 불편했다. 멀리서 쳐다보는 풍경일 뿐이지만, 카라마츠는 빛나고 있었다. 검게 물들어가는 내가 그 반짝임을 좇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즘은 대본 연습 안 하는거?"

오소마츠 형이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연극부에서 매일같이 연습하고 오니까. 거기다 집에서 연습하면 다들 시끄럽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그 안쓰런 말투도 관둬주면 안될까, 카라마츠 형?"

"논논. 이건 역할에 몰입하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이니까."
"있지, 카라마츠 형. 이번에는 무슨 연극을 하는데?"

"햄릿이라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이다."

"설마 주인공은 아니겠지?"

"주인공은 아니지만 레어티즈라고 중요한 인물이라고?"

햄릿. 어떤 내용이었더라. 복수극이었던건 기억나는데, 레어티즈가 어떤 인물인지는 가물가물하다. 

"이번 연극은 언제 하는데?"

궁금증에 내가 입을 열었다.

"오! 이치마츠, 연극을 보러 와 줄 생각인가?"

카라마츠의 눈이 반짝였다. 아마 자기가 나한테 미움이라도 받고 있을거라 생각했겠지. 그래서 저렇게 기쁜 표정을 짓는 걸까 혼자 생각했다.

"시간 나면."

애매한 답을 내뱉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카라마츠의 몸짓이 완성되는 그 연극을 보러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 해 겨울, 바쁘다는 토도마츠를 제외하고 모두들 카라마츠의 연극을 보러 갔다. 내가 몰래 관찰하던 카라마츠의 몸짓들은 무대 위에서 대사와, 분위기와, 상대역과 합쳐지며 더 강한 의미를 자아냈다. 주인공은 햄릿일 텐데, 카라마츠가 연기하는 레어티즈의 분노와 복수심이 안에 밀려들어오면서 햄릿을 압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카라마츠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가. 무대 위에 서 있는 인물은 레어티즈 그 자체였고, 카라마츠가 검에 찔려 죽어가는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지기까지 했다. 이게 과몰입인가. 

그렇게 카라마츠의 연기에 나는 빠져들었다. 2학년 때는 카라마츠와 같은 반이 되어서 이런저런 핑계로 카라마츠의 연습을 구경하러 가기도 했고, 카라마츠가 서는 연극 무대는 빠짐없이 보러 갔다. 방과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가졌지만, 그땐 카라마츠도 연극부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 나만의 시간마저도 이전처럼 카라마츠의 연기를 관찰하곤 했다. 대신 그 외에 1학년 때 정립시켜놓은 나의 일상들은 삐걱거렸다. 카라마츠는 멍청하니까, 일과시간에 밖으로 나돌면 나를 찾으러 헤매고 다닐까봐 시야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쉬는 시간에는 다른 녀석들과 잡담을 떨거나 하는 시간들을 쪼개어 말을 걸어와서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을 방해받기도 했다. 썩을마츠라고 부르며 쫓아내기도 했지만 녀석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극 연습이 힘들었던 다음 날이면 쉬는 시간에 잠들어버려서 한숨 돌리기도 했다. 


2학년 말에는 꽤나 큰 사건이 있었다. 오소마츠 형이 진지하게 우리들을 불러모아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렇다곤 해도, 오소마츠 형은 이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라 둘의 대화 후 나온 결론을 들어보는 거 뿐이지만. 형제들의 대답은 대부분 똑같았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 없음. 진학도 취업도 노 플랜. 앞일따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들다워서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카라마츠는 혼자 우두커니 있었다.

"아직 고민하고 있는거야, 카라마츠?"

오소마츠 형과 이미 얘기했을 텐데, 카라마츠만은 결론을 내지 못했었나보다. 

"아...아니 뭐, 나도 진학이라든가 일을 배운다던가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

그 얘기를 하는 카라마츠는 조금 주눅들어 보였다.

"강요하는 거 아니니까, 카라마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굳이 형제들 장단에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

"자신을 높이고 싶고, 사람들에게 꿈을 배달하고,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지금은 연극밖에 안 떠오르는데. 딱히 대학까지 간다거나 연극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 같진 않지만,"

뭐야, 의외로 현실적이잖아.

"그래도 역시, 하고 있으면 즐겁거든."

카라마츠는 힘들게 본심을 꺼냈다. 그래도 그와 동시에 형제들과 같이 진학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조금 아쉬움이 남아 있어 보였지만, 아마 자신도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겠지. 이렇게 형제들의 의견을 모아 오소마츠 형은 3학년이 되기 전, 잘 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우리들이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지 않느냐며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분명 피해갈 수 없는 진로 이야기가 공론화되어서 닦달당하기 전에 선수를 칠 생각을 한 오소마츠 형도 대단했고, 그렇게 당당하게 나와버리니 오히려 부모님이 이해해줘서 적어도 한동안은 집안이 소란스러울 일이 줄었다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새해가 되고, 카라마츠는 졸업 전 마지막 연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진학을 포기했으니 상관없지만 3학년은 수험생이 많아서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은 유급되지 않는다면 1년이나 남았지만, 3학년이 되면 카라마츠도 자동적으로 연극부에서 나오는 걸로 되어버린 것이다. 연극에 미련이 남았던 카라마츠는 어쩌면 자기가 서게 될 마지막 무대를 위해 온 힘과 정신을 쏟아냈다. 

카라마츠는 정말로 연극에 빠졌구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연극을 준비하던 3월, 카라마츠는 캔커피를 건네며 드물게도 내게 상담을 해왔다. 

"같은 반이니까 너에게만 얘기할게, 이치마츠."

2학년 때 카라마츠와 의외로 많은 시간을 보내서였을까. 그의 연습을 많이 구경하러 가서였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하고 싶은 게 있어?"

"없다고 했잖아. 기억 못하냐, 썩을마츠."

한번 끝난 이야기를 캔커피나 건네주며 끄집어내는 녀석의 의도는 뭘까. 

"그런가..."

"그러는 너는, 역시 연극이 계속 하고 싶은거야?"

카라마츠의 답을 기다리며 캔커피를 따서 마셨다. 3월이지만 아직 추워서 따뜻한 캔커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게 기분이 좋았다.

"...이번 무대가 끝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어."

카라마츠는 슬쩍 웃어보이며 답했다. 안심시키고 싶다는 의도였을까. 그렇게 웃어보여도 눈은 하나도 웃고있지 않은걸. 

그때 수업 종소리가 울리고 이 대화는 흐지부지 끝났다. 

카라마츠는 마지막 무대이니만큼 간만에 연기 연습을 집에서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할 정도로 카라마츠는 열심이였고, 내가 몰래 지켜보던 시절보다 한층 빛나 보였다. 

아, 이쯤 되면 별처럼 빛나고 있다고 해야되나. 

카라마츠의 연기는 형제들 누구나가 감탄할 정도로 발전해있었다.

"우와...진짜 다른 사람같아, 카라마츠 형."

토도마츠는 그간 카라마츠의 연극을 보지 않았으니 그 놀라움이 더 큰 모양이었다.

"대본 완벽소화? 대단한데."

전에 집에서 연습할 땐 시끄럽다고 핀잔주던 쵸로마츠도 감탄했다.

카라마츠가 읊는 대사와 표정, 그 몸짓 하나하나를 눈으로 좇으며 반짝임을 만끽했다. 지금 집에서 잠옷 입고서 하는 연기도 저정도인데, 무대에 가면 도대체 어떤 광경을 보게 될런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윽고 카라마츠의 마지막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번만큼은 형제들이 모두 연극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카라마츠에게 공연장은 휘둘렸다. 카라마츠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그의 손짓은 아쉬움을 내뱉던 그의 한숨도 담겨있는 듯 했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안에 담아두고 있던 본심을 전하는 듯 했으며, 그의 눈빛은 어딘가 초월해버린 것같아 보였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라, 카라마츠의 연기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형제들은 좀처럼 빛나는 일이 없다. 

마지막 무대에 선 카라마츠가 마치 초신성처럼 빛났던 그날 이후.

우리 형제 중 그 누구도 빛을 내는 일은 없었다.

다만, 녀석의 반짝임에 반해버렸는지 난 그 반짝임을 잊을 수가 없다.

초신성은 별이 죽어가면서 짜내는 최후의 빛을 내는 거라고 하던가.

그래서 마지막 무대에서 녀석은 그렇게 아름답게 빛났던 걸까.

카라마츠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그 때를 떠올린다.

녀석은 어느새 어둠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어버린 걸까.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니트로서 폼이나 잡으며 다니는 안쓰러운 녀석이 된 지금,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 녀석은 어둠을 집어삼키게 된걸까.

혹시,

나 때문인걸까.

그 이후, 나는 카라마츠와 그다지 어울려다니지도 않았고, 녀석의 안쓰러운 면모가 더해갈수록 심한 말을 하는 일이 잦아졌었지.

그 전에도 나는 녀석에게 심하게 대한 걸 후회해왔다. 거기에 카라마츠의 자살 시도를 목격한 이후, 카라마츠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목을 조여와 카라마츠를 피하기 시작했다. 지금 병실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도 죄책감이 나를 덮칠까봐 두려워서다. 

머리만 텅 비었던 녀석은 마음 속도 텅 비어버렸다. 

그걸 메워주지 못한 초봄의 그날부터 나의 죄가 쌓이기 시작한 거다. 

카라마츠가 눈을 떠 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카라마츠의 마음을 메우지 않으면 아마 카라마츠는 스스로 텅 빈 자신을 버리려 들 것이다.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이젠 복도에서마저 내 죄책감은 나를 옥죈다.

같은 공간에 있다간 집어삼켜져버릴 거 같아. 

병원 바깥을 향한다.


나는 카라마츠에게서 도망치는 거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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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여기가 1/2 지점이네요. 아, 4월에나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 이거
중요한 건 정말 자기만족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상 볼때마다 제 안에서의 캐해석이 막 뒤바뀌고 뒤집어지고 하니까 그게 여기에도 고대로 반영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죄송해요. 그래도 전 편 읽으면서 혼란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상하다보니 청춘물을 쓰고 싶어졌는데 그냥 이 시리즈가 아니라 단편으로 낼걸...하다가도 어차피 아무도 안보는데 여기 넣어버리자, 차피 카라마츠 과거썰은 풀어야겠지 해서 좋아하는 이치카라에 넣었습니다. 앞에서부터 봐주셨다면, 카라마츠가 왜 자기를 텅 비었다고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팠는데 잘 전해졌을까요.  
그리고 이거, 아무래도 커플링이 아니라 조합으로 써야 할 거 같은데, 일단은 최대한 브로맨스 테이스트를 느낄 수 있게 쓰고 있으니까 뭐, 취향껏 즐겨주세요. 죄송합니다. 변변찮네요 ㅠㅠㅠ 


Posted by 하리H( )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