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12:19

갑자기 쓴 이야기

어제 본 풍경이 정말 예뻤습니다.

따라서 답지 않은 동화체로 보내드립니다.

--------------------------------------------------------------------------

 

겨울이 어느새 다 가는 2월 말. 벌써 꽃샘추위라는 말이 오르내릴 정도로 최근 며칠 동안엔 따뜻했습니다. 아직 꽃들이 피지는 않았지만 새싹은 몇 개 본 것도 같습니다.

 

'이제 봄이 오는 걸까?'

 

토도마츠는 입고 나갈 옷을 고르며 생각합니다. 날씨는 맑음, 방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조금 따스합니다. 그동안 추워서 입지 못한 봄옷을 꺼내들고 토도마츠는 거울 앞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역시 이 옷이 좋겠어!'

 

기분에 따라 옷을 차려입고 봄을 준비하러 1층으로 나섭니다.

1층 거실에는 자신과 얼굴이 꼭 닮은 형제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명 있습니다. 토도마츠는 여섯 쌍둥이의 막내. 쌍둥이인데 형제들에게 일일이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형제들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으니까요.

 

"토도마츠, 어디 나가?"

 

장남인 오소마츠가 웬일로 불러 세웁니다. 토도마츠는 조금 귀찮음을 느낍니다. 오소마츠는 조금 참견하는 버릇이 있어서, 용건을 간단하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물고 늘어집니다.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니, 토도마츠는 그냥 행선지를 이야기합니다.

 

"응. 근처 쇼핑몰에서 옷이라도 살까 하고 말이야."

 

"헤에-여자애라도 만나는 거 아니고?"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옷차림을 훑어보고는 떠보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런 게 기분 나쁘다고 토도마츠는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몇 번 이야기를 했지만 오소마츠의 그 표정은 좀처럼 바뀌질 않거든요.

 

"겨울엔 기회가 없어서 연락처 받은 애가 없거든요!"

 

조금 짜증내는 투로 내뱉고선 토도마츠는 재빠르게 현관을 빠져나와 집 밖으로 나섭니다.

 

'뭐야. 겨울에는 별 핑계 다 대가며 집에 묶어두더니 여자애라도 만나냐고 떠보다니.'

 

이번 겨울, 유독 오소마츠는 토도마츠를 자기 옆에 두려고 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든지, 오늘은 춥다든지, 형아 외롭다든지...20살 넘어서 할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가장 고만고만한 막내라도 잡아서 놀아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장남이 우스우면서도, 그런 투정을 부릴 때 어딘가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숨을 한 번 쉬고 상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여섯 쌍둥이라고는 해도 토도마츠와 오소마츠만큼 서로 죽이 잘 맞는 형제는 없거든요.

 

'이젠 봄이 왔으니, 형도 조금은 밖으로 나돌겠지. 원래는 집돌이도 아니었으면서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집에만 박혀있었을까, 오소마츠 형.'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보니 오소마츠에게 짜증낸 채 나온 게 조금 후회됩니다. 그래도 오소마츠는 담아두는 것 없는 바보니까 괜찮을 거라며 토도마츠는 자기위로를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쇼핑몰 앞입니다.

 

여기는 봄. 형형색색의 봄옷들이 쇼핑몰 곳곳에서 꽃 핀 듯 진열되었고, 쇼핑몰 한가운데에는 봄이 왔다는 듯 모형 벚꽃나무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직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이르니까, 오늘 느끼는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모형 벚꽃나무 아래서 셀카를 한 장 찍어봅니다. 오늘도 귀여운 얼굴로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이후에는 정신없이 쇼핑몰을 휘젓고 돌아다닙니다. 봄나들이에 어울릴 듯한 모자나 편하면서도 지금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 운동화, 아침 조깅할 때 입을 운동복, 미팅이라도 잡는다면 입고 나갈 수 있는 포인트 있는 셔츠...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화려한 옷가지들의 향연에 빠져듭니다. 물론 관심이 가는 알바생에게 번호를 따는 것도 잊지 않고요. 꽃밭과도 같은 쇼핑몰 내부에서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다니다 조금 쉬어볼까 생각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와. 엄청 구름이 꼈는데?"

 

"비...아니 눈이 흩날린다! 오늘 날씨 도깨비 같네."

 

토도마츠는 바깥을 돌아봅니다. 과연, 아까까지 감돌던 봄기운은 어디로 가고 잿빛 하늘에 눈 알갱이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오늘 옷은 얇게 입고 왔는데...'

 

슬슬 돌아가 보지 않으면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더 추워질지 모릅니다. 옷을 여러 개 껴입고 집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그러면 꼴이 이상할 거 같아 토도마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추운 건 싫은데, 그래도 지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만 앞서지만 쇼핑몰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때마다 들어오는 한기에 발을 쉽게 내딛지 못합니다. 어쩌면 좋을까 하고 발만 동동 구릅니다.

 

"토도마츠!"

 

어디선가 토도마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기와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습니다.

 

"형아가 와줬다궁! 고맙지?"

 

토도마츠는 대답 없이 오소마츠의 행색을 봅니다. 늘 그렇듯 빨간 파카에 목도리만 두르고 온 대충 온 차림입니다. 화려한 쇼핑몰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추위에 덜덜 떨며 돌아왔을 자신을 생각하니 고마웠습니다.

 

"조금 꾸미고 오지 그랬어."

 

"잠깐 데리러 온 건데 그럴 것까지 뭐 있어.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눈이 쏟아지길래 놀라서 온 거니까."

 

사실 토도마츠가 나가기 전에 오소마츠는 오늘 날씨가 추워질 거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이 맴돌았다가 저렇게 딱딱하게 얘기하는 토도마츠가 조금 얄미워져서 다른 얘기를 꺼냈는데, 이렇게까지 추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자, 우산 쓰고 가자, 토도마츠"

 

오소마츠가 자기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토도마츠에게 둘러줍니다. 오소마츠의 온기가 토도마츠의 목에 전해져서 아까까지의 한기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당장의 따뜻함에 토도마츠는 기뻐했지만, 그 뒤 눈에 들어온 오소마츠의 휑한 목 주변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소마츠 형은 괜찮아?"

 

"집까지 금방 가는걸. 신경 쓰지 마. 너 입을 걸 가지고 나온다는 걸 깜빡해서 목도리밖에 줄 게 없었거든."

 

역시 형은 바보입니다. 걱정이 됐다는 주제에 옷가지도 챙겨 나오지 않은 하나만 생각하는 바보.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으니 밖에 나가지 않은 것도 추위를 피할 좋은 방법을 그것밖에 못 떠올린 걸지도 모릅니다. 오소마츠의 벌벌 떠는 표정을 보면서 토도마츠는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집니다. 그러는 새, 다행히도 눈이 그칩니다.

 

"휴, 눈이 그치니까 좀 낫네."

 

"추운 건 똑같은걸 뭐, 얼른 걸어가자 형."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어둑어둑해진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갑자기 오소마츠가 멈춰섭니다. 입술이 조금 파래진 채 오소마츠는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토도마츠, 저것 봐."

 

오소마츠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토도마츠가 고개를 돌립니다.

 

"어라?"

 

거기에는 벚꽃이 핀 나무가 한 그루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봐봐."

 

"아."

 

자세히 보니 벚꽃 나무가 아니라 아까 쌓인 눈이 살짝 얼어서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거였습니다. 눈이 쌓이기 전에는 겨울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앙상한 나무였는데, 눈과 빛의 조화로 밤벚꽃처럼 보인 겁니다.

 

"우와...신기하네. 봄인 줄 알았는데 겨울 날씨, 겨울인줄 알았는데 봄 풍경이 딱 펼쳐져 있잖아."

 

"그러...켈록...게...켈록"

 

오소마츠가 기침을 내뱉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풍경을 담아두고 싶다는 듯 오소마츠는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네, 바보 형이니까.'

 

토도마츠는 오소마츠가 그 풍경을 더 눈에 새길 수 있도록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순간이 오랜 추억에 남았으면 하하고 생각합니다.

 

토도마츠가 오소마츠를 끌어안고, 자신의 볼을 비볐습니다. 파래진 입술도 다시금 붉어질 수 있도록 입술도 가만히 맞댔습니다. 오소마츠는 처음엔 조금 놀라더니 입술을 좀 더 내밀고선 토도마츠를 안아줍니다.

 

이번 겨울동안 보낸 시간, 그리고 겨울의 끝에 맞이한 밤벚꽃까지 해서 둘의 추억은 아마 오래도록 남아있을 테지요.

 

 

 

--------------------------------------------------------------------------------------------------------------------

 

동화체 어려워! 오글거려! 우와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동화를 읽은지도 오래되서 동화체가 뭔지도 모르는 게 함정

 

써놓고 보니 이거 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그냥 요새 베니마츠가 좋아져서 썼을 뿐

 

어제 본 눈 쌓인 나무가 밤벚꽃같아서 좋았는데 묘사력 완전 없어!!!!!!!!!!!!!크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

 

이런 쓰레기를 내놔서 죄송합니다.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2. 00:42
誰かカラッポの盃を満たしてくれ

※카라마츠 중심, 결론적으로는 카라총수지만 커플링별 조명 예정이라 카라른을 기본표기 후 커플링 별도 표기합니다.
※캐붕,글솜씨없음주의
※5화 카라마츠 사변 기반 망상
-----------------------------------

 

 

 


오늘도 새벽에 잠에서 깼다. 깊은 잠을 잔 게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잠을 다시 잘 수 있는 날은 다행, 그렇지 않은 날엔 낮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한 감정에 휩쓸린다. 물론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나을 뿐이다. 최근, 이라기엔 꽤 오래된 일 같지만 같은 꿈만을 꾸고 있을 뿐이니까. 자기가 죽는 꿈을. 그것도 자살하는 꿈을. 자살 방법도 각양각색, 내가 알고 있는 죽는 방법을 뇌 속에서 있는 대로 끄집어내서 보여주고 있는 걸까. 과장 좀 보태서 만 번은 꾼 거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꾸고 있으니까.

자살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 깨고 나면 수첩에 꿈에서의 자살 횟수를 기록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자살을 시도한 날에 표시도 같이 해둔다. 현실은 꿈만큼 창의적이지 않아서, 기껏 시도한대봐야 높은 건물에 올라서는 거나 커터칼을 왼팔 손목에 긋는 것 정도다. 몇 번을 손목을 그어 죽으려고 시도한 흔적은 나이테처럼 쌓여 있다. 누군가 물어오지 않도록 요즘엔 소매를 걷지 않거나 쥬시마츠에게 팔목 보호대를 빌려 차고 있다. 살짝 소매를 걷어올려보니 막 새살이 돋아 튀어나온 흉터가 보인다. 다시 소매를 내렸다.

창가 틀에는 투명한 술잔이 빛나고 있다. 앉으면 머리 위와 닿는 아슬아슬한 위치기는 하지만, 의외로 건드리는 일이 없다. 그건 그거대로 쓸쓸하게도 느껴진다만. 지금것 아무것도 담아 본 적 없이 비어있는 채 그저 거기에 놓여있을 뿐인 술잔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술잔을 보며 미소를 살짝 짓는다.

계속 비어있는 채로, 비어있는 걸 드러낸 채로 오늘도 나는 살아있구나.

살아있다기엔 조금 슬픈 텅 빈 나.

거기에 죽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옆에는 형제들이 태평스레 잠들어있다.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새우잠을 자고 있는 이치마츠,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건지 연신 키득거리는 토도마츠, 파칭코에서 따는 꿈을 꿨는지 크게 잠꼬대를 외치는 오소마츠, 귀를 막다가 지친 듯 손이 귀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 쵸로마츠, 끝으로 90°로 돌아서 자고 있는 쥬시마츠까지. 예전같았으면 형제들에게 이런 일을 상담했을텐데.

납치극을 당했을 때 형제들의 반응을 직면한 뒤 형제들에게 기대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과는 받았지만, 마음 속에 상처는 손목의 금들처럼 흉터가 졌다. 텅 비어있는 마음의 겉면에도 잔뜩 흠집이 나있을 터다.

다시금 잠자리에 누웠다. 빈 술잔이 빛나고 있다. 오늘도 저 술잔에는 나의 슬픔을 한 잔 따랐다가 비워낸다. 아침이 됐을 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행히 오늘 밤은 몽롱해지는게, 그래도 잠이라도 들 모양이다.

 

 

 

 



-----------------------------------
카라른인데 컾이 없다니 이건 사기!
것보다 팔아프네ㅜㅜㅜ

 

Posted by 하리H( )Ri
2016. 2. 21. 21:56
☞2/21자 오소른 전력 60분 참가
☞주제 '손가락'
https://twitter.com/OsoRight_60/status/701361024113336320?s=09

(오소마츠 시점)

익숙한 기타 선율이 들려온다. 에...그러니까 이 곡은...뭐였지. 그보다 기타 치고 있는건 역시 카라마츠려나.
"어이!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기타를 치던 손을 멈추고 날 아무 표정없이 바라본다.
"왜 그런가, 오소마츠."
"방금 치던 곡, 뭐야?"
"아, 그건 금지된 장난이라는 곡이다. 기타를 친다면 한번쯤은 치게 되는 곡이지."
헤—그런가.
기타는 몰라도 그 곡만은 알고 있다고. 제목이 금지된 장난이란건 처음 알았지만.
"마저 연주해 봐,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다시금 연주를 시작한다. 언제 들어도 구슬픈 선율이 카라마츠의 손가락을 타고 전해진다. 이 녀석, 은근히 기타를 잘 쳐서 기타를 연주할 때만큼은 장난을 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열렬한 팬마냥 집중해서 듣고 있다고.
연주를 마친 카라마츠의 손가락에 눈길이 향한다. 사내자식 손가락이 예뻐봐야 뭐하겠냐만 이 녀석 손가락은 조금 엉망으로 굳은살이 배었다. 카라마츠도 내 눈길을 의식했는지 손가락을 쫙 펼쳐보인다.
"기타를 잘 치려면 손을 제물로 바쳐야 하지, 브라더."
"무슨 소린지..."
"기타 연습을 하다보면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아물었다 하거든. 수없이 새살이 돋고 트는 일이 반복되어서 이런 영광의 굳은살을 얻는 것이다."
네이네이. 그게 영광이라고 말하는 오늘도 안쓰러운 카라마츠 씨.
"좀 눌러봐도 돼?"
"뭐, 상관없다만."
카라마츠의 굳은살을 눌러본다. 으아, 딱딱해. 내 손가락은 아직 제법 말랑거리는데. 자세히 본 녀석의 손가락은 휘어있는데다 굳은살이 이곳저곳에 배여서 흉하다고까지 생각하게 한다. 그에 비하면 내 손가락은 고생하나 한 적없어 뵌다. 자세히 보면 흉터라든가 있지만, 고생의 흔적이 거의 없어서 그야말로 '백수'라는 말에 어울리는 손이다.
"형님도 뮤즈를 영접해보겠나?"
뭐래는거냐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음악은 싫어했던가."
"그다지—듣는 건 좋지만 나 음악쪽엔 별 소질 없으니까."
"기타는 어떤가."
"역시 듣는 쪽이 좋으려나."
카라마츠는 내게 기타를 가르쳐주고 싶은 모양이다. 재밌을 거같긴 한데, 네 손을 보면 역시 자신이 없어지는걸.
"잠깐 손 좀 내밀어봐."
내 손가락을 쭉 편채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내 손을 쓰다듬듯, 주무르듯 만지더니 자기 손바닥과 내 손바닥을 마주댄다.
"손가락 길이는 충분히 기네. 뭐, 이런 데까지 똑같은 게 쌍둥이인가."
카라마츠가 싱긋 웃어보인다. 손바닥을 마주한 채 나도 싱긋 웃으며 카라마츠의 미소에 답해준다.
"형은 역시 안 배울래."
카라마츠의 연주를 듣는 거만으로, 네가 말하는 뮤즈를 영접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대신 한 곡만 더 쳐줘."
마주댄 손을 기타 쪽으로 갖다댄다. 살짝 만지작거린 카라마츠의 손가락은 울퉁불퉁해서 묘한 기분이 든다.
"No problem~듣고 싶은 곡이 있는가, 오소마츠?"
"너가 치고 싶은 걸로 쳐."
카라마츠가 망설임 없이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자작곡이려나, 마음가는 대로 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 느낌이 좋아서 무심코 카라마츠의 무릎을 베고 누워버렸다.

선율은 이리저리 나의 정신을 데리고 가고픈 곳으로 데려가고, 난 거기에 홀린듯 따라간다. 따뜻한 느낌 속에 파묻힌 채 흐릿해지는 선율을 듣는다.

익숙지 않은 감촉에 눈을 살짝 떴다. 카라마츠의 얼굴이 가장 눈에 들어오고, 그 입술에는...아, 내 손가락이 물려 있나. 카라마츠는 내 왼손 검지를 제 입에 가져가 살짝 빨고 있었다. 마치 갓난아이가 젖을 빨듯, 내 손가락을 빠는 카라마츠는 행복해보였다.
"카라마츠."
"어으어어에에에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카라마츠가 내 손가락을 입에서 뺀다. 그러고보니 나, 어느새 카라마츠의 오른무릎이 아니라 다리를 다 차지하고선 왼무릎에 누워있네. 카라마츠는 손가락의 침을 닦아주려고 자기 탱크톱에 내 손가락을 문지르고 있다.
"미안...손가락이 부드러워서 만지작거리다 나도 모르게..."
저런 부끄러움 타는 모습이 귀엽다. 녀석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으려 하니까 이건 녀석의 단 한명뿐인 형으로서의 특권이겠지.
"아니, 난 괜찮다고?"
"응?"
"사랑하는 형제가 내 손가락을 빠는 거, 괜찮다고."
그 감촉이 싫었다면 깨자마자 저항했을거라고.
"자~이 형님의 손가락, 특별히 양보한다고?"
왼손 검지를 카라마츠의 입술 근처로 내민다. 카라마츠는 검지를 잡더니 내 입술에 갖다댄다.
"사실, 손가락보다 더 원하는 게 있는데."
카라마츠가 고개를 숙여 검지를 댄 곳에 자기 입술을 갖다댄다. 카라마츠의 손가락이 울퉁불퉁하고 굳은살이 박혀있다면 카라마츠의 입술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다. 입술이 닿았다는 것보다 먼저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건 왤까.
"어어어? 뭐하는거야 카라마츠!"
뒤늦게 카라마츠를 밀쳐낸다. 카라마츠가 벙 찐 얼굴로 날 쳐다본다. 서로의 입술을 각자 혀로 훔치며 시선을 회피한다.

그래도 그 감촉, 좋았어 카라마츠.


----------------------------------
처음으로 오소송 글연성을 해봤습니다만, 역시 글재주가 없는지 망했어요.
장남마츠 다이스키♥
Posted by 하리H( )Ri